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8. 26. 18:48

침대에서 익사...마른익사란?

코메디닷컴

침대에서도 익사(溺死)한다…미국 ‘마른 익사’ 떠들썩

기사입력 2008-06-07 17:35 기사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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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수영장에 갔다 와서 집안 침대에서 숨진 10대 때문에 떠들썩하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지만 사인(死因)은 익사(溺死)로 나왔다. 의사들은 물 밖에서 숨지는 ‘마른 익사(Dry drowning)’의 드물지 않은 사례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6일 美 ABC방송, 메디칼뉴스 등 주요언론은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사는 조니 잭슨(10)의 ‘침대 익사’ 사실을 일제히 보도하고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물놀이 후 아이들의 징후에 각별히 관심을 기울일 것을 당부했다.

조니는 5일 집 근처 수영장에서 수영을 마치고 집에 돌아 왔다. 그는 엄마와 멀쩡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서 집에 도착해 목욕까지 마치고 잠이 들었다. 그리고 영영 깨어나지 못했다. 주치의는 조니가 죽기 전후의 여러 상황을 종합해서 ‘마른 익사’로 결론 내렸다.

마른 익사는 물에 빠진 상태에서 사망하는 게 아니라 물 밖에 나와서 갑자기 질식해 숨지는 것이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에 따르면 2005년 약 3600명 정도가 익사사고로 사망했으며 이중 10~15%인 360~540명이 마른 익사로 집계됐다.

뉴욕대 랜곤메디칼센터 소아과 다니엘 라우흐 박사는 “마른 익사의 조짐으로는 뇌의 산소부족으로 생기는 호흡곤란, 극도의 피로, 이상행동 등 세 가지”라며 “잭슨도 이런 징후를 보였지만 부모가 미처 알아채지 못했다”고 말했다.

①마른 익사란 무엇?

물속에서 어떤 이상이 생겼다가 나중에 물 밖에서 익사와 마찬가지로 폐에 물이 들어가 숨지는 것을 말한다. 물속에 있을 때 질식이 일어나지 않을 정도로 작은 양의 물이 폐 속에 들어가 있다가 지연반응효과(delayed-reaction effect)를 일으켜 후두경련 등을 일으킨다. 호흡작용을 방해, 혈액 내 산소 부족을 일으켜 심장마비로 이어진다.

혈액 속에 물이 들어가 피가 묽어져 전해질 균형에 이상이 오거나 폐에 심각한 손상을 입었을 때 생기는 급성호흡곤란증후군(ARDS)과 같은 메커니즘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

②위험 발생시간은?=물에서 사고가 난 뒤 약 1~24시간 사이가 위험.

③위험 요인은?

수영을 잘 못하는 아이나 처음 수영을 시작한 사람에게서 사고 위험이 높다. 천식과 같이 폐에 문제가 있다면 어른과 아이 모두가 위험할 수 있다. 물놀이 사고가 나면 나중에 위험할 수도 있으므로 수영 못하는 사람을 홀로 수영을 하게 해선 안 된다.

④얼마나 발생하나?

적지 않게 발생한다. 미국에서는 매년 4000여명 정도가 익사하는데 이 중 1400명은 어린이다. 마른 익사는 전체 사망자 중 약 10~15% 정도.

⑤사전에 알 수 있는 방법은?

의심할 수 있는 몇 가지 조짐이 있다. 기침이 계속되고 숨이 가빠진다거나 가슴에 통증이 온다. 수영장 물 밖으로 나온 후 기침을 수 분간 계속 하면서 무기력해지면 의심해 봐야 한다.

⑥치료는 가능한가?

마른익사 낌새가 나타나면 의사를 부르거나 즉각 응급실로 옮겨야 한다. 부모가 해결 할 문제는 아니다. 일찍 발견하면 치료가 가능하다. 치료는 폐에 산소를 공급하고 호흡 시스템을 되살리는 방법을 사용한다.

⑦종류는?

마른익사는 폐에 고인 물이 주요 원인이지만 허약해진 폐에서 산소가 빠져나가면서 생기기도 한다. 폐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근육마비, 창상에 의한 횡경막 손상, 산소흡수 조직변화, 물 속에서 후두 수축, 산소 대신 헬륨과 같은 가스를 많이 들이 마셨을 때 발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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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병 예방법과 응급처치법(알아두면 편리해요)

유성호 기자 (shyoo@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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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7. 21. 09:48

[해외리포트] "베트남 경제 걱정? 한국 불부터 끄세요"

"베트남 경제 걱정? 한국 불부터 끄세요"
[해외리포트] '체류 한 달' 새내기 이방인 눈에 비친 베트남
유성호 (shyoo) 기자
다툼이 거의 없는 착한 베트남인.
ⓒ 유성호
베트남

리영희 교수의 <전환시대의 논리>를 통해 접했던 베트남. 풋내나는 대학 새내기에게 야릇한 이념의 이국적 향기를 선사했던 나라. 한 달여 동안 이 곳 베트남에서 생활하는 가운데 서서히 이 나라에 대해 느낌이 깊어지고 있다.

우리와 같이 이념을 사수하기 위해 남과 북이 전쟁을 치른 아픈 상처를 간직한 인도차이나반도의 척추. 이같이 우리와 많은 것이 닮아 있어 가끔 기시감을 느끼게 하는 곳이다. 그러나 한낮 작열하는 태양이 주는 몽롱함에서 깨어나면 어느새 이국의 '다름'이 이방인을 압도하는 나라이다.

한국과 닮은 듯 다른 나라, 베트남의 소회를 모았다.

준비는 '쭌비', 국가는 '국까'... 그런데 발음이 어렵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지만 현지 언어를 알지 못하면 쉽지 않은 문제다. 때문에 따르고 싶어도 따를 수 없는 어려움이 있고 먹고 싶은 것을 골라 먹을 수 없는 비애가 있다. 그런데 베트남어를 가만히 보면 우리말과 닮은 구석이 많다. 과거 중국어를 표기 수단으로 사용한 역사적 배경 때문에 우리와 같은 한자문화권의 잔재가 많기 때문이다.

준비의 베트남어 발음은 '쭌비' 쯤 된다. 국가는 '국까'로 발음된다. 음의 높낮이를 따지는 성조가 자그마치 6개나 있어서 발음이 무척 어렵다. 베트남인들 역시 이구동성으로 우리말 배우기가 어렵다고 한다. 언어가 같은 한자문화권에 뿌리를 두고 있고, 배우기 어렵다는 점이 닮아 있다.

최근 베트남을 방문하는 한인 사업가들은 베트남 경제에 대해 무척 궁금해 한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을 정도로 악화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질문이 많다. 그러나 베트남에서는 한국 경제를 더 걱정한다. 발등에 떨어진 불이나 끄고 남 걱정하라는 식이다.

물론 상반기 식료품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25% 상승하고 대출 금리 역시 20%대 턱밑까지 치솟았고 주식시장은 반 토막 나는 등 경제가 순탄치는 않지만 외국인들의 투자 매력은 줄지 않고 있다.

