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4. 1. 10:41

의료계 선택분업 '올인'?

의료계, 선택분업에 '올인' 하나?
의협 공식입장 채택…약사, 정부와 마찰 불가피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유성호(shyoo)기자
의료계가 '국민조제 선택제도'를 공식 입장으로 채택하고 '의료 사회주의' 차단에 총력전을 펴기로 결정했다. 국민조제 선택제도란 원외처방 환자가 조제약국을 선택하는 제도로써 병원 내 약국에서도 조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으로 '선택분업'으로 불리고 있다. 현행 의약분업은 외래 진료를 받은 환자는 원외 처방전을 가지고 병원 인근 약국이나 동네 약국에서 조제를 받아야 한다.

대한의사협회(회장 김재정)는 최근 임시 대의원총회를 열고 현행 의약분업의 조제위임제도(의사의 처방전 발행과 이에 따른 약사의 조제)는 더 이상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기 어렵다고 판단, 이를 거부하고 선택분업을 추진하기로 결의했다. 또한 사회주의 방식의 건강보험제도를 자유경제 체제로 전환할 것으로 주장했다.

▲ 2ㆍ22 '의료민주화를 위한 전국의사대회' 참여를 독려하는 2월 5일자 의협신문.
ⓒ2004 의협신문 PDF

의협은 이같은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오는 2월 22일 여의도에서 '의료민주화를 위한 전국의사대회'를 개최키로 하고 회원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의협은 기관지 <의협신문> 2월 5일자 1면 머릿기사 '여의도 함성으로 의료민주화를'를 통해 8만 의사와 가족들의 궐기대회 참여를 독려하는 등 참석률을 높이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의협 상임이사진과 직원들로 구성된 여의도 집회 홍보팀은 2월 4일 서울·경인지역 의대부속병원과 대형 병원을 중심으로 집중 홍보전을 펼치기도 했다. 홍보팀은 여의도 집회의 목적과 의의를 개별 교수에게 직접 설명하고 <집회 관련 Q&A 자료집>을 교수와 전공의들에게 배포했다.

2월 7일에는 전공의대표자 회의가 열려 이번 집회 참석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전공의는 2000년 의료대란 당시 폐업을 끝까지 주장했던 강경파로서 '집회 도화선'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들의 결정이 주목되고 있다.

ⓒ2004 의협신문 PDF
의협은 궐기대회를 기점으로 정치세력화를 천명하고 4·15총선에 의사회원과 의료계 우호적 후보의 당선을 위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의협은 이를 통해 의약분업 관련 법 개정 등을 이루겠다는 장기적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의협은 이번 2·22 의사궐기대회에 모든 힘을 모아 정부를 상대로 '올인'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의약분업 기본틀을 유지한다는 정부와 마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의협의 선택분업 주장을 그동안 잠잠히 지켜보던 약사회가 강력히 비난하고 나서는 등 의·약분쟁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의협의 선택분업 주장이 약사의 불법 진료행위·대체조제 때문이라는 주장에 대해 대한약사회(회장 한석원)는 2월 4일 신임 16개 시·도약사회장 당선자 명의로 성명서를 발표하고 "사회 혼란과 갈등을 부추기는 망언이 되풀이된다면 6만 약사와 100만 약사 가족의 힘을 모아 불순한 기도를 철저히 분쇄할 것"이라고 밝혔다.

2004/02/05 오전 2:45
ⓒ 2004 OhmyNews
2004. 4. 1. 10:40

반인권적 기자를 규탄한다!?

"반인권적 기자를 규탄한다"
<한겨레> 에이즈 보도관련 동성애자 8개 단체 항의 집회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유성호(shyoo)기자
▲ <한겨레신문> 사옥 앞 항의집회 모습.
ⓒ2004 한채윤(KSCRC)
<한겨레신문>의 에이즈 관련 기사와 관련해 HIV(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인과 동성애자들이 발끈하면서 집단행동에 나섰다. 지난 1월 8일 <한겨레>에 보도된 '여성동성애 파트너 에이즈 감염 첫 보고', '남성동성애자 28% 헌혈 경험'이란 기사에 대해 그동안 <한겨레>측에 정정보도와 기자의 사과를 요구해 온 이들은 요구가 수용되지 않자 기자회견과 <한겨레> 항의방문 등 본격적인 실력행사에 들어갔다.

