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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2.14 [맛있는 동네 산책] 세종마을음식문화거리 손맛 웅숭 깊은 맛집? [서촌 맛집] 3
- 2025.02.01 [맛있는 동네 산책] 새길 찾아 사직에서 연희까지 [연희동 맛집] 6
서울에 있는 수많은 음식거리 소개 시작
옛 금천교 시장 터줏대감 ‘체부동잔치집’
식객 허영만도 반한 전라도맛 ‘경동맛집’
서울은 세계적 대도시다. 인구 면에서 보면 2024년 기준 서울만으로는 950만 명, 인천과 경기도 등 수도권을 포함하면 2600만 명으로 세계 5위권 대도시다. 수도권 기준 일본 도쿄는 3700만 명으로 1위를 차지했고 인도 델리 3200만 명, 중국 상하이 2900만 명, 브라질 상파울루 2200만 명으로 뒤를 이었다.
2023년 GDP 기준 경제규모는 서울시 단독일 경우 약 4500억 달러로 뉴욕, 도쿄보다 작지만 수도권으로 확대하면 1.6조 달러로 세계 4~5위권의 경제력을 가진 대도시가 된다. 일본모리재단에서 발표한 세계 도시 경쟁력 지수(GPCI 2023)에서 서울은 IT·테크, 제조업, 금융, 문화 산업이 강점으로 작용해 세계 7위를 기록할 정도의 메가시티다.
국제도시 서울 중심 종로구 맛집 차고 넘쳐
인구와 경제력이 뒷받침하다 보니 외식문화도 많이 발달해 있다. 지자체마다 음식 거리를 조성해 관광자원과 결합시키려는 노력이 활발했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번 칼럼을 시작으로 서울 각 구별 대표적 음식거리와 들릴만한 식당을 두루 소개한다.
기준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필자의 경험과 입소문, 빅데이터를 종합해서 선정한 곳이기 때문에 순위와는 관련 없다는 점을 알린다. 앞으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음식거리와 인근 둘러볼 곳을 소개할 예정이다. 첫 번째 순서로 종로구에 있는 음식거리를 소개한다.
종로구에는 세종음식문화거리, 인사동먹거리골목, 피맛골음식문화거리, 광장시장먹자골목, 익선동맛집골목, 낙원동아구찜골목, 동대문닭한마리골목 등이 대표적인 음식거리다. 이곳은 원래 금천교시장이란 이름의 시장골목이었다. 시장 입구에 사직동천에 걸쳤던 금천교란 다리가 있어서 붙은 이름이다. 금천교는 1928년에 일제가 길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헐려 사라졌다.
그러던 것이 인근에 세종대왕이 태어난 곳이 있어서 동네이름이 세종마을로 불리자 2010년대 초반 종로구청은 이 일대를 음식문화 특화거리로 발전시키는 계획을 수립하고 2013년 공식적으로 지정했다. 지역 상인들과 협력해 간판 정비, 거리 정돈, 음식점 품질 향상 사업 등을 진행해 ‘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를 브랜드화했다.
세종마을 일대는 예부터 유명한 한식 맛집과 전통주점이 많았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경복궁이 가까워 고위 관료들이 많이 살았고 시장과 주점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특히 웃대(우대)라 불렀던 서촌 일대는 금력이 좋은 중인들이 많이 살아서 시장과 주점 등이 활발했을 것으로 보인다.
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는 ‘전통 한식과 현대적인 음식점 공존’이라고 소개되고 있다. 청국장, 수제비, 한식, 고기구이집 등 한식부터 감성적인 카페, 퓨전 레스토랑까지 다양한 음식점이 몰려 있다. 뿐만 아니라 인근에 역사·문화와 녹아 있는 답사 탐방처가 많아 답사와 음식을 결합시키기 좋은 곳이다.
지하철 경복궁역에서 만나 사직단, 단군성전, 황학정(국궁전시관), 종로도서관, 매동초등학교, 배화여대(캠벨기념관), 이항복 집터(필운대), 홍건익 가옥, 체부동 생활문화지원센터 등을 돌아보고 세종마을음식문화거리로 접어들어 요기를 하거나 배를 가득 채우면 좋을 것 같다.
