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있는 수많은 음식거리 소개 시작
옛 금천교 시장 터줏대감 ‘체부동잔치집’
식객 허영만도 반한 전라도맛 ‘경동맛집’
서울은 세계적 대도시다. 인구 면에서 보면 2024년 기준 서울만으로는 950만 명, 인천과 경기도 등 수도권을 포함하면 2600만 명으로 세계 5위권 대도시다. 수도권 기준 일본 도쿄는 3700만 명으로 1위를 차지했고 인도 델리 3200만 명, 중국 상하이 2900만 명, 브라질 상파울루 2200만 명으로 뒤를 이었다.
2023년 GDP 기준 경제규모는 서울시 단독일 경우 약 4500억 달러로 뉴욕, 도쿄보다 작지만 수도권으로 확대하면 1.6조 달러로 세계 4~5위권의 경제력을 가진 대도시가 된다. 일본모리재단에서 발표한 세계 도시 경쟁력 지수(GPCI 2023)에서 서울은 IT·테크, 제조업, 금융, 문화 산업이 강점으로 작용해 세계 7위를 기록할 정도의 메가시티다.
국제도시 서울 중심 종로구 맛집 차고 넘쳐
인구와 경제력이 뒷받침하다 보니 외식문화도 많이 발달해 있다. 지자체마다 음식 거리를 조성해 관광자원과 결합시키려는 노력이 활발했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번 칼럼을 시작으로 서울 각 구별 대표적 음식거리와 들릴만한 식당을 두루 소개한다.
기준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필자의 경험과 입소문, 빅데이터를 종합해서 선정한 곳이기 때문에 순위와는 관련 없다는 점을 알린다. 앞으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음식거리와 인근 둘러볼 곳을 소개할 예정이다. 첫 번째 순서로 종로구에 있는 음식거리를 소개한다.
종로구에는 세종음식문화거리, 인사동먹거리골목, 피맛골음식문화거리, 광장시장먹자골목, 익선동맛집골목, 낙원동아구찜골목, 동대문닭한마리골목 등이 대표적인 음식거리다. 이곳은 원래 금천교시장이란 이름의 시장골목이었다. 시장 입구에 사직동천에 걸쳤던 금천교란 다리가 있어서 붙은 이름이다. 금천교는 1928년에 일제가 길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헐려 사라졌다.
그러던 것이 인근에 세종대왕이 태어난 곳이 있어서 동네이름이 세종마을로 불리자 2010년대 초반 종로구청은 이 일대를 음식문화 특화거리로 발전시키는 계획을 수립하고 2013년 공식적으로 지정했다. 지역 상인들과 협력해 간판 정비, 거리 정돈, 음식점 품질 향상 사업 등을 진행해 ‘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를 브랜드화했다.
세종마을 일대는 예부터 유명한 한식 맛집과 전통주점이 많았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경복궁이 가까워 고위 관료들이 많이 살았고 시장과 주점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특히 웃대(우대)라 불렀던 서촌 일대는 금력이 좋은 중인들이 많이 살아서 시장과 주점 등이 활발했을 것으로 보인다.
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는 ‘전통 한식과 현대적인 음식점 공존’이라고 소개되고 있다. 청국장, 수제비, 한식, 고기구이집 등 한식부터 감성적인 카페, 퓨전 레스토랑까지 다양한 음식점이 몰려 있다. 뿐만 아니라 인근에 역사·문화와 녹아 있는 답사 탐방처가 많아 답사와 음식을 결합시키기 좋은 곳이다.
지하철 경복궁역에서 만나 사직단, 단군성전, 황학정(국궁전시관), 종로도서관, 매동초등학교, 배화여대(캠벨기념관), 이항복 집터(필운대), 홍건익 가옥, 체부동 생활문화지원센터 등을 돌아보고 세종마을음식문화거리로 접어들어 요기를 하거나 배를 가득 채우면 좋을 것 같다.
사직동천 물길 옆에서 맛보는 가성비 맛집
세종마을음식문화거리에는 100여 개의 식당이 있다. 모두 ‘한 음식’하는 곳이다. 그러나 소비자의 입맛은 정확하다. 그것은 바로 입소문으로 표출되고 현대 사회에서는 SNS 리뷰로 나타난다. 물론 이를 역으로 이용한 마케팅도 횡행하지만 그것에 대한 판단은 소비자의 몫이다.
