2004. 6. 3. 18:29

프리마켓 존속 쪽으로 결론날 듯..

홍대 앞 프리마켓 '팽' 당하나?
민원제기로 6월부터 사용불허…4일 관계자회의서 최종결론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유성호(shyoo)기자
▲ 매주 토요일 열리는 홍대 앞 프리마켓. 마포구청은 6월부터 장소이용을 불허한다고 통보했다. 사진은 지난 5월 29일 열린 프리마켓 전경.
ⓒ2004 유성호
서울의 대표적 주말 문화거리행사 중 하나인 홍대앞 프리마켓이 존폐위기에 처했다. 최근 관할 마포구청은 주말 프리마켓이 열리는 장소를 본연의 어린이 놀이터로 되돌려 달라는 민원을 접수한 뒤 주최측 사무국에 6월부터 장소사용불가를 통보했다.

▲ 프리마켓 사무국과 참여작가들은 시민들에게 존속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04 유성호
이에 대해 프리마켓 사무국과 참여 공예 작가들이 반발해 서명운동 돌입과 함께 홍대지역 문화단체와 연대를 도모하는 등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이자 관할 마포구청은 관계자회의를 거쳐 최종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마포구청은 오는 4일 오후 7시 구청 담당국과장과 실무자, 지역동장, 구의원 및 프리마켓 관계자들 간 회의를 열어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하겠다고 밝혔다.

2002년 한일월드컵 개최 당시 상암 경기장과 인접해 있어 서울시가 월드컵 전략지역으로 지정한 이곳은 내외국인에게 볼거리 문화 제공 차원에서 자생적으로 발전해 왔다. 당시 소규모 놀이터행사로 시작한 프리마켓은 월트컵 특수와 문화관광부(한국문화예술진흥원)의 지원 등으로 홍대 지역의 대표적인 주말 문화행사로 발전해 왔다.

그러나 인근 주민들이 놀이터 기능이 훼손되고 있다는 민원을 넣어 구청 측이 몇차례 장소 이전 요청을 했으며 이번에 공식 사용 불가 통보를 하기에 이르렀다.

▲ 프리마켓 지지 서명에 참여하고 있는 한 시민.
ⓒ2004 유성호
프리마켓 김영등 대표는 "행사 장소가 어린이 공원이라는 점과 다른 문화행사와 달리 판매한다는 점 때문에 민원이 제기된 것 같다"며 "그러나 수많은 시민과 문화예술인들에게서 새로운 대안 문화행사로 큰 관심과 사랑을 받아 홍대앞 문화의 상징으로 발전한 점을 감안하면 사용불가 조처는 너무 심하다"고 이번 조처에 불만을 나타냈다.

구청 문화체육과 김철휴씨는 "민원발생에 따라 사용불허 통보를 했지만 프리마켓의 요청과 내부에서의 재검토 의견 등을 종합해 관계자 회의를 거쳐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해 사실상 사용불허 결정이 철회될 것임을 시사했다.

한편 프리마켓과 관련해 다음카페(cafe.daum.net/artmarket)에는 이미 3만여 명이 가입해 활동하고 있는 등 적지 않은 마니아 층이 형성되어 있다. 또 등록 공예 작가 만도 200여명에 달하고 있고 현재 계속 등록 신청이 이어지는 등 신예 작가들의 등용문 노릇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러나 판매 행위에 대한 인근 상인들의 집단민원 또한 배제할 수 없어 이에 대한 조치가 조속히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마포구청 관계자는 "현재까지 상인들의 민원은 없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집단 민원제기 움직임이 엿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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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콩이와 통통이...

돌콩이와 통통이 바다에서 하나되다
다섯살배기 동갑내기 사내들의 특별한 만남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유성호(shyoo)기자
지난 주말 돌콩이는 새 친구를 만나 바다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새로 만난 친구는 월령(月齡)으로는 돌콩이보다 5개월이 적지만 키도 크고 몸이 튼실한 것이 형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 별명도 '통통이'입니다. 녀석들은 다섯 살이라는 나이 공감대 때문에 별탈 없이 금세 친구가 되었습니다.

서울에서 출발해 강릉까지 3시간 동안 녀석들은 차 뒷좌석에 나란히 앉아 장난감도 나눠 놀면서 무료한 여정을 나름대로 달랬습니다. 덕분에 어른들은 편안히 사는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목적지까지 수월하게 갈 수 있었습니다. 목적지는 강릉을 거쳐 좀 더 북쪽으로 오르면 양양군 현남면에 위치한 휴휴암이란 곳입니다.

▲ 돌콩이와 통통이의 첫 만남.
ⓒ2004 유성호
휴휴암은 바다 속에 부처 모습의 거대한 바위가 있어 불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입니다. 휴휴암이 고스란히 내려다 보이는 '너래바위 민박집'에 짐을 부리고 민박집에서 재배한 딸기밭에서 싱싱한 '공짜 딸기'를 한 바구니 따다가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리고 해중지혜관음보살이 누워 계신다는 바닷가로 산책을 나갔습니다.

