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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12.08 도둑맞은 베르메르...
- 2006.12.08 짚과 풀로 만들기...
- 2006.12.08 토리이야기...
- 2006.12.08 민단-총련 원위치...
- 2006.12.08 수원화성, 아이들이 돼지로 변했어요...(초등저~고)
- 2006.12.08 암호 이야기...
- 2006.12.08 스켈레톤 크루...
- 2006.12.08 20세기 방정식, 맥스웰 도깨비...
- 2006.12.08 하류사회...
- 2006.12.08 마리오네뜨 인형...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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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난당한 그림은 즉각 신고 됐고 500만 불이라는 거액의 현상금이 붙는다. 수사는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나섰다. 도대체 어떤 그림이기에 이처럼 거액의 현상금과 FBI까지 나섰을까. 당시 도난 작품은 렘브란트의 '검은 옷의 부인과 신사', '갈릴리 바다의 폭풍', 그리고 이 둘보다 더 가치 있다는 베르메르의 '세 사람의 연주회'다. 두 사람은 17세기 네덜란드를 대표하던 화가였기 때문에 이들 작품은 가드너 미술관 2층 네덜란드관에 함께 전시돼 있다 변을 당했다. 도둑은 벽에서 액자를 떼어낸 후 바닥에 놓고 액자 안쪽을 커터 칼로 도려내는 난폭한 방법을 사용했다. 현장에 떨어진 그림물감 조각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 그림이 많이 상했을 것이란 추정도 가능하다. 안타까운 순간이다. 그렇다면 누가, 왜 이러한 짓을 하는가. 뜻밖에도 그림도둑은 돈을 노린 단순 절도도 있지만, 정치적 목적까지 가지고 있는 자들도 있다니 흥미롭다. 명화 절도, 금전적 목적만이 아니다 저널리스트 구치키 유리코의 <도둑맞은 베르메르>는 가드너 박물관에서 도둑맞은 베르메르의 그림을 중심으로 그림 한 점이 유명해지는 과정과 그림을 둘러싸고 엮여있는 사람들의 이해관계를 역동적으로 그려낸다. 유리코는 이미 <베르메르, 매혹의 비밀을 풀다>를 지어낸 베르메르의 전문가. 이번엔 도둑맞은 명화에 대한 이야기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풀었다. 1990년 도난 당시 베르메르는 사실 렘브란트보다 지명도가 떨어졌다. 그러나 1995~96년 워싱턴과 네덜란드에서 열린 개인전을 통해 베르메르는 렘브란트를 가볍게 누르고 네덜란드 대표화가로 등극한다. 개인전에는 무려 78만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흥미로운 사실은 베르메르 작품 도난 사건이 전에도 많았다는 것이다. 이미 세 점의 그림이 범죄 표적이 되어 잃었다가 되찾았다. 그 중 '편지를 쓰는 여인과 하녀'는 두 번이나 도둑맞는 운명을 겪기도 했다. 베르메르는 작품 수에 비해 도난이 잦다. 이유는 테러집단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방편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그림 자체를 인질화시켜 교섭을 이끄는 도구로 사용할 수 있는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그 가치란 다름 아닌 희소성이 만들어 낸 그림 값이다. 가드너 미술관 도난사건은 피해규모가 사상 최대로 추정되고 있다. 모두 2~3억 불 규모로 추산되고 있다. 당초 100만 불이던 베르메르의 작품 현상금은 1997년 500만 불로 치솟았다. 이유는 시중에서 유통시킬 수 없는 작품이기 때문에 현상금을 받고 되돌려 달라는 의미다. 그러나 아직 사건은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가드너 도난사건 미궁...피해액 3억 불 추정 또 한 가지 흥미 있는 것은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다. 1999년 뉴욕으로 이주한 저자는 신문에서 그림 도난사건 기사를 자주 접한다. 가드너 사건에 대한 후속기사를 접한 것도 이때다. 작품 목록과 작품 판매처(사실이 아니지만)로 일본이 언급된 것이 저자의 흥미를 끌었다고 한다. 수많은 미술품 도난사건 중에서 베르메르에 초점을 맞춘 것은 그의 작품들이 매우 상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설명했다. 1970년대 이후 일어난 미술품 도난사건을 통해 미술시장이 활성화 되고 있고 범죄자들은 미술품을 현금화하기 쉬운 유가증권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범인들은 비싼 것 ‘한 방’을 노리게 됐고 베르메르는 구미 당기는 표적이 된 것이다. 가드너 미술관에는 세로 161.7cm, 가로 129.8cm의 액자가 아무 것도 채워져 있지 않은 채 걸려있다. 렘브란트의 ‘검은 옷의 부인과 신사’란 그림이 있던 자리다. 대신 안쪽 벽지에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혀있다. '이 갤러리에 있는 내용 없는 액자가 말해주는 것처럼 1990년 3월 18일 밤, 경관으로 위장한 강도가 가드너 미술관에 침입해 몇 점의 작품을 훔쳐 달아났습니다.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컬렉션 대부분은 무사했으며 갤러리에도 특별한 손상은 없었습니다. 우리는 이 작품이 돌아올 것이라고 확신하며, 또한 도난당한 미술품에 대한 수사 열기가 식지 않고 계속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 작품들의 도난과 관련된 정보를 알고 계신 분은 연방수사국으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과연 누가 어떤 목적으로 그림을 훔쳐 갔는지. 그림의 향배와 500만 불의 주인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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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고민 차에 다행스럽게 관련 홈페이지가 있어서 참고할 만한 것을 찾아 방문했다. 짚풀생활사박물관 홈페이지(www.zipul.co.kr)를 찾으니 팝업창 두 개가 뜬다. 하나는 한국 축구의 세계제패를 기원하면서 만든 짚공 사진이고 또 하나는 대망의 신간 <집과 풀로 만들기> 출간 소식을 알리는 것이다. '대망의 신간'이란 표현에서 저자나 독자 모두 간절하게 기다려왔다는 절실함을 느낄 수 있었다. 저자인 인씨는 잘 알려져 있듯이 '껍데기는 가라'의 시인 고 신동엽씨 미망인이다. 그동안 따라 다니던 '시인의 미망인'이란 꼬리표를 지난해 <시인 신동엽>(현암사)를 통해 떼어내기까지 20여 년간 저자는 묵묵히 우리의 짚풀 문화를 개척해 왔다. 그녀가 하는 일은 하찮게 버려지는 짚이며 이름 모를 들풀에다 생명을 불어 넣는 작업이다. 그녀의 손끝을 거치면 검불에 지나지 않던 짚풀도 멋진 작품으로 탈바꿈해 숨을 쉰다. 저자는 1978년부터 짚풀 문화를 찾아 전 세계를 누비기 시작했고 1987년 사단법인 짚풀문화연구회를 설립해 본격적으로 저변 확대를 위해 뛰어 들었다. 1993년에는 짚풀생활사박물관을 설립해 귀중한 체험활동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이번 책에는 초등학생들이 체험할 수 있는 짚풀 공예의 가장 기본이 되는 작품을 실었다. 짚공예의 기본인 새끼 꼬기부터 시래기두름, 달걀 꾸러미, 수박망태, 허수아비, 똬리, 망태기, 보릿짚 인형, 보릿짚 컵받침, 보릿짚 카드, 여치집, 도라지꽃, 장미꽃, 삼태기, 여치, 잠자리 등 26종이 담겨있다.