현지 언론을 보면 최근에는 룰라 브라질 대통령을 비롯해 연일 외국 정상들이 다녀가면서 투자협정을 맺는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경제에 있어서는 각종 지표가 힘겹다는 점에서 한국과 같지만, 투자자 눈에 비친 매력도는 사뭇 다른 게 현실이다.

보는 이로 하여금 입에 침을 괴게 만드는 열대 과일의 천국.
ⓒ 유성호
베트남

사회주의공화국의 시민,성매매 알선까지나섰다

배금주의는 자본주의의 산물이다. 그러나 최근 베트남에도 배금주의가 만연하고 있다. 부자가 되고자하는 욕망이 젊은 층에 두텁게 자리잡고 있다. 외국인을 상대로 하는 통역이나 번역, 베트남어 교습 등 분야는 인기 있는 직종이다.

베트남어 교습의 경우 일주일에 2~3회, 1일 2시간 가량 출장강습을 할 경우 한 달에 100달러, 통역은 한국말이 능란할 경우 하루에 100달러를 받기도 한다. 때문에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호치민대학 같은 정규 대학 한국어학과에 진학하는 학생도 있고 한인교회에 나가 무료로 배우는 젊은이도 늘고 있다. 영어 열풍에 휩싸인 한국과 비슷한 상황이다.

최근에는 중국의 경제력이 커진데다가, 언어 구조 면에서 비슷해 배우기 쉽다는 이유로 이들에게 중국어 열풍을 자극하고 있다.

베트남의 공식 국가 명칭은 베트남사회주의공화국이다. 사회주의자들의 세상에 배금주의가 빠른 속도로 침투하다보니 가치관이 다소 기형적으로 발전하는 경향도 엿보인다. 돈을 버는 과정보다는 결론에 집착하고 있는 것.

주간에는 호텔에서 일하고 야간에 호치민 인문사회과학대학 영문과에 다니는 승(Seung, 25)이라는 여학생에게 돈을 많이 벌면 뭘 하겠느냐고 물었다. 승은 "현재 급여는 너무 적어서 만족할 수 없다, 만약 돈을 많이 번다면 백화점 같은 곳에 가서 물건을 마음껏 사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3년간 봉제공장에서 일하면서 배운 한국어 실력을 바탕으로 통역 일을 하는 네오(Neo, 35)는 돈을 벌기 위해서 부동산 매매는 물론 심지어성매매 알선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배금주의가 자본주의가 아닌 사회주의 베트남을 어떻게 변화시킬지는 두고 볼 일이다.

더우니 나른나른, 베트남 타임

같은 듯 다르고 다른 듯 같기도 한 알쏭달쏭함, 그 이면에는 무더운 남방의 지리적 요인도 한 몫 한다.

연중 30℃를 웃도는 이곳 호치민은 더위로 인한 나른함으로 명쾌함이 부족한 곳이다. 시 외곽 땅빈군 한 주택가에서는, 두 달의 공기로 7월 3일 끝내겠다던 하수도 공사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공기가 밀려도 낮에는 절대 공사를 하지 않는다.

대신 공사를 밤에 시작하고 야심한 시간에도 바닥 다지기와 포클레인 작업을 계속해 소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러나 시끄럽다고 이의를 제기하는 주민은 단 한 명도 없다. 왜 공사가 늘어져서 영업에 지장을 주느냐는 항의도 볼 수 없다. 우리와 다른 풍경이다.

남방의 녹녹한 더위는 약속도 흐지부지하게 만든다. 현지 교민들은 베트남인들이 시간을 제대로 지키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지적한다. 대략 5~10분 가량은 '베트남 타임'이고 30~40분 늦는 것도 예사다. 우기인 요즘은 갑작스런 비로 인해 늦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오토바이를 타고 오다가 우비를 차려입는 데 걸리는 시간 때문이라고.

공사 기간을 훨씬 넘긴 때, 늦은 밤 공사에도 뭐라고 나서는 주민을 찾아보기 힘들다
베트남

한국-베트남의 같음과 다름, 그 깊음

열대우림과 몬순기후가 공존하는 베트남에선 과일 종류가 다양하고 맛있으면서 값이 싸다.

바다에 사는 성게 모양의 '쫌쫌'은 1㎏에 5000동, 우리 돈으로 300원가량이다. 고약한 냄새로 인해 '지옥 같은 향기, 천국의 맛'으로 상징되는 두리안은 크기에 따라 몇십만동을 오간다.

용의 눈 같아서 용안으로 불리는 과일, 용이 여의주를 문 것 같아 보인다는 용과, 밀림의 버터 아보카도, 과일의 여왕 망고스틴 등이 즐비하다. 사과·배·감·귤이 주종인 우리와 종류나 값 등이 절대적으로 다르다.

한 달 동안 베트남에서 볼 수 없었던 것이 있다면 '싸움'이다. 스치듯 지나가는 수많은 오토바이, 끊임없는 경적 소리, 그러나 누구 한 명 입을 열어 소리치거나 인상을 찡그리지 않는다. 대신 오토바이 위에서는 무표정하지만 식당이나 집안에서는 잘 웃는다. 기본적으로 천성이 착한 민족이다.

웃는 모습이 우리네와 참 많이 닮았다. 베트남전으로 인해 한국인에 대한 적대감도 있을 법 한데 외려 많은 배려를 한다. 그래서 한국의 남자와 월남의 여자, 한남월녀의 결혼이 끊이질 않는 모양이다. 그에 다른 부작용도 많지만.

짧은 기간 동안 베트남은 많은 것을 보여주려고 했지만 폭염과 낯설음이 이방인을 굼뜨게 만들었다. 두 나라의 같음과 다름은 특별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진 두 나라의 같음과 다름에는 뭔가가 있다. 깊이가 있다. 한 달짜리 새내기 이방인이 가늠할 수 없는.

착한 민족이라는 동질성 때문에 한남월녀의 결혼이 끊이질 않고 있는 게 아닐까. 사진은 베트남인 결혼 피로연.
ⓒ 유성호
베트남
2008.07.14 11:46ⓒ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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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평선'의 도시 호치민

'집평선'의 도시 호치민서 맞닥뜨린 압박
베트남, 이방인에게 다양한 '문화적 충격' 선물
유성호 (shyoo) 기자
베트남 호치민시 탄손나트(Tan Son Nhat) 공항에 첫 발을 내디딘 지 보름 가까이 되면서 서서히 이 나라 사람들의 사는 모습과 언어가 익숙해지고 있다.

익숙해지는 가운데 다른 한편으론 우리와는 사뭇 다른 환경과 생활상 몇 가지가 처음 찾은 이방인에게 '문화적 충격'으로 다가왔다. 절대적 대중교통 수단인 오토바이의 경우 충격을 넘어 압박을 안겼다.

물밀듯 밀려오는 오토바이 행렬. 호치민시 변두리 도로에서.
ⓒ 유성호
베트남

도로를 덮은 오토바이

현지어로 '세마이'로 불리는 오토바이는 베트남의 대표적인 교통수단이다. 현재 등록대수만 2000만 대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인구가 6월 현재 8600만 명을 조금 넘어서고 있기 때문에 4명 당 1대 꼴로 오토바이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호치민시 큰 도로에 나서면 오가는 오토바이 때문에 정신이 없을 정도다. 자동차를 포위하면서 도로를 꽉 메운 수적인 우세와 아찔한 곡예운전이 낯선 이방인의 혼을 뺀다. 도로표지판, 교통신호는 기본적으로 '무시'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암묵적 질서에 의해 도로 흐름이 형성된다.