탁 트인 바다를 보자 돌콩이와 통통이는 신발을 벗어 던지고 물 속으로 달려갑니다. 아직 철이 이른 때라 발이 시릴 정도로 물이 차가웠지만 녀석들은 모래를 담고 쓸려 오는 파도와 쫓고 쫓기는 장난에 여념이 없습니다.

▲ "친구야 도와줘". 과연 배를 한척 끌고 올 수 있을까.
ⓒ2004 유성호
배를 묶어 두는 동아줄을 당기면서 "친구야, 도와줘. 우리 같이 하자"는 녀석들을 보노라니 아이들의 세계가 참 티 없이 맑고 깨끗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참을 뛰어 놀던 녀석들을 향해 고깃배 한척이 들어오자 엄청난 구경거리라도 만난 듯 배 주변에 달라붙어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립니다.

녀석들은 그렇게 해변에서 한참 동안을 똑같은 행동을 하면서 놀았습니다. 한 녀석이 미역을 건져 올리면 반드시 또 다른 녀석도 그렇게 합니다. 녀석들 사이에는 은근한 경쟁 의식이 숨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해변에서 장소를 옮겨 바위 위로 올라가 초콜릿을 주자 사이 좋게 나눠 먹으며 바다 감상에 젖습니다.

▲ 초콜릿도 나눠먹는 사이가 됐어요.
ⓒ2004 유성호
신기한 것이 보이면 요것 저것 물어 보면서 새로운 정보를 머릿속에 담기 바쁩니다. 물이 참 깨끗하다는 탄성도 빼 놓질 않습니다. 한참을 놀다보니 어느새 밤이 됐습니다. 날씨가 스산해지더니 가랑비가 흩뿌리기 시작합니다. 인심 넉넉한 민박집 아저씨는 일행 모두가 비를 피하고도 남을 만한 커다란 파라솔을 야외에 펴주며 '이 밤을 만끽하세요'라는 의미의 눈웃음을 던지고 갑니다.

▲ 밤엔 불꽃놀이도 했어요.
ⓒ2004 유성호
모닥불을 지피고 음악을 켜고 한 상 차려진 음식을 눈앞에 두니 부러울 것이 없습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잠들기를 기다렸지만 한껏 들뜬 녀석들은 좀처럼 잠을 청할 것 같지 않습니다. 폭죽을 녀석들에게 나눠 주고 불을 붙여 주자 터지는 소리에 놀라기도 하지만 색색의 불꽃이 신기한지 함박 웃음을 터트립니다.

▲ 휴휴암 민박집 처마위로 푸른 하늘이 한껏 열렸다.
ⓒ2004 유성호

이튿날 잠에서 깬 일행들은 하늘을 쳐다볼 수 없었습니다. 그토록 푸른 하늘을 본 적이 있었을까 할 정도로 기막힌 쪽빛 하늘이 우리를 맞아 주었습니다. 햇살이 부서지는 바다는 하늘색을 고스란히 닮아서 환상적인 색으로 이방인을 맞이 합니다.

어제와 같은 장소에 아이들을 풀어 놓고 이번에 아랫도리를 모두 벗겨 주었습니다. 햇살은 따가울 정도로 따뜻했고 모래 역시 뜨끈하게 데워져 아이들이 뛰놀기에 안성맞춤이었습니다. 녀석들은 바다에 발 담그기는 물론 모래찜질까지 해가면서 한여름 해수욕장의 낭만을 일찌감치 경험했습니다.

통통이는 어찌나 잘먹고 튼튼한지 저도 힘에 부쳐 녀석을 안아 주기 버거울 정도였습니다. 녀석들을 무릎에 앉혀서 사진을 찍다가 통통이가 한번 '출렁' 하는 바람에 쪼그려 앉아있던 제가 그만 엉덩방아를 찧었을 정도로 통통이는 튼실, 그 자체입니다. 반면 또래보다 작은 돌콩이는 한 팔에 착 감깁니다.

그래서 통통이에게 완력으로는 상대가 되질 않아 여정 내 몇 번의 '경쟁' 속에서 번번이 돌콩이가 먼저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습니다. 1박2일의 여정을 마치고 집 앞에서 헤어지던 시간 두 녀석은 모두 자고 있다가 "바이 바이 해라"라고 하자 졸린 눈을 부비며 손을 흔듭니다. 헤어지기가 아쉬웠을까요. 아마도 그랬을 것입니다.



▲ 아랫도리를 벗겨 놓자 물놀이는 물론 모래찜질까지...
ⓒ2004 유성호
녀석들에게 모르긴 몰라도 처음 만난 친구와 함께 한 여행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입니다. 앞으로 넓은 바다를 만나면 그때 친구가 생각날 것입니다. 녀석들의 기억 속에 아름다운 추억만 남기를 어른들은 바랍니다.

어른들은 인터넷이라는 공간을 통해 만나서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같이 다닐 정도로 거리낌 없는 사이가 됐습니다. 익명을 앞세운 언어 폭력, 비방, 부정직 등의 단어는 처음부터 자리잡을 수 없도록 모든 것을 투명하게 열어 놓은 덕분입니다.

