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12. 8. 15:50
당신이 유명한 건축가 김수근입니까...
2006. 12. 8. 15:50 in 記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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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에 세워진 작품들은 바깥벽에 대부분 붉은 벽돌을 사용했다. '건축은 빛과 벽돌이 짓는 시'라고 정의한 벽돌예찬론자 김수근의 면모를 들여다 볼 수 있다. 그가 벽돌을 편애(?)하는 이유는 실용과 예술이라는 건축예술을 한껏 살리는 재료이기 때문이다. 그는 "아무리 급해도 벽돌은 한꺼번에 쌓지 못한다. 때문에 한장 한장 단정히 쌓지 않으면 무너지거나 제대로 힘을 받지 못한다. 그리고 벽돌이 지닌 조소성은 무한히 인간화되는 과정을 상징한다"고 벽돌 예찬론을 펼친바 있다. 예서 창경궁 길로 조금만 걸으면 현대사옥 옆구리에 있는 김수근 건축예술의 산실 공간 사옥이 나온다. 나이 마흔이던 1971년에 지은 검정 벽돌 건물이다. 이곳은 그가 열네 살 때 해방을 맞은 언저리이기도 해 공간이 주는 의미는 색다르다. 그는 이곳에서 15년을 더 혼신을 다해 종합 문화예술 활동을 이끌다 지난 1986년 지병인 간암으로 타계했다. 종합문화예술인의 길을 걸어 간 건축가
김수근문화재단에서 엮었다. 건축가와 문화재단, 어쩐지 생소한 조합이지만 생전 그의 발걸음과 그와 깊게 교우했던 이들(원고 집필자)의 면면을 보니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건축계에서는 이승우 종합건축 대표, 박춘명 예건축 대표, 강병기 걷고싶은도시만들기 시민연대 대표, 전상백 한국건축 대표, 조구현 신세대건축 대표 등 우리나라 건축 1세대들이 앞 다퉈 그와의 추억 보따리를 풀었다. 그리고 미술평론가 박용숙, 유홍준 문화재청장, 사진작가 정정웅, 이종복 도서출판 심설당 대표, 이어령 이화여대 명예교수, 한국민예연구가 김기수, 작곡가 강석희, 화가 권옥연, 가야금 명인 황병기, 무용가 최현, 수필가 조경희, 미술가 이구열, 이제는 같이 천국 생활을 하고 있을 백남준과 시인 구상까지…. 그의 문화예술 사랑은 공간 사옥에 '공간사랑'이란 소극장을 마련한데서 찾을 수 있다. 그는 이곳에서 당시 무명이던 김덕수 사물놀이, 병신춤의 공옥진, 살풀이 춤의 이애주씨의 공연을 올려 예술 차원에서 인정받도록 후원했다. 이보다 앞서 1966년에는 국내 최초라고 할 수 있는 종합예술지인 <공간>을 창간하는 등 우리 문화를 알리고 기록하는데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1997년 잡지 제호를 'SPACE'로 바꿨다. 그러고 보니 올해로 벌써 불혹을 맞았다. 그의 이런 행보에는 공간을 통한 여러 예술분야의 통합운동에 대한 이상을 담고 있던 것이라고 윤승중 전 김수근문화재단 이사장은 회고했다. 말년의 그를 만난 일본 사진작가 무라이 오사무의 회고는 가슴을 찡하게 울린다. "그분이 병원 입원 중 수술 직전에 그린 화집을 보여주셨다. 그림선의 혼란스런 격렬함 속에서 강인한 정신의 소유자에게서 배어나오고 있는 동요를 느꼈다. 그분이 역Y자 지퍼모양 그린 것을 보여주면서 물었다. 내가 이해 못하고 허둥대자 장난스레 웃으며 말했다. '수술한 내 배입니다' 그 분다운 농담" 책 표지 사진은 오사무씨가 찍은 것이다. 1985년 일본 교토통신사 의뢰로 완성 직전의 잠실올림픽경기장을 배경으로 사진을 부탁했는데 병중의 김수근이 쾌히 응한 것이다. 당시 이미 병세가 악화돼서 수술과 요양을 거듭하고 있던 터라 애써 웃음을 만들기 쉽지 않았을 때다. 그것이 이듬해 영정 사진이 될 줄이야. 김수근과 공간 사옥을 접하다보니 얼마 전 취재했던 북촌창우극장의 허규가 겹친다. 원서공원을 사이에 두고 이웃해 있는 공간과 북촌창우, 그리고 지금은 가고 없는 우리 문화를 위한 열정으로 뭉친 주인들. 이들은 각각 건축과 연출이 전문이지만 국민들에게 '문화종합선물세트'를 선사하기 위해 애썼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헌정집과 함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내가 좋아하는 장소에게-건축가 김수근 이야기>란 책도 출간됐다. 또 사라져 가는 그의 체취를 느낄 수 있는 전시회도 열리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그가 지은 아르코 미술관에서는 그의 삶과 예술을 현재의 눈으로 바라보는 '지금 여기(Here and Now) 김수근'전을 이달 28일까지 연다. 이번 전시회는 건축가로서의 사명감, 자연과 인간의 조화, 전통과 현대에 대한 고민 등 한국 건축이 정체성을 찾아가는 그의 건축사상을 한눈에 보여주기 위해 기획됐다고 한다. 책과 함께 그를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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