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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3.28 [맛있는 동네 산책] 최초 맛집거리는 종로 뒤안길 '피맛길' 3
- 2025.02.14 [맛있는 동네 산책] 세종마을음식문화거리 손맛 웅숭 깊은 맛집? [서촌 맛집] 4
- 2024.11.15 [유성호의 맛있는 미각 여행] 만추 억새가 장관 수원화성은 미식의 성(城) 4
전국의 음식거리<3> - 종로 피맛골ㆍ먹거리골목 |
종로구 청진동 지킨 메밀전문 ‘광화문미진’
골목식당서 전국구 된 ‘종로계림닭도리탕’
이전했지만 여전한 인기 ‘청진옥’·‘열차집’
우리나라 각 지자체가 조성한 음식거리와 그곳에서 가볼 만한 맛집을 시리즈로 소개하고 있다. 초기 음식거리는 서울 광장시장, 부산 자갈치시장 등 전통시장 주변에 맛집이 들어서면서 시장과 더불어 발달했다. 또 전국의 이름난 명산과 명찰 입구 등 사람들이 몰리는 곳에는 어김없이 먹거리촌이 형성됐다.
시장을 보건 관광을 하건 결국은 인간의 기본적 욕구인 식욕을 채워야 뭘 해도 만족도가 높아지기 마련이다. 이는 식욕이 인간의 가장 하위 욕구, 즉 기본 욕구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런 생리와 생존에 필요한 하위 욕구가 채워져야 정치, 종교, 문화생활과 같이 삶의 질을 향상하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된다. 음식거리, 맛집촌, 먹거리촌은 결국 인간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인위적으로 자연스레’ 만들어진 결과물인 셈이다.
도심에 음식거리가 만들어진 대표적인 곳은 이번 칼럼 소재인 서울 종로에 있는 ‘피맛골’이 대표적이다. 도시의 역사는 어느 날 하늘에서 툭 떨어지듯 생기지 않는다. 피맛골은 조선시대 운종가 대로변 뒤안 골목길을 말한다. 당시 대로로 다니던 고관대작의 ‘말(馬)을 피해(避) 다니던 길’이라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장삼이사들은 높으신 양반들이 행차하면 가던 길을 멈추고 머리를 조아려야 했다. 먹고살기도 바쁜데 양반들 행차에 들러리까지 서려니 아니꼬울 수밖에. 그래서 숨어든 해방구 같은 곳이 운종가 뒤안길 피맛골이다. 이곳은 그래서 민초들의 고단한 삶의 현장이 됐고 자연스레 허기를 채울 밥집과 주점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육의전 이면도로에 형성된 맛집 골목
육의전은 조선 태종이 광화문 네거리부터 동대문까지 조성한 상점가다. 명주, 종이, 어물, 모시, 비단, 무명 등 6개의 어용(御用) 품목을 팔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재정이 부족했던 왕조는 이들 육의전 상인에게 금난전권을 부여하고 공납을 받아 재정을 채웠다. 금난전권은 육의전을 비롯한 한성 내 37개 시전들이 도성 안팎 10리(약 4km) 이내에서 난전을 금지시킬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그러나 특권이 강화될수록 의무도 가중되면서 육의전의 상품 독점은 정부 관리의 부정부패를 가져왔고 신흥 기업가를 봉쇄해 상공업 발전을 근본적으로 위축시키는 폐단을 가져왔다. 이런 특권은 일반 백성들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난을 받았고 정조 때인 1791년에 육의전 이외 시전 상인들의 금난전권은 폐지됐다. 개항 이후 선진 자본주의 국가의 값싼 상품이 들어오자 육의전이 쇠퇴하면서 갑오개혁 이후엔 완전히 철폐됐다.
피맛골 식당가는 종로 육의전 번성과 함께 시작돼 지금까지 면면이 이어져 오고 있다. 낡은 한옥으로 인한 도시경관 문제와 사유재산권 확대 욕구로 오래전부터 재개발 이야기가 솔솔 나오기 시작했고 1980년대 도심재개발지역으로 지정됐다. 2003년 재개발에 들어가면서 땅만 팠다 하면 조선시대 유물이 쏟아지자 서울시는 종로2가부터 6가까지 수복재개발지역으로 지정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피맛골은 윗 피맛골로 종로 북쪽 지금의 D타워와 르메이에르 빌딩이 들어서 있는 곳이 대표적이다. 이곳은 개발 전 1950~60년대부터 이름을 알린 열차집, 청진옥, 목포집, 삼경원 등 터줏대감이 즐비했던 곳이다.