이 나라 사람들은 오토바이가 아니면 차나 자전거를 이용해 움직이기 때문에 보행자를 찾아보기 힘들다. 때문에 횡단보도를 이용하거나 도로를 가로지를 때는 다가오는 오토바이나 차량 운전자와 열심히 눈을 맞춰가면서 멈춰주거나 피해가기를 바라야 한다. 대부분은 멈추지 않고 보행자를 피해간다. 그렇기 때문에 한시도 눈을 떼선 안 된다.

수많은 오토바이가 좁은 도로 위에서 차와 뒤엉켜 흐르지만 사고가 난 것을 아직 보지 못했다. 또 도로 위에서 언성을 높여 싸우거나 신경질적으로 경적을 울리는 일도 겪어 보지 못했다. 도로에서의 침묵은 일종의 암묵적 약속 같아 보였다. 그러나 오토바이가 내뿜는 매연으로 인해 도로변 공기는 호흡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주로 세로로 지어지는 독특한 건축 형태.
ⓒ 유성호
베트남

뒤로 길쭉한 건물

우리나라에서는 가로가 넓게 대로변 상가를 짓는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대로변이나 이면도로 모두 이색적이게도 세로로 길쭉한 건물 형태다. 이런 형태에 대해선 다양한 해석이 있는데 통일 이후 분배과정에서 다수가 공평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묘책이었다는 것이 설득력을 얻는다.

월맹에 의해 베트남이 통일되면서 남부지역은 소위 '공신전(功臣田)'으로 군인들이 나눠가졌다고 한다. 이와 관련 탄손나트 공항 입구에 있는 탄빈(Tan Binh)군은 공군에게 하사된 땅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건물은 전면 기본이 4m며 배수로 확장할 수 있고 뒤로는 크게 제한이 없지만대략 20~25m 정도로 약 100㎡ 면적으로 개발된다. 주택가의 경우 옆집과 아예 붙여서 집을 짓는데 이는 건물에 내려쬐는 한낮의 직사광선을 피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불가피하게 골목이 필요한 경우 오토바이 한대가 간신히 들어갈 정도로 좁게 만든다. 1년 내내 섭씨 30도를 오르내리는 아열대 기후인 호치민의 불가피한 선택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형태의 집은 입구는 덥지만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햇빛과 멀어져 시원한 게 특징이다. 공평한 공신전 배급과 더위를 피하는 삶의 지혜가 잘 버무려진 가옥 형태가 아닐까 생각된다.

전기와 전화선을 잔뜩 지고 선 전봇대.
ⓒ 유성호
베트남

개발의 상징 거미줄 전봇대

경제개방 정책인 '도이모이' 이후 급속한 경제개발로 각종 인프라가 확대되면서 가장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이 전봇대가 아닐까 싶다. 기본적으로 전기선은 물론 전화선까지 짊어지게 하다 보니 무거운 어깨가 애처롭게 보일 정도다.

도심 가로변 전봇대에 늘어진 각종 전선은 폭이 족히 1m는 되고 중간 중간 끊어진 선들이 보행자를 위협하고 있다. 전력사정은 그다지 나쁘지 않지만 한번 정전이 될 경우 8시간 가량 지속된 경우도 있었다. 30도가 넘는 날씨에 8시간 정전은 오갈 때가 만만찮은 이방인에게 큰 고통이었다.

끝없는 집평선,산이 없는 도시

호치민시 외곽에서 시내 쪽인 1군 지역을 바라보면 끝이 보인다. 6층 건물의 옥상에서 사방을 둘러보지만 보이는 것이라고는 오로지 건물뿐이다. 도시의 끝, 하늘과 맞닿은 곳은 그래서 ‘집평선’으로 불러야 옳겠다.

호치민시는 넓은 녹지를 찾기도 힘들고 완만한 구릉도 하나 없다. 한마디로 산이라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는 도시다. 현지인 말로는 반경 100km 이내에서 산을 찾기 힘들다고 한다. 옆집과 붙여서 집을 짓는 독특함 때문에 도시 전체가 거래한 하나의 구조물처럼 느껴진다.

그래도 끝이 보이는 이유로 답답함은 없다. 또 높은 건물이 없어 거침없는 바람을 맞이할 수 있고 넓은 하늘을 볼 수 있어 좋다. 밤이면 남십자성이 유난히 밝게 빛나는 호치민, 이방인이 2주간 살면서 맞닥뜨린 몇 가지 소회를 적었다. 앞으로 또 어떤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지 사뭇 기대된다.

지평선이 아닌 '집평선'의 도시 호치민.
ⓒ 유성호
베트남
2008.07.01 17:42ⓒ 2008 OhmyNews
2008. 7. 21. 09:43

[서평] 새로운 패러다임을 분석한

"인터넷 3대 조류 동참은 당신 몫"
[서평] 새로운 패러다임을 분석한 <웹 진화론>
유성호 (shyoo) 기자
▲ 책 표지 .
ⓒ 재인

토마스 쿤은 그의 저서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패러다임’이란 의미를 처음 자연 과학계에 선보였다. ‘낡은 것’을 변혁시켜 ‘새 것’의 시대를 여는 것쯤으로 패러다임을 해석한다면 우리는 매일 새로운 변혁의 공간을 들락거리는 셈이다.

인터넷으로 총칭되는 웹 세계는 현재 2.0이란 패러다임 속에서 진화하고 있다. 일본의 IT 리더인 우메다 모치오(梅田望夫)는 구글이 그동안 변화시킨 웹 환경과 앞으로 변화시킬 인터넷 ‘저쪽 편’의 진화에 대해 <웹 진화론>을 통해 소개했다.

그는 한마디로 웹은 진화하고 있고 진화의 중심에는 인터넷 3대 조류를 주도한 구글과 같은 회사가 있다고 확신했다.

인터넷 3대 조류는 ‘인터넷’ 그 자체와 ‘오픈소스’, 그리고 공개를 통한 가격혁명(cheap)이다. 인터넷을 통한 소스와 정보 공개는 조직의 스피드와 파워를 무한대로 키울 수 있다는 논리다.

이 무한대 속에 뭔가를 만들어 낼 것이란 기대감 속에 정보는 집적된다. 이렇게 모인 정보는 결국 인터넷 상에서 모든 인간의 분신에게 돈을 쥐어주는 새 경제블록을 탄생시킨다.

도대체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면 신(神)의 시점에서 이해하라고 우메다 씨는 ‘친절히’ 조언한다. 웹2.0이란 손에 잡히지 않는 정의와 패러다임 속에 허우적거릴 때쯤 ‘꼬리긴 공룡’이 우리 앞에 어슬렁거린다.

2004년 등장한 롱테일(Long tail) 공룡이다. 티끌을 모아보니 태산이 되더란 말과 같다. 오프라인 서점에서는 취급하지도 않는 책이 아마존닷컴에서는 전체매출의 절반 이상을 점하는 것을 그래프로 설명하는 과정에서 공룡 같은 모양이 그려지면서 나온 이론이다.

