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 21. 10:57

[맛있는 동네산책] 한탄강 윗물길서 만난 매운탕·전 찐 맛집

임꺽정 전설 서린 고석정 맛집 임꺽정가든

축제 음식 가성비 끝판 왕 해버섯샤브샤브

매년 1월 철원 한탄강얼음트레킹축제 열려

 

이번 칼럼은 한국축제포럼 탐방단으로 다녀온 제13회 철원 한탄강얼음트레킹 축제가 열린 강원도 철원군 한탄강이 배경이다. 오랫동안 한탄강은 경기도 연천군이 유명했다. 연천군 전곡리에 있는 한탄강관광지 때문이다. 한탄교와 사랑교 사이 1.5km에 달하는 강변을 개발해 19703월 한탄강유원지란 이름으로 문을 열었고 77년 국민관광지로 지정되면서 수도권 시민들에게 휴양지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던 한탄강이 남북화해 무드와 관광산업 활성화에 힘입어 상류지역인 철원군과 포천시 권역이 개발되면서 요즘은 연천군보다 더 각광받는 분위기다. 특히 2020년 이들 3개 시군 일대를 지나는 한탄강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되면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유네스코가 정의한 지질공원이란 특별한 과학적 중요성, 희귀성 또는 아름다움을 지닌 지질현장으로서 지질학적 중요성뿐만 아니라 생태학적, 고고학적, 역사적, 문화적 가치도 함께 지니고 있는 지역으로 보전, 교육 및 관광을 통하여 지역경제 발전을 도모함을 의미한다.

 

한탄강은 유네스코가 인증한 세계지질공원

한국축제포럼 축제탐방단과 함께 제13회 철원 한탄강얼음트레킹을 체험했다. 사진은 승일교 아래서 단체사진.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가 2010년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되면서 지질학적 특성이 국제적으로도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다는 계기가 됐다. 현재 제주도를 비롯해 청송, 무등산권, 한탄강, 전북서해안권 등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됐다. 4년마다 재인증하는 시스템으로 한탄강은 지난해 그간의 성과로 다시 인증을 받는 데 성공했다.

 

한탄강세계지질공원에서 철원군의 지질명소는 고석정, 직탕폭포, 삼부연폭포, 샘통(용천수), 소이산(용암대지), 송대소, 평화전망대(용암 기원지) 7개소이며, 연천군 10개소, 포천시 10개소(1개소 행정구역 중복 포함) 등 총 26개소다.

 

철원군은 한탄강을 활용해 물윗길트레킹로를 만들어 운영하면서 이 지역의 지질학적 특성을 가까이서 볼 수 있도록 관광자원화에 성공했다. 물윗길 트레킹로는 10월부터 3월까지 직탕폭포에서 순담까지 8.5km 구간으로 부교와 강변길을 걸으며 주상절리, 기암절벽, 봄과 가을에는 야생화를 감상할 수 있다.

 

고석정 국민관광지 볼거리·먹거리 풍성

고석정국민관광지 세종강무정에서 바라본 고석정(왼쪽 아래)과 부교로 만들어진 한탄강 물윗길 전경.

 

이맘때 겨울이면 철원 한탄강얼음트레킹이란 축제가 열린다. 올해는 지난 11일 시작해 이번 주말인 19일까지 열린다. 2013년 소규모로 시작된 축제는 현무암 협곡을 흐르는 한탄강 위 얼음길을 걷는 트레킹이 주요 프로그램이다. 한탄강은 화산폭발로 인해 생긴 국내 유일의 강으로 주변은 현무암 주상절리, 용암평원, 폭포 등 화산지형이 많고 다양한 암석이 분포되어 있어 학술적, 지질학적 가치뿐 아니라 경관자원으로도 활용도가 크다.

 

트레킹 코스는 한탄강 직탕폭포부터, 태봉대교, 승일교(주 행사장), 고석정, 순담계곡에 이르기까지 총거리가 8.5km이다. 2000만 원이란 소규모 예산으로 시작한 축제가 지금은 5억 원에 달하는 축제로 변모했다. 이는 방문객이 많아지면서 입장료 수입이 늘어났기 때문에 선순환 투자가 이뤄진 결과다. 하지만 축제평가위원 시각에서 볼 때 콘텐츠 보강과 교통편의, 먹거리 코너 확대, 굿즈 개발 등 관람객 만족 차원에서 투자가 좀 더 이뤄져야 한다.

 

태봉대교 아래서 시작한 트레킹은 그간 포근했던 날씨 탓에 강물이 얼지 않아 아쉽게도 얼음 위를 걷진 못했다. 대신 물윗길 부교와 강변길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순담에 다다랐다. 직탕폭포를 보기 위해서 태봉대교에서 상류로 500m가량 거슬러 올라야 하는데 이번 트레킹에선 이를 생략하고 곧바로 하류로 향했다. 트레킹 3분의 2 지점인 승일교와 한탄대교 아래는 메인 무대가 설치돼 있어서 트레킹 대신 오롯이 즐길거리, 볼거리, 먹거리만 즐길 수도 있다.

 

트레킹로 중간중간 어묵탕과 컵라면, 커피 등을 파는 간이매점에서는 따뜻한 음식을 팔고 있어 언 몸을 데우기 좋았다. 어묵 한 꼬치 가격이 1천 원, 철원 특산품인 오대쌀로 만든 국수, 떡국이 각각 4천 원, 5천 원 등 축제 음식치곤 매우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됐다.