윗 피맛골은 재개발로 옛 정취는 대부분 사라졌지만 일부 구간은 청진상점가, 피맛골 식객촌 등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아래 피맛골은 세운상가 옆 ‘종로먹거리골목’이란 이름으로 지금도 많은 음식점이 뒤안길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언제나 문전성시 윗 피맛골 터주대감
현재 피맛골에서 가장 핫한 곳은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1층에 들어선 ‘광화문미진’이다. 보통 인내심으로는 접하기 어려울 정도로 엄청난 손님을 점포 밖에 줄 세운다. 보통 30팀, 주말에는 100여 팀 대기가 다반사다. 성질 급한 식객은 헛웃음을 치곤 발길을 돌리기 일쑤다. 해법은 ‘오픈런’인데 이 또한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사람 생각과 행동양식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광화문미진은 1954년에 창업해 3대째 대를 잇는 메밀음식 전문점이다. 창업주 안평순 씨가 지금의 교보빌딩 자리인 청진동에서 개업해 근처에서 자리를 옮겨가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처음엔 광화문우체국이 마주 보이는 종로 대로변에 있다가 도로가 확장되면서 교보빌딩 후문 쪽으로 옮겼다. 이때 2대 사장으로 물렸고 청진동 일대 재개발이 되면서 2010년 지금 자리에서 재개업을 했다. 지금은 2대 대표의 딸이 식당을 이어받았다.
광화문미진은 한국식 냉메밀국수가 특징이다. 일본식 소바 쯔유보다 짜진 않지만 진하고 깊은 맛을 내는 간장 육수와 쫄깃한 식감의 메밀 면발을 선보인다. 육수는 다랑어와 멸치, 다시마, 무 등을 넣고 대대로 이어져 오는 미진만의 조리법으로 우려낸다. 메밀면 양이 많아 가성비가 좋다는 평이다. 강원도 평창에서 공수해 온 통메밀과 속메밀을 반반 섞어서 만든 메밀묵밥과 속을 꽉 채운 메밀전병도 인기다.
미쉐린가이드는 빕그루망(합리적 가격에 훌륭한 음식)에 선정하면서 ‘주전자 가득 담긴 차가운 육수와 테이블마다 인심 좋게 제공하는 메밀국수 고명은 기호에 따라 가감이 가능하다. 숙주와 두부, 신김치와 돼지고기 소로 채운 메밀전병 역시 이 집의 인기 메뉴’라고 평했다.
가맹사업 성공한 아래 피맛골 대표주자
종묘 쪽에서 바라본 세운상가 우측으로는 ‘종로맛골목’이 시작한다. 이 골목 안에서 가장 긴 대기줄을 세우는 곳이 닭도리탕 전문점 ‘종로계림닭도리탕’이다. 닭도리탕이냐 닭볶음탕이냐에 대한 논쟁이 더 필요 없다. 닭을 도리 쳐서 해 먹는다는 닭도리탕에 필자도 한 표를 보탠다. 그동안 긴 웨이팅으로 한 냄비 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이제는 전국구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돼 접근도가 좋아졌다.
종로계림닭도리탕은 1965년 종로3가 아래 피맛골 좁은 골목 안에서 ‘계림식당’이란 이름으로 시작했다. 60년 동안 마늘이 들어간 닭도리탕이란 콘셉트를 유지하면서 오직 한 가지 메뉴만 선보였다. 닭도리탕 양을 2,3,4인분으로 아주 디테일하게 구분해서 먹기 편하게 했다. 구미 당기는 매콤한 빨간 육수 색깔 또한 이 식당의 시그니처다. 육수에 담긴 도리 친 닭 위로 다진 마늘을 듬뿍 얹어 내오면 입안에 침이 금세 고인다.