여정 후 몇 개의 단어가 머릿속에 맴돌고 있습니다. 푸름, 아이들, 개구쟁이, 물놀이, 모닥불, 환상적인 야경, 만남, 의사소통, 그리고 감사함….

2004/06/01 오후 3:09
ⓒ 2004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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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부르는 '겨울연가'...

5월 일본열도는 '겨울연가'로 뜨겁다
서적·DVD판매 호조·인기검색어 등 '한류열풍' 최고조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유성호(shyoo)기자
▲ 일본 NHK 방송 홈페이지에 있는 '겨울연가' 사이트.
ⓒ2004 NHK
배용준·최지우가 주연한 '겨울연가'(일본제목 : 冬のソナタ/겨울소나타)가 여러 분야에서 열풍을 일으키며 일본열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일본 현지언론에 따르면 지난 4월3일 NHK 방송을 통해 첫 방송된 '겨울연가' 인기는 3월 22일 최지우씨의 일본 방문에 이어 4월 3일 배용준씨의 방일로 최고조에 다다랐다.

배용준씨의 방일로 불이 붙은 '겨울연가' 신드롬은 관련 서적, DVD 판매에서 호조를 보이면서 판권을 보유하고 있는 NHK에 막대한 이익을 안겨 줬다. 일본출판판매가 집계한 지난주 베스트셀러에서 '겨울연가'는 4위를 차지했다. 3주 전 6위에서 2주전 4위로 상승한 이후 꾸준한 판매세를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한류열풍으로 한국어를 배우려는 일본인들이 늘어나면서 한국어교재의 판매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북한에 납치됐다 풀려난 하이스케씨 가족이 일본어를 못하는 아들과 딸에게 한글과 일본어로 돼 있는 '겨울연가' 책을 구입해 일어를 가르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DVD 역시 지난주 현재 26만장이나 팔려나가 '대박'을 터트렸다. 오리콘차트에 따르면 현재 2종류가 발매된 DVD는 판매순위 10위와 12위를 기록하고 있다. 판권을 보유한 NHK는 27일 '겨울연가' 비디오와 DVD 판매로 1억엔의 수익을 올려 14년 연속 흑자행진에 일조를 했다고 발표했을 정도다.

▲ 포털사이트 인포시크의 연예부문 인기검색어 순위. 겨울연가가 6주연속 1위를 지키고 있다.
ⓒ2004 infoseek
여행사인 긴키니폰투얼리스트사는 '겨울연가' 촬영지인 용평과 춘천을 순례하는 관광상품을 만들어 인기를 끌면서 실적회복과 주가가 상승하고 있다고 일본 주식시장은 분석하고 있다. 이 상품은 3박4일에 9만8000엔이라는 비교적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불티나게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포털사이트 '인포시크'에 따르면 연예부문 인기키워드 검색에서 '겨울연가'는 6주 연속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특히 지난 22일 고이즈미 수상의 북한방문과 정상회담 생중계로 '겨울연가' 방송이 취소되자 NHK에는 3075통의 문의 및 항의전화가 빗발쳤고 이에 따른 인터넷 검색어 입력도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인포시크는 분석했다. 검색 종합 순위에서는 지난주 12위에서 현재 9위로 계속 상승 중에 있다.

음반시장 역시 '겨울연가' 사운드트랙 일본어판이 5월 둘째주 오리콘차트 6위에 올라서면서 TV드라마로서는 1997년 후지텔레비전의 '롱 바캉스' 이래 8년만에, 외국 드라마로써는 첫 톱10 진입에 성공하는 등 판매 호조를 나타냈다.

드라마 한편이 경제에 엄청난 파급효과는 물론 국가 이미지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을 새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일본 언론은 '겨울연가'를 앞세운 한류열풍이 여름까지 이어질지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2004/05/28 오전 3:46
ⓒ 2004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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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공부합시다...

일 대학생 "공부가 제일 중요"
토요대학 신입생 1500명 조사…'동아리 활동' 제쳐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유성호(shyoo)기자
일본 대학생들의 의식구조가 장기불황과 고용감소 여파에 따라 면학 분위기로 반전되고 있다. <교토통신>은 18일 대학 신입생 열명 중 여덟명이 입학 후 가장 노력할 부분을 묻는 질문에 '공부'라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조사는 도쿄에 있는 토요(東洋)대학이 이 학교 신입생 6700명 중 1700명을 대상으로 올 4월 초에 복수응답 방식으로 실시한 것이다. 조사결과 응답자의 84%가 공부하는 데 가장 노력을 많이 하겠다고 답했고 다음으로는 '친구·애인만들기'(69%), '서클(동아리)활동'(67%), '아르바이트'(62%)가 뒤를 이었다.

이같은 결과는 지난 1997년에 실시한 같은 조사에서 '서클활동'을 가장 열심히 하겠다고 답한 것과 매우 대조적인 결과를 보이고 있어 불황과 고용감소가 학생들의 면학 분위기 조성에 자극제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조사에서는 공부는 서클활동, 아르바이트에 이어 세 번째 중요시되는 항목이었다.

