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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1.10 [맛있는 동네 산책] 새해 첫 산책 이야기는 강릉·파주 탐방기 2
- 2024.11.05 [유성호의 미각 여행] 낙조 명소 강화 장화리 가는 길 식후경 맛집 3
[맛있는 동네 산책] 새해 첫 산책 이야기는 강릉·파주 탐방기
지난 연말 강릉과 파주를 연이어 여행할 기회가 생겼다. 반도의 동쪽 끝 강릉과 서쪽 끝자락 파주까지는 193km 떨어져 있지만 도시 여행자에게는 거리가 문제 되지 않았다. 역설적이게도 서울서 훨씬 먼 강릉은 당일치기로, 파주는 1박 2일로 다녀온 이야기로 2025년 새해를 열어 본다.
당일치기 강릉행은 벤츠 공식 딜러사인 더 클래스 효성이 제공한 스타크루저를 타고 다녀왔다. 스타크루저는 더 클래스 효성이 고객 서비스 일환으로 운영하는 20인승 고급 리무진 버스다. VIP 고객의 이동 편의를 제공하거나 행사에 특별히 투입되는 차량이다. 편안한 좌석과 넓은 공간이 특징으로 좌석이 거의 수평에 가까울 정도로 펴진다.
조동범 작가가 꾸린 강릉문화답사단
시인인 조동범 작가가 차량을 섭외해 문우(文友)들과 강릉문화답사단을 꾸렸다. 사당역에서 오전 9시에 출발한 차량은 세 시간 가까이 달려 평창군 대관령면에 있는 남경식당에 도착했다. 시원한 대형 창을 가진 남경식당은 여름엔 막국수, 겨울엔 꿩 만둣국에 주력하는 곳이다. 막국수와 꿩 만둣국은 강원도 대표 음식이다. 특히 꿩 만둣국과 꿩 칼국수는 평창을 본고장으로 친다.
평창은 겨울에 꿩이 많아 사냥이 활발했던 곳으로 이를 활용한 음식 문화가 자리 잡았다. 꿩고기로 낸 육수에 칼국수를 넣어 끓이는 꿩국수와 꿩고기를 넣어 빚은 만두와 함께 끓여내는 꿩 만둣국이 발달했다. 메밀과 꿩의 슴슴한 맛의 조화가 척박한 강원도 겨울 날씨에 훈기를 불어넣었다.
이날 답사단과 스타크루저 기사까지 모두 21명 중 대부분이 꿩 만둣국을 주문했고 필자 포함 단 두 명은 마치 ‘얼죽아’처럼 살얼음 육수를 기대하고 막국수를 선택했다. 꿩 만둣국에는 만두가 상당량 들어가 여성들은 한 그릇 비우기가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필자는 오래전 강릉과 제주에서 꿩 만둣국을 맛본 후 주문을 피하는 메뉴다. 평이한 육수와 만두 맛 때문에 미식의 즐거움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막국수를 선택했는데 결과적으로 이 역시 강원도 특유의 맛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다고 평가한다. 출발 직전까지 점심식사 식당이 정해지지 않아 명주 상회 근처 맛집을 잔뜩 찾아 놓은 수고가 더욱 아쉬운 순간이었다.
강릉 옛 지명 명주를 사랑한 이정임 작가
서둘러 점심을 먹고 이날 주요 목적지인 명주상회에 도착했다. 명주는 강릉의 옛 지명이다. 이곳은 강릉 태생 이정임 작가가 꾸려 가는 여행자의 쉼터이자 작은 문화 공유공간이다. 아울러 밀크티의 인도 버전인 짜이를 맛볼 수 있는 아담한 카페이기도 하다.
이 작가는 지난해 여름 ‘내가 좋아하는 것들, 강릉’이란 에세이집을 펴냈다. 그는 책 자기소개에 청년 시절 잠시 강릉을 떠났다 돌아온 이후 줄곧 시민운동가로 살았다고 적고 있다. 평생을 살아온 강릉이지만 지금도 알아 가는 중이라며 자신 안에 담긴 강릉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했다.