이전했지만 전통 노포로 인기 여전
종로 피맛골 맏형은 누가 뭐래도 1937년 개업한 해장국 전문점 ‘청진옥’이다. 청진옥 역시 종로 피맛골 개발과정에서 르메이에르 빌딩 1층에 자리 잡았다가 지금은 80여m 떨어진 길가로 이전했다. 청진옥은 선지해장국이 유명하다. 원래는 양해장국이었는데 양을 보다 푸짐하게 하기 위해 선지를 넣은 것이 시그니처 메뉴가 됐다. 백범 김구 선생과 윤보선 전 대통령의 단골집으로 이름나기도 했다.
업력은 청진옥이 맏형이지만 명성으로는 ‘열차집’도 한 자리 차지한다. 이 식당은 1954년 지금의 교보빌딩 인근 세종로 뒷길 한옥가 골목길에서 문을 열었다. 원래 상인이었던 창업주는 1950년 광화문 일대 노전에서 맷돌과 번철을 놓고 빈대떡을 팔다가 1954년 장소를 종로소방서 부근 옛 중학천변으로 옮겨 자리 잡았다.
담벼락 밑 양쪽을 판자로 막아 자리를 편 모양이 기차간 같다고 해서 ‘기차집’이라고 불렀다. 1960년께 지금의 르메이에르 빌딩이 들어선 피맛골 골목에 자리를 잡으면서 사업자등록을 ‘열차집’으로 했다. 2010년부터 종각사거리 제일은행 뒤 골목으로 자리를 옮겨 오늘에 이르고 있다. 청진옥, 열차집 모두 도심재개발로 인해 자리를 옮겼지만 ‘태어난 곳’에서 멀리 떠나지 않았다. 그건 오랜 단골을 위한 배려이자 노포의 기본이다.
피맛골 명성은 그동안 쌓인 역사의 뚜께만큼 단단하다. 그러기에 아무리 도시가 개발되고 세련된 빌딩들이 들어서더라도 어떡하든 살아남는다. 만약 점포도 상호도 모두 흔적 없이 사라져도 식객들의 미뢰에는 영원히 남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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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있는 수많은 음식거리 소개 시작
옛 금천교 시장 터줏대감 ‘체부동잔치집’
식객 허영만도 반한 전라도맛 ‘경동맛집’
서울은 세계적 대도시다. 인구 면에서 보면 2024년 기준 서울만으로는 950만 명, 인천과 경기도 등 수도권을 포함하면 2600만 명으로 세계 5위권 대도시다. 수도권 기준 일본 도쿄는 3700만 명으로 1위를 차지했고 인도 델리 3200만 명, 중국 상하이 2900만 명, 브라질 상파울루 2200만 명으로 뒤를 이었다.
2023년 GDP 기준 경제규모는 서울시 단독일 경우 약 4500억 달러로 뉴욕, 도쿄보다 작지만 수도권으로 확대하면 1.6조 달러로 세계 4~5위권의 경제력을 가진 대도시가 된다. 일본모리재단에서 발표한 세계 도시 경쟁력 지수(GPCI 2023)에서 서울은 IT·테크, 제조업, 금융, 문화 산업이 강점으로 작용해 세계 7위를 기록할 정도의 메가시티다.
국제도시 서울 중심 종로구 맛집 차고 넘쳐
인구와 경제력이 뒷받침하다 보니 외식문화도 많이 발달해 있다. 지자체마다 음식 거리를 조성해 관광자원과 결합시키려는 노력이 활발했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번 칼럼을 시작으로 서울 각 구별 대표적 음식거리와 들릴만한 식당을 두루 소개한다.
기준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필자의 경험과 입소문, 빅데이터를 종합해서 선정한 곳이기 때문에 순위와는 관련 없다는 점을 알린다. 앞으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음식거리와 인근 둘러볼 곳을 소개할 예정이다. 첫 번째 순서로 종로구에 있는 음식거리를 소개한다.
종로구에는 세종음식문화거리, 인사동먹거리골목, 피맛골음식문화거리, 광장시장먹자골목, 익선동맛집골목, 낙원동아구찜골목, 동대문닭한마리골목 등이 대표적인 음식거리다. 이곳은 원래 금천교시장이란 이름의 시장골목이었다. 시장 입구에 사직동천에 걸쳤던 금천교란 다리가 있어서 붙은 이름이다. 금천교는 1928년에 일제가 길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헐려 사라졌다.