ⓒ2004 한채윤(KSCRC)
동성애자인권연대 등 8개 단체는 2월 4일 안국동 철학카페 느티나무에서 '<한겨레>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HIV감염인과 동성애자들의 인권을 침해한 <한겨레>와 안종주 기자를 규탄한다"한다며 "보건복지부와 <한겨레>는 안종주 기자에 대한 보건복지부 출입기자직을 박탈하는 한편 기자는 책임과 잘못을 통감하고 '보건복지전문기자'라는 타이틀을 버려라"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또 "<한겨레>와 안종주 기자는 연구용 자료의 무단 도용을 인정하고 정정 보도문과 사과문을 즉각 게재할 것"을 주장했다. 한국에이즈퇴치연맹에 대해서는 자료 유출 책임을 물어 이번 사태 해결에 끝까지 책임을 질 것을 요구했다.

ⓒ2004 한채윤(KSCRC)
이들은 회견을 마치고 마포구 공덕동에 있는 <한겨레> 사옥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HIV감염인과 동성애자에 대한 인권침해 한겨레신문을 규탄한다', '동성애=에이즈 편견을 버려!' 등의 플래카드와 피켓을 들고 <한겨레> 앞에서 시위를 벌인 이들은 한때 사옥 안으로 들어가 항의를 하려고 했으나 신문사 측의 저지로 무산됐다.

이들은 오는 2월 18일까지 요구안을 <한겨레>와 안종주 기자가 수용하지 않을 경우 국제단체인 유엔HIV/AIDS계획(UNAIDS)에 <한겨레>의 HIV감염인 인권침해 사실을 고발하는 한편 국내 인권단체와 국제 HIV/AIDS 단체들과 연대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기자회견과 집회를 주도한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한채윤 부대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에이즈에 대한 불필요한 공포심을 조장하고 동성애자와 HIV 감염인들을 에이즈의 주범으로 모는 인권유린 기사를 뿌리 뽑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태의 핵심인 여성 동성애자의 에이즈 감염에 대해 질병관리본부는 '여성간 성행위를 통한 에이즈 전파확률은 매우 낮으며 이에 대한 조사는 전문가에 의한 인터뷰와 유전자형 검사 등 여성간 동성애를 통한 감염을 뒷받침할 만한 과학적인 조사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8개 HIV감염인ㆍ동성애자단체 공동선언문

HIV감염인과 동성애자에 대한 인권침해, 한겨레와 안종주 기자를 규탄한다!

지난 1월 8일 한겨레신문에 안종주 기자가 보도한 '여성동성애 파트너 에이즈 감염 첫 보고','남성동성애자 28% 헌혈 경험'이란 기사는 언론인의 양심과 정도를 버리고 특종을 위해 HIV 감염인들과 동성애자들의 인권을 유린한 매우 반인권적인 기사였다.

HIV 감염인 단체와 동성애자 인권운동 단체들이 수차례 반성과 사과를 촉구했지만 안종주 기자는 도리어 '인권을 옹호하고 에이즈 예방에 도움이 되는 기사'였다며 발뺌을 하였다. 한겨레 신문 역시 오로지 무시와 침묵으로만 일관하며 이번 사태를 해결하고자 하는 아무런 노력도 보이지 않고 있다.

HIV감염인들과 동성애자들은 이러한 한겨레와 안종주 기자의 태도에 분노와 울분을 금할 수 없다. 우리는 더 이상 언론이 편견을 조장하고, 특종을 위해 동성애자들과 HIV 감염인들의 인권을 침해하며, 자신들의 지위를 이용해 문제를 덮어버리고 반성과 사과마저 거부하는 이러한 만행을 묵과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공동으로 대응하고 투쟁할 것이며 다음의 요구안들을 천명하는 바이다.

하나, 한겨레와 안종주 기자는 연구용자료의 무단 도용을 인정하고 정정보도문과 사과문을 즉각 게재하라!

남서울대학교 이주열 교수팀이 HIV 감염인들과 동성애자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는 분명 '비보도'를 전제로 한 연구작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연구의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던 안종주 기자는 마치 공식적으로 발표된 보고서의 내용을 인용하는 양 기사를 꾸며 보도하였다.