농사꾼에게 씨앗은 생명이다. 그래서 옛말에 굶어 죽어도 씨오쟁이는 베고 죽으란 말까지 있다고 하니 귀중함을 엿볼 수 있다. 닭둥우리는 공중에 다는 닭집을 말한다. 닭이 올라가 알을 낳고 품는 장소이기도 하다. 볏짚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보온과 통풍이 좋다. 닭둥우리는 많은 모양이 있는 데 책에서는 용마름을 짧게 엮어 뒤집은 모양을 보여주고 있다. 수박망태를 들여다보자니 불뚝 어릴 적 생각이 난다. 맞아! 그때는 새끼줄로 엮은 망에 수박을 담아가지고 다녔지! 꼭꼭 잠겨서 떠올릴 기회조차 없던 기억이 되살아나는 반가움. 이 책이 선사하는 유익함 중 하나일 것이다. 종려나무 잎으로 여치와 잠자리를 만든 것을 보면 실물을 방불케 한다. 색깔도 들어맞고 각선의 오묘함 역시 빼닮았다. 여치의 경우 제작과정 사진을 30장이나 보여주는 섬세함으로 처음 만드는 이들도 착실히 따라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이렇듯 작품마다 충분한 사진 설명으로 완성도를 높여주는 친절함 역시 이 책의 유익함이다. 인씨에 따르면 짚과 풀로 못 만드는 것이 없을 정도로 응용 분야가 넓다. 또 조금만 신경을 쓰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 자연재이기 때문에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다. 이보다 더 환경친화적인 취미생활은 없다는 말이다. 짚풀생활사박물관에서 직접 체험활동을 할 수 있다고 하니 올 여름방학엔 책 한 권 허리춤에 끼고 온 가족이 달려가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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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반평생, 죽어 반평생을 살다간 토리. 살아서는 한 곳에서 뿌리를 박은 채 대자연과 사계, 그리고 자신을 찾아 온 운명과 벗하며 지고지순하고 무한한 사랑을 보여준다. 베어진 후에는 숯과 재가 되어 영원히 이 땅에서 사라지는 순간까지 보여준 희생정신을 따라가다 보면 가슴 뭉클한 감동을 만난다. 토리의 아름다운 삶을 보기 위해 책을 편다. 순간 우리는 싱그러운 봄날 대지를 뚫고 막 올라오는 연녹색 새순을 만난다. 아기 손 같이 고물고물, 잼잼, 땅을 간질이며 오르는 토리의 손을 잡아보자. 그리고 때묻지 않은 아기 눈빛 같은 이야기 속으로 빠져 보자. 한평생 지고지순한 사랑을 남기고 간 나무의 일생 엄마 몸에서 떨어져 첫 이별을 느낄 사이도 없이 다람쥐 먹이로 일생을 마감할 뻔한 토리. 그러나 인기척에 놀란 다람쥐가 토리를 묻고 가는 바람에 용케 땅속에서 겨울을 난다. 땅이 녹고 대자연이 기지개를 켜는 봄, 토리도 힘차게 고개를 세상 밖으로 내민다. 처음 맞는 세상은 경이롭다. 토리는 가장 먼저 빛을 접하고 눈이 부셔서 비틀거렸다. 그때 발아래 흙은 토리의 뿌리를 힘껏 잡아주며 세상을 향해 올곧이 서라고 격려한다. 빛 다음으로 토리를 반긴 것은 바람이었다. 바람은 지상에서 토리에게 처음으로 말을 걸고는 떠났다. 처음 맞는 이별이지만 토리는 슬퍼하지 않았다. 바람은 머물다가 떠나는 존재며, 기약할 순 없지만 언젠가는 다시 돌아오기 때문이다. 또 내일이면 다시 떠오를 햇님을 위안 삼아 슬픔을 기다림의 기쁨으로 승화시킨다. 토리는 아름다운 천성을 타고났다. 사람들의 관심이 없다며 풀이 죽어 있는 친구나무인 솔이를 한껏 치켜 세워준다. 둥지를 틀기 위해 날아 든 곤줄박이 부부에게 가슴을 열어 터를 내어주고, 이들이 낳은 세 마리 형제를 자기 자식인 양 돌본다. 특히 몸이 약한 둘째 줄이를 마지막까지 돌봐 이소(移巢)에 성공시킨다. 그리고 행복한 표정으로 속으론 이별의 눈물을 흘린다. 나무 등걸에 내려앉은 민들레 홀씨를 바람에 날려보냈고, 곤줄박이 가족을 모두 떠나보낸 빈 가슴에 어느 날 겨우살이가 자리 잡는다. 새똥인 줄 알았던 흔적에서 겨우살이가 움트는 것을 본 친구 솔이는 빨리 없애버리라고 난리를 편다. 겨우살이는 식물에 기생하면서 양분을 빼앗아 먹는 기생식물이다. 그러나 토리는 겨우살이가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몸을 열었다. 그리고 겨우살이를 위해 물을 빨아 올려 공급했다. 숲 속에는 이제 토리, 솔이, 겨우살이, 그리고 잊을 만하면 불어오는 바람 아저씨가 함께 행복하게 살아간다. 자연의 이치와 삶의 지혜를 자연스럽게 전달 토리는 도토리 나무가 아니다. 참나무의 일종인 신갈나무다. 우리가 흔히 참나무라고 부르는 것에는 굴참나무, 졸참나무, 떡갈나무, 신갈나무 등이 있다. 나무껍질과 열매 모양이 조금씩 틀리다. 이들은 모두 도토리 열매를 맺고 베어져서는 대부분 숯으로 만들어진다. 책에는 지혜의 상징으로 나무꾼 노인이 등장해 자연의 이치와 삶의 지혜를 전달한다. 벌목을 하는데 있어서 나무를 대하는 경건한 마음에서부터 나이테를 보는 방법까지. 세상은 돌고 도는 것이라고 읊조리는 노인의 손에 의해 토리와 솔이, 그리고 겨우살이는 원치 않는 이별을 한다. 마지막 이별의 순간에 찾아 온 바람에게 더 이상 쉴 터를 주지 못해 미안해하는 토리. 그 말에 몸부림치며 우는 바람 아저씨. 이미 토리의 몸에는 여러 번 도끼 날이 들이친 상처가 나 있다. 바람 아저씨는 마지막으로 신갈나무의 뺨에 입을 맞추고 이별한다. 숲은 인간에 의해 골프장으로 개발되고 있었다. 베어진 토리는 숯막에서 뜨거운 불길을 견디고 숯으로 환생한다. 숯이 되는 과정에서 정신이 혼미해진 토리는 헛것을 본다. 그 동안 사귀었던 친구들이 눈앞을 스친다. 헛소리를 해대는 토리의 모습을 접하면 안타까움은 고조를 이른다. 토리는 숯이 되어서도 인간을 위해 공기를 정화하고 심술쟁이 풍란에게는 깨끗한 물을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연약한 숯으로 살면서도 남을 위해 살아간 토리는, 그러나 끝내 부서지고 깨어져 볼품없이 내동댕이쳐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겨우살이와 극적인 재회를 한다. 