아르바이트의 경우 가장 중요시하는 사항에 대해 물은 결과 '일의 내용'(33%)이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학업과 병행여부'(27%), '수입'(17%)이 뒤를 이어, 금전적인 부분보다 일의 질을 중요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교토통신>은 분석했다.

한편 최근 후생노동성과 문부과학성이 조사 발표한 올 봄 대졸자 취직상황에서도 취업내정률이 미미하게나마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면학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음을 보여줬다. 조사에 따르면 4월 1일 현재 대졸자의 취업율은 전년비 0.3포인트 증가한 93·1%로 나타났다.

2004/05/19 오전 5:54
ⓒ 2004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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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문 5분전...

경복궁, 문 닫기 5분전을 즐겨라
인적 없는 근정전 앞마당서 고궁의 고즈넉함 만끽
유성호 (shyoo)
▲ 경복궁 근정전 전경.
ⓒ2004 유성호
수도 서울의 중심도로인 세종로 북쪽을 가로막고 근엄하게 자리잡고 있는 조선왕조의 터, 경복궁. 대한민국을 찾는 외국 관광객이면 반드시 한번쯤은 들러야 하는 우리나라의 '역사적 얼굴'이기도 하다. 국민들에게는 마음의 안식처가 되고 방송국에는 훌륭한 사극 촬영장소인 이 곳은 주말, 평일 할 것 없이 수많은 관람인파로 들끓고 있다.

▲ 근정전 천정 단청.
ⓒ2004 유성호
벽안의 외국인들에게는 생소한 건축양식과 화려한 단청이 눈길을 사로잡지만 국민들에게는 식상한 유적 정도로 비춰지는 것은 이탈리아 로마 국민들이 콜로세움을 보는 시각과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경복궁 속에 숨어 있는 조선과 대한제국에 이르는 우리 역사의 부침을 생각한다면 만만한 시각으로 찾아서는 안될 것이다.

▲ 근정전 서쪽에 위치한 인왕산.
ⓒ2004 유성호
광화문을 통해 경복궁에 들어서면 내궁으로 통하는 두 번째 근정문이 있다. 근정문을 들어서면 경복궁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근정전이 북악산과 인왕산의 산세를 고스란히 받아 웅장한 자태로 서 있다.

▲ 근정전 내부 어좌 전경.
ⓒ2004 유성호
경복궁에서 유일하게 안을 들여다 볼 수 있도록 개방돼 있는 근정전은 건물 자체가 국보 제223호이다. 근정전 앞마당은 문무백관이 벼슬 순으로 도열할 수 있도록 품계석이 박혀 있다. 이 곳에서는 국가의식을 거행하고 외국 사신을 접견했다. 최근에 보수공사를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선보인 근정전은 수려한 단풍이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 경회루 전경.
ⓒ2004 유성호
근정전을 지나 북쪽으로 작은 문을 몇 개 지나면 바람에 비릿한 물 냄새가 묻어 온다. 그 길로 고만 고만한 전(殿)을 몇 채 끼고 돌면 1만원짜리 지폐 도안으로 유명한 경회루가 나타난다. 경회루에는 비단잉어들이 떼지어 관람객의 눈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탁 트인 경회루 뒤편으로 청와대 푸른 기와지붕이 보일 듯 말 듯하다.

▲ 향원지 위에 섬처럼 떠 있는 향원정. 앗! 물렁이 뒷모습!저 눔 뭐하는거지?
ⓒ2004 유성호
경회루에는 시원한 연못과 바람, 탁 트인 시야와 궁내에서 유일한 매점이 있는 관계로 인파가 제법 붐볐다. 여기저기서 일본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조심조심 말하고 살그머니 움직이는 그들의 모습이 얄미울 정도로 침착했다.

▲ 자경전 꽃담.
ⓒ2004 유성호
또 다시 발걸음을 옮겨 북쪽으로 향하면 작은 연못과 못 가운데 섬처럼 떠 있는 향원정을 만날 수 있다. 향원정은 1867년 고종이 건청궁 남쪽에 못을 파 향원지라고 이름짓고 정자를 지은 것이다. 정자로 이어지는 구름다리는 취향교라고 해서 이 곳은 온통 '향기'로 이름지어 졌다.

▲ 왕조의 부침을 묵묵히 지켜 본 듯한 고목과 담장.
ⓒ2004 유성호
경복궁 내에는 이 밖에 편전인 사정전, 침전인 강녕전과 교태전 등건물들이 풍수지리에 맞게 배치돼 있다. 북쪽으로 계속 오르면 청와대 경호부대인 듯한 건물과 경계가 나온다. 이곳이 경복궁의 끝이다. 이 끝은 조선 역사의 끝이라는 점에서 역사의 아이러니를 새삼 느낀다. 이 곳은 다름 아닌 명성황후가 일인에 의해 시해돼 화장된 터이기 때문이다.

재잘거리던 일본인 관광객들의 표정이 굳어지는 곳도 이 곳이다. 굳이 광광안내원의 설명이 없더라도 또 일본어로 적혀 있는 안내문을 읽지 않더라도 그 날을 재현해 놓은 그림 한 폭만으로도 구한말 우리 역사를 유린한 일본 식민주의를 흉포함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곳에서는 아무도 사진을 찍지 못했다.