이는 신뢰감속에 설문에 응한 이들을 기만하는 행위일 뿐 아니라, 대중들에게 HIV와 동성애에 대한 공포심과 편견을 조장하는 일이다. 이제 더 이상 '에이즈 예방'이란 미명으로 HIV 감염인들과 동성애자들의 인권을 짓밟지마라! 이제 다시는 HIV 감염인이나 동성애자들을 상대로 한 설문/연구조사는 불가능할지 모른다. 한겨레와 안종주 기자는 잘못을 반성하고 진심으로 HIV 감염인들과 동성애자들에게 사과를 하고 책임자를 문책하라!

하나, 안종주 기자는 책임과 잘못을 통감하고 '보건복지전문기자'라는 타이틀을 버려라.

안종주 기자는 에이즈 관련 서적을 저술했고 에이즈 관련 보도를 전담하며 에이즈 예방 단체에서 자주 자문역할을 한 바 있음을 내세워 소위 '에이즈 전문가'임을 표방해 왔다. 하지만, 자신의 명성과 지위를 이용해 비보도용 연구자료를 빼돌려 기사화하고, 인권의 사각지대에 몰려 고통받고 있는 HIV 감염인들과 동성애자들의 인권을 침해하고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는 결코 '에이즈 전문가'도 '보건복지전문기자'의 모습도 아니다.

국민들의 건강을 보호하고 우리 사회의 차별과 편견을 교정하는 역할과 책임을 저버렸기 때문이다. 안종주 기자는 책임과 잘못을 통감하고 '보건복지전문기자'라는 타이틀을 버려라.

하나, 보건복지부와 한겨레는 안종주기자에 대한 보건복지부 출입기자직을 박탈하라.

이번 사건은 안종주 기자의 교만함에 기인한 탓이 크다. 주무기관인 국립보건원 에이즈결핵관리과에서도 과학적 검증이 없으므로 기사화되어서는 안됨을 즉각 지적했지만 안종주 기자는 그마저도 방역차원에서 올바르지 못하다고 반박했다.

보건복지부는 기사의 선정성에만 몰두하여 입증되지도 않은 사실을 진실인양 기사화하는 안종주기자에 대한 보건복지부 출입기자 자격을 박탈하여야 할 것이다. 한겨레 신문 또한 자사의 기자를 무조건 덮어주려는 치졸한 자세를 버리고 보건복지부 출입기자직을 박탈하라!

하나, 한국에이즈퇴치연맹은 이번 사건의 해결에 끝까지 책임을 지고, 차후에도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주길 바란다.

한국에이즈퇴치연맹 역시 이번 사건의 피해자일 수도 있지만, 연맹을 믿고 설문에 응한 HIV 감염인들과 동성애자들에게 깊은 배신감을 안겨주었다는 점에서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우리들은 이번 사건의 근거가 된 '연구 조사'의 기획과 진행, 그리고 안종주 기자가 자문위원에 선정되는 과정 등까지 여러 문제점들을 이미 제기한 바 있다.

신뢰감 회복을 위해서라도 연맹은 이 사건의 조속한 해결과 한겨레신문의 정정보도, 인권침해에 대한 사과를 받아내기 위해 끝까지 최선의 노력해야할 것이며, 추후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번 일을 한국에서 에이즈에 대한 불필요한 공포심을 조장하고, 동성애자와 HIV 감염인들을 에이즈의 주범으로 모는 인권유린 기사를 뿌리뽑는 계기로 삼을 것이다. 한겨레 신문과 안종주 기자가 우리들의 요구안을 받아들이길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한다.

만약 2월 18일까지도 한겨레 신문과 안종주 기자가 요구안을 이행하는 노력을 보이지 않는다면 우리의 분노와 투쟁은 더욱 거세어 질 것이다. 우리는 국제단체인 UNAIDS에 안종주기자와 한겨레의 HIV감염인 인권침해 사실을 고발하고, 국내 인권단체 및 국제 HIV/AIDS단체들과 연대하여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2004. 2. 4

참여단체 (가나다순)
동성애자인권연대 /부산여성성적소수자인권센터 /하이텔동성애자인권동호회 '또하나의사랑' / 한국남성동성애자인권단체 '친구사이'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한국여성성적소수자인권운동모임 '끼리끼리' /HIV감염인을위한모임 '세울터' /HIV감염인을위한모임 '