겨우살이는 인간의 병을 고치는 약으로, 토리는 그것을 끓이는 불로, 이들은 그렇게 인간에게 베풀고 다시 자연으로 돌아간다. 한 몸이었던 토리와 겨우살이가 마지막으로 나눈 대화는 감동의 절정이다. 죽기 전에 토리를 만나게 해달라고 별님, 달님, 바람, 그 모든 것에 빌었다는 겨우살이의 고백에 토리는 다시 나무가 된다면 두 번 다시 겨우살이 같은 것은 키우지 않겠다고 했다. 시무룩해진 겨우살이는 자기가 싫으냐고 묻는다. "그래. 절대로 헤어지지 않는 줄 알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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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단은 6월 24일 도쿄에 있는 중앙본부에서 임시 중앙위원회를 열고 산하단체와 지방 민단본부의 반발에 따라 5월 17일 합의했던 총련과 관계를 백지상태에서 재검토하기로 결정했다. 민단에 따르면 하병옥 민단회장은 이날 회의에서 총련과의 관계에 대해 "백지상태로 돌아갔다"고 말해 사실상 원점 회귀했음을 처음 시사했다. 이에 따라 총련과 합의했던 중앙차원의 8·15 공동행사는 전면 보류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앞서 민단과 총련은 지난달 17일 역사적인 대표회담을 통해 그동안 정치적 반목을 털고 6·15 기념행사 공동 참가, 8·15 경축행사를 공동 개최키로 하는 등 6개항의 화해 공동성명을 발표했었다. 그러나 민단 최대 산하조직인 한국상공회의소(한상)와 지방본부는 5·17 대표회담이 내부 조율 없는 졸속이며 화해는 시기상조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이들은 중앙본부 집행부가 탈북자 지원활동, 참정권 운동 등을 보류한 채 총련과 협력한다는 데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또 일본인 납치사건과 마약 밀매를 일삼는 북한 정권을 지원하는 총련과 쉽사리 손을 잡을 수 없다는 이유다. 특히 민단 역사상 가장 중요한 사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내부 논의 없이 몇몇에 의해 의사가 결정되는 등 불투명한 의사결정과정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한상은 지난 23일 도쿄에서 긴급 전국이사회를 열고 민단과 총련의 5·17 대표회담 합의를 백지 철회하는 요구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또 하 단장 등 민단 중앙 본부 집행부의 책임을 묻는 임시 중앙 대회 개최를 요구하기로 하는 등 중앙 집행부를 압박했다. 한편 민단은 지난 1일 총련과 교섭을 담당한 강영지 기획조정실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부단장 5명은 거취를 하 단장에게 위임하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서고 있으나 회원들의 반발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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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용 그림책 두 권이 비슷한 시기에 나왔다. 두 권 모두 시리즈물인데, 한 권은 텍스트와 사진, 삽화로 구성됐고 다른 한 권은 만화책이다. 이런 그림책들은 초반 몇 쪽으로 재미있고 없고가 가름된다. 가장 정확한 것은 아이들 반응이다. 이번 책들은 꽤나 재미난 모양이다. 아이들이 눈을 떼지 않는 걸 보니. 정조의 꿈이 담긴 조선 최초의 신도시, 수원화성
<조선 오백년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곳, 경복궁>에 이어 두 번째 책을 접하고 느낀 점은, 사진과 삽화가 훨씬 보기 좋아졌다는 것이다. 글은 수원시 학예연구사인 김준혁씨가 썼다. 오래 전부터 정조와 화성을 연구한 전문가답게 꼼꼼하고 세심하게 어린이들에게 수원화성의 역사와 안팎을 열어 보인다. 특히 수원화성에 담긴 정조의 숨은 뜻을 재미나고 역동적으로 풀었다. 또 한편으론 정약용으로 대표되는 조선의 실사구시 실학정신도 만나는 재미가 있다. 체험학습 시리즈라는 이름에 걸맞게 책을 펼치면 천연색 사진과 삽화가 시선을 단박 이끈다. 현장을 최대한 많이 보여주려는 집필진의 땀 냄새가 느껴진다. 궁금증을 자아낼 만한 것이 나오면 어느새 부분사진에 친절한 설명을 달아 놨다. 수원화성은 기존의 성과 달리 치밀한 계획에 의한 공사였고 새로운 공법과 공사도구를 선보이면서 조선조 건축술을 한 단계 끌어 올린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원래 공기를 10년으로 잡았는데 거중기, 유형거, 녹로 등 기기를 이용해 2년 9개월만에 마쳤다고 한다. 과학적인 공사 기구 덕분에 공기를 3분의 2나 단축할 수 있었다. 정조는 공사에 동원된 백성들과 강제 이주를 해야 했던 이들에게 노임과 이주비를 넉넉히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공기 단축으로 절감한 예산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책은 역사의 정신과 유물을 바라보는 시선을 씨줄과 날줄처럼 짜임새 있게 엮었다. 유물이 만들어진 역사적 배경과 유물에 담겨져 있는 선조들의 정신까지 보여준다. 가끔 너무 많은 것을 한꺼번에 보여주려는 욕심 때문에 한정된 지면이 버거울 때도 있지만 그리 나쁘진 않다. 수원화성은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문화유산이다. 세계가 앞장서 보호하고 보존할 가치가 있는 유산이다. 자칫 수원화성은 역사 속에 묻힐 뻔했다. 