어떻게 오프 매장에 없는 책들이 인터넷에선 잘 팔리는가. 이는 최신작을 과거에 발간된 책과 자동 연결해 추천하는 프로그램이 있기에 가능했다. 인간의 기억속에선 잊혔지만 웹2.0이란 ‘괴물’이 이를 끄집어 낸 것이다.

또 블로그 저널리즘에 의해 기득권을 가진 미디어의 권위가 10년 이내 붕괴할 것이라고 하는 저자의 예감이 다소 거칠어 보이지만 치프(cheap)혁명이 블로그의 콘텐트를 강화시키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어 묵과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불특정 다수가 무한대로 지식을 집적하는 위키피디아는 성장촉진속도가 빠른 ‘공룡’ 중 하나다. 그동안 백과사전을 만들기 위해서는 박사들이 모여 방대한 양의 정보를 오랜 시간 주물러야 했지만 이제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물론 주고받는 비용은 없다. 이것이 오픈 소스의 특성이다.

이 책은 이런 특성을 앞세워 네티즌에게 무한대 속으로 동참을 은근히 권하고 있다. 무한대의 사람이 인터넷 ‘저쪽 편’에 있다면서. 그들은 어느 순간 한 공간에서 상호작용이 가능하고 1년 내내 하루 종일 함께 할 수 있다고.

이 같은 ‘시공몰아일체’ 특성이 웹을 진화시켰고 웹2.0은 지금 이 시간에도 인터넷이란 공간 안에서 끊임없이 분화하고 집적하면서 머리를 키우고 꼬리를 늘리고 있다. 그리고 어느 날 우리 앞에 웹3.0이란 새 패러다임으로 불쑥 나타날 것만 같다. 인터넷 저쪽 편에서부터. 그리고 한마디 툭 던질 것이다.

“동참은 당신 몫이야.“

2008.05.31 13:11ⓒ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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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소통'은 의사가 환자를 살리는 최고 명약
[서평] <닥터스 씽킹>, <차가운 의학, 따뜻한 의사>
유성호 (shyoo) 기자

의과대 졸업식에서 예비의사들은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읽는다. 인류 봉사를 위해 생애를 바칠 것과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다고 엄숙히 선서한다. 많은 의사들은 이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한다. 동시에 제약사의 로비와 병원의 경영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이와 같이 의사는 매일같이 저울질도 하고 외줄타기도 한다.

이런 환경에서 과연 보편적인 의사들은 어떤 생각으로 환자를 대할까. 의사들은 어떻게 불확실성이 높은 학문인 의학과 자신의 직관을 버무려 '진단'을 내릴까. 과연 그들의 진단이 항상 옳은가. 그들은 어떤 오류를 범하는가.

"의사는 환자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 닥터스씽킹 책 표지 .
ⓒ 해냄
의사

하버드 의대 교수이자 혈액종양학 임상의인 제롬 그루프먼 박사는 의사들의 솔직한 생각을 인터뷰해 엮은 책 <닥터스 씽킹>을 통해 "의사는 환자의 도움 없이는 최선의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존재"라고 쓰고 있다.

이와 함께 모든 임상의학의 기본은 '언어'(대화)라는 결론을 내렸다. 언어는 의사와 환자의 소통이며 특히 환자의 이야기가 주를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3개월 전 예약, 3시간 대기, 3분 진료'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 의료 환경과는 동떨어진 이야기지만 의학이 불확실성의 학문이란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제기해야 할 문제다.

환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거나 기회를 주지 않을 경우 의사는 진단 과정에서 세 가지 큰 오류를 범한다.

첫 번째가 대표성의 오류다. 이는 지금 머릿속에 있는 판단이 맞을 것이란 생각에 매몰돼 다른 가능성을 고려하지 못하는 오류다. 두 번째는 자신의 부정적 선입견에 환자가 맞아 떨어졌을 때 범하는 귀인 오류, 마지막으론 감정적 오류로 실현가능성에 대한 바람을 주관화 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오류와 함께 오진 유발 요인으로 의료기기에 대한 맹신과 오독이 있다고 지적했다. 혈관조형제가 제대로 혈관에 채워지기 전에 촬영하면 아무 소용없다. 또 아무리 MRI로 병소를 정확히 찍어내도 판독에 오류를 범하면 무슨 소용 있는가.

결국 모든 것이 의사들의 생각에 달린 것이다. 환자를 진찰하고 사진을 판독하는 시점에서 문진, 망진, 촉진 등에 의한 정보와 데이터를 조합해 최대한 불확실한 요소를 제거하고 최적의 경우의 수를 끄집어내 최상의 치료법을 제시하는 것이 진정한 '의사의 생각'이다.

이와 같은 정보 수집은 환자의 병력(소소한 일상사를 포함한)을 청취하고 필요한 정보를 끄집어내는 의사의 '전통적' 자세에서 비롯된다.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저자는 이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결국 급할수록 돌아가는 의사의 생각이 환자를 한 명이라도 더 살린다는 의미다.

그래서 하버드 의대 프랜시스 웰드 피보디 박사가 1925년에 한 연설장에서 말한 "환자 치료의 비법은 환자를 돌보는 마음에 있다"라는 구절은 아직도 임상의학의 지표로 회자되고 있는 것이다.

(제롬 그루프먼 지음, 이문희 옮김, 해냄 펴냄, 395쪽, 1만3000원)

60년대 의사로 돌아가 '대화'하라

▲ 책표지 .
ⓒ 청년의사
의사

의사와 환자의 소통의 중요성을 지적하는 또 한권의 책 <차가운 의학, 따뜻한 의사>는 의학을 인문학의 관점에서 들여다보고 있다. 이 책은 의사의 복장에서 클로르포름이 아닌 사람 냄새가 나는지 킁킁거리며 다가가고 있다.

저자인 미국의 내과의사 로렌스 A.사벳은 인간성이 좋은 의사와 기술이 좋은의사 중 누굴 택할 것인지를 깨닫게 하는 책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1960년대는 의사와 환자 간의 소통이 원활하고 풍부했다. 이유는 환자의 병증을 진단하는 방법이 현재처럼 의료기기나 검사에 의존하는 비율이 낮았기 때문이다. 의사는 환자의 병력은 물론 신변잡기까지 들어야 그나마 진단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었다.

그러나 현대의학은 의사의 의료기기 의존성을 높이는 대신 환자와 의사를 멀어지게 했다. 의사들은 환자의 호소를 듣는 과정에서 눈은 컴퓨터 모니터를 향하고 있다. 이것이 의학의 불확실성을 높인다. 암암리에 개입하는 오류와 그로 인한 치명적인 오진을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다.

저자는 현대의학의 장점인 정밀하고 차가운(명료한) 의학이란 학문을 십분 살리되 마음을 조금 가다듬고 환자를 따뜻한 눈으로 응시하고 귀를 열 것을 당부하고 있다. 시간이 좀 걸릴지라도 환자에게 시간을 더 낼 것을 주문했다. 그것은 오류를 줄이는 첩경이기 때문이다. 두 서적은 의사와 환자의 '소통'을 강조한다는 측면에서 쌍둥이 같다.