 

철원 대표 맛집 손맛 고스란히 축제장으로

철원 맛집  ‘ 해버섯샤브샤브 ’ 의 샤부샤부 메뉴와 밑반찬 ( 사진 위 ),  사진 아래는 축제장 식당 부스 모습과 세 가지 종류 전 .

 

축제를 망치는 첫 번째 원흉(?)이 바가지요금의 음식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축제 음식은 칭찬할만하다. 비록 규모가 크지 않지만 따뜻한 공간의 식당과 겹치지 않는 적절한 메뉴, 다회용기 사용 등 변화하는 축제 모습을 잘 대변했다.

 

이번 축제장에서 깜짝 놀랄만한 음식을 접했다. 축제장 식당 첫 번째 부스에 입점해 있는 해버섯샤브샤브의 전() 요리다. 원래는 행사장에서 4km 정도 떨어진 43번 국도변에서 100% 예약제로 운영하는 샤부샤부 전문식당이다.

 

샤부샤부에는 팽이, 만가닥, 표고, 목이, 느타리, 황금, 새송이버섯 등 다양한 버섯에 질 좋은 소고기를 한 바구니 내준다. 육수도 각종 한약재를 우려서 웅숭깊은 맛을 낸다. 곁들이는 메뉴로 감자전을 제공하는데 가성비가 좋기로 유명하다. 각종 묵나물 무침과 김치류 등 밑반찬도 모두 이혜숙 대표가 손수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이번 축제 식당 부스에도 직접 나와 다섯 가지 부침요리와 우리밀 박수제비, 호박죽 등을 선보였다. 필자 일행은 물경 40여분을 줄 서서 기다려 감자전, 김치전, 버섯전을 맛봤는데 맛과 가격이 가성비를 뛰어넘어 갓성비를 자랑한다. 파전, 배주천 등 다섯 종류 전 가격이 일괄 1만 원으로 필자 나름의 체감가격은 각 12000, 15천 원원, 2만 원 정도 받아도 불만 없는 압도적 맛과 양이다. 축제장에서 다양한 고급 버섯이 섞인 버섯전을 맛볼 수 있는 배경에는 샤부샤부 전문점을 경영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 대표는 지역 인재 육성을 위해 장학금을 쾌척하는 등 손맛만큼이나 철원에 대한 애향심이 남다르다.

 

한 뼘 넘는 빠가사리·메기의 깊은 맛

고석정 국민관광지에서 민물매운탕으로 발군의 맛을 자랑하는 임꺽정가든의 메기빠가사리매운탕과 도토리묵.

 

개인적으로 철원 한탄강트레킹의 경관 원픽은 고석정이다. 고석정은 아파트 5층 높이인 약 15m로 돌출된 화강암 노두가 관찰된다. 이는 기반암인 화강암을 현무암질 용암이 고수로와 함께 메운 후 한탄강의 새로운 물길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암석 접촉부를 침식해 만들어졌다. 고석정 일대는 기반암인 화강암이 현무암에 의해 부정합으로 덮여있는 모습을 광범위하게 관찰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남북이 각각 교량공사에 참여해 완공한 철원승일교다. 역사적 가치와 스토리가 재미있는 국가등록문화재다.

 

고석정의 뛰어난 경관은 많은 드라마와 영화 무대로 활용되면서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고 있다. 이곳은 16세기 중엽 의적으로 활동한 임꺽정이 은거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면서 관광객들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 고석정 일대는 국민관광지이면서 철원군의 고석정 오대미 외식지구로도 지정돼 있다. 20여 곳의 맛집이 저마다 손맛을 자랑하고 있다. 이번 탐방에서는 임꺽정 전설을 담은 임꺽정가든이란 민물 매운탕 전문점에서 만찬을 열었다.

 

임꺽정가든은 쏘가리회와 매운탕, 빠가사리(동자개), 메기, 한탄강서 잡은 잡고기 등으로 매운탕을 제공하는 민물매운탕 전문점이다. 이날은 빠가사리와 메기를 섞은 매운탕을 주문하고 도토리묵을 곁들였다. 국자로 매운탕 안쪽을 헤집으니 어른 한 뼘 크기의 배가 샛노란 빠가사리가 보였다.

 

지금까지 빠가사리 매운탕 집에서 보던 크기와 사뭇 다른 역대급이다. 일반적으로 어류는 클수록 제 맛이다. 육수도 따로 진하게 내려서 모자라면 연신 채워 준다. 단체 손님들에겐 미나리를 특별히 많이 제공해 준다. 좋은 마케팅 정책이다. 곁들인 도토리묵 역시 탱탱한 식감의 묵과 좋은 참기름, 갖은 채소를 썰어 넣어 도토리묵 계의 에르메스를 시전 했다. 일반적으로 상추나 깻잎 정도 넣은 도토리묵과 달리 쑥갓, 당근, 오이, 양파 등 다채로운 채소가 녹록지 않은 솜씨의 양념과 어우러져 맛에 맛을 더했다. 너무 맛있어서 남은 도토리묵을 포장해 왔다. 믿기 힘들겠지만 하루 지나 더 맛있게 먹었다.

 

철원군 한탄강의 매력을 한껏 접할 수 있는 겨울 얼음트레킹 축제. 대행사 아트카오스 이성욱 총감독의 노련하고 짜임새 있는 운영으로 벌거리, 즐길거리가 풍성했다. 또 축제장 안팎으로 참 맛있는 미식 경험을 할 수 있어 좋은 추억으로 남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