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12. 8. 15:33
북촌창우극장, 그리고 허규...
2006. 12. 8. 15:33 in 記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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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의 병세가 악화된 1998년 이후 운영에 파행을 겪었던 북촌창우극장이 오는 6월 3일 인형극 전문극장으로 재개관한다. 고인이 민예극장 시절 <꼭두각시 인형극>을 연출하는 등 각별한 애정을 가졌던 인형극 분야 전문 극장으로 재탄생 한다고 하니 그간의 서운함을 씻고 흡족해 하리라. 북촌창우극장은 북쟁이 허규의 분신 12·12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신군부의 권력이 하늘에 닿았던 1981년. 허규는 40대 후반의 나이로 국립극장장이 된다. 문화계는 민간이 맡아야 한다는 여론으로 군부를 압박, 허규가 천거된 것이다. 1989년까지 국립중앙극장장을 맡으면서 내부 개혁과 밖으로는 우리나라 마당극, 축제, 창극을 재정립하는데 일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북촌에 있는 창우(倡優), 즉 창극을 하는 배우들의 놀이터란 의미에서 극장 이름을 지었다. 몸짓을 통해 시대를 표현하려는 광대들에게 재정적 부담 없이 끼를 발산할 수 있는 오롯한 공간을 준비한 것이다. 극단 <민예>를 만든 실험정신과 30년 연출인생을 마지막으로 수렴하기 위한 공간에서 허규는 몸을 아끼지 않았다. 오랜 지병인 당뇨는 그를 살판에서 뒷방으로 주저 앉혔지만 북채는 끝내 놓지 않았다.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을 일찍 깨우친 그는 우리 고유의 몸짓과 소리에 천착했다. 그러는 사이 몸은 조금씩 사위어 갔고 극장에 내려가는 시간보다 병원에 가는 시간이 많았다.
허규의 죽음 이후 북촌창우극장은 주인을 만나지 못하고 얼마 전까지 공전을 거듭했다. 정동극장이 임대를 했지만 정기공연을 띄우지 않고 대관사업이나 연습실로 사용하는 등 고인의 뜻을 잇지 못했다. 또 문예진흥원(현 문화예술위원회)에서 나서기로 했지만 끝내 약속을 지키지 않아 홀로 남겨진 미망인 박현령(시인)씨를 우울증에 빠지게 했다. '우리 것'에 천착한 인생...2000년 65세 일기로 영면
“한달에 한번씩 은행에 가면/그가 거기에 살아 있다/은행원이 남편의 이름을 부르고/내가 그의 통장에/신용카드 쓴 값을 입금시킨다/은행원들은 참 고맙다/그를 아직도 살아 있는 사람으로/살아서 신용카드를 쓰고 있고/매월 신용카드값을 갚아가고 있는/산 사람으로 취급하기 때문이다/나는 비로소 은행에 가서/살아 있는 그를 만나고/아직도 그와 가족으로 묶여서/가족카드를 같이 쓰고/그가 서울시내 어딘가에서 소줏잔을/기울이고 있겠지 하는 생생하고도/타당하기 그지없는 실감 속에 빠져서/그의 이름이 적힌 통장을 들고 ”이름을 지워주세요. 그는 돌아가신 분이세요.“/라는 말을 절대로 하지 않기로 결심하고 다짐한다/은행통장에서 아직도 살아 있는 그와/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저녁때가 되면 연극판에서 파김치가 된/그가 돌아오겠지 하는 기대감 속에서/내 마음은 그제사 이름 모를 평안 속으로/ 깊이깊이 빠지고 만다. - <한달에 한번 은행에 가면>
인형극 전문극장 선언...김종구씨의 <목각인형이야기> 공연
개관 기념공연으로는 국내 마리오네트 인형극 1인자인 김종구씨의 <목각인형이야기>를 무대에 올린다. 김종구 씨가 직접 한달 보름 동안 관객들 앞에서 인형들을 조작하고 연기를 펼친다. 대가의 숨소리와 땀 냄새를 아주 가까이서 접할 수 있는 무대다. 미망인 박 씨는 이 공연에 과거 허규와 인연을 맺었던 연극계 인사들을 대거 초청할 계획이라고 밝혀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할 예정이다. 허규가 떠난 지 6년. 병상에서 떠올린 아이디어인 왕궁 수문장 교대식은 어김없이 계속되고 있는데, 허규는 없다. 북촌창우극장도 제자리를 잡았는데 그는 자리에 없다. 그런데 극장에 홀로 있으면 심장소리 같은 꿈틀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둥둥 낙랑 둥~ 둥둥 낙랑 둥~. 허규가 북채를 쥐고 어디선가 걸어 나올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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