(로렌스 A.사벳 지음, 박재영 옮김, 청년의사 펴냄, 413쪽 1만5000원)

2008.05.30 16:33ⓒ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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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팽달씨, 두 달만 버텨봅시다"

"이팽달씨, 두 달만 버텨봅시다"
명주 달팽이 생명 보존을 위한 프로젝트
유성호 (shyoo) 기자

아내가 상추를 씻다가 "어머" 하고 감탄사를 뱉는다. 달팽이 한 마리가 떨어질세라 상추 뒷면을 꼭 붙잡고 있는 걸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감탄스러운 것은 냉장고에서 하루를 지냈다는 대견함이다. 그는 자신이'이팽달'이라고 소개했다.

지난 5월 19일 멀리 경상도에 있는 처가 텃밭에서 출향(出鄕)한 이팽달씨는 새마을호 기차를 타고 서울로 왔다. 그리고 20일 서울 노원구 중계동에서 발견됐다. 이 후 일주일 동안 한 집에서 같이 생활하던 차, 그의 태생과 거취가 궁금해졌다.

사과껍질 위에서 인터뷰 중인 이팽달 씨
ⓒ 유성호
명주달팽이

이팽달씨에게 물었다. 한국 사람들이 처음 만났을 때 하는 일명 '호구조사'를 한 것이다.

"이팽달씨는 고향이 어디십니까?"

"에헴. 알면서 왜 묻소. 그러니까 경북 구미시 선산읍 이문동 댁의 처가 텃밭이라오."

"어떻게 서울까지 오시게 됐는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왔소. 언젠가 한 번 오긴 오려고 했는데……."

이팽달씨는 이 부분에서 입맛을 쩝쩝 다시며 혀도 끌끌 차댔다. 혼자 오려고 작심했는데 남의 도움을 받은 것이 내심 못마땅했던 것이다.

"이팽달씨는 본관이 어딥니까?"

"명주 이가외다."

명주 이씨, 즉 명주달팽이라고 밝힌 이팽달씨의 목소리엔 힘이 들어가 있었다. 그 힘의 이면에는 자부심이 깔려 있었다. 그럴만한 것이 명주 이씨는 우리나라 전역에 살고 있는 대표적인 달팽이이기 때문이다.

서울 나들이가 싫지만 않다는 이팽달 씨. 그러나 그는 헤어진 부모와 형제들을 그리워 하고 있었다.
ⓒ 유성호
명주달팽이

안 좋은 답이 나올 것이란 지레짐작으로 그간 서울살이에 대해 물었다. 이팽달씨는 도르르 몸을 말아 껍질로 숨었다. 지긋지긋하단 신체언어로 해석했다. 그러나 이내 몸을 쏙 빼고 눈을 껌뻑이면서 나쁘진 않다고 했다.

이유는 상추만 먹다가 오이, 사과, 양배추 등 다양한 식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물론 고향처럼 신선한 공기와 친환경 유기농 먹을거리는 아니지만 썩 나쁘지는 않다는 것이다. 특히 서울 나들이가 쉽지 않은데 그 꿈을 빨리 이뤘다는 데 위안을 받는다고 했다.

여기서 이팽달씨는 식도락가임을 알 수 있었다. 또 원대한 꿈을 가진 달팽이란 것을 알았다. 이팽달씨의 식성은 정평이 나 있다. 각종 농작물을 닥치는 대로 먹기 유명하다. 그가 지나간 자리는 점액이 말라붙어 있어 햇빛에 하얗게 반사되기 때문에 다녀갔는지 알 수 있다고 한다.

가족에 대해 물었다. 가족 이야기를 꺼내자 이팽달씨는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곤 고개를 떨궜다. 동시에 눈물 한 방울이 사과 껍질 위로 떨어졌다.

"우린 암수가 한 몸이니 부모 역시 한 분이오. 한 부모님 밑에서 약 일백형제가 생겨나 가을까지 산다오."

'가을까지'란 말을 할 때 이팽달씨의 목소리가 심하게 떨렸다. 가을이 오기 전 부모님과 형제들을 만나고 싶은 간절함을 읽을 수 있었다. 이팽달씨는 인터뷰를 더 이상 못하겠다며 몸을 말아 칩거에 들어갔다. 집으로 들어가는 그의 어깨가 한껏 처져 있었다.

가족 이야기가 나오자 이팽달 씨는 몸을 말아 칩거에 들어갔다.
ⓒ 유성호
명주달팽이

이팽달씨의 수구초심을 들은 후 양육권을 가진 우리집 아이들과 대화를 나눴다. 이팽달씨를 고향으로 돌려보내자고. 아이들은 진짜 외가로 다시 보낼 것이냐고 되물었다. 예서 고향이란 의미는 '자연'이라고 아이들을 이해시켰다. 가까운 산 속 음지에 놓아주자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아이들의 반응은 의외였다. 완강히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이다. 그러면서 여름방학이 자신들이 직접 외가로의 귀향을 돕겠다는 것이다. 그 사이 자신들이 책임지고 키우겠다는 의욕도 보였다.

그러나 아이들의 관심과 돌봄은 그리 오래지 않다는 것을 우린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렇다고 양육권을 물리적으로 뺏을 경우 야기되는 후폭풍은 '감당이 불감당'이란 것을 잘 알기에 이팽달씨에게 이렇게 전했다.

"이팽달씨, 두 달 정도만 잘 버텨 봅시다. 귀거래사 부르면서 고향으로 돌아갈 날이 있을 겁니다."

2008.05.27 14:23ⓒ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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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란 약에 취한 의사들
[서평] <읽기 두려운 메디컬 스캔들>, <더러운 손의 의사들>
유성호 (shyoo)
2005년 독일의사협회 외르크 디트리히 호페 회장은 "의사와 환자의 관계가 '자비가 아닌 이윤'으로 규정된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말 속에는 이 시대 올바른 의사상(像)에 대한 고민이 숨어 있다.
자본의 논리 속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인술을 베푸는 의사는 과연 소수일까 아니면 다수일까? 의료정보는 법률정보보다 더 비대칭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언제나 환자는 '을'(乙)의 입장을 벗어날 수 없다.

이 같은 불평등을 해소하고자 의료계는 끊임없이 내부 고발자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번엔임상현장과 제약사와의 유착관계를 적나라하게 파헤친 책이 나와 의료계의 자기성찰에 또다시 화두를 던지고 있다.

어느 젊은 의사의 고백

책 표지
ⓒ 알마
메디컬스캔들

독일의 의사 출신 신문사 의학 편집자가 쓴 <읽기 두려운 메디컬 스캔들>. 저자는 "의사들의 '무능력과 미숙함'을 다룬 책"이라고 직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내용은 제목에 부응하기라도 하듯 환자 입장에서 두렵기 짝이 없는 의사들의 오만과 냉혈, 무능과 실수투성이로 가득 차 있다.

"부인의 골반저는 해먹처럼 축 처졌네요. 별로 좋은 상태가 아니에요."