사직동천 물길 옆에서 맛보는 가성비 맛집
세종마을음식문화거리에는 100여 개의 식당이 있다. 모두 ‘한 음식’하는 곳이다. 그러나 소비자의 입맛은 정확하다. 그것은 바로 입소문으로 표출되고 현대 사회에서는 SNS 리뷰로 나타난다. 물론 이를 역으로 이용한 마케팅도 횡행하지만 그것에 대한 판단은 소비자의 몫이다.
세종마을음식문화거리 맛집을 본격적으로 소개한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체부동잔치집’을 좋아한다. 누가 물어보면 ‘아주 소중한 곳’이라고 말하곤 한다. 이 거리 아래로는 조선시대 금천교아래를 흐르는 사직동천이 여전히 살아있다. 시장 골목 한가운데 있는 ‘체부동잔치집’은 잔치국수와 들깨칼국수를 비롯해 각종 국수류와 전류에 주류를 곁들일 수 있다.
서촌 지역 답사 때면 가급적 들르려고 하는 곳인데 이유는 가성비에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이 극심한 곳인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잔치국수가 4000원이다. 잔치국수, 들깨칼국수, 해물파전, 수제비, 칼국수, 들깨수제비, 김치전, 비빔국수, 파전 등이 인기 순위 메뉴다. 이 지역 상권에서 상상하기 힘든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메뉴 덕분에 주말 식사시간 때면 대기를 각오해야 한다.
손님들이 좁은 골목에 오랜 시간 줄 서 있는 것이 송구했던 식당 주인은 묘책을 생각했다. 이웃 식당과 협업을 통해 손님을 분산시켰고 여기서 더 나가 분점을 냈다. 기존 해장국집과 손을 잡고 체부동칼국수해장국이란 브랜드를 탄생시켰고 인근 통인시장에는 분점을 오픈한 것이다. 지하 공간도 있는데 바로 옆으로 사직동천이 흐르고 있다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아담한 2층 공간은 옛 추억 소환 창고
다음으로 ‘경동맛집’은 개인적으로 음식은 물론 공간을 좋아한다. 2층에 아담한 다락방 같은 좌식 공간이 있는데 이곳에 앉아서 막걸리를 몇 잔 하면 옛 추억이 감당할 수 없이 떠오른다. 젓가락 장단에 깊게 파인 술상 모서리와 암울한 시대의 울분, 매캐한 담배연기와 테이블마다 목청이 터져라 불렀던 노랫소리. 그리고 결국은 모두 하나가 되는 시간. 환청과 환각 같은 시간을 소환하는 곳이다.
음식도 옛 맛을 가득 담고 있어서 좋아한다. 체부동잔치집처럼 들깨수제비칼국수, 바지락칼국수, 수제비 등 면 요리와 떡국, 굴떡국, 만둣국 등을 식사 메뉴로 앞세우고 참소라, 홍어회·찜, 코다리찜, 가자미구이, 두루치기, 두부김치, 가오리찜, 모둠전, 부추전, 굴전, 무뼈닭발, 오징어볶음 등 군침 도는 안주류가 즐비하다.
여사장님 손맛이 좋아 식객들 방문에 문지방이 닳아 없어질 지경이다. 대표식객 허영만 화가는 5년 전 ‘완전 전라도 맛! 새꼬막만 참꼬막으로 바꾸면 최고일 텐데 참꼬막이 너무 비싸서 쓸 수 없다네요. 아쉬워요’란 사인지를 남기고 갔다. 살짝 아쉬움은 있지만 엄지를 척 들은 모습이 행간에 보인다.
일전에 2층을 전세 내 낮술을 했던 기억이 있다. 가오리찜을 시작으로 파전, 홍어찜, 닭발, 굴전 등 덤웨이터(음식 엘리베이터)를 통해 올라오는 메뉴에 탄성을 불렀던 시간에 대한 기억이다. 맛은 기억이다. 추억을 소환하고 군침을 돌게 한다.
종로구에는 수많은 음식문화거리가 있다. 그중에서 세종마을음식문화거리는 인근에 역사문화탐방 자원이 많아 자주 가는 곳이다. 이 지역 최고 매출은 토속촌삼계탕인데 음식문화거리 밖에 인접해 있다. 체부동잔치집과 경동맛집 이외도 수많은 맛집이 있는 세종마을 맛집골목에 얼마 전 이프타르(iftar)라는 독특한 할랄음식점이 생겼다.