일제의 훼손에 이어 한국전쟁 때 일부만 남고 대부분 폭격에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떻게 옛것과 같이 복원했을까. 그것은 바로 '화성성역의궤'라는 책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일종의 공사보고서인 이 책은 공사의 처음과 끝을 10권 9책에 소소히 기록했다. 일정과 경비, 건축도구, 자재 단가, 심지어 회식 기록, 기술자 이름 등 모든 사항을 촘촘히 기록했기 때문에 이를 보고 1975년 3년만에 완벽하게 복원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과연 정조는 수원화성을 왜 지었을까. 비운의 아버지 사도세자를 기리기 위해서? 아들인 순조를 도와 부강한 조선을 만들기 위해서? 이 두 가지 목적을 모두 충족하는 것은 물론, 총애하던 정약용으로 대표되는 실학의 실사구시를 제대로 한 번 구현해 본 것은 아니었을까. 머루·다래 남매 vs. 햄버거보이·피자걸
책은 건강지킴단 단장인 건강박사님 부탁으로 초등학교 5학년인 머루와 쌍둥이 남매 다래가 돼지로 변한 같은 반 친구 포식이와 어린이들을 구하러 나서는 이야기다. 이들의 대척점에는 흑마왕의 부하 햄버거보이와 피자걸이 있는데 '음식 탓인지' 약간 모자란 캐릭터로 나오면서 번번이 머루와 다래에게 패하고 만다. 친구들을 구하러 가는 길에는 솔로몬의 지혜와 다윗의 용기가 필요했다. 농산물나라에서 아이들을 소생시킬 '신토불이 영양소'를 얻어야 했는데 곡식, 열매채소, 뿌리채소, 잎줄기채소, 과일 등은 머루와 다래에게 쉽사리 영양소를 내주지 않는다. 이유는 포식이가 그동안 이들을 홀대하고 멸시했다는 것이다. 곡식마을 곡식들의 항변을 들어보자. "포식이가 식탁에서 우리를 얼마나 하찮게 여겼는지 알아. 난 그 녀석이 밥에 섞인 콩을 벌레 보듯 젓가락으로 건져 내던 것만 생각하면 치가 떨린다고!" "찬밥 신세였던 건 나도 마찬가지야. 그 녀석 보리밥만 먹으면 방귀가 나와서 안 먹는다나? 몸에 좋은 섬유질이 많아서 소화가 잘 되느라 그런 줄도 모르고…." 영양소를 얻기 어려운 상황이 되자 머루와 다래는 포식이 대신 곡식들에게 사과했지만 외면당한다. 흑마왕은 머루와 다래가 영양소를 얻지 못하도록 훼방을 놓거나 농작물을 죽이려 하는 등 해코지한다. 그럴 때마다 머루와 다래는 용기와 지혜로 이겨내고 마침내 필수 영양소를 모두 얻어와 돼지 친구들을 본래 모습으로 되돌린다. 책은 농림부의 '우리식탁 지키기' 프로젝트 첫 번째 작품이다. 공공기관 홍보용 책자의 엉성함을 탈피해 계몽적 내용을 짜임새 있게 담았다. 농림부는 이어서 <고추 먹고 맴맴> <꼬마 요리 천재의 산해와 진미> <지구를 지키는 생명의 수호천사> 등 시리즈를 펴냈다. 내용도 단순한 권선징악이 아니라 모험과 퀴즈, 이해와 설득을 적절히 섞어 흥미롭게 끌고 나간다. 다만 요즘 아이들 책이 너무 만화 형식으로만 쏠리는 아쉬움을 한번쯤은 지적하고 싶다. 허나 어쩌랴. 딜레마지만 아이들에겐 만화가 잘 먹히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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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서는 암호의 한 형태인 애너그램(anagram), 피보나치 수열 등도 소개된다. 애너그램은 아무렇게나 써진 단어 중에서 철자를 뽑아내 새로운 단어를 만드는 일종의 글자 퍼즐이다. 평범해 보이는 단어나 문장을 풀이하면 새로운 뜻이 나타나기 때문에 암호로 종종 사용된다. 이탈리아의 과학자 갈릴레이(1564∼1642)는 애너그램을 즐겨 사용했다. 이유는 당시 교황청에서 지동설을 탄압하던 시기였던 터다. 이처럼 암호는 정치적인 이유와 함께 발전한다. 전형적인 예가 전쟁 암호다. 전시 암호체계는 승리와 패배라는 극단적인 결과와 직결된다. 따라서 어떤 무기보다 파괴력 있고 중요하다. <암호 이야기>는 나라마다, 시대에 따라 특색을 가졌던 각종 암호 발전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책이다. 기원전부터 현대까지 우리 주변에 숨어 있던 암호를 들춰내고 그것으로 인한 역사적 사건을 재미있게 쫓아간다. 쫓다보면 수많은 역사를 저절로 만난다. 암호는 정치적 이유로 발전한다 역사시대 직전 기원전 시대를 살다간 로마의 카이사르는 암살당하기 전 측근으로부터 경고성 암호문을 받았다. 만약 카이사르가 이때 암호문대로 몸을 피했다면 역사는 또 어떻게 흘렀을까. 그러나 운명의 여신은 카이사르로 하여금 죽음을 선택하게 했다. 원로원에 출석한 카이사르는 뜻밖에도 브루투스의 칼에 맞고 죽는다. 이때 유명한 한마디를 남긴다. "브루투스, 너마저…." 카이사르가 전달받은 암호는 알파벳을 세자씩 뒤로 물려 읽는(A→D) 환자(換字)방식이었는데 내용은 'BE CAREFUL FOR ASSASSINATOR'(암살자를 조심하라) 였다. 여자 스파이의 대명사 마타 하리 역시 암호를 사용했다. 그녀가 사용한 암호는 악보 암호로 알파벳과 적당한 음표를 대응시킨 것이다. 노래 한 곡을 악보로 옮겨서 건네주면 해독하는 방식이다. 그런 그녀가 프랑스와 독일의 이중간첩으로 포섭된 것은 정치적 목적이 아닌 돈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프랑스 법원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그녀는 총살 당시 총구를 바라보며 태연히 죽었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우리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암호를 매일 접하고 산다. 정확히 말하자면 암호의 속성을 가진 기호와 만나는 것이다. 현대인은 하루에도 수많은 그림들과 텍스트를 접한다. 그런 와중에 그것이 암시하는 상징을 읽어내기도 하고 강제로 주입 당하기도 한다. 기호를 읽어내고 이해하는 것은 곧 암호를 해독하는 행위와 같다. 