질병관리본부 에이즈결핵관리과 공식답변서
여성동성애 에이즈 감염 가능성에 대해

질의에 대한 의견

1. 2004년 1월 8일자 한겨레신문은 '국내에서 2명의 여성 동성애자가 동성애 관계로 에이즈에 걸렸다는 연구조사 결과가 나왔다'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본 기사는 한국에이즈퇴치연맹과 남서울대 이주열 교수팀이 수행한 '고위험군 성행태 및 에이즈 의식조사' 보고서를 인용 보도한 것으로 여성 감염인 2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하여 "본인이 생각하시기에 어떻게 감염되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한국인 동성"으로 응답한 여성 2명의 자료를 인용한 것입니다.

그러나 설문조사를 통해 본인이 '동성애를 통해 감염되었다라고 생각한다'라고 응답한 자료는 여성 동성애를 통한 에이즈 감염의 근거로서 사용되기 어렵습니다.

여성간 성행위를 통한 에이즈 전파확률은 매우 낮으며, 외국에서 여성간 성행위를 통한 에이즈 감염보고 예는 에이즈 감염위험요인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유전자형 분석을 통하여 결론을 추론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본 조사는 전문가에 의한 인터뷰 조사와 유전자형 검사 등 여성간 동성애를 통한 감염을 뒷받침할 만한 과학적인 조사가 더 필요합니다.

2. 동 기사에서 '여성 감염인 3명은 많은 여성과 자주 동성애 관계를 맺고 있다고 밝혀 여성 동성애 관계를 통한 에이즈 전파가 우려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여성 동성애를 통한 에이즈 감염 확률은 전세계적으로 매우 낮기 때문에 여성 동성애를 통한 에이즈감염 사례가 있다 하더라도 여성 동성애를 통한 에이즈의 전파가 공중보건학적 문제가 될 정도로 규모가 크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3. 전세계적으로 여성 동성애를 통한 에이즈 감염이 의심되는 사례는 드물게 보고되었으나 유전자형 검사에 의해 확인된 사례는 하나 있었습니다(Kwakwa et al. Female-to-female transmission of Human Immunodeficiency Virus. Clinical Infectious Diseases 2003;36:e40-e41). 여성 동성애자의 에이즈 감염경로에 대한 미국 연구자료를 요약한 붙임자료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4. 미국 여성 동성애자의 에이즈 감염경로에 대한 연구자료에서 보여 주듯이 에이즈에 감염된 여성 동성애자에 대한 면접조사 결과 대부분이 에이즈에 감염될 수 있는 다른 위험요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자신이 여성 동성애자라고 인정하는 경우일지라도 에이즈에 감염될 수 있는 다른 위험요인이 없었는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2004년 2월 3일

질병관리본부 에이즈·결핵관리과

2004/02/04 오후 6:05
ⓒ 2004 OhmyNews
2004. 4. 1. 10:38

한겨레신문, 에이즈 기사 파문

<한겨레> '에이즈 감염 기사' 파문 확산
언론중재위 제소...동성애 인권단체 4일 규탄 기자회견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유성호(shyoo)기자
<한겨레> '에이즈 관련 기사'를 둘러싼 논쟁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한겨레>는 지난 1월 7일 인터넷판(인쇄매체에는 1월 8일자)에 '여성동성애 에이즈감염 첫 확인', '남성동성애자 28% 헌혈경험'이라는 에이즈 관련 기사 2건을 게재했다. 이에 동성애자 관련 단체에선 <한겨레>가 보도자제 요청을 무시하는 한편 동성애자의 성 행태를 일방적으로 전달해 인권을 침해했다고 지적하며 반발했다.

후천성면역결핍증(HIV) 감염인·동성애자 모임 8개 단체는 2월 4일 오전 10시 안국동 철학카페 느티나무에서 <한겨레> 규탄 기자회견을 연 뒤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 사옥으로 이동해 항의집회와 함께 편집국을 항의 방문할 예정이다.

사태의 발단은 남서울대학교 이주열 교수팀이 연구한 '고위험군 성 행태 및 에이즈 의식조사' 자료를 보도한 <한겨레> 기사다. 이 연구과제는 에이즈 감염인 및 동성애자의 성 행태에 대한 조사로써 향후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사업을 찾아내기 위한 기초자료 수집 차원에서 진행됐다.