"세상에, 부인의 다리는 압축기(다리에 불거진 정맥류가 압축기 노즐처럼 보기 흉하다는 의미)처럼 생겼네요!"

의사들의 말 한마디가 환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실로 막중하다. 병을 이기게 하는 용기를 북돋는 말을 하는 의사가 있는 반면 아무 생각 없이 내뱉는 말로 환자의 투병의지를 꺾어버리는 나쁜 의사가 있다. 물론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의사는 오직 자신의 의학적 진단과 충고를 위해 목청을 높이다가 환자의 프라이버시를 철저히 유린하기도 한다.

"이건 위생상의 문제예요. 환자 분께서 국부를 좀 더 깨끗이 관리하신다면 병은 깨끗이…"

커튼을 뚫고 들리는 의사의 목소리와 너풀거리는 그 사이로 보이는 반라의 여자 환자. 그리고 그녀의 절망적이고 수치스러운 눈빛. 저자는 이 같은 의사들의 언어에 대해 직업적인 대화지만 좀 더 세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보호자 없이 일반병동에서 죽음을 앞두고 있는 환자를 다용도실로 옮기거나 뇌졸중 환자를 구급헬기로 이송했지만 환자 수용을 거부하는 병원의 사례 뒤에는 냉혈한 의사들이 도사리고 있다.

수술 부위를 지혈하는 복대를 채우지 않은 경우, 어깨 수술을 하다가 수술용 드릴을 부러뜨리는 바람에 이를 빼내기 위해 거짓 핑계를 대고 재수술을 하는 경우, 사진연장 수술용 고정 장치를 잘못 박아 넣는 등 의료사고의 전후에는 무능과 실수투성이 의사들이 망령처럼 도열해 있다.

저자는 환자를 진심으로 대하고 맡은 바 직무를 충실히 하는 의사는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 환자에게 안부편지를 보내거나 "당신에게는 엄청난 힘이 있습니다. 당신은 병을 이겨낼 수 있습니다"는 말로 환자를 격려하는 의사가 그들이다.

(베르너 바르텐스 지음, 박정아 옮김, 알마 펴냄, 271쪽, 1만3500원)

제약사 로비에휘둘리는 의사들

책 표지
ⓒ 양문
의사
2000년 미국신장학회 학술대회장. 후원 제약사의 회사명이 인쇄된 이름표를 목에 걸고 다니는 움직이는 광고판 의사들이 커다란 가망을 둘러매고 학회장을 휘젓고 있다. 그들의 가방 속에는 인체 모형, 부채, 약 샘플, 사탕, 볼펜, 야구모자, 마우스패드, 손전등 등이 아무렇게나 담겨져 있었다.

2001년 3월 뉴욕 버펄로의 알레르기 전문의 로버트 라이스만 박사는 총 13개 제약사로부터 초청을 받았다. 아스트라제네카, 아벤티스, 쉐링, 노바티스, 3M 등이 학회기간 중 박사에게 저녁식사를 초대한 것이다. 돌아갈 때 현찰 1000달러를 얹어주는 곳도 있다.

세계적인 의학저널 <뉴잉글랜드의학저널> 편집장 출신인 제롬 캐시러의 <더러운 손의 의사들>은 의사들이 제약사와의 결탁이 얼마나 은밀하고 치밀하게 이뤄지고 있는가에 대해 고발하고 있다. 식사대접은 가장 일반적인 제약사의 판촉 방법. 부부동반 여행권, 스포츠 경기 입장권, 수련의나 전문의의 식사, 현금 등 제약사는 여러 형태로 의사들에게 편의를 제공한다.

제약사의 이러한 행위는 자사제품을 처방하고 홍보해 달라는 암묵적인 로비다. 대부분의 의사들은 제약사의 이러한 편의제공과 관계없이 소신 있는 처방을 내린다지만 팔이 안으로 굽는 것은 동서양이 다르지 않다.

수많은 의사들은 제약사의 자문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별다른 활동 없이도 정기적으로 제약사 명의의 입금액을 확인 할 수 있는 것이 의사와 제약사 간의 현실이다. 심지어 환자와 의사 간의 소송에서 자사 제품이 들어 있을 경우 소송지원까지 서슴없이 행하는 제약사가 있을 정도다 보니 소비자는 암울하기만 하다.

의사들은 제약사가 순수한 동기로 선물을 주는 것이 아니란 것을 잘 알고 있다. 의사들은 '뇌물'은 받지만 자기는 성실성을 지킬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저자는 매수되고 있다는 인식과 매수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싶은 욕구 사이에 존재하는 모순 앞에서 의사들은 자기기만을 한다고 지적했다. 부정을 부정하는 상황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의사들이 환자치료에 전념하지 못하는 상황이 야기되는 순간이다.

이 책은 가톨릭의대 북클럽 회원들에 의해 국내에 소개됐다. 의사로서의 자기성찰과 미래에 대한 약속이 담겨 있는 책인 셈이다. 옮긴이 최보문 교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핵심을 가르치는 데 반면교사의 역할을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 책의 출판을 결정했다"고 서문에서 밝혔다.

(제롬 캐시러 지음, 최보문 옮김, 양문 펴냄, 336쪽, 1만5000원)

2008.05.21 18:51ⓒ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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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개 과학법칙과 장수혁명

175개 과학 법칙과 100가지 장수 방법
[서평] <과학지도 그리기>와 <100세 혁명>
텍스트만보기 유성호(shyoo)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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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광
중·고등학교 물리·화학시간을 통해 배운 각종 법칙과 이론들이 한권의 책에 담겨 출간됐다. 이론과 법칙 당 한 쪽만 할여했는데도 책 한권이 묵직하다. 그만큼 알게 모르게 일상을 지배하는 과학적 이론이 도처에 존재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과학지도 그리기>의 특징은 간결성에 있다. 난해한 수학적 풀이로 독자를 질리게 하는 불친절한 과학서적이 아니라 담백한 맛의 백과사전 같은 책이다. 한 법칙을 약 두 줄 설명으로 요약한 다음 발견 동기와 각종 에피소드를 곁들여 독자를 과학의 세계로 자연스럽게 인도한다.

물리학적 계산에 익숙지 않거나 때론 몹시 싫어할 독자들도 공식과 이론 탄생과정을 간추린 에피소드를 읽다보면 어느새 한쪽 발이 책 속에 담겨져 있음을 느낄 것이다. 고대 그리스의 피타고라스에서 현대 인터넷 관련 공식까지, 옮긴이는 이를 유쾌한 타임머신 여행이라고 표현했다.

'굴러 떨어지는 토스트 이론'. 이 생소하고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는 이론은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 로버트 매슈스(1959~ )가 제창한 이것은 '접시나 탁자에서 떨어지는 토스트 조각은 자연히 버터를 바른 면이 아래로 오게 떨어진다'는 알듯 모를 듯한 이론이다.

영국 애스턴대 물리학자인 매슈스는 이 이론이 '머피의 법칙'의 명백한 증거를 제시해준다고 말했다. 매슈스는 지난 1995년 7월 <유럽 물리학저널>에 '굴러 떨어지는 토스트, 머피의 법칙과 상수'라는 연구논문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이론의 핵심은 토스트가 땅에 떨어질 때, 중력에 의한 회전력이 버터를 바른 면이 위로 올라가게 하기엔 부족하기 때문에 버터를 바른 면이 바닥을 향해 떨어지는 자연적인 경향을 갖는다는 것이다.