우리 생활 자체가 암호를 맞닥뜨리고 풀어 가는 나날인 것이다. 우리는 하루에 적어도 한번은 암호를 만나 그것을 푼다. 컴퓨터를 켜고 로그인을 하는 행위도 암호를 푸는 것이다. 약속된 기호를 열쇠 삼아 '나'를 인증 받는 것은 암호 규칙인 셈이다. <군사 암호술>(1883) 의 저자로 현대 암호의 기초를 다졌던 오귀스트 케르크호프가 정한 암호 제조법은 오늘날까지 유효하다. 먼저 실용적이고 적에게 해독되지 않아야 하는 것이 제일이다. 또 암호를 주고받는 상호간에 불편함과 별도 기록물(해법) 없이도 쉽게 기억할 수 있어야 한다. 전신(電信)으로 보내기가 가능하고 한사람이 간편히 취급할 수 있어야 하고 끝으로 똑똑하지 않아도 풀 수 있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컴퓨터 로그인은 정확히 이 규칙을 지키고 있다. 하루에 한번은 암호와 만난다 우리나라 암호 역사는 얼마나 될까. 책은 첫 단서를 <삼국유사>에서 찾는다. 신라 21대 비처왕 10년(488년), 어느 날 신령에게 전달받은 편지에는 '사금갑(射琴匣)'이라고 적혀있었다. 거문고 갑을 쏘라는 의미인데, 그곳에 활을 쏘니 내전 불사를 도맡는 중이 궁주와 사통하고 있더란 것이다. 때문에 여기서 편지는 곧 암호라는 해석이다. 현존하는 유일한 백제가요 <정읍사>가 지은이의 속내를 암호로 포장해 쓴 것이란 해석이 눈에 띈다. 고려가요를 속요라고 부를 정도로 남녀상열지사를 노래하고 있고, 중국의 사서 중 하나인 시경 역시 남녀간의 사랑을 빗댄 시라는 것과 같은 의미란 것이다. <정읍사>가 일종의 음사(淫辭)라는데, 사용된 단어들이 성기와 성교를 의미하고 전체 주제는 다른 여자와 성교를 하지 말라는 내용으로 해석하고 있다. <정읍사>가 가진 이중적 언어구조가 현대의 암호 개념이라는 것이 저자의 견해다. 조선시대 어느 고을에 서로 사랑하지만 표현을 어려워하는 처녀와 총각이 살았다. 처녀가 먼저 용기를 내어 총각에게 쪽지 한 장을 건넸다. 그곳에는 '籍'자만 달랑 적혀 있었다. 총각은 글자가 '서적 적'이란 것만 알았지 내포된 처녀의 마음을 알 턱이 없었다. 책에는 이같이 독자를 총각으로 만드는 문제가 곳곳에 많이 나온다. 과연 처녀의 암호는 무슨 뜻이었을까. ※ 籍 : 스무여드레날 저녁 대숲에서 만나자는 뜻이다. 파자(破字)가 암호다. 竹(대나무 죽) + 二(두 이) + 十(열 십) + 八(여덟 팔) + 昔(석-저녁 석의 음을 빌려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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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실체에 대해선 아무도 모른다. 그들이 어디에서 왔고 왜 인간을 공격하는지. 다만 그런 것을 알아챌 시간조차 허용되지 않는 긴박함과 고립만 있을 뿐. 스티븐 킹의 단편집 <스켈레톤 크루>에 들어있는 단편 '안개'의 공포는 제목만큼이나 뚜렷하지 않다. 개념의 불확실성은 두려움을 준다. 마감 시간이 코앞인데 기사가 써지지 않을 때의 조급함은 기자에겐 하나의 공포다. 이런 것들이 붉은 피와 섞이면 극한의 공포로 증폭되는 것처럼 킹은 일상에 숨어있는 공포를 교묘히 들쑤신다. '안개'에 나오는 각양각색의 괴물들 역시 산발적이고 다양한 공포를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요소다. 빨판이 있는 촉수괴물, 크기가 70~130cm 정도 되고 마디가 둘인 집파리 모양의 분홍 괴물, 분홍 괴물을 잡아먹기도 하는 알비노 괴물, 거미 괴물…. 이들이 안개 속에 파묻혀 온 이유는 불확실하다. 확실한 것은 괴물들은 인정사정없이 닥치는 대로 인간을 살육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실체를 모르는 불확실한 공포 묘사 탁월 스티븐 킹은 이러한 극한 상황에 처한 인간의 모습에서 냉정과 광기를 절묘하게 끄집어낸다. 인간의 냉정과 광기는 공포를 부정하는 자기부정 형태란 점에서 같다. 그러나 그 둘은 인간에게 목숨을 건 선택을 강요한다. 또 다른 중단편 '원숭이'에서는 끊임없이 주인공의 동선을 쫓으면서 불행을 예고하는, 심벌즈 치는 원숭이 인형의 집요함을 등골 서늘하게 묘사하고 있다. 상상해 보라. 오래전 버렸던 것이 주위에서 맴돌며 시선을 던지고 있는 것을. 영화 <오페라의 유령>에 나오는 원숭이 인형이 겹쳐진다. 마치 한 녀석이 소설과 영화를 넘나들고 있는 듯. 스티븐 킹은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세계적인 작가다. 공포 소설의 대가며 그의 작품은 33개국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에 뿌려졌다. 그동안 3억3000만권이 출간됐다고 하니 지구촌 가정 스무 집에 한 집 꼴로 있는 셈이다. 글쓰기로 연간 1000억원 이상 벌어들이는 밀리언셀러 작가다. 그래서 얻은 별명이 '걸어 다니는 기업'이다. 영화 산업에 미친 영향도 크다. <미저리>, <쇼생크 탈출>, <그린마일>, <샤이닝> 등 대박을 터뜨린 영화의 원작자이기도 하다. '안개' 역시 <쇼생크 탈출>을 연출한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이 영화로 기획하는 중이라니 팬은 물론 영화 마니아들에겐 희소식이다. 이번 단편집에는 두 편의 시를 포함해 스무 편의 단편이 실렸다. 모두 그의 전성기 작품으로 채워져 킹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역자의 설명이다. 킹의 글은 단편임에도 완성도가 높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래서인지 짧은 글도 영화로 쉽게 만들어진다. '안개', '원숭이', '토드 부인의 지름길', '뗏목', '노나', '고무 탄환의 발라드' 등은 단편이지만 사건의 처음과 끝을 묘사한 완전한 줄거리가 존재한다. 또 시간이 복합적으로 배열돼 있어 장편의 긴장감과 속도감을 느낄 수 있다. 한마디로 짧지만 짜릿한 전율을 전달하는 작품들이다.