세종마을음식문화거리 맛집을 본격적으로 소개한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체부동잔치집’을 좋아한다. 누가 물어보면 ‘아주 소중한 곳’이라고 말하곤 한다. 이 거리 아래로는 조선시대 금천교아래를 흐르는 사직동천이 여전히 살아있다. 시장 골목 한가운데 있는 ‘체부동잔치집’은 잔치국수와 들깨칼국수를 비롯해 각종 국수류와 전류에 주류를 곁들일 수 있다.
서촌 지역 답사 때면 가급적 들르려고 하는 곳인데 이유는 가성비에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이 극심한 곳인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잔치국수가 4000원이다. 잔치국수, 들깨칼국수, 해물파전, 수제비, 칼국수, 들깨수제비, 김치전, 비빔국수, 파전 등이 인기 순위 메뉴다. 이 지역 상권에서 상상하기 힘든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메뉴 덕분에 주말 식사시간 때면 대기를 각오해야 한다.
손님들이 좁은 골목에 오랜 시간 줄 서 있는 것이 송구했던 식당 주인은 묘책을 생각했다. 이웃 식당과 협업을 통해 손님을 분산시켰고 여기서 더 나가 분점을 냈다. 기존 해장국집과 손을 잡고 체부동칼국수해장국이란 브랜드를 탄생시켰고 인근 통인시장에는 분점을 오픈한 것이다. 지하 공간도 있는데 바로 옆으로 사직동천이 흐르고 있다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아담한 2층 공간은 옛 추억 소환 창고
다음으로 ‘경동맛집’은 개인적으로 음식은 물론 공간을 좋아한다. 2층에 아담한 다락방 같은 좌식 공간이 있는데 이곳에 앉아서 막걸리를 몇 잔 하면 옛 추억이 감당할 수 없이 떠오른다. 젓가락 장단에 깊게 파인 술상 모서리와 암울한 시대의 울분, 매캐한 담배연기와 테이블마다 목청이 터져라 불렀던 노랫소리. 그리고 결국은 모두 하나가 되는 시간. 환청과 환각 같은 시간을 소환하는 곳이다.
음식도 옛 맛을 가득 담고 있어서 좋아한다. 체부동잔치집처럼 들깨수제비칼국수, 바지락칼국수, 수제비 등 면 요리와 떡국, 굴떡국, 만둣국 등을 식사 메뉴로 앞세우고 참소라, 홍어회·찜, 코다리찜, 가자미구이, 두루치기, 두부김치, 가오리찜, 모둠전, 부추전, 굴전, 무뼈닭발, 오징어볶음 등 군침 도는 안주류가 즐비하다.
여사장님 손맛이 좋아 식객들 방문에 문지방이 닳아 없어질 지경이다. 대표식객 허영만 화가는 5년 전 ‘완전 전라도 맛! 새꼬막만 참꼬막으로 바꾸면 최고일 텐데 참꼬막이 너무 비싸서 쓸 수 없다네요. 아쉬워요’란 사인지를 남기고 갔다. 살짝 아쉬움은 있지만 엄지를 척 들은 모습이 행간에 보인다.
일전에 2층을 전세 내 낮술을 했던 기억이 있다. 가오리찜을 시작으로 파전, 홍어찜, 닭발, 굴전 등 덤웨이터(음식 엘리베이터)를 통해 올라오는 메뉴에 탄성을 불렀던 시간에 대한 기억이다. 맛은 기억이다. 추억을 소환하고 군침을 돌게 한다.
종로구에는 수많은 음식문화거리가 있다. 그중에서 세종마을음식문화거리는 인근에 역사문화탐방 자원이 많아 자주 가는 곳이다. 이 지역 최고 매출은 토속촌삼계탕인데 음식문화거리 밖에 인접해 있다. 체부동잔치집과 경동맛집 이외도 수많은 맛집이 있는 세종마을 맛집골목에 얼마 전 이프타르(iftar)라는 독특한 할랄음식점이 생겼다.
이프타르는 라마단 기간에 낮 시간의 금식을 마치고 일몰 직후에 하는 첫 번째 식사를 뜻한다. 겉보기와는 달리 내부는 고즈넉한 한옥으로 공간이 넓다. 메뉴는 한식이지만 할랄음식을 표방하는 곳이라 한 번쯤 경험하고픈 곳이다. 주방과 홀 서버가 대부분 이슬람 원주민이다. 개업 날 내부 구경만 했던 기억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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