그러던 것이 인근에 세종대왕이 태어난 곳이 있어서 동네이름이 세종마을로 불리자 2010년대 초반 종로구청은 이 일대를 음식문화 특화거리로 발전시키는 계획을 수립하고 2013년 공식적으로 지정했다. 지역 상인들과 협력해 간판 정비, 거리 정돈, 음식점 품질 향상 사업 등을 진행해 ‘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를 브랜드화했다.
세종마을 일대는 예부터 유명한 한식 맛집과 전통주점이 많았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경복궁이 가까워 고위 관료들이 많이 살았고 시장과 주점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특히 웃대(우대)라 불렀던 서촌 일대는 금력이 좋은 중인들이 많이 살아서 시장과 주점 등이 활발했을 것으로 보인다.
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는 ‘전통 한식과 현대적인 음식점 공존’이라고 소개되고 있다. 청국장, 수제비, 한식, 고기구이집 등 한식부터 감성적인 카페, 퓨전 레스토랑까지 다양한 음식점이 몰려 있다. 뿐만 아니라 인근에 역사·문화와 녹아 있는 답사 탐방처가 많아 답사와 음식을 결합시키기 좋은 곳이다.
지하철 경복궁역에서 만나 사직단, 단군성전, 황학정(국궁전시관), 종로도서관, 매동초등학교, 배화여대(캠벨기념관), 이항복 집터(필운대), 홍건익 가옥, 체부동 생활문화지원센터 등을 돌아보고 세종마을음식문화거리로 접어들어 요기를 하거나 배를 가득 채우면 좋을 것 같다.
사직동천 물길 옆에서 맛보는 가성비 맛집
세종마을음식문화거리에는 100여 개의 식당이 있다. 모두 ‘한 음식’하는 곳이다. 그러나 소비자의 입맛은 정확하다. 그것은 바로 입소문으로 표출되고 현대 사회에서는 SNS 리뷰로 나타난다. 물론 이를 역으로 이용한 마케팅도 횡행하지만 그것에 대한 판단은 소비자의 몫이다.
세종마을음식문화거리 맛집을 본격적으로 소개한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체부동잔치집’을 좋아한다. 누가 물어보면 ‘아주 소중한 곳’이라고 말하곤 한다. 이 거리 아래로는 조선시대 금천교아래를 흐르는 사직동천이 여전히 살아있다. 시장 골목 한가운데 있는 ‘체부동잔치집’은 잔치국수와 들깨칼국수를 비롯해 각종 국수류와 전류에 주류를 곁들일 수 있다.
서촌 지역 답사 때면 가급적 들르려고 하는 곳인데 이유는 가성비에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이 극심한 곳인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잔치국수가 4000원이다. 잔치국수, 들깨칼국수, 해물파전, 수제비, 칼국수, 들깨수제비, 김치전, 비빔국수, 파전 등이 인기 순위 메뉴다. 이 지역 상권에서 상상하기 힘든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메뉴 덕분에 주말 식사시간 때면 대기를 각오해야 한다.
손님들이 좁은 골목에 오랜 시간 줄 서 있는 것이 송구했던 식당 주인은 묘책을 생각했다. 이웃 식당과 협업을 통해 손님을 분산시켰고 여기서 더 나가 분점을 냈다. 기존 해장국집과 손을 잡고 체부동칼국수해장국이란 브랜드를 탄생시켰고 인근 통인시장에는 분점을 오픈한 것이다. 지하 공간도 있는데 바로 옆으로 사직동천이 흐르고 있다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아담한 2층 공간은 옛 추억 소환 창고
다음으로 ‘경동맛집’은 개인적으로 음식은 물론 공간을 좋아한다. 2층에 아담한 다락방 같은 좌식 공간이 있는데 이곳에 앉아서 막걸리를 몇 잔 하면 옛 추억이 감당할 수 없이 떠오른다. 젓가락 장단에 깊게 파인 술상 모서리와 암울한 시대의 울분, 매캐한 담배연기와 테이블마다 목청이 터져라 불렀던 노랫소리. 그리고 결국은 모두 하나가 되는 시간. 환청과 환각 같은 시간을 소환하는 곳이다.