킹은 말한다. 단편 소설의 배경에 대해 모두가 관심을 둘 필요는 없다고. 이야기의 배경은 학자들이나 독서광들과 분석가의 몫이다. 킹에게는 배경보다 이야기가 생산되는 '동기'가 더 중요하다. 킹은 책 말미에 작품이 생산된 배경을 친절히 설명했다. '토드 부인의 지름길'은 지름길 찾는 데 미친 아내를 모델로 하고 있다. 이 글은 여성잡지 세 곳에서 퇴짜를 맞았다. 두 곳은 여자가 서서 소변보는 장면을 문제 삼았고 한 곳은 주인공이 너무 늙어서 독자의 관심을 끌지 못할 것이라는 이유에서 퇴짜를 놓았다. 킹은 이들 세 곳에 대해 '할 말이 없다'는 한마디로 실망감을 나타냈다. 작가의 속내를 되짚어 볼 수 있는 재미난 부분이다. 킹의 공포는 밀도가 높다. 단편이란 형태를 취해서이기도 하지만 빠른 글쓰기가 밀도 있는 작품을 만드는 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얼음같이 서늘한 생각이 녹지 않을 만큼의 시간 안에 작품을 생산해 내는 재주를 지니고 있다. 단편은 장편을 탈고하고 쉬어가는 의미로 며칠 만에 쓰는 글이라는 말도 있다. 대단한 필력이다. 세계적인 작가인 만큼 팬들도 많다. 국내에도 팬클럽이 있고 그를 위한 홈페이지도 만들어져 있는 등 공포소설 마니아들에겐 신화 같은 존재다. 이들과 함께 올 여름엔 킹이 초대한 냉탕으로 한번 빠져보는 게 어떨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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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물리학 도서 두권이 안방을 찾아왔다. 낯설지만 반갑다. 물리학을 앞세워 안방을 노크한 용기가 반갑고 다 읽고 난 뒤에 한 꺼풀 벗겨지는 시야가 반갑다. 이과(理科)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는 어느 정도 친근감이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 오묘함을 전달하기엔 다소 전문적이다. 그래도 반가움이 앞서는 것은 우리 생활 속에 함께 있지만 서먹하던 방정식이란 존재를 친절히 소개시켜 준 탓일 게다. 책은 자연과 생활 곳곳에 숨어 있는 과학적 원리가 어떻게 가설이 세워지고 증명되는지를 차분히 쫓아간다. 그 동선을 동행하다보면 우리의 안방 도처에 널려있는 물리학과 방정식을 만날 수 있고 시나브로 우리는 그것과 융합된다. 수학은 물리학의 기초가 되고 물리학은 과학의 초석이 된다. 결국 세상은 가장 함축적으로 E=mc2이 된다. 이 공식은 세상을 가장 아름답게 표현한 압축파일인 셈이다. <20세기를 만든 아름다운 방정식들>
과학사상 가장 유명한 방정식은 E=mc2이라는데 대한 이견은 별로 없다. 심지어 우유 광고에도 인용되는 방정식이다. 아인슈타인과 동격으로 쓰인다. 1905년 발견된 이 방정식은 겉으로 보기엔 에너지(E), 질량(m), 진공에서의 빛의 속도(c)가 서로 관련 있음을 보여준다. 아인슈타인은 이 방정식을 통해 질량에 진공에서의 빛의 속도의 제곱을 곱한 값은 정확히 그 질량이 가진 에너지와 같다고 예측했다. '예측'은 '추상적인 수식'과 등식을 이룬다. 비록 발표 당시는 예측이었지만 이 방정식은 현대과학에서 한편의 아름다운 시로 비유될 만큼 빼어난 발견으로 기록되고 있다. E=mc2은 아름답기도 하지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불과 몇 개의 기호로 이뤄진 수식이지만 그것으로 지구상의 생명체 세포 속에서 일어나는 현상부터 까마득히 멀고 광활한 우주에서 일어나는 폭발에 이르기까지 모든 종류의 에너지 변환을 설명하는 과학 지식을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자폭탄은 이 공식이 적용방법에 따라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극명하게 나타낸 지극히 현실적인 표현물이다. 이 같은 방정식에 대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왜 그토록 많은 법칙들이 절대규칙(방정식)으로 표현될 수 있을까. 왜 상관도 없어 보이는 두 물리량(방정식의 왼쪽과 오른쪽)이 정확히 같을 수 있을까. 도대체 이 법칙들은 어떻게 발견되는 것일까. 이런 의문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답은 '우주는 신의 창조물'이란 것일 뿐. 과학 방정식에 대한 논란의 시발이 여기에 있다. 과연 발명되는 것인가 아니면 발견되는 것인지. 이에 대해 인도출신 미국인 천체물리학자 찬드라세카는 "항상 거기 있었으며, 나는 우연히 그것을 찾아냈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E=mc2 역시 태고적부터 유효한 것이 틀림없다고 저자는 확신한다. 발견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방정식을 자연의 일부, 즉 신의 창조물로 보는 프로테스탄트적 과학사관 탓일 것이다. 미국 최초의 여성 천문학자 미첼은 "자연법칙을 설명하는 모든 공식은 신에게 바치는 찬송가"라고 표현했다. 'E=mc2=아름다운 시=찬송가'라는 공식이 완벽하게 성립한다. 원저는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프랭크 윌첵(2004), 스티븐 와인버그(1979) 등 영국과 미국의 저명한 학자 13명이 집필했다. '아인슈타인의 영감의 원천은 모차르트'라고 주장해 화제를 모았던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의 아서 밀러(과학사) 교수의 글도 만날 수 있다. <맥스웰의 도깨비가 알려주는 열과 시간의 비밀>
도깨비는 열역학 제2법칙, 즉 에너지의 비가역적 흐름을 나타내는 엔트로피의 개념을 확인시켜주는 도구인데, 안타깝게도 그것을 발견한 맥스웰은 도깨비가 요술 방망이질을 하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요술 방망이질이란 도깨비가 열역학 제2법칙을 위배할 수 있는지 여부다. 에너지보존법칙인 열역학 제1법칙처럼 예외 없이 어느 경우에나 성립하는가, 아니면 거스를 수 있는가가 이 책의 주제다. 동시에 도깨비의 실체를 찾는 과정에서 발견된 E=mc2에 대한 찬미이기도 하다. E=mc2은 각 나라의 언어마다 다르게 읽히겠지만 값을 나타내는 것은 언어와 상관없이 고유하다. 1905년 스물여섯 살 된 특허국 직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E=mc2이란 공식을 물리학에서 에너지의 양을 계산하는 공식 목록에 올렸다. 20세기 물리학의 새로운 지평이 열리는 순간이다. 이전까지 에너지는 운동, 위치, 열에너지의 발견으로 공식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물리학자들은 압축된 스프링, 궤도를 도는 천체, 대전된 전도체, 전자석, 물결파, 빛, 소리, 전지, 생리화학 등 움직이거나 움직임을 일으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갖는 계에 들어 있는 에너지 양을 찾느라 분주했다. 여기에 E=mc2가 첨가되면서 에너지 공식은 간결하고 아름답게 정리됐다. 이 공식은 우리가 알고 있듯이 극적으로 발견된 것은 아니다. 특수 상대성 이론에서 유도된 공식이지만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에 대한 첫 논문을 발표한 1905년까지 이 공식을 발견하지 못했다. 물론 잠재된 중요성은 알아차렸지만 소심증으로 인해 학계에 발표하진 못했다. 자칫 영원히 묻힐 뻔한 '아름다움'은 아인슈타인의 뒤늦은 용기에 의해 세상의 빛을 보게 된다. 물리학자이자 역사학자인 제럴드 홀턴은 물리학의 궁극이론은 최대의 함축에 있다고 표현했다. 최대한의 함축원리는 최대한의 정보를 최소한의 표현으로 압축시킬 수 있는 이론의 능력을 중요시한다. E=mc2 공식이 명성을 얻은 이유는 간단한 공식에 놀라울 정도로 많은 의미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권의 책은 모두 번역서다. 원저자들 모두 미국·영국의 저명한 과학자들이다. 우리는 가끔 과학자가 쓴 전문적인 글이 단순 번역가에 의해 비과학적으로 해석되는 오류를 접한다. 그러나 이번엔 그런 걱정은 접어도 될 듯싶다. 옮긴이들이 쟁쟁한 전공자이기 때문이다. <맥스웰 도깨비...>를 번역한 권영욱 교수는 서울대 화학과를 나와 미국 아이오와 주립대에서 학위를 받고 90년대 초부터 성균관대학에서 화학을 가르치고 있다. <20세기를 만든...>을 옮긴 양혜영 교수 역시 서울대 물리교육과에서 입자물리학을 연구한 학자다. 이들 손에서 꼼꼼하게 옮겨진 과학서라서 ‘품질보증’이 된다. 공학도들 손을 한번쯤은 거쳐야 할 책이지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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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 머리말에서부터 도발적인 물음과 맞닥뜨린다. 당황스럽다. 독자의 하류도(下流度)를 체크해 보잔다. 다음 중 반 이상이 해당되면 상당히 하류적 사람이란다. 몇 개나 해당되는지 독자 여러분도 스스로 평가해 보시라.