답사단 20명이 들어서자 명주상회는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작고 아담한 공간을 짜이의 달근한 향이 가득 채우고 있었다. 벽에는 인도에서 가져온 여러 소품과 짜이와 작가의 책 등이 어우러져 이국적 분위기를 더했다. 이 작가가 조심스럽고 정성스럽게 한 잔씩 따라서 답사단을 대접했고 조동범 작가 진행으로 작은 북토크가 진행됐다.
각종 향신료의 이국적 맛 짜이
이 작가는 명주상회를 기반으로 짜이 마니아층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 짜이는 인도 국민 차(茶)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향신료를 첨가한 밀크티다. 짜이는 힌디어로 차를 의미한다. 특히 마살라 짜이가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홍차·우유·설탕·각종 향신료가 주재료다. 인도에서 짜이는 하루 여러 번 마시는 일상 음료다. 각 지역과 집마다 독특한 조리법과 향신료 조합이 있는 것이 우리네 다방 커피와 비슷하다. 인도 길거리 노점에서는 짜이왈라라고 불리는 차 판매원이 따뜻한 짜이를 종이컵이나 작은 유리잔에 담아 판매한다.
명주상회 짜이는 홍차·카다멈·클로브·시나몬·진저·블랙페퍼·스투아니스·넛맥·베이리프·히말라야솔트 등의 조합으로 맛을 낸다. 반은 알고 반은 모르는 향신료 이름이다. 인도는 역시 향신료의 나라답다. 짜이는 아주 달디 단 밀크티에 다양한 향신료 맛이 혀의 이곳저곳을 자극하는 맛이다. 겨울철 몸을 데우기에 딱 좋은 차다. 여름엔 아이스로 마시면 더위를 식힐 수 있을 것이니 아메리카노 커피와 다를 바 없다.
일정상 명주상회의 짧은 북토크를 마치고 이 작가의 안내로 허난설헌 생가와 경포호를 둘러봤고 강문해변을 자유롭게 산책했다. 경포대·오죽헌·소금강·정동진·선교장·대관령 자연 휴양림·강릉단오제·경포도립공원이 강릉 8경이라는데 지역이 너무 넓어 두어 곳 보기도 버거울 정도다. 그나마 제1경 경포대를 멀리서나마 본 것을 위안 삼는다. 강문해변에 있는 분식점 강문분식에서 막걸리에 곁들인 튀김의 기름지고 고소한 여운이 입안에 오래 남는다.
국립민속박물관파주관 인근 맛집
필자는 서울로 돌아와 잠시 눈을 붙이고 다음 날 파주로 도보 문화답사를 떠났다. 이번엔 꼭 둘러보고 싶었던 곳을 찾아 개인적으로 움직였다. 합정역에서 2200번 버스를 타고 한 시간 정도 달리면 파주 맛고을 입구에 다다른다. 이곳은 국립민속박물관 파주관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3월3일까지 ‘수장고 산책·문자 한 바퀴’가 전시되고 있다. 개방형 수장고를 활용한 시원한 전시 기법으로 보다 많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도자기·단지·금박함·나전, 등잔·저울추 등 각종 생활용품 속에 담겨 있는 문자의 재발견을 소구하고 있다. 박물관 맞은편 전통 건축 부재 보존센터에는 운현궁에 있었던 아재당을 복원시켜 놓아서 볼 만하다.
점심시간이 됐기에 파주 맛고을 초입에 있는 코다리 요리 전문점 ‘황금 코다리 헤이리점’으로 향했다. 산등성 끝 둔덕에 현대식 한옥을 지었는데 향(向)이 좋아 정오 햇살이 실내로 한껏 들이닥친다. 특이하게 흘러간 60·70년대 올드 팝송이 잔잔히 깔려서 주위를 둘러보는데 손님 연령대가 음악과 딱 맞아떨어진다.
코다리 작은 접시는 맛과 양을 보니 가성비가 좋다. 게다가 막걸리 첫 주전자는 공짜로 제공되기 때문에 반주를 좋아하는 이들에겐 매력적인 서비스다. 밥과 국수를 선택할 수 있는데 각각 하나씩 주문해서 다양하게 맛보길 추천한다.