이 교수팀은 연구를 위해 동성애자 1160명과 후천성면역결핍증(HIV) 감염자 258명을 대상으로 한국에이즈퇴치연맹의 도움을 받아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연맹은 설문조사 단계부터 보고서는 절대 보도용으로 사용하지 않고 HIV 감염인 후원과 동성애자 에이즈 예방 홍보 활성화 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용으로만 사용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이러한 연맹과 연구팀의 약속은 연구보고서 자문위원으로 참가했던 <한겨레> 기자가 연구 내용을 기사화함으로써 깨졌다.

기사화하지 않기로 한 약속 깨져

<한겨레>는 연구보고서 초안을 토대로 1월 7일자 인터넷판을 통해 '여성동성애 에이즈감염 첫 확인', '남성동성애자 28% 헌혈 경험'이라는 두 건의 기사를 내보냈다. 이 기사는 보건복지 전문기자로 활동중인 <한겨레> 안종주 기자가 작성했다. 안 기자는 이번 연구의 최종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모인 자문위원 중 한 사람이었다.

이주열 교수는 "안종주 기자를 자문회의에 초청한 것은 보건복지 전문기자로서 에이즈 및 성 관련 문제에 대해서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자문회의는 지난해 12월 15일 대학로 한 음식점에서 열렸고 이 자리에는 서울대, 이화여대 등 대학교수 3명과 국립보건원 방역과 직원 1명, 한국에이즈퇴치연맹 사무총장, 부장 등 1인, 안 기자 등 관련 전문가 7명이 참석했다.

이 교수는 "이때 회의 자료는 전체 연구보고서가 아니라 보고서 초안으로 만든 일부였다"며 "회의 마지막 부분에 안 기자가 언론 보도하는 것을 권했지만 이번 조사결과는 향후 사업을 위한 기초 자료로만 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언론 보도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1월 8일 <한겨레>에는 마치 한국에이즈퇴치연맹과 이 교수가 언론보도 자료를 배부한 것으로 기사화됐다.

이에 이주열 교수는 "분명히 저와 한국에이즈퇴치연맹은 언론에 보도자료를 배부한 적이 없다"며 "1월 7일 저녁 9시경에 국립보건원의 담당 사무관으로부터 언론보도 내용을 전화로 전해 듣고 안 기자와 전화통화를 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당시 전화통화에서 안 기자는 12월 15일의 회의 자료로 나온 연구결과를 사용해 기사화했으며 사전에 이 교수와 한국에이즈퇴치연맹에 기사 작성하는 것에 대해서 협의하지 않은 것은 언론보도를 반대할 것 같아서였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성애 집단에 대한 사회적 편견 우려

'여성동성애 에이즈감염 첫 확인'이란 제목의 <한겨레> 보도에는 '감염인들은 22.2%가 항문성교 따위를 할 때 콘돔을 전혀 사용하지 않거나 가끔 사용한다고 밝혀 에이즈가 동성애 집단에서 확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이번 조사결과 드러났다'고 밝혀, '동성애는 곧 HIV 감염'이란 오해의 소지를 담고 있다는 게 동성애자 단체의 지적이다.

또 '이번 조사는 감염인 일부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동성애 관계로 에이즈에 감염된 여성이 더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혀 동성애자들로부터 근거가 미약한 자체 분석으로 내용을 부풀렸다는 지적을 받았다.

동성애자는 우리 사회의 소수집단으로 사회적 편견 속에 살고 있다. 연구팀은 이번 설문이 이들이 향후 우리 사회에서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실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겨레> 보도는 연구목적과 달리 동성애 집단에 대한 사회적 편견만 키운 꼴이 됐다는 것이 동성애자들의 지적이다.