음식도 옛 맛을 가득 담고 있어서 좋아한다. 체부동잔치집처럼 들깨수제비칼국수, 바지락칼국수, 수제비 등 면 요리와 떡국, 굴떡국, 만둣국 등을 식사 메뉴로 앞세우고 참소라, 홍어회·찜, 코다리찜, 가자미구이, 두루치기, 두부김치, 가오리찜, 모둠전, 부추전, 굴전, 무뼈닭발, 오징어볶음 등 군침 도는 안주류가 즐비하다.
여사장님 손맛이 좋아 식객들 방문에 문지방이 닳아 없어질 지경이다. 대표식객 허영만 화가는 5년 전 ‘완전 전라도 맛! 새꼬막만 참꼬막으로 바꾸면 최고일 텐데 참꼬막이 너무 비싸서 쓸 수 없다네요. 아쉬워요’란 사인지를 남기고 갔다. 살짝 아쉬움은 있지만 엄지를 척 들은 모습이 행간에 보인다.
일전에 2층을 전세 내 낮술을 했던 기억이 있다. 가오리찜을 시작으로 파전, 홍어찜, 닭발, 굴전 등 덤웨이터(음식 엘리베이터)를 통해 올라오는 메뉴에 탄성을 불렀던 시간에 대한 기억이다. 맛은 기억이다. 추억을 소환하고 군침을 돌게 한다.
종로구에는 수많은 음식문화거리가 있다. 그중에서 세종마을음식문화거리는 인근에 역사문화탐방 자원이 많아 자주 가는 곳이다. 이 지역 최고 매출은 토속촌삼계탕인데 음식문화거리 밖에 인접해 있다. 체부동잔치집과 경동맛집 이외도 수많은 맛집이 있는 세종마을 맛집골목에 얼마 전 이프타르(iftar)라는 독특한 할랄음식점이 생겼다.
이프타르는 라마단 기간에 낮 시간의 금식을 마치고 일몰 직후에 하는 첫 번째 식사를 뜻한다. 겉보기와는 달리 내부는 고즈넉한 한옥으로 공간이 넓다. 메뉴는 한식이지만 할랄음식을 표방하는 곳이라 한 번쯤 경험하고픈 곳이다. 주방과 홀 서버가 대부분 이슬람 원주민이다. 개업 날 내부 구경만 했던 기억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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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문화유산 보유도시 자긍심
식당 두 곳 잘못된 영업행위에 상처
맛있고 인심 좋은 ‘두부고을’서 위로
서울서 경기도 수원은 가깝고도 멀다. 물리적 거리는 가깝지만 심리적으로는 발길이 잘 가지 않아서 멀게 느껴져서다. 특별한 연고도 일도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인천, 부천 등 경인선 라인도 마찬가지다. 등하불명이라고 가까운 곳이라 발길을 소홀히 한 것이 아닌지 약간의 반성도 된다.
오랜만에 수원행을 했다. 그것도 무려 1박 2일 일정으로. 오후 느지막이 도착했기에 하루 더 머물면서 야무지게 보고 오잔 의미도 있지만 무엇보다 도보 여행자의 이동시간 한계 때문에 내린 결정이다. 결과적으로 잘했다 싶다.
첫날 오후 3시 반경 지하철로 수원역에 닿았다. 수원역은 1905년 경부선 개통과 함께 보통역으로 영업을 개시했다. 내년이면 120년 역사를 가진 오랜 기차역이다.
역 남쪽에는 콘크리트로 지은 대형 급수탑과 붉은 벽돌의 소형 급수탑이 남아 있다. 이는 각각 증기기관의 표준궤와 협궤열차에 물을 채우기 위해 만든 구조물로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되면서 수원역의 역사를 대변하고 있다.
수원역~화홍문 화성순성 반나절 코스
오늘 목적지는 수원역에서부터 수원화성 화홍문, 수류방화정까지다. 순성(巡城)을 하기 때문에 도보만이 가능하다. 수원역을 출발해 먼저 건너편에 있는 매산시장을 한 바퀴 둘러본다. 매산시장의 이름은 팔달산 자락인 이 지역에 매화나무가 많이 자란 데서 유래했다. 매산시장의 마스코트 역시 매화에서 따온 매화소녀다. 매산시장은 복개천 위에 자연스레 형성된 전형적인 전통시장이다.