비빔국수에 싸 먹는 숯불닭갈비
든든하게 배를 채운 뒤 파주 장단콩 웰빙마을과 검단사를 거쳐 파주프리미엄아울렛까지 둘러본 후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장준하 공원과 묘소를 들렀다. 도보 답사의 한계상 멀리는 못 가지만 아기자기하게 둘러볼 수 있어서 좋다. 이번 파주 여정도 그런 면에서 좋은 코스였다. 숙소에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저녁 식사를 위해 생활의 달인 2관왕으로 숯불닭갈비와 비빔국수를 전문으로 하는 ‘고구려최강달인의집’을 찾았다.
간장과 고추장 양념 닭갈비를 각 1인분씩 시켜서 맛을 본 후 두 번째 주문은 간장 닭갈비로 의견 일치를 봤다. 사장님은 비빔국수에 싸 먹어야 제맛이라고 권했지만 고기로 배를 채우겠단 욕심 때문에 그리하지 않고 닭갈비만 연신 먹어댔다.
닭이 실해서 배는 불렀지만 아쉬움이 남는 맛이다. 역시 권유대로 국수에 싸서 육쌈을 했어야 맞다. 또 닭은 뼈를 발라내고 네 조각이 나오도록 큼지막하게 잘라야 제맛이다. 이 또한 사장님이 강조한 맛있게 먹는 방법 중 하나다.
서비스로 내준 더덕을 구워 숯불 향이 은근하게 밴 닭갈비와 함께 입안에 넣으면 식감과 식향의 변주가 좋다. 사장님의 구수한 입담과 적극적인 서비스가 인상적인 곳이다. 달인이란 자부심이 음식에 묻어난다. 닭갈비가 고소하고 노릇하게 숯불에 구워지면서 파주의 밤도 덩달아 깊어 갔다. 2025년 올해도 다양한 지역 ‘문화+맛집’ 답사로 독자 여러분을 찾아갈 예정이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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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호의 미각 여행] 낙조 명소 강화 장화리 가는 길 식후경 맛집
강화나들길 7코스 ‘낙조 보러 가는 길’ 팀방
4대 100년 고집스러운 된장맛 ‘편가네된장’
새우양식장 운영 새우구이 전문 ‘장곶횟집’
강화도 나들길을 걷고 싶었다. 더불어 서해 바다 낙조(落照)도 보고 싶었다. 지난해 강화나들길 점검 차 갔던 7코스 ‘낙조 보러 가는 길’을 택했다. 서울 당산역에서 화도면까지 버스로 2시간 넘게 달려갔다. 결코 가깝지 않은 거리지만 시간을 투자하기 아깝지 않은 곳이다.
강화대교를 건너 닿는 강화읍에 비해 초지대교를 건너는 화도면은 대중교통으로 접근성이 떨어진다. 반면 강화읍 쪽 보다 한갓지다는 나름의 매력이 있다. 그중 한 곳이 화도면 장화리이고 낙조가 명물이다. 강화나들길 7코스는 강화도의 남쪽 해안중 서쪽 면을 끼고 있다. 가장 서쪽이라 낙조 조망에 최적화된 곳이다.
장화리 낙조마을은 서남쪽 해안을 끼고 발달한 마을로 7코스의 중심이다. 장화리는 길게 뻗어서 발달한 마을이란 의미에서 장곶으로 불리다 행정구역 개편에 따라 현재 이름으로 정해졌다. 마을은 신안 주 씨와 김해 김 씨 집성촌이다. 일제 강점기 이 마을 주윤호 선생은 백범 김구를 숨겨주고 독립자금까지 대준 사건이 회자되는 역사를 품은 마을이다.
장화리는 출사지로 유명한 일몰 명소
장화리 낙조가 유명한 이유는 서해안 특유의 넓은 갯벌이 펼쳐진 곳이기 때문이다. 해가 지면서 하늘과 바다, 갯벌이 붉게 물들면서 펼쳐지는 풍경이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다. 특히 물이 가득 찬 만조 시기에는 석양이 바다에 반사되면서 만들어내는 금빛 윤슬이 웅장하다. 그래서 전문 사진작가들 사이에서 출사 명소로도 유명하다.