▲ 한낮의 번잡함이 사라진 고즈넉한 고궁.
ⓒ2004 유성호
폐문 시간이 가까이 오자 관람객들이 대부분 빠져나갔다. 사실 이제부터 경복궁을 둘러보기 안성맞춤인 시간이다. 궁의 북쪽 끝에서부터 광화문 방향으로 훑어 나오면서 아무도 없는 고궁의 나른함을 만끽할 수 있는 시간, 바로 폐문 5분전이다.

▲ 모두 빠져나간 폐문 5분전이야 말로 고궁의 참맛을 만끽할 수 있다.
ⓒ2004 유성호
들어 올 때는 보이지 않았던 왕조의 600년을 굽어보며 자란 노목과 수많은 나인들의 옷자락이 스쳤을 법한 담벼락…. 문이 굳게 닫힌 근정전과 외롭게 서 있는 품계석. 그리고 고궁의 정적 속에 서 있노라면 귓가를 윙윙대며 파노라마처럼 스치는 우리의 역사. 아무도 없는 폐문 5분전에만 느낄 수 있는 고궁의 또 다른 매력이었다.

2004/05/24 오전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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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간 결혼에 대해...

미 국민 42% "동성간 결혼 법적 허용해야"
96년 갤럽조사 이래 최고수치... 메사추세츠주 18일부터 혼인신고 접수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유성호(shyoo)기자
동성간의 결혼에 대한 미국인의 인식이 점차 완화되고 있는 것으로 여론조사 결과 나타났다.

여론조사 기관인 미 갤럽사는 최근 '동성간의 결혼'에 물은 결과 응답자의 42%가 찬성한다고 답해 올 3월 조사에서 나타난 33%보다 큰 폭으로 올랐다고 17일 밝혔다.

▲ 동성간 결혼에 대해 법적 인정 여부를 묻는 질문.
ⓒ2004 Gallup
이번 조사는 갤럽이 유에스투데이(USA TODAY) ,씨엔엔 티브이(CNN TV)와 공동으로 지난 5월 2일부터 4일까지 미 전역에 거주하는 18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무작위로 선정해 실시했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는 1996년부터 실시한 동일 설문 응답결과 지금까지 가장 높았던 지난해 6월 조사의 39%보다도 3%가 상승한 것이다.

이와 반대로 결혼을 인정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은 55%로 여전히 찬성보다 앞섰지만 전회 조사에서 나타난 61%로 보다 6%나 떨어져 미국인의 동성간 결혼에 대한 의식에 큰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 조사는 17일부터 동성간 결혼을 합법화한 메사추세츠 주의 결정과 관련해 이뤄진 것으로 주법원의 판단이 미국인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메사추세츠 주는 지난해 11월 동성 결혼을 불법화한 주 헌법 조항에 대해 주 대법원이 위헌결정을 내린바 있다.

한편, 메사추세츠 주는 18일부터 동성애자들에 대한 혼인신고 접수와 결혼증명서 발급 업무를 시작했다고 <블룸버그> 등 미 언론이 일제히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케임브리지 시청을 비롯해 주내 각 행정관서에는 혼인 신고 접수를 위한 동성애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미국은 이로써 네덜란드, 벨기에와 캐나다에 이어 동성간 결혼을 합법화한 4번째 국가가 됐다.

2004/05/18 오후 3:17
ⓒ 2004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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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5. 18. 16:06

일본의 식충(食蟲) 고민

일본,무위도식 청년층 '니트'족 급증
구직활동 없이 부모에 기생하는 무직자 65만명
유성호 (shyoo)기자
일본은 최근 '프리타'족과 함께 '니트'족이 급증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고 <산케이신문>이 17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구직 활동조차 없는 청년실업자들인 이른바 '니트(NEET, Not in Employment, Education or Training)'족이 1993년 45만명에서 지난해 63만명으로 60% 늘어났다.

이같은 수치는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소위 '프리타'족을 제외한 것으로 15∼34세 청년 인구의 약 2%로 추산되고 있다. 이번 조사는 독립행정법인인 '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의 코스케 레이코 부총괄연구원이 총무성의 '노동력 조사' 자료를 분석해 발표한 것이다.

니트족은 프리타족과 달리 구직활동은 물론 노동력을 제공할 의사도 없이 부모에게 의지해 오로지 '먹고 노는' 층으로 프리타족보다 더 큰 사회문제로 자리잡고 있다고 레이코 연구원은 지적했다.

연령별로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1년 이내에 해당하는 19세가 남녀 공통으로 가장 많았으며 고등학교 졸업만으로 취업이 어려운 현실에 따라 취업 자체를 포기한 것으로 레이코 연구원은 보았다.

코스키 연구원에 따르면 니트족은 선진국에서 볼 수 있는 '양키형'과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형', 자포자기하는 '좌절형' 등으로 나눈다. 코스키 연구원은 "무기력형과 좌절형은 고등학교나 대학을 졸업하면 일제히 취직해 이직이 어려운 일본 특유의 (고용) 형태 때문에 나타난 형태"라고 지적했다.