이프타르는 라마단 기간에 낮 시간의 금식을 마치고 일몰 직후에 하는 첫 번째 식사를 뜻한다. 겉보기와는 달리 내부는 고즈넉한 한옥으로 공간이 넓다. 메뉴는 한식이지만 할랄음식을 표방하는 곳이라 한 번쯤 경험하고픈 곳이다. 주방과 홀 서버가 대부분 이슬람 원주민이다. 개업 날 내부 구경만 했던 기억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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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동네 산책’ 새길 찾는 여정 출발~!
40년 업력 연희맛로 좌장 ‘연희동칼국수’
꽁보리와 갖은 나물의 조화 ‘연희보리밥’
사직동서 연희동까지 풍성한 역사이야기
신정과 설날, 양력과 음력 두 번의 새해 시작을 모두 공휴일로 정한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음력 설날은 중국(홍콩)을 비롯해 대만, 마카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에서 춘절이라고 한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이믈렉, 베트남 뗏, 몽골 차강사르 등으로 부른다. 주로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문화권에서 음력설을 쇤다. 동남아시아는 중국 화교문화 영향에 따른 것이다. 일본은 메이지유신 이후 양력 1월 1일만 공휴일로 하고 신정만 쇠고 있다.
설날의 어원은 한국어의 고유어에서 비롯됐다. 의미와 기원에 대해서는 다양한 학설이 있다. 가장 유력한 것은 설은 새롭다는 뜻의 고대 한국어 ‘설다’에서 유래했다는 것이다. 이는 새해가 시작되는 날을 의미하는 ‘새날’이 변형돼 설날이 됐다는 것이다. 한자어 歲(세)와 관련 있다는 설도 있다. 조심하다, 떼어내다, 삼가다 등의 뜻을 가진 고대 한국어 ‘설다’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어원은 정확히 밝혀져 있지 않지만 대체로 ‘설다’에서 유래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이는 새해를 맞이해 새로운 시작을 기원하고, 조심스럽고 경건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동시에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필자의 칼럼 ‘맛있는 동네 산책’은 을사년에도 새로운 여정으로 새길을 찾아 나선다. 아울러 여정의 끝에 만나는 인심 좋고 맛있는 식당을 소개하기 위해 다시금 신발 끈을 조여 본다.
첫 여정은 조선시대 한양의 중심이자 현대에도 서울 한복판이란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종각에서 시작했다. 보신각 앞을 약속 장소로 정해 만나면 동서남북 어느 쪽으로도 걷는 방향을 잡기가 쉽다. 목적지를 정해 놓지 않고 만난 이날도 어디로 갈까 하다가 서북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최종 목적지는 연희동 쪽을 염두하고 발길 닿는 대로 걸었다.
가장 먼저 서울역사박물관을 들러 ‘태평계태평’이란 기획전시를 관람했다. 도슨트 해설 없는 박물관 관람을 밋밋하고 기억에 오래 남지 않는다. 박물관은 학습하고 배우는 곳이기 때문에 선생과 같은 도슨트의 해설을 듣는 것이 좋다. 다행히 다음 달 9일 도슨트 해설을 예약한 상태라 이날은 슬쩍 눈요기만 하고 나왔다.
태평계태평은 역사적 중흥기로 평가되는 18세기 서울의 도시 풍경을 주제로 한 전시다. 정조(1776∼1800)가 태평성대를 꿈꾸며 한양의 도시 풍경을 글과 그림으로 담아낸 ‘성시전도’(城市全圖) 등 18세기 한양 풍경을 살펴볼 수 있는 유물 200건 310점을 보여준다.
사직2구역 재개발 전 마지막 모습 볼 수 있어
서울역박을 나와 옛 경기감영과 서대문정거장 터 있던 서대문사거리 쪽으로 가려다가 경희궁 뒷길이 궁금해져 발길을 돌렸다. 언제든 가고 싶은 곳으로 방향을 잡을 수 있는 것이 개별 도보 답사의 묘미다. 경희궁 뒤편은 사직2동으로 개발이 어렵고 낙후된 곳이라 지금은 폐허로 남아있다.
대부분 집들이 이사를 했고 몇몇 집들은 여전히 가파르고 좁은 골목을 이웃 삼아 남아있다. 2010년 조합 설립과 함께 롯데건설과 손잡고 재개발을 추진하려고 했지만 서울시가 2017년 조합 측의 변경인가 신청을 반려하고 동시에 정비구역 지정을 직권해제 하면서 수포로 돌아갔다.