이 논증은 약 5쪽이나 되는 수학공식으로 설명되는데 매슈스는 남다른 관찰력으로 1996년 패러디 노벨상인 '이그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지난 2001년에는 이론적 실험을 통해 자신의 이론을 증명하고자 바닥에 토스트를 9821회 떨어뜨렸고 6101회 버터 바른 면이 아래로 향한 결과를 얻었다. 실험적으로 증명에 성공한 셈이다.

책은 이 같은 생소한 이론은 물론 베르누이 정리, 만유인력 법칙, 맬서스 인구이론, 가우스 법칙 등 낯익은 공식이나 법칙 등이 모두 175개나 등장한다. 과학을 좋아하는 중학생들부터 읽기 알맞다.(슈렌드라 미얀마 지음, 이강현 옮김, 지식나이테 펴냄, 253쪽, 10000원)

한해 한 가지만 실천하면 100살 장수?

ⓒ 지식나이테
'100살까지 건강하게 사는 100가지 방법'이란 소제목을 달고 출간된 <100세 혁명>은 아쉽게도 혁명적인 내용을 담고 있진 못하다. 그동안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다양한 섭생과 건강생활에 대한 방법을 한 곳에 모은 정도다.

그러나 이 책의 존재가치는 단순함에 있다. 지극히 단순하지만 우리가 지키지 못하는 섭생과 생활양태를 올바르게 인도하는 지침이 담겨 있다. 읽고 나면 다 아는 내용이라고 김빠져 하겠지만 건강은 우리 주위의 사소한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깨우친다.

먹을거리를 통한 섭생과 영양, 약초를 통한 치료방법, 운동과 라이프스타일, 사랑과 회춘, 그리고 충만한 삶의 조건 등을 나름대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삶의 성취를 통한 충만함을 얻는 기본적인 요소는 '건강'이라는 지적에선 고개가 끄덕여진다.

책의 또 하나의 특징은 동서양의 지혜가 퓨전으로 결합된 최적의 건강 지침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38대째 한의사 집안의 맥을 잇고 있는 저자 마오싱 니의 조상은 중국인이다. 그는 미국 LA에서 활동하고 있는 미국인이지만 한족인 집안 내력을 고스란히 전수 받았다.

그 같은 환경에서 자란 탓에 동양의 도교와 서양의 과학을 적절히 접목시킨 100세 혁명을 이끌고 있다. 중국 속담에 대부분의 병은 입으로 들어가는 것에서 오고, 대부분의 문제는 입에서 나온다는 것이 있다. 이는 입을 통한 호흡, 섭취하는 음식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나타낸 말이다.

항산화 곡식인 밀과 현미, 간에 좋은 아티초크, 심장이 좋아하는 사과, 콜레스테롤을 벗겨내는 귤껍질 등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곡물과 과일 등의 장점이 실려 있다. 또한 코골이, 동맥경화 등 질병으로부터의 보호와 운동의 중요성 등 건강서적의 기본을 착하게 갖추고 있다.

마오싱 니의 장수 비결은 의외로 간단히 집약된다. 그는 "다이어트 하지 말고 약 복용하지 않을 것과 야단법석 떨지 말 것"을 권했다. 그 이유는 굳이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웬만한 독자들은 모두 안다. 책 내용 또한 그렇다.(마오싱 니 지음, 김정미 옮김, 부광 펴냄, 365쪽, 12000원)
2007-04-16 14:50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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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류작가 3인의 '세 가지 맛' 이야기
[서평] <빠지다>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시트> <하루가 떠나면>
텍스트만보기 유성호(shyoo)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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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년생 가와카미 히로미의 <빠지다> - 속 깊은 맛

ⓒ 두드림
가와카미 히로미(川上弘美)는 생물학을 전공하고 5년간 교편을 잡았다가 1994년 파스칼 단편문학 신인상을 받은 <신>이란 단편으로 등단했다.

<빠지다>는 1999년에 선보인 작품이다. 이 작품은 그녀에게 제115회 아쿠다가와상을 안겨줬다. 아쿠다가와상은 일본 최고 권위의 신인문학상이다.

<빠지다>의 원제는 <溺れる>다. 익사의 뜻을 담고 있다. 그래서인지 행간이 깊다. 아무 생각 없이 읽다가 행간 속으로 어쩌면 익사해 버릴지도 모르는, 다소 염세적인 분위기가 깔려있다.

때로는 진부한 현실에 대한 반복 같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몽환적인 분위기가 첨가되면서 규정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독자를 몰입시킨다. 한마디로 난해하다.

히로미의 소설은 주로 한쌍의 남녀가 등장한다. 그리고 그들이 주고받는 일상적인 언어-때론 선문답 같은-속에서 자아 정체성을 드러낸다. 다분히 이기적인 언어들의 유희지만 작가는 그것의 원인제공자를 부조리한 사회라고 은유한다.

표제작 '빠지다'에 등장하는 모우리와 고마키. 이들은 '얼마 전'부터 도망치고 있는데, 고마키는 그 이유를 모른다. 모우리는 여러 가지로부터 도망하지만 그중 특히 부조리한 것으로부터 도망한다는 소리에 그저 고개만 주억거릴 뿐이다.

이 둘의 대화와 생각은 철로처럼 평행선을 긋지만 끝까지 둘만이 도망치고 있다. 10분마다 흔들리는 철길 옆 작은 다다미방에 누워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다는 두 남녀. 이들을 도망이라는 막장으로 몰고 간 부조리는 과연 무얼까. (오유리 옮김, 두드림 펴냄, 187쪽, 8200원)

68년생 모리 에토의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시트> - 따뜻한 맛

ⓒ 시공사
모리 에토(森繪都)의 글은 따뜻하다. 그녀의 부드러운 시선에 들어 온 피사체는 온기 있는 뇌를 거쳐 따뜻한 손끝으로 빠져 나온다. 활자에서 김이 모락거리는 듯하다. 그래서 글이 맛있다. 따뜻한 글은 맛있다는 공식으로 정리되는 책이다.

에토 역시 일본에선 유명한 작가다. 아동문학을 많이 쓴 것이 시각의 온기를 담보할 수 있는 저력인 듯싶다. 와세다대를 졸업하고 1990년 <리듬>으로 고단샤 아동문학상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데뷔했다.

따스하면서도 힘차고 깊이 있는 작품 세계로 폭넓은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다는 일본 문단의 평이다.

표제작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시트'는 국제기구에 근무하면서 국제 결혼한 한 쌍의 부부 이야기다. 상대를 바라보는 시각이 도전에서 사랑, 그리고 존경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밀도 있게 그렸다.

국제기구 특성상 오랜 시간 떨어져 근무하면서 느껴지는 새삼스러움. 그 애틋함과 맞닥트리고 있는 또 다른 환경이 주는 간절함 사이의 간극.

