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4. 18. 01:59

앞으로 기대되는 주말 엠비씨 뉴스데스크...

'뉴스데스크'의 유쾌한 '언저리뉴스'식 진행
주말담당 최일구 앵커의 파격 진행 화제
유성호 (shyoo)기자
▲ 최일구 앵커
ⓒ2004 iMBC
다소 무겁게 느껴졌던 방송사의 한 메인 뉴스가 코미디 소재로 활용되고 있는 '언저리 뉴스'를 역이용, 시청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화제가 되고 있는 뉴스는 <문화방송>의 메인 9시 뉴스데스크의 지난 17일자 방송. 평일에는 엄기영 앵커가 진행하지만 주말에는 최일구 앵커가 진행을 맡는다. 따라서 화제의 주인공은 최 앵커.

최 앵커는 17일 토요일 방송된 뉴스데스크에서 파격적인 진행으로 시청자들을 다소 당황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많은 시청자들은 '속이 시원하다'는 반응이다. 이날 최 앵커는 뉴스 곳곳에서 반어법과 직설적인 화법을 이용해 때로는 잘못된 점을 신랄하게 꼬집고 한편으로는 시청자의 판단까지 뺐는(?) 파격적인 뉴스 진행을 했다.

최 앵커는 17대 총선 후보자들이 선관위에 신고한 선거비용을 다룬 '정말 적게 썼나'에서부터 당선자들에게 따끔한 한마디를 던지면서 '언저리 뉴스데스크'의 서막을 알렸다. 최 앵커의 멘트다.

"이번 총선에서는 돈만큼은 묶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그런지 후보들마다 법정 선거비용의 반도 안 썼다고 신고했습니다. 선관위가 정말 적게 썼는지 정밀조사에 들어갔는데 혹시 거짓 신고한 당선자 있으면 정말 곤란합니다"

이어 선거 당선자들의 당선사례를 모은 '다시 일상으로'에서는 "17대 당선자들은 오늘하루 거리로 나가서 당선 사례를 했습니다. 유권자들은 한결같이 깨끗하고 희망을 주는 정치 좀 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299명 당선자 여러분, 제발 싸우지 마세요"라며 정쟁이 아닌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시청자를 대신해 주문했다.

최일구 앵커는?

최 앵커는 경희대 국어국문학과를 나와 1985년 문화방송에 입사해 사회부 기자로 활동하다가 라디오 편집부, 카메라 출동, 시사매거진 2580 등 취재를 거쳐 경제부, 정치부, 정보과학부 등 다방면을 섭렵했다.

최 앵커는 문화방송 홈페이지 앵커룸을 통해 "과거 독재정권의 하수인 역할을 하기도 했던 아픈 과거도 있지만, 또 이 사슬을 끊기 위해 방송사로서는 가장 처절한 투쟁을 통해 방송 민주화를 견인해 왔다"며 "MBC 뉴스는 이제 ‘사회통합’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본다"고 피력하고 있다.

아울러 "앵커는 이런 시대적 사명감을 안고 취재 현장을 누비는 보도국 전체 '기자들의 땀방울을 꿰어 보배로 만드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 유성호 기자
최 앵커의 파격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박찬호 선수의 승리를 전하면서 일본 출신의 교타자 이치로를 꽁꽁 묶은 것에 대해서도 빠트리지 않고 한마디 거들었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 선수가 완벽하게 부활했습니다. 7인닝 무실점의 완벽한 투구로 소중한 1승을 거뒀습니다. 더욱 통쾌한 것은 일본의 간판타자 이치로를 완벽하게 잠재웠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특히 최 앵커는 끊이지 않는 사고로 고장전철로 불리는 고속전철의 잇따른 사고를 취재한 '불안한 건널목'에서는 속도 속에 매몰된 안전의식을 특유의 입담으로 우회적으로 신랄하게 비판했다.

"고속전철 호남선 구간에서 사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경부선에 비해 안전시설이 부족합니다. 고속철도 사장님, 인명사고 방지대책 없이 아무리 빨리 달리기만 하면 무엇합니까?"

이번 총선에서 10석을 차지해 원대 제3당인 된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표와의 대담에서는 "개인적으로는 국회의원이 되셨는데 이제 행복하십니까.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라며 민노당의 슬로건을 슬쩍 빌려 묻는 등 무겁게만 느껴졌던 뉴스를 시청자가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도록 진행했다는 평이다.

문화방송의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서는 최 앵커의 파격 진행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 "뉴스 데스크 남자 진행자분 중간 중간에 멘트 멋지셨어요. 속이 시원시원하네요"(이재혁씨), "주말 남자 앵커분 참 재밌네요. 비꼬는 말 재밌는 말 여러 가지 느낌이 있는데요. 나쁘지 않고 딱딱한 뉴스분위기를 재밌게 진행한다는 것엔 매우 즐겁게 시청이 됩니다"(장지안 씨) 등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지만 부정적인 평가도 많았다.

"오늘 뉴스데스크 진행자분 좀 이상하시네요. 뭔가 변화를 꾀 하는건 좋은 모습이긴 합니다만 뉴스를 하는건지 논설을 하는건지 좀 의아스럽네요"(주원봉 씨), "주말 9시 뉴스 남자 앵커의 경우 뉴스내용을 소개할 때 사적인 얘기를 덧붙여서 소개하는 것이 썩 좋지만은 않아 보입니다"(이재섭 씨) 등 다소 거슬렸다는 지적도 있었다.

앵커의 사전적 의미는 '취재되어 온 원고를 기초로 최종적인 정리를 하는 뉴스캐스터'로 최 앵커의 이번 진행은 앵커의 소명의 다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그동안 우리의 뉴스 진행 관행이 앵커의 본분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이 최 앵커의 유쾌한 '언저리뉴스'식 진행을 어색하게 만든 것이라는 시청자들의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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