이에 조합 측이 정비구역 해제 및 조합설립 취소 무효소송을 제기해 대법원 판결까지 모두 승소하면서 재개발 사업에 물꼬가 트였다. 그러나 서울시는 2017년 조합 측이 서울시에 매각한 캠밸 선교사주택(현 이회영기념관)을 우수건축자산으로 지정해 재개발사업에 제동을 거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2022년 삼성물산이 입찰을 통해 시공사로 확정돼 개발을 눈앞에 두고 있다. 서울 사대문 안(종로구, 중구 일대)에는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에서 분양한 ‘래미안’ 브랜드의 아파트가 없다. 사직2구역 사대문 안에 들어서는 최초의 래미안 아파트다.
캠벨 선교사 집에 들어선 우당기념관
사직동 길을 걷다 보니 이곳 재개발의 최대 이슈였던 캠벨선교사 주택이 나왔다. 지금은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기념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회영기념관은 서촌 웃대 신교동에 있다가 2021년 남산예장자락으로 이전했다. 신교동 이회영기념관에는 우당교육문화회관이 남아 있다. 이곳은 지난해 9월 남산예장자락에서 옮겨 온 것이다. 재개발이 확정된 상황에서 다시 이전해야 하는 상황이다. 고국을 떠나 만주를 떠돌았던 부평초 같은 우당의 삶과 겹친다.
이회영 기념관 입구에는 이회영 선생의 동상이 서 있다. 중구 명동11길 20(명동1가) 옛 우당의 집터에도 같은 모양의 우당 흉상이 서 있다. 기념관은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외관이 벽돌이 아닌 석재로 지어졌다.
이곳은 미국 남감리회 파송을 받은 조세핀 캠벨(1853∼1920) 선교사가 살았던 집이다. 1897년 우리나라에 온 그는 배화여대 전신인 배화학당을 세워 근대 여성 교육에 매진했다. 우당은 상동교회 교인이었는데 미국 북감리회 소속 메리 스크랜튼 선교사가 세웠다. 그의 기념관이 이곳에 옮김으로써 미 남북 감리교의 정신이 한 곳에 깃든 셈이 됐다.
우당기념관 바로 옆이 한양도성길이다. 이 길을 따라 인왕산 쪽으로 올라가면 행촌동 딜쿠샤를 만날 수 있다. 그동안 수차례 방문했지만 늦은 시간이라 내부 구경을 할 수 없었다. 다행히 이날은 일찌감치 방문해서 내부를 꼼꼼하게 둘러보면서 테일러 가문의 한국생활과 활약상을 접할 수 있었다. 정갈하게 복원되고 꾸며진 실내를 둘러보노라면 일제 강점기 테일러 가족의 한국 사랑이 따스하게 스미는 느낌이다.
사직터널 위쪽 길을 통해 독립문으로 향했고 동행에게 중간에 대성집을 지난다고 했더니 한 끼 하자고 했다. 그러나 브레이크타임에 걸려 아쉬움을 남기고 지나쳤다. 원래 대성집은 경희궁자이아파트가 들어선 곳 이면도로 한옥집에 있었다. 마당에 들어서면 무쇠 가마솥 여럿이 나란히 걸려 있고 그 안에는 펄펄 끓는 해장국과 푹푹 삶기는 도가니가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독립문과 영은문 주초를 둘러보고 금화터널을 통과했다. 금화터널은 금화산 밑을 지나면서 붙은 이름이다. 금화산은 안산에서 남동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이다. 금화산 이름은 지금도 산 자락에 있는 봉원사의 고려시대 이름인 금화사에서 유래됐다. 연세대 동문회관이 있는 동문(東門)을 통해 교내로 들어가 정문으로 나왔다. 선교사, 윤동주 등 동문 등 수많은 역사를 품은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교정을 한 바퀴 도는 캠퍼스 투어 프로그램을 신청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연세대를 빠져나와 연희동으로 향했다. 연희동에는 연희굴다리부터 북쪽으로 난 도로명이 ‘연희맛로’다. 연희동은 부자동네로 오래전부터 동네주민들이나 직장인, 인근 대학 교수들을 고객으로 한 고급 중식당, 한정식집이 많았다.