난처해진 연맹·연구자…관련연구 차질 예상

이번 보도로 가장 난처해진 것은 한국에이즈퇴치연맹. 자의는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연구보고서 유출 경위에 대해 동성애 단체로부터 맹비난을 받고 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성적소수자그룹은 지난 달 12일 성명을 내고, 한국에이즈퇴치연맹은 이번 보고서에 대해 해명이 아닌 공식사과할 것과 이번 연구보고서를 즉각 파기할 것을 촉구했다. 또 이를 계기로 동성애자 단체들은 한국에이즈퇴치연맹과의 관계를 재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 성적소수자모임인 '붉은이반'은 20일 성명을 통해 연맹이 과연 <한겨레> 측에 어떠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인지 밝히기를 촉구했고 비공개 원칙에 따라 기꺼이 조사에 참여한 감염인 및 동성애자들에게 <한겨레> 지면과 인터넷을 통해 공개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설문에 참여한 한 동성애자는 연맹 인터넷 게시판에 "연맹 쪽에서 보도자료를 유출할 의도가 없었다고 해서 이번 사건에 대한 면죄부를 받을 수는 없다"며 "부도덕하게 자료를 빼돌리고 문제의 기사를 쓴 안종주 기자를 당장 자문위원직에서 물러나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료를 소홀히 다룬 책임을 지고 사과하는 글을 대외적으로 발표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번 사태를 계기로 동성애자들은 설문·면접조사에 더 이상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관련 연구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설문에 참여한 또 다른 동성애자는 "설문조사하는 사람을 알고, 설문조사가 외부에 나가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기에 설문에 응했는데 그 결과를 이렇게 신문에까지 노출시킬 줄은 몰랐다"며 "화가 나서 이제는 연맹에서 설문한다면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맹,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

화살촉이 엉뚱하게 연맹 측으로 쏠리자 연맹은 신문사와 기자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국에이즈퇴치연맹 권관우 사무총장은 "자문위원들에게 보고서 초안을 건네줄 때도 보도용이 아니라는 분명한 의사 표현을 했고 기사화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며 "그러나 안종주 기자는 이를 무시하고 본 연맹과 아무런 협의 없이 <한겨레>에 기사화했다"고 보고서 유출 경위에 대해 해명했다.

권 사무총장은 "연맹은 <한겨레>를 상대로 문제 기사를 인터넷 판에서 삭제할 것을 요구한 상태이며 추후 신문사와 안종주 기자를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연맹은 팩스와 우편을 통해 정정보도를 요구하는 공문을 <한겨레>에 보냈지만 아무런 회답을 듣지 못했다며 지난 2일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또 진행 상황에 따라 법적 조치 가능성을 변호사를 통해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류승철 사업국장은 "연맹은 이번 사태의 가장 큰 피해 당사자로서 이번 사태의 명확한 해결을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할 것이며 동성애자 단체들의 공동 행동에도 지지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 반론문 게재...'논쟁' 확산

설문에 참여한 동성애자들이 자료유출 책임을 물어 에이즈퇴치연맹을 강하게 비난하는 한편 연맹과 <한겨레> 측의 사과를 촉구하는 성명이 잇따르는 등 사태가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자 <한겨레>는 열흘이나 지난 후 뒤늦게 반론 글을 게재하는 등 수습에 나섰다.

<한겨레> 기사 관련 일지

▲ 2003. 9월 한국에이즈퇴치연맹 '고위험군 성 행태 및 에이즈 의식조사' 연구 과제 남서울대 이주열 교수에게 의뢰.
▲ 10∼11월 연맹과 이 교수팀이 공동으로 전국 HIV 감염인 258명과 동성애자 1,16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
▲ 12. 15 연구보고서 초안을 놓고 관련 전문가 자문회의 개최. <한겨레> 안종주 기자 자문위원으로 참석. 연구팀 연구보고서 내용 보도 자제 요청.
▲ 2004. 1. 8 안종주 기자, 연구보고서 내용 토대로 기사 2건 <한겨레>에 보도(인터넷판에는 7일 보도). 같은 날 연맹 보도해명서 발표. 한국남성동성애자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성명서 발표.
▲ 1. 9 연구주도 이주열 교수팀 해명사과문 발표.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KSCRC) 성명서 발표.
▲ 1. 12 국제 앰네스티 한국지부 성적소수자그룹 성명서 발표.
▲ 1. 18 <한겨레> 여론칼럼 <왜냐면>란에 한국남성동성애자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최준원 대표 '<한겨레> 에이즈 기사, 유감' 게재.
▲ 1. 20 민주노동당 성적소수자모임 '붉은이반' 성명서 발표.
▲ 1. 25 안종주 기자, <왜냐면>란에 최준원 대표 글에 반론.
▲ 1. 28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한채윤 부대표 <왜냐면> 통해 안 기자 글 반론. HIV 감염인·동성애자 모임8개 단체 공동 성명서 발표.
▲ 2. 1 HIV·AIDS 감염인을 위한 모임 '세울터' 가브리엘 홍보부장 <왜냐면> 통해 안 기자 반론에 재반론.
▲ 2. 2 연맹,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
<한겨레>는 지난 18일 여론칼럼 <왜냐면>란에 한국남성동성애자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최준원 대표의 '<한겨레> 에이즈 기사, 유감'이란 글을 실었다.