장화리는 특히 물이 빠지면 갯벌로 나가 다양한 해양 생물들이 살았던 흔적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인천시교육청학생교육원 해양환경체험학습장이 들어서 있을 정도로 갯벌과 해양 생태환경이 좋은 곳이다. 때문에 낙조와 함께 갯벌에서 활동하는 새나 해양 생물들의 모습도 감상할 수 있다.
장화리 낙조마을은 낙조를 감상하기 좋은 전망대와 산책로, 주차장 등이 잘 마련돼 있다. 강화군에서는 낙조 감상용 벤치와 포토존도 만들어 놨다. 강화나들길 관리 차원이다. 그런데 이번 방문에서 나들길 이정표와 방향을 알리는 리본 등에 대한 관리가 부실한 것을 발견했다. 지난해 나들길 현황 조사가 반영되지 않은 것 같아 씁쓸했다.
아무튼 장화리 낙조는 사계절 내내 감상할 수 있지만 가을·겨울이 특히 낭만적이다. 대기가 맑아지는 계절이라 더욱 선명하고 아름다운 일몰을 볼 수 있다. 갯벌이 발달한 전남 신안군 증도와 충남 서산 간월도 낙조가 가을과 겨울 사이 낙조가 아름다운 곳으로 손꼽힌다.
다시 찾은 장화리에서 맞이한 낙조는 아름다움과 장엄함을 두루 볼 수 있어서 감동적이었다. 50원짜리 동전만 하던 태양이 수평선에 가까워지자 갑자기 500원짜리 크기로 변하면서 색도 더욱 짙은 선홍색으로 타들어갔다. 마지막을 더 보여주고자 하는 몸짓인양 이글거리며 수평선 너머로 빨려 들어가는 태양을 마지막으로 하늘은 코발트블루와 선홍이 혼재하면서 점점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콩·보리·밀·고추·소금이 만든 전통 맛
가을치곤 꽤나 따가운 햇살을 안고 화도버스터미널에서 점심식사 예정지 ‘편가네된장’까지 걸었다. 화도버스터미널 부근에 있는 칼국수, 백반 전문점 ‘나들식당’과 우동, 돈가스 전문점 ‘미가우동2호점’은 지난해 들렀던 곳이고 칼럼에도 소개했다. 그래서 이번엔 터미널서 북쪽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만날 수 있는 편가네된장을 찾았다.
편가네된장은 4대째 100여 년의 전통을 지키면서 된장을 만들어 온 집안인 편가명가에서 하는 식당이다. 1대 전수자인 된장 명인 이정선 할머니로부터 편가명가 대표이사 편도영 씨까지 4대째 고집스럽게 옛 전통방식을 고수하면서 된장을 만들고 있다.
된장은 100% 국산 콩을 가마솥에 6시간가량 푹 삶아 적당한 온도에 진이 나도록 하루 동안 띄운다. 보리를 곱게 갈아 반죽해 개떡을 만들어 왕겨 불에 5시간 동안 구운 보리메주와 밀을 곱게 갈아 떡을 찐 밀떡, 풋고추를 갈고 천일염 소금을 넣어 5가지 재료를 혼합해 만든다. 이렇게 만든 된장은 짜지 않고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는 차별화된 웰빙 된장으로 탄생시키는 것이 편가네 제법 노하우다.
편가명가 편가네된장 모토는 ‘건강’이다. 우리나라에서 기가 가장 세다는 마니산 아래 자리 잡아 맑은 공기, 수질 검사기관에서 인정받은 지하 암반수, 서해안 바닷가에서 불어오는 해풍, 100% 국내산 콩, 어머니의 정성 등을 모아 건강한 된장과 식단을 제공하고 있다.
식당 측에서는 간장게장, 양념게장 등을 앞세우지만 된장 맛집인 곳이기에 강된장비빔밥에 차돌박이통보리된장찌개를 주문했다. 오후 늦은 시간이었지만 매장을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고 주문은 20~30분 밀렸다고 한다. 기다리는 동안 강화탁주의 강화생막걸리 ‘이화’를 한 병 주문해 목을 축였다. 강화 명물 새우튀김도 주문했다. 시월 하순 뙤약볕에 말라 있던 입안이 생기를 찾았다.