매산시장을 둘러본 후 중심도로인 매산로의 이면 향교로를 따라 수원향교로 향한다. 향교로는 아카데믹한 도로명과 달리 먹자골목이 길게 형성돼 있다. 먹자골목이 끝날 무렵 매산초등학교가 나오고 바로 옆이 수원향교다. 1291년(고려 충렬왕 17)에 화성군 봉담면 와우리에 세운 것을 1789년(조선 정조 13)에 수원성곽을 축성하면서 이축했다. 배치는 향교의 가장 전형인 전학후묘(前學後廟) 형식이다.
수원향교 옆 계단을 이용해 중산간으로 오르면 수원시민회관과 중앙도서관이 있다. 올 때마다 느끼지만 접근도가 참 안 좋단 생각을 하면서 지석묘군 쪽으로 오른다. 철제 울타리를 쳐 놓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법한 돌무더기가 청동기시대 고인돌이라니. 이를 찾아낸 사람의 안목이 대단하게 느껴지는 유물이다.
지석묘군을 지나 조금 더 오르니 수원화성 성벽이 보이기 시작한다. 서남각루 지역이다. 이 지역에선 보기 드문 용도(甬道)를 만날 수 있다. 용도는 양쪽을 담으로 쌓은 좁은 길을 말하는 데 서남각루에서 서남암문까지 이르는 길이다. 성안에 무기나 양곡을 운반하거나 군사들이 매복을 서기 위해 낸 길이다.
성 밖을 돌다가 수원화성 관광안내소가 나타나면 성 안쪽으로 접어들어 화성의 가장 높은 화성장대에 이르면 앞뒤로 멋진 풍광을 만날 수 있다. 이곳을 지나 서남각루로 향하는데 서쪽으로 해가 떨어진다. 서남각루부터 화서문, 서북공심돈까지 성 밖으로는 펼쳐진 억새밭과 그 위로 펼쳐지는 해거름 석양이 일품이다. 젊은 남녀들은 이곳에서 낙조를 배경으로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성 안 길은 걷기 편하고 볼거리도 많다. 서북공심돈부터 장안문까지는 카페가 즐비하고 연인들이 성곽 둔덕에 앉아 어깨를 맞대고 도란도란 밀어를 나눈다. 멀리 지붕이 희한하게 생긴 건물이 있어 유심히 보니 책고집이란 간판의 작은 도서관이었다.
노숙자를 위한 인문학 강연으로 사회공익에 기여했던 거리 인문학자 최준영 씨가 운영하는 곳이다. 요즘도 북토크를 지속적으로 열고 있다. 지나면서 책고집의 발전을 마음속으로 기원했다.
장안문 동북적대를 지나면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화홍문과 수류방화정이 나온다. 이곳에 도달할 무렵 땅거미가 지고 성벽으로 조명이 비치면 수원화성의 새로운 모습인 아름다운 야경이 펼쳐진다.
수원화성은 축성 초기 현재의 모습보다 더욱 아름다웠다. 수원화성은 일제강점기 근대화 명목으로 훼철되고 한국전쟁으로 많은 부분 훼손된 채 방치됐다. 1976년~1979년 화성복원정화사업(화성성곽복원)으로 재정비됐다.
1989년 화성행궁복원추진위원회가 창립되고 1996~2002년 6여 년에 걸쳐 행궁복원이 이루어졌다. 1997년 12월 4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고 현재까지도 미복원시설에 대한 복원과 정비가 이루어지고 있다. 수원화성은 수원의 보물 중 보물이다. 반나절 답사탐방을 마감하고 배를 채울 시간이다.
수원에서 마주했던 민폐 식당 두 곳
예정했던 화홍문 인근 갈빗집은 주말엔 돼지갈비를 팔지 않고 비싼 소고기 위주만 제공한다고 해서 ‘패싱’했다. 돈이 없어 안 먹었다기보다 입맛이 똑 떨어졌다. 아니 어쩌면 멀리서 온 손님이 식당으로부터 패싱 당한 꼴일 수도 있겠다 싶어 입맛이 씁쓸했다. 업주와 서로 모르는 사이도 아닌지라 아무 소리 안 하고 발길을 돌렸다.