특히 사러가쇼핑 주변에 외식 상권이 잘 형성돼 있다. 사러가쇼핑 앞을 지나가는 길 이름이 연희맛로다. 연희동칼국수, 영월, 연희동태찜, 연희녹두삼계탕 등 맛있는 노포가 즐비하다. 이연복의 목란, 라이라이, 이화원 등 마들급 이상 중식당이 몰려 있다. 인근 한성학교에서 배출된 화교들이 일대에 중식당을 차리면서 중식 맛집촌을 형성했다.
농후한 사골육수와 얼갈이 백김치 맛집
연희맛로 식당 중 1년 전 찾았던 ‘연희동칼국수’를 소개한다. 주차장이 널찍하고 매장이 단독 건물로 크다. 이 동네 주택이 대부분 큰 필지에 지어졌다. 마당 넓은 반 지하 2층 양옥을 개조해 1986년 식당으로 꾸몄다. 연희동칼국수는 연희맛로의 좌장 격인 곳이다. 메뉴는 칼국수와 수육 단 두 종류. 칼국수는 보통과 대자(곱빼기)로 나뉜다.
처음 나왔을 때 면기는 작아 보이지만 양은 결코 적지 않았다. 양이 적다 싶으면 공깃밥을 추가하면 된다. 작은 그릇의 500원짜리 공깃밥은 좋은 아이디어다. 쫄깃한 얼갈이 백김치가 이 식당의 또 하나의 시그니처다. 백김치 먹으러 온다는 손님이 꽤나 있을 정도다.
친절한 직원들 덕에 눈치 안 보고 김치를 몇 번이고 채워먹었다. 면은 명동교자 같이 매끈하고 부드러웠다. 육수는 사골 단독은 아닌 듯 끈적였는데 아마도 육수를 진하게 내는 비법이 있는 듯하다. 둘이 갔기에 수육에 한잔 못한 아쉬움이 남았다. 입장할 때 다른 테이블을 슬쩍 보니 양지수육이다. 사골에 양지로 육수를 낸다는 소리다.
비빔밥 채소 무한리필 인심 좋은 한식당
이번 답사에서는 연희동칼국수와 마찬가지로 연희맛로에 위치한 ‘연희보리밥’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깔끔한 노출 콘크리트 빌딩 2층에 위치해 있어서 노포를 선호하는 필자의 눈에는 잘 들어오지 않는 곳이다. 그러나 이날은 동행도 있고 중식에 구미가 당기지 않아서 재빨리 빅 데이터를 돌려 선택한 곳이다.
외관보다 훨씬 내부가 깔끔한 식당이다. 자리에 앉아서 테이블 키오스크로 주문하고 주전부리 보리강정을 맛보면서 음식을 기다렸다. 비빔밥을 좋아해서 ‘2인분 된장청국장&보리밥한상’이란 메뉴를 주문했다.
비주얼이 압도적으로 무시무시한(?) 거무튀튀한 꽁보리밥이 대접에 담겨 나왔다. 기물은 개량 놋그릇을 사용하는데 커다란 접시에 8가지 형형색색 나물이 담겼다. 무, 애호박, 고사리, 느타리버섯, 콩나물, 우거지, 궁채 등과 함께 한가운데는 계란부침이 동그랗게 담겼다.
필자는 이를 보리밥 그릇에 보기 좋게 가지런히 빙 둘러 담았다. 따로 나온 열무·얼갈이김치도 올리고 약간의 고추장과 참기름을 두어 바퀴 돌렸다. 그리고는 세상 신나게 섞고 비볐다. 질 좋은 참기름 냄새가 비비는 손길을 재촉했다.
원래는 된장·청국장과 그 속에 들어 있는 두부를 함께 넣고 비비는데 이곳에선 참았다. 기대했던 장맛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름과 달리 된장, 청국장 맛 대신 고추장찌개 맛이 떠올랐다. 전통적인 청국장이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기 때문에 만들어진 애매한 맛이지 싶다.
살짝 아쉽지만 보편적 입맛에 대한 고민의 산물이란 측면에서 충분히 이해가 된다. 꽁당보리밥 비빔밥은 아쉬움을 채우기 충분했다. 게다가 나물 채소가 모자라면 무한리필을 해준다고 하니 비빔밥 마니아들에겐 성지 같은 곳이다. 새해 ‘맛있는 동네 산책’을 비빔밥으로 함포고복했다. 출발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