높은 천장의 현대식 한옥으로 꾸민 식당은 쾌적하고 전망과 채광이 좋았다. 실내서 맞은 햇살은 싱그러웠다. 이런저런 감상에 젖어 한잔 두 잔 막걸리를 마시고 있는데 드디어 기다리던 식사가 나왔다. 강된장, 차돌된장이 놓인 식탁은 풍성하고 예뻤다. 강화 식탁의 대표주자인 순무김치를 위시해 독특한 식감과 맛을 선사한 애호박무침, 고추된장무침은 곁들임 반찬 역할을 톡톡히 했다.
오색 나물과 김 가루 등 비빔재료에 밥 한 공기를 털어 넣고 강된장 한 뚝배기를 부어 써억써억 비볐다. 짤 것 같지만 강된장 맛이 순하고 달다. 달단 의미는 감칠맛이 제대로 난다는 것이다. 차돌된장 역시 된장 본연의 맛에 차돌박이의 기름진 맛이 적당히 섞여 우리가 모두 아는 그 맛에 충실했다.
다만 미역국은 이 정도 규모의 식당에서 제공하는 맛으로는 한참 부족하다고 느꼈다. 미역국은 끓이기와 맛 내기가 어렵지 않은 메뉴라 요리 내공을 살짝 의심하게 된다. 다른 테이블을 보니 많은 식객들이 간장게장을 쪽쪽 빨아먹는 모습이 눈에 띈다. 간장게장, 비빔게장 역시 된장서 나온 간장과 고추장으로 만든 것이니 그 맛을 짐작할 수 있다. 짜지 않은 감칠맛, 편가네된장의 장점이다.
가을새우 이달 초까지 제철
편가네된장서 식사를 하고 후포항(선수포구)를 거쳐 장화리로 향했다. 새우구이 전문점 ‘장곶횟집’에서 구운 새우를 포장하기 위해 강화나들길 7코스를 벗어나 도로를 걸었다. 강화도 도로는 인도가 없는 곳이 많아 위험하다. 선수포구에서 장곶횟집을 들러 숙소인 장화리까지 가는 길 역시 인도가 거의 조성돼 있지 않아서 차를 피해 걷는데 애를 먹었다.
장곶횟집에 도착하니 이곳 역시 강화도서 유명한 맛집인지라 좌석이 꽉 찼다. 게다가 지난 9월부터 이달 초까지가 가을새우 제철이라 더더욱 손님이 많았다. 필자 일행은 원래부터 포장을 계획했기 때문에 주문 후 밖에서 기다렸다.
횟집 옆 옛 방갈로 터 평상에 앉아 기다리는데 태양 각도가 서서히 낮아지면서 빛이 산란하기 시작했다. 바다는 황금빛 윤슬로 일렁거렸고 이들 풍경이 소나무 가지 사이로 한 폭의 그림처럼 연출됐다.
석양의 붉은색은 낮은 각도의 태양 빛이 대기를 길게 통과하면서 짧은 파장의 파란색과 보라색 빛이 산란되고 상대적으로 긴 파장의 붉은색과 주황색 빛이 남아 우리 눈에 보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마음이 급해졌다. 포장한 새우구이를 들고 숙소 앞 해변가에서 와인에 대하구이 합을 맞춰볼 작정이었기 때문이었다. 목적지 해안가에는 제시간에 잘 도착했지만 숙소에 들러 짐을 풀 시간까진 없었다. 어쨌건 계획한 대로 장화리 낙조를 온전히 봤으니 대만족이다.
포장 새우구이는 24미 이상 들어서 새우만으로도 충분히 배를 채웠다. 새우를 생으로 포장해 가면 1만 원이 싸다. 횟집에서는 새우구이, 새우 칼국수, 새우라면, 머리버터구이 등을 맛볼 수 있다. 강화섬 장화리 낙조 보러 가는 길 들른 맛집은 성공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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