뒤이어 찾은 식당은 왕갈비, 수제돼지갈비 전문이란 커다란 간판을 달고 있어서 호기심을 자극했다. 게다가 최고의 맛집이라고 자랑하기에 지나칠 수 없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돼지갈비는 역시 갈비가 아닌 목살이 나와 돼지구이가 됐다. 대부분 식당이 돼지갈비라고 쓰고 갈비가 아닌 부위를 파는 요즘이라 별 이상할 것도 없지만 이참에 가격을 달리해 갈비와 구이를 구분해 팔면 어떨까 싶다.
1만 원 하는 차돌된장은 가성비가 떨어지고 다행히 새로 지어 온 밥은 좋은 쌀을 써서 밥맛이 구수하니 좋았다. 다만 이 식당은 파김치, 무생채 등 몇 가지 밑반찬을 재사용하는 것으로 목격돼 충격을 줬다. 이제 갓 업력 3년 차 식당 주인의 작은 욕심이 나중에 큰 화를 부를 것 같아 우려됐다. 음식물을 재사용하다 적발되면 영업정지를 당하는 데 1차 15일, 2차 2개월, 3차 3개월이다.
수원먹거리 양대산맥 ‘통닭거리’
더는 수원 식당에 대한 기대를 접고 잠을 청하러 가는 길에 수원통닭거리를 지나는데 관광객이 죄 이곳에 몰려 있는 것 같이 통닭집마다 인산인해다. 수원통닭은 수원갈비와 함께 수원을 대표하는 먹거리 양대산맥이다.
통닭거리 원조는 매향통닭으로 통닭거리 첫 집이다. 이곳을 시작으로 진미통닭, 용성통닭, 남문통닭, 대봉통닭, 장안통닭, 중앙치킨타운 등 수 십 년 동안 형성된 통닭집들이 거리를 형성하고 있다. 과거에는 통닭거리축제까지 열었지만 점포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축제는 사라졌다. 그러나 수원을 상징하는 대표 먹거리 자리는 수원화성처럼 여전히 공고하다.
통닭거리 대표주자는 매향통닭은 1970년 개업해 한 가지 메뉴로만 54년째 영업해 오고 있다. 매향통닭 같이 오리지널 옛날통닭을 튀겨내는 곳도 있지만 프라이드, 양념 같은 치킨집도 성행이다.
화서시장 인근 두부요리 전문점
이튿날 숙소를 나와 인근 화서공원 억새에 눈부시게 부서지는 햇살을 만끽하고 수원역 방향으로 걷다가 화서시장을 만났다. 1980년 개설된 깔끔한 시장이 좋은 인상으로 다가왔다. 시장을 오래도록 지켜 온 ‘할머니김치’의 무청김치가 입맛을 한껏 자극했다. 시장을 둘러본 후 인근에 있는 30년 가까운 업력의 향토음식 두부요리전문점 ‘두부고을‘로 향했다.
주말 점심시간대에 단체 손님이 들고 붐비는 식당은 동네 맛집일 가능성이 크다. 이날도 21명 규모 단체 손님과 여러 식객들이 식당을 꽉 채웠다. 식당이 잘 되는 이유는 여럿 있지만 필자는 맛과 친절의 밸런스라고 생각한다. 물론 위생, 입지 등도 변수지만 누가 뭐래도 맛은 불변의 진리다. 여기에 주인과 종업원의 친절한 서비스가 더해지면 식당은 입소문을 타고 맛집이 된다.
수원 화서동의 두부고을 역시 그런 곳이 아닐까 싶다. 인상 좋은 부부가 부지런히 홀을 오가며 친근한 미소로 접객을 한다. 손이 모자랄 경우 손맛만 보여 주던 주방 찬모까지 홀 서빙을 도우며 손을 보탠다. 찬모의 부지런함은 밑반찬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만든 것이 없고 양념 밸런스가 모두 제 맛이다.
청포묵과 호박전은 따뜻하게 제공됐고 나머지 반찬들 역시 적당량이 담겨 나왔다. 제대로 우려낸 육수의 두부버섯전골은 큼지막한 두부를 뭉텅 썰어 넣고 갖은 버섯을 먹기 좋게 잘게 찢어서 나온다. 옆 테이블을 보니 코다리조림, 연잎밥보쌈 등도 많이들 찾는다. 전날 두 식당에서 받은 마음의 상처를 두부고을에서 따끈하게 위로받았다. 막걸리 가격도 착해서 꼭 공유하고 싶은 식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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