2. 그날그날 편히 살고 싶다. 3. 자기답게 사는 것이 좋다. 4.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고 싶다. 5. 단정치 못하고, 모든 일이 귀찮으며, 외출하기 싫다. 6. 혼자 있는 것이 좋다. 7. 온순하고 눈에 띄지 않는 성격이다. 8. 옷 입는 패션은 내 방식대로다. 9. 먹는 것조차 귀찮게 느껴질 때가 있다. 10. 과자나 패스트푸드를 자주 먹는다. 11. 온종일 집에서 비디오 게임이나 인터넷을 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12. 미혼이다(남자 33세 이상, 여자 30세 이상인 경우) 이웃 일본의 이야기다. 그러나 가까운 거리만큼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점도 남다르지 않다. 또 한국경제가 일본경제와 엇비슷하게 연동되는 가운데 책이 정의한 <하류사회>는 우리의 현재 또는 미래의 모습을 대입할 수 있다. 현 일본사회 구성하는 4세대 욕구조사 기록 전후 일본 경제부흥을 통하면서 두텁게 형성됐던 중류벨트. 이들 신 중간층은 주로 샐러리맨이면서 특별히 재산이 많지 않지만 매년 소득이 늘어 생활수준이 점진적으로 향상되는 계층이었다. 이 시기(1950~70년대)는 하층에서 중층으로, 즉 하류의 중류화가 도드라졌던 때다. 그러던 일본의 계층격차가 근래에 들어 중이 감소하면서 상과 하로 양극화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IMF 구제금융으로 인해 중산층이 붕괴된 1990년대 우리 사회와 맥락을 같이 한다. 일본 역시 우리의 현재처럼 양극화를 맞고 있다. 책 속에는 우리 상황과 아주 흡사하게 어울리는 것을 보여주는 각종 지표가 꽉 차 있다. 이 책은 '쇼와(昭和) 4세대 욕구비교조사(2004년)'와 '여성계층화 1·2차 조사(2005년)' 결과 등을 기반으로 책으로 엮었다. 논문의 하드커버를 떼고 책 표지를 붙였다고 보면 이해하기가 쉬울 것이다. 때문에 각종 지표를 도표와 그래프 등으로 나타낸 것이 많다. 이들은 본문을 이해하기 쉽게도 하지만 너무 자세한 이해를 구하는 바람에 오히려 독자에겐 과공비례다. 쇼와 4세대는 쇼와 한자리수세대(1931~37년생), 단괴세대(46~50년생), 신인류세대(61~65년생), 단괴주니어세대(71~75년생)를 말한다. 쇼와 한자리수 세대는 일본의 성장을 견인한 중심세대다. 이들의 2세가 신인류세대다. 단괴세대는 종전 직후 제1차 베이비붐 세대와 동의어다. 단괴주니어는 2차 베이비붐 세대다. 이들 계층간 욕구조사는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근대를 거쳐 현대화하는 과정이 흡사하고 인접국이란 지리적 특성이 한 경제권, 문화권으로 묶여있기 때문이다. '개성' 고집은 하류사회로 가는 지름길 '하류사회'란 단어는 저자인 미후라 아츠시가 만들었다. 물론 단어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새롭게 정의를 내렸다는 표현이 맞다. 일본사회는 그동안 이른바 '1억총중류'라는 패러다임이 지배하고 있었다. 전 국민이 중산층이란 말이다. 그러나 중산층의 붕괴는 사회 계층 분화로 이어지면서 와해를 맞고 있다고 저자는 지적하고 있다. 앞서 하류평가에서 언급됐듯이 자기 방식대로 사는 '자기다움'을 지향한다면 하류족이 되기 십상이다. 욕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나만의 개성을 지향하는 사람이 상류의 경우 25%인데 반해 하류는 41.7%나 됐다. 자립과 자기실현을 묻는 질문에서도 상은 16.7%, 하는 29.3%였다. 이는 자기실현을 찾는 사람은 일에 있어서도 자기답게 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고수입을 올리기 어려워 결국 생활수준이 저하되는 악순환에 빠진다는 것이다. 이들의 인적 특성은 미혼에 아이가 없고 비정규직인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일본은 '결과악평등 사회'였다. 악평등이란 형식적으로 평등하지만 실제로는 불공평한 상태를 의미한다. 결과악평등이란 열심히 일하나 안하나, 능력이 있거나 없거나 월급의 차이가 별로 없는 것을 말한다. 젊어서 일을 빨리하고 빨리한 만큼 많이 하지만 나이 먹고 일처리가 느린 사람보다 월급을 적게 받는 현상이 나타난다. 결과악평등을 넘어 결과역차별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일본은 15년 정도 성과주의를 채택했다. 계층격차의 가장 큰 원인은 하류의 '의욕 부족'
기회악평등 구조는 낮은 계층이 우대를 받는 조치다. 저자는 일본 사회의 기회악평등 구조를 몇 가지 제시한다. 흡사 우리 사회를 보는 것 같았다. 소득이 낮은 가정의 학생에게는 합격점을 내려준다. 가산점을 주는 것과 같다. 반대로 소득이 높은 집 학생은 합격점을 높이는 방안이다. 부모 계층이 낮은 집은 학력이 낮은 경향이 있다는 것은 강남 출신이 서울대에 많이 합격하는 우리네 현실과 같다. 부와 교육기회는 등가로 성립하는 것이 현대교육의 산물이다. 국립대인 도쿄대학 수업료를 무료화 하는 방법도 제안됐다. 사립대학 등록금이 연간 1000만원 시대를 맞고 있는 우리나라와 많이 빼닮았다. 학비무료와 함께 대학 수업을 인터넷화 하면 가난한 지방 출신도 교육기회를 균등히 가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또 지방에서 대도시로 진학했을 때 보조금을 주는 방안 등 하류 가정을 위한 기회악평등을 구현한다면 양극화를 극복할 수도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 저자는 그러나 평등을 깨트리면서까지 기회를 주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극복하지 못하는 것은 하류의 '의욕 부족 '때문이라고 비판한다. 이 책에 대해 양준호 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IMF 이후 급속히 진전되고 있는 중산층의 몰락, 비정규직 근로자 급증, 청년실업자 양산 등으로 대표되는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오버랩 된다"며 "이미 우리 사회도 하류화가 조용히 진행되고 있을 것"이라고 진단하는 등 '하류사회'를 미래 한국의 키워드로 해석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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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카파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0) | 2006.12.