코스기 연구원은 "일본 사회가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차세대 직업인을 육성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우선적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며 "학교, 산업계, 행정이 제휴해 시스템을 재구축해야 한다"고 해결책을 내놓고 있다.

니트족의 증가세는 417만명에 이르는 프리타족과 함께 세수감소, 연금 미납 문제 등 사회·경제 측면에 심각한 문제를 양산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패러사이트·싱글의 시대>를 펴낸 도쿄 가쿠게이대학의 야마다 마사히로(가족사회학 전공) 교수는 "아르바이트라든지 꿈을 갖고 있는 프리타족이 차라리 낫다"며 "어떻게 돼도 괜찮다고 하는 니트족이 증가하는 것은 사회 불안정 요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어느 만큼 노력하면 취직을 할 수 있고 어떤 생활이 기다리고 있다는 장래 전망을 주는 종합대책이 필요하다" 덧붙였다.

한편 <산케이신문>은 니트족과 프리타족의 증가는 일본의 장기 불황으로 인해 기업 고용이 감소하면서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2004/05/18 오전 10:53
2004. 5. 10. 15:19

'오감 충족' 홍대앞 프리마켓을 가다...

'오감 충족' 홍대 앞 프리마켓을 가다
토요일만 열리는 독특한 자생시장...거리 공연 등 종합 예술 만끽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유성호(shyoo)기자
▲ 토요일에만 열리는 홍대 앞 프리마켓 전경.
ⓒ2004 유성호
매주 토요일 오후 1시가 되면 홍익대학교 건너편의 작은 쌈지공원이 시끌벅적 해진다. 예술가들의 작은 자생 시장인 '프리마켓'이 열리기 때문이다. 다른 시장과 달리 이곳의 독특함은 손수 만든 '작품'들이 전시되고 팔린다는 점이다.

프리마켓에 좌판을 깔려면 일단 프리마켓 사무국에 '작가'로 등록해야 한다.전시 제품도 어느 정도 수준을 갖추어야 한다. 다른 곳에서 사온 물건이나 오래된 구제 물건을 슬쩍 팔다가는 퇴짜 맞기 십상이다.

미술의 요람, 홍대 앞 특성 만끽

▲ 가족의 달인 5월에는 각종 문화 행사가 풍성하다.
ⓒ2004 유성호

프리마켓은 미술로 유명한 홍익대학교를 끼고 있어서 더욱 튼튼히 뿌리내릴 수 있었다. 프리마켓에서는 금속, 도예, 비즈, 나염, 보석, 직물 등 온갖 공예품을 죄다 만날 수 있다. 마치 한편의 종합예술 전시회를 보는 듯하다.

주말이면 약 3천여명이 찾는 이곳은 판매 공간 뿐 아니라 공연과 놀이터 공간이 조화롭게 배치돼 있다. 이리 저리 둘러보다가 다리가 아프면 공연을 하는 곳으로 가 편하게 앉아서 인디밴드의 무대를 즐길 수 있다. 운이 좋으면 꽤나 유명세 있는 연주가의 음악도 들을 수 있다.

가족과 함께 왔다면 아이들은 아담한 그네와 미끄럼틀이 있는 놀이터에서 놀게 하고 부부가 함께 시장을 한바퀴 둘러볼 수 있다. 특히 대학가 앞이라 각종 근린 상업 시설이 잘 발달돼 있어 가족 단위는 물론 청소년들이 친구들과 함께 많이 찾고 있다.

행사 풍성…가족 나들이 공간으로 인기

▲ 프리마켓은 외국인들에게도 인기가 좋다.
ⓒ2004 유성호

가정의 달인 5월을 맞아 프리마켓에서는 어버이날 카네이션 접기, 가족에게 엽서 그려 보내기, 재활용품 콜라주 만들기, 가족 티셔츠 그리기 등 각종 이벤트를 매주 열고 있다.

이 곳은 외국인들에게도 인기 있는 장소다. 특히 도예 작품은 독특한 한국의 미를 담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인사동과 다른 점은 대량 생산으로 찍어내는 '붕어빵'이 아닌 작품 하나 하나에 작가들의 정성이 담긴 '유일무이'한 작품이라는 점이 더욱 매력적이다.

반지, 귀걸이, 목걸이, 시계줄 등 금속 공예 작품도 똑같은 것을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그래서인지 개성을 중요시 하는 10대 후반과 20대 초반 청소년들이 즐겨 구매하곤 한다. 이밖에도 직접 디자인하고 화려한 나염으로 치장한 옷, 각종 수제 팬시용품 등 주변에서 쉽게 접하지 못하는 작품성 있는 제품들이 선을 보이고 있다.

"판매만 목적이 아닌 작품을 알리는 기회"

프리마켓에 참여한 작가들은 한결 같이 표정이 느긋하다. 판매만이 목적이 아니라 자신과 자신의 작품을 알리고 인정받기 위한 공간으로 시장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작품까지 잘 팔리면 더할 나위 없다. 하지만 많이 팔릴 때라고 해봐야 하루 2∼30만원이다. 안 팔릴 때는 '손가락을 빨아야 할정도'기 때문에 애초에 매상에는 큰 기대를 갖지 않는다.