안전한 도쿄 시내에서의 삶을 사는 여자와 코소보, 아프가니스탄 등 분쟁 지역만 골라 근무하게 되는 남자가 느끼는 삶의 질. 그 질은 안전과 불안전, 풍요와 빈곤으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본질로 규정되는 것임을 일깨워 주는 책이다.

안전과 풍요 속에 머물던 여자에게 전해지는 남편의 죽음. 시간이 흐른 뒤에야 밝혀진 남자의 죽음 속에 담긴 숭고함. 그때서야 남자가 그토록 갈망했던 '가치'가 무엇이었는지를 깨닫는 여자.

마지막 순간 아프가니스탄을 자원하는 여자의 힘찬 목소리에 울컥하고 울음이 터질지도 모른다. 그리고 긴 여운…. (김난주 옮김, 시공사 펴냄, 422쪽, 1만1000원)

79년생 아스카이 치사의 <하루가 떠나면> - 살아 있는 맛

ⓒ 랜덤하우스코리아
아스카이 치사가 데뷔했을 때 일본 문단은 떠들썩했다. <하루가 떠나면>으로 스바루 신인문학상을 거머쥐면서 그녀에게 쏟아진 찬사는 "따뜻한 시선과 예리한 통찰력으로 젊은이들의 고통과 희망을 그려냈다"는 것이었다.

이혼 가정 남매와 하루라는 개를 통해 그려진 한 일본 가정의 소소한 삶. 일상적이지만 모든 '가정과 몽환'이라는 기름을 빼고 지극히 현실적이고 건전한 희망을 이야기한 소설이다. 앞서 두 작가의 작품집은 단편집이지만 이 책은 장편이다. 그래서 맛을 음미하기가 쉽지 않다.

14년 전 공원에서 주워져 어린 남매에게 길러 진 하루. 이혼 가정인 만큼 남매에게 하루는 가족, 즉 부모 또는 형제의 개념이다. 또한 결손가정에서 오는 자기방어와 그로 인한 외부와의 일정한 단절. 하루는 그것을 풀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던 셈이다.

외부와의 소통의 통로인 하루가 떠난다면? 부인하고 싶은 현실과 마주친 남매가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통로를 개척한다는 것이 이야기의 줄기다.

소외와 단절을 이야기하고 소통과 연결을 끄집어내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심금을 울리는 잔잔한 살아있는 이야기다. 따지고 보니 하루는 참 많은 것을 사람들에게 남기고 갔다. 애견가들은 심하게(?) 공감할만한 책이다. (양경미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 펴냄, 296쪽, 1만 원)
2007-04-07 12:26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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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변호사 강연....

박원순 "서울 뉴타운에는 '역사'가 남지 않는다"
공공 디자인 중요성 강연 "왜 우리 국민은 국회에 들어가지 못하나"
텍스트만보기 유성호(shyoo)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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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제작소 박원순 상임이사의 강연 모습
ⓒ 유성호

"서울의 뉴타운 프로젝트는 나무 한그루 남기지 않고 몽땅 베어내고 부숴버립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도시는 역사가 남지 않습니다. 외국은 철거를 해도 전 건물의 역사를 남기는 조례가 있습니다. '역사'는 관광객을 오게 하지 '현재'는 그렇지 못합니다"

봄비가 부슬거리던 지난 28일 오후 7시가 조금 넘을 무렵 안국동 희망제작소에선 작지만 의미 있는 박원순 변호사(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의 강연회가 열렸다. 이날 강연제목은 '소셜 디자이너의 꿈'. 자신의 꿈을 나누고 공유하자는 의미의 자리였다.

박 변호사는 공공 디자인 측면에서 세계 도시와 우리의 현실을 비교하면서 특유의 '외유내강'한 비판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섬유산업으로 유명했던 대구의 경우 밀라노프로젝트 등으로 부흥을 꿈꾸고 있지만 짧은 시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독일은 유리천장 국회... 한국 국회의사당도 뜯어고쳐야"

이같은 진단의 가장 큰 이유는 국민들 특히 지역민들의 감정 속에 섬유산업에 대한 문화와 역사가 제대로 스며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산업이 산업에만 머물러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산업이 문화와 결합하게 되면 비록 사양길로 접어들어도 또 다른 형태로 공공성을 담아낼 수 있다는 논리다.

박 이사는 비근한 예로 독일 최대의 철강공업단지였던 에센(Essen)시를 들었다.

대전의 절반 크기인 에센시는 19세기 철강 재련 탄광들이 들어서면서 세계 최대의 단일 공업단지인 루르 공업지대의 중심 도시로 떠올랐다. 약 1000년의 역사를 가진 에센시는 이후 급속한 발전을 하지만 2차 세계대전 때 군수품 생산지란 이유로 연합군의 집중 포화를 맞아 도시 대부분이 부서졌다.

라인강의 기적을 일군 독일인들은 에센시 역시 과거의 화려한 명성을 되찾을 수 있도록 복원에 심혈을 기울였고 인구 60만의 공업도시로 재탄생시켰다.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서 '문화'를 고스란히 담았다.

대규모 자연 호수공원인 발덴아이제(Baldeneysee)를 중심으로 자연과 생태, 기계와 인간의 공존을 모색한 에센에서 박 변호사는 공공 디자이너로서의 책임감을 느꼈다. 그는 이날 강연회에서 서울에 있는 몇몇 곳을 도마 위에 올렸다.

낮엔 어지러운 간판이 도시를 뒤덮고 밤이면 네온사이들이 눈을 피곤하게 하는 도시에서 철학과 문화를 기대하기란 언감생심이란 지적이다. 독일의 경우 주택가 벽면에 하이네의 싯구가 살아 숨쉬며 문화를 향유하고 있고 국회의사당 천장이 유리로 되어 있어 투명한 정치를 지향하는 그들의 철학을 대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과 부산의 전설이 무엇이며 상징이 어떤 것인지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에 참석자 모두 '꿀 먹은 벙어리'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박 변호사는 돈이 들더라도 국회의사당을 뜯어고쳐서 국민이 자유롭게 드나들고 언제라도 의정을 감시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용산공원은 완전한 생태환경공원으로 남겨야 합니다. 그 땅에 건물을 짓는 것은 환경을 망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옛것을 마구 부수고 그 위에 아파트를 지어 팔아서 돈을 남기고 결국 부정한 데 쓰이고 있습니다. 국회의사당 정문의 붉은 카펫은 누굴 위한 것입니까. 왜 국민들은 그리로 들어가지 못합니까."

"용산공원은 생태환경공원으로 보존해야 한다"

"반도체·조선·철강 등의 굴뚝 산업으론 더 이상 성장할 수 없습니다. 이제 디자인을 앞세운 문화예술산업을 함께 가져가야 살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창의성을 발휘하는 놀이가 필요합니다."

창의성이 곧 문화와 철학의 저변을 형성하는 중요한 동기라고 말을 맺은 박 변호사. '왜 우리사회는 그렇게 할 수 없을까' 하는 자책보다는 시민들이 앞장서서 변화시키는 희망을 만들어가자는 메시지를 전달한 자리였다.

이번 강연회는 박 변호사가 상임이사로 있는 희망제작소 사회창안센터 시민평가단을 대상으로 열렸다.

ⓒ 유성호
2007-03-29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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