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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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드는 관객에게는 윙크를 보내기도 하고 때론 눈썹을 꿈틀거리며 진지한 표정을 짓기도 한다. 그리고 무대를 한바퀴 돌면서 객석을 바라보고는 관객에게 말을 건넨다. "행복하세요?" 마리오네트 인형극이 벌어지는 소극장 무대. 객석과 불과 1미터 남짓한 거리를 두고 목각 인형이 줄에 매달려 갖가지 묘기를 연출한다. 국내에는 유일무이하다싶은 정통 마리오네트 연기자인 김종구(50·인형극단 보물 대표) 선생의 손끝이 부지런히 움직인다. 손끝의 부지런함은 인형의 생명력과 직결된다. 빠르되 정교하고 크게 움직이되 섬세한 장인(匠人)의 손길이 묘한 긴장감을 준다. 수십 갈래의 줄이 인형의 팔, 다리, 어깨, 관절은 물론 눈썹, 눈동자, 수염 심지어 볼살까지 연결돼 있다. 미세한 표정연기를 잡아내기 위해서다. 그러고 보니 그도 덥수룩한 수염에 꽁지머리를 하고 있다. 색소폰 목각인형은 그의 분신이었던 것이다. 인형에 매달린 줄을 거슬러 그의 손끝으로 시선이 도달하자 부자연스러운 손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그래도 그는 감사하고 행복하단다. 천직으로 생각하고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루 세 차례 강행군 공연을 마친 그를 현충일인 6월 6일에 극장 객석에서 만났다. 힘들만도 한데 그는 시종 천진스런 눈망울과 미소를 머금고 한참 동안 말을 이어갔다. - 엄지손가락은 어떻게 다쳤나?
- 마리오네트를 배우게 된 동기는?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다. 졸업 후 인테리어 회사에 들어가 주로 대형 주점 실내장식을 하면서 일과 관련한 술자리 등 방탕한 생활이 이어졌다. 그러다가 신앙을 접하면서 인생의 목표를 바꾸게 됐다. 교회 주일학교 선생 때 교사강습회에 참석해 손 인형 공연을 봤다. 불현듯 감동이 몰려와 '하나님 제가 저것을 하겠습니다'라고 속으로 다짐했다. 그때부터 인형극에 빠졌다. 한 해는 일본 이이다(飯田)시에서 열리는 인형극제를 보러 갔다가 미국 팀의 마리오네트 공연을 접했다. 인형의 섬세한 움직임을 보고 한 마디로 감동했다. 한국에 돌아와 배우고자 수소문을 했지만 단 한 곳도 없었다. 그래서 본고장 유학을 결심했다." - 유학 생활은 어떠했는가? "사십을 훌쩍 넘긴 나이에 러시아 상뜨페테르부르크 국립연극대학 인형극학과에 들어갔다. 만학에 가난한 독학생의 유학 생활이 대부분 그렇듯이 이를 악물고 달려들었다. 유학 생활 동안 한국에 남아서 가계를 책임져준 아내의 후원이 가장 컸다. 또 고등학생 아들이 아르바이트로 벌었다며 학비 100만원을 보탰다. 그것이 아들과 아버지의 관계라고 생각해서 당연하게 받았다. 당연함 속에 내재된 의미는 모두 아실 것이다. 유럽지역에는 유서 깊은 인형극전문학교가 많다. 연기, 연출, 제작, 디자인학과 등 전공이 나눠져 있다. 혼자 4개 전공을 모두 섭렵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직접 도시락을 싸가지고 가장 먼저 강의실에 나가서 가장 늦게 집으로 돌아왔다. 지도교수님도 손가락이 몇 마디 없었다. 목각인형 제작에 살과 뼈를 바친 것이다. 공부를 마치고 귀국환송회를 하던 날 교수님이 슬쩍 귀띔해준 말이 큰 힘이 된다. '미스터 김, 당신은 나의 최고의 제자였습니다'라는." - 현재 작품 활동과 앞으로 계획은? "<목각인형콘서트>를 사랑하는 관객을 위해 어디든지 달려갈 예정이다. 매년 참석한 과천인형극축제에도 갈 예정이다. 또 옛날 부산에서부터 해왔던 고아원 등 시설방문 무료공연을 계속할 것이다. 7월 중순까지 북촌창우극장에서 공연을 계속한다. 지금 하는 것은 연기자가 관객들에게 노출되는 콘서트형 인형극이다. 2층에 숨어서 인형만 노출되는 마리오네트도 구상 중이다. 또 인형극에 국악을 접목시켜 우리 것으로 만드는 작업을 구상중이다. 사물놀이, 줄타기, 동래학춤 등을 만들어 본고장인 유럽에 역수출할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 한국적 마리오네트를 전 세계에 한류를 전하는 '대한민국 특산품'으로 만들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제자를 가르치고 싶지만 아직 제대로 된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간혹 배우고 싶다고 찾아오는 이들이 있지만 돈벌이 수단으로 덤벼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심시키고 있다. 이 일을 평생의 업으로 생각하는 '끼'가 있는 사람을 제자로 맞고 싶다."
"전문성을 가진 이들이 태부족하다. 어디 가서 배울 곳도 없고 가르쳐 줄 사람도 없다. 내 자신도 아직 많이 모자란다. 두 번째는 경제성을 따지면 뛰어 들지 못하는 영역이다. 목각인형 한 개를 제작하고 연출, 연기를 습득하는데 적어도 3개월이 걸린다. 지금 무대에 올리고 있는 <목각인형콘서트>의 경우 2년간의 준비 작업 끝에 탄생한 것이다. 시간이 이처럼 많이 걸리다보니 안정적 후원이 없으면 엄두를 못 낸다. 문화가 자본에 예속되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객석에서 편안하게 이야기를 주고받자니 어느새 한 시간이 훌쩍 넘었다. 그는 경남 양산에서 작업하다가 최근 경기도 광주로 거처를 옮겼다고 했다. 마리오네트 보급을 위해서는 아무래도 큰 무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언제나 마음은 조용한 곳으로 내려가 제작에 몰두 하고 싶다고 했다. 도회 살이가 체질적으로 맞지 않는다며 벙긋 웃는다. 행복한 모습이다. 그는 한 대학교 특강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저는 인생이 끝날 때까지 최선을 다해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성공한 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분신인 색소폰 인형을 통해 행복하냐고 묻는 의미를 그제야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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