▲ '절대로 만지세요.' 프리마켓 작가들의 여유로운 마음을 엿볼 수 있다.
ⓒ2004 유성호
다만 자신의 작품에 대해 "예쁘다" "잘 만들었다"라고 말해 주는 손님이 있으면 너무나 행복하다고. 이렇듯 프리마켓에는 이름 그대로 자유로움이 넘쳐나고 있다. 그 자유로움 속에서 작가와 소비자는 물건이 아닌 작품을 놓고 흐뭇한 흥정을 벌이고 있었다.

사무국 운영…자율 통제 및 정화 기능

▲ 보고 만지고 듣고. 프리마켓은 오감을 충족시킬 수 있는 문화 공간이다.
ⓒ2004 유성호
프리마켓은 작가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시장으로서의 기능을 위해 작가 등록, 판매대 설치 규칙 등 최소한의 약속 만들고 실천하기 위해 사무국을 운영하고 있다. 사무국은 작가 관리와 공연자 섭외, 시장 운영, 행사 진행, 각종 이벤트 등을 주관한다. 사무국에서는 프리마켓을 '예술시장'이라고 부르고 있다. 작가들의 작품성을 높이 평가한다는 의미다.

지난 2002년 6월 월드컵 개최와 발 맞춰 관할 구청의 문화 행사 일환으로 시장 모양새를 갖춘 프리마켓은 올해에는 문화관광부 예산까지 지원 받는 등 공익성을 인정받고 있다. 사무국은 프리마켓의 발전을 위해 일본의 디자인페스타 등 외국의 예술 시장을 둘러보고 국내 접목을 위해 노력하는 등 시장 발전을 꾀하고 있다.

프리마켓 사무국 김미정씨는 "프리마켓은 시장이라기보다 자유스러운 종합 문화 공간 개념"이라며 "참여 작가 분들의 수준이 매우 높아 좋은 작품을 부담없는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04/05/10 오후 1:01
ⓒ 2004 OhmyNews

2004. 4. 26. 12:54

꽃들에게 희망을...줄 수 있도록...

기아에 이은 폭발사고, 어린 희망들이 죽어간다

[사진]세계식량기구가 타전한 최근 북한 어린이 실상
유성호 (shyoo)기자
ⓒ2004 세계식량기구

용천 열차폭발 사고로 병원에 후송된 어린 아이들 모습이 세계식량기구(WFP)에 의해 처음으로 전 세계로 타전됐다. 병상에 누워있는 남아 2명과 여아 1명의 모습은 공포와 허기에 지쳐 모든 희망을 포기한 듯 보였다.

병상이 모자라 남자 아이들은 한 침대에 둘이 누워 있고 여아는 얼굴에 심한 상처를 입었지만 기본적인 소독조차 받았는 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검게 그을려 있다.

가운데 누워 있는 머리를 다친 남자 아이는 붕대가 아닌 헝겊으로 동여매고 있는 등 열악한 의료시설과 장비를 한눈에 알 수 있다.

세계식량기구는 이에 앞서 최근 3ㆍ4월에 북한 각지의 기아 상황을 찍은 사진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 배고픔에 이어 폭발사고를 당한 아이들의 아픔을 국제사회에 전달하고 있다.

▲ 평안도 향산 지역에서 영양실조로 입원한 아이를 슬픈 표정으로 내려다 보고 있는 엄마.(3월 24일 촬영)
ⓒ2004 세계식량기구


▲ 황해도 한 병원에서 폐렴과 영양실조로 치료를 받고 있는 아이와 엄마.(3월 24일 촬영)
ⓒ2004 세계식량기구


▲ 평안도 향산의 한 어린이집. 세계식량기구에 따르면 점차 국제적 지원이 줄어들어 아이들 영양 불균형이 심각한 수준이다.
ⓒ2004 세계식량기구


▲ 가장 최근인 지난 4월 2일 찍은 강원도 원산의 한 어린이집 전경.
ⓒ2004 세계식량기구
2004/04/26 오후 12:10
ⓒ 2004 OhmyNews



2004. 4. 18. 01:59

앞으로 기대되는 주말 엠비씨 뉴스데스크...

'뉴스데스크'의 유쾌한 '언저리뉴스'식 진행
주말담당 최일구 앵커의 파격 진행 화제
유성호 (shyoo)기자
▲ 최일구 앵커
ⓒ2004 iMBC
다소 무겁게 느껴졌던 방송사의 한 메인 뉴스가 코미디 소재로 활용되고 있는 '언저리 뉴스'를 역이용, 시청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화제가 되고 있는 뉴스는 <문화방송>의 메인 9시 뉴스데스크의 지난 17일자 방송. 평일에는 엄기영 앵커가 진행하지만 주말에는 최일구 앵커가 진행을 맡는다. 따라서 화제의 주인공은 최 앵커.

