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12. 8. 15:46

토리이야기...

토리의 이름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
[서평] 나무의 일생을 그린 동화 <토리 이야기>
텍스트만보기 유성호(shyoo) 기자
ⓒ 꿈소담이
이름이 '토리'라는 나무가 있었다. 엄마 신갈나무에서 떨어져 다람쥐의 먹잇감이 될 뻔하다가 운 좋게 싹을 틔어 나무의 일생을 살다간 도토리의 이름이기도 하다. 토리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란 표현이 어울리는 아름다운 나무다.

살아 반평생, 죽어 반평생을 살다간 토리. 살아서는 한 곳에서 뿌리를 박은 채 대자연과 사계, 그리고 자신을 찾아 온 운명과 벗하며 지고지순하고 무한한 사랑을 보여준다.

베어진 후에는 숯과 재가 되어 영원히 이 땅에서 사라지는 순간까지 보여준 희생정신을 따라가다 보면 가슴 뭉클한 감동을 만난다.

토리의 아름다운 삶을 보기 위해 책을 편다. 순간 우리는 싱그러운 봄날 대지를 뚫고 막 올라오는 연녹색 새순을 만난다. 아기 손 같이 고물고물, 잼잼, 땅을 간질이며 오르는 토리의 손을 잡아보자. 그리고 때묻지 않은 아기 눈빛 같은 이야기 속으로 빠져 보자.

한평생 지고지순한 사랑을 남기고 간 나무의 일생

엄마 몸에서 떨어져 첫 이별을 느낄 사이도 없이 다람쥐 먹이로 일생을 마감할 뻔한 토리. 그러나 인기척에 놀란 다람쥐가 토리를 묻고 가는 바람에 용케 땅속에서 겨울을 난다. 땅이 녹고 대자연이 기지개를 켜는 봄, 토리도 힘차게 고개를 세상 밖으로 내민다.

처음 맞는 세상은 경이롭다. 토리는 가장 먼저 빛을 접하고 눈이 부셔서 비틀거렸다. 그때 발아래 흙은 토리의 뿌리를 힘껏 잡아주며 세상을 향해 올곧이 서라고 격려한다. 빛 다음으로 토리를 반긴 것은 바람이었다. 바람은 지상에서 토리에게 처음으로 말을 걸고는 떠났다.

처음 맞는 이별이지만 토리는 슬퍼하지 않았다. 바람은 머물다가 떠나는 존재며, 기약할 순 없지만 언젠가는 다시 돌아오기 때문이다. 또 내일이면 다시 떠오를 햇님을 위안 삼아 슬픔을 기다림의 기쁨으로 승화시킨다.

토리는 아름다운 천성을 타고났다. 사람들의 관심이 없다며 풀이 죽어 있는 친구나무인 솔이를 한껏 치켜 세워준다. 둥지를 틀기 위해 날아 든 곤줄박이 부부에게 가슴을 열어 터를 내어주고, 이들이 낳은 세 마리 형제를 자기 자식인 양 돌본다.

특히 몸이 약한 둘째 줄이를 마지막까지 돌봐 이소(移巢)에 성공시킨다. 그리고 행복한 표정으로 속으론 이별의 눈물을 흘린다. 나무 등걸에 내려앉은 민들레 홀씨를 바람에 날려보냈고, 곤줄박이 가족을 모두 떠나보낸 빈 가슴에 어느 날 겨우살이가 자리 잡는다.

새똥인 줄 알았던 흔적에서 겨우살이가 움트는 것을 본 친구 솔이는 빨리 없애버리라고 난리를 편다. 겨우살이는 식물에 기생하면서 양분을 빼앗아 먹는 기생식물이다. 그러나 토리는 겨우살이가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몸을 열었다.

그리고 겨우살이를 위해 물을 빨아 올려 공급했다. 숲 속에는 이제 토리, 솔이, 겨우살이, 그리고 잊을 만하면 불어오는 바람 아저씨가 함께 행복하게 살아간다.

자연의 이치와 삶의 지혜를 자연스럽게 전달

토리는 도토리 나무가 아니다. 참나무의 일종인 신갈나무다. 우리가 흔히 참나무라고 부르는 것에는 굴참나무, 졸참나무, 떡갈나무, 신갈나무 등이 있다. 나무껍질과 열매 모양이 조금씩 틀리다. 이들은 모두 도토리 열매를 맺고 베어져서는 대부분 숯으로 만들어진다.

책에는 지혜의 상징으로 나무꾼 노인이 등장해 자연의 이치와 삶의 지혜를 전달한다. 벌목을 하는데 있어서 나무를 대하는 경건한 마음에서부터 나이테를 보는 방법까지. 세상은 돌고 도는 것이라고 읊조리는 노인의 손에 의해 토리와 솔이, 그리고 겨우살이는 원치 않는 이별을 한다.

마지막 이별의 순간에 찾아 온 바람에게 더 이상 쉴 터를 주지 못해 미안해하는 토리. 그 말에 몸부림치며 우는 바람 아저씨. 이미 토리의 몸에는 여러 번 도끼 날이 들이친 상처가 나 있다. 바람 아저씨는 마지막으로 신갈나무의 뺨에 입을 맞추고 이별한다. 숲은 인간에 의해 골프장으로 개발되고 있었다.

베어진 토리는 숯막에서 뜨거운 불길을 견디고 숯으로 환생한다. 숯이 되는 과정에서 정신이 혼미해진 토리는 헛것을 본다. 그 동안 사귀었던 친구들이 눈앞을 스친다. 헛소리를 해대는 토리의 모습을 접하면 안타까움은 고조를 이른다.

토리는 숯이 되어서도 인간을 위해 공기를 정화하고 심술쟁이 풍란에게는 깨끗한 물을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연약한 숯으로 살면서도 남을 위해 살아간 토리는, 그러나 끝내 부서지고 깨어져 볼품없이 내동댕이쳐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겨우살이와 극적인 재회를 한다. 겨우살이는 인간의 병을 고치는 약으로, 토리는 그것을 끓이는 불로, 이들은 그렇게 인간에게 베풀고 다시 자연으로 돌아간다. 한 몸이었던 토리와 겨우살이가 마지막으로 나눈 대화는 감동의 절정이다.

죽기 전에 토리를 만나게 해달라고 별님, 달님, 바람, 그 모든 것에 빌었다는 겨우살이의 고백에 토리는 다시 나무가 된다면 두 번 다시 겨우살이 같은 것은 키우지 않겠다고 했다. 시무룩해진 겨우살이는 자기가 싫으냐고 묻는다.

"그래. 절대로 헤어지지 않는 줄 알았거든."

▲ 곤줄박이에게 집터를 내 주는 토리.
ⓒ 꿈소담이
<토리 이야기>(2004 대산창작기금수상작)

글쓴이 : 유진아(초등학교 교사)
그린이 : 안준석(목원대 서양학과 졸, 안준석일러스트사무실 운영)
펴낸곳 : 꿈소담이
펴낸날 : 2006. 5. 10
쪽 수 : 176쪽
책 값 : 9000원
2006-06-30 14:42
ⓒ 2006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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