최 앵커는 17일 토요일 방송된 뉴스데스크에서 파격적인 진행으로 시청자들을 다소 당황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많은 시청자들은 '속이 시원하다'는 반응이다. 이날 최 앵커는 뉴스 곳곳에서 반어법과 직설적인 화법을 이용해 때로는 잘못된 점을 신랄하게 꼬집고 한편으로는 시청자의 판단까지 뺐는(?) 파격적인 뉴스 진행을 했다.

최 앵커는 17대 총선 후보자들이 선관위에 신고한 선거비용을 다룬 '정말 적게 썼나'에서부터 당선자들에게 따끔한 한마디를 던지면서 '언저리 뉴스데스크'의 서막을 알렸다. 최 앵커의 멘트다.

"이번 총선에서는 돈만큼은 묶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그런지 후보들마다 법정 선거비용의 반도 안 썼다고 신고했습니다. 선관위가 정말 적게 썼는지 정밀조사에 들어갔는데 혹시 거짓 신고한 당선자 있으면 정말 곤란합니다"

이어 선거 당선자들의 당선사례를 모은 '다시 일상으로'에서는 "17대 당선자들은 오늘하루 거리로 나가서 당선 사례를 했습니다. 유권자들은 한결같이 깨끗하고 희망을 주는 정치 좀 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299명 당선자 여러분, 제발 싸우지 마세요"라며 정쟁이 아닌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시청자를 대신해 주문했다.

최일구 앵커는?

최 앵커는 경희대 국어국문학과를 나와 1985년 문화방송에 입사해 사회부 기자로 활동하다가 라디오 편집부, 카메라 출동, 시사매거진 2580 등 취재를 거쳐 경제부, 정치부, 정보과학부 등 다방면을 섭렵했다.

최 앵커는 문화방송 홈페이지 앵커룸을 통해 "과거 독재정권의 하수인 역할을 하기도 했던 아픈 과거도 있지만, 또 이 사슬을 끊기 위해 방송사로서는 가장 처절한 투쟁을 통해 방송 민주화를 견인해 왔다"며 "MBC 뉴스는 이제 ‘사회통합’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본다"고 피력하고 있다.

아울러 "앵커는 이런 시대적 사명감을 안고 취재 현장을 누비는 보도국 전체 '기자들의 땀방울을 꿰어 보배로 만드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 유성호 기자
최 앵커의 파격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박찬호 선수의 승리를 전하면서 일본 출신의 교타자 이치로를 꽁꽁 묶은 것에 대해서도 빠트리지 않고 한마디 거들었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 선수가 완벽하게 부활했습니다. 7인닝 무실점의 완벽한 투구로 소중한 1승을 거뒀습니다. 더욱 통쾌한 것은 일본의 간판타자 이치로를 완벽하게 잠재웠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특히 최 앵커는 끊이지 않는 사고로 고장전철로 불리는 고속전철의 잇따른 사고를 취재한 '불안한 건널목'에서는 속도 속에 매몰된 안전의식을 특유의 입담으로 우회적으로 신랄하게 비판했다.

"고속전철 호남선 구간에서 사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경부선에 비해 안전시설이 부족합니다. 고속철도 사장님, 인명사고 방지대책 없이 아무리 빨리 달리기만 하면 무엇합니까?"

이번 총선에서 10석을 차지해 원대 제3당인 된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표와의 대담에서는 "개인적으로는 국회의원이 되셨는데 이제 행복하십니까.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라며 민노당의 슬로건을 슬쩍 빌려 묻는 등 무겁게만 느껴졌던 뉴스를 시청자가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도록 진행했다는 평이다.

문화방송의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서는 최 앵커의 파격 진행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 "뉴스 데스크 남자 진행자분 중간 중간에 멘트 멋지셨어요. 속이 시원시원하네요"(이재혁씨), "주말 남자 앵커분 참 재밌네요. 비꼬는 말 재밌는 말 여러 가지 느낌이 있는데요. 나쁘지 않고 딱딱한 뉴스분위기를 재밌게 진행한다는 것엔 매우 즐겁게 시청이 됩니다"(장지안 씨) 등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지만 부정적인 평가도 많았다.

"오늘 뉴스데스크 진행자분 좀 이상하시네요. 뭔가 변화를 꾀 하는건 좋은 모습이긴 합니다만 뉴스를 하는건지 논설을 하는건지 좀 의아스럽네요"(주원봉 씨), "주말 9시 뉴스 남자 앵커의 경우 뉴스내용을 소개할 때 사적인 얘기를 덧붙여서 소개하는 것이 썩 좋지만은 않아 보입니다"(이재섭 씨) 등 다소 거슬렸다는 지적도 있었다.

앵커의 사전적 의미는 '취재되어 온 원고를 기초로 최종적인 정리를 하는 뉴스캐스터'로 최 앵커의 이번 진행은 앵커의 소명의 다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그동안 우리의 뉴스 진행 관행이 앵커의 본분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이 최 앵커의 유쾌한 '언저리뉴스'식 진행을 어색하게 만든 것이라는 시청자들의 반응이다.


2004/04/18 오전 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