반론문을 게재하면서 사태가 어느 정도 수습 국면에 들어서는가 했으나 지난 달 25일 안종주 기자가 최 대표의 글에 반론을 제기하면서 논쟁이 가열됐다.

안 기자는 반론문에서 "1월 8일치에 실린 에이즈 감염인과 동성애자 성 행태 따위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 보도는 에이즈 감염인과 동성애자들의 정확한 성 행태를 바탕으로 이 땅에 에이즈가 확산되는 것을 막아 한 명이라도 에이즈 감염인이 덜 나오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안 기자는 또 "만약 이 기사를 읽고 동성애자, 특히 에이즈 감염 동성애자들(여성 동성애자)이 위험한 성행위를 하지 않는다면 이 기사는 나름대로 에이즈 예방에 공헌한 것이 된다"며 "기사 가운데 반인권적 내용이 들어 있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어떻게 해서 인권침해가 된다는 사실을 밝혀야 하는데 최 대표는 그런 지적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한채윤 부대표는 지난달 28일 <한겨레>의 <야! 한국사회>라는 여론칼럼을 통해 "에이즈 문제를 말할 때 동성애를 함께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예방 효과가 있을 거라는 환상은 대체 어디에서 오는 걸까. 단언컨대, 설사 감염인 중 95%가 이성애자라고 해도 에이즈 전파의 주범은 이성애자라는 분석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안 기자의 반론에 대해 완곡하게 반박했다.

이어 지난 1일에는 HIV·AIDS 감염인을 위한 모임 '세울터'의 홍보부장으로 있는 가브리엘씨가 <왜냐면>란에 '에이즈는 '게이 돌림병'이 아니다'라는 글로 안 기자의 반론에 재반론하는 등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연맹과 관련 단체가 분노하고 있는 것은 연맹 측이 <한겨레>에 안종주 기자에 대한 조치와 해당 기사의 인터넷판 삭제, 정정보도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으나 <한겨레>는 어떤 공문도 받지 않았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4일 있을 기자회견에서는 보고서 작성과 유출 경위(김현구 한국에이즈퇴치연맹 이스합 팀장), 여성 동성애 에이즈 감염 가능성에 대한 국립보건원 에이즈결핵관리과의 공식 답변서가 공개된다.

공동기자회견에는 동성애자인권연대, 부산여성성적소수자인권센터, 하이텔동성애자인권동호회 '또하나의 사랑', 한국남성동성애자인권단체 '친구사이',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한국여성성적소수자인권운동모임 '끼리끼리', HIV감염인을위한모임 '세울터', HIV감염인을위한모임 '러브포원' 등 8개 단체가 참여한다.

<한겨레> 관련 기사 보기

<한겨레> 보도 관련 이주열 교수 해명사과문

동성애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남서울대학교 보건행정학과의 이주열 교수입니다. 글로 인사를 드리게 됨을 죄송하게 생각하오며, 이점 회원 여러분의 양해를 구합니다.

제가 이렇게 글을 드리게 된 것은 1월 8일자 한겨레 신문 기사 내용과 관련하여 동성애자 여러분들에게 전체 과정을 설명 드리고, 연구책임자로서 이번 연구에 협조해 주신 동성애자 여러분께 누를 끼치게 된 점에 대해서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자 함입니다.

우선, 이번 일의 세부과정을 간략히 설명 드리겠습니다.

저는 지난 9월 한국에이즈퇴치연맹으로부터 “고위험군 성행태 및 에이즈 의식조사”라는 연구 과제를 의뢰 받았습니다. 이 과제는 에이즈 감염인 및 동성애자의 성행태에 대한 조사였으며, 향후 한국에이즈퇴치연맹이 감염인 및 동성애자분들께 도움이 될 수 있는 사업을 찾아내기 위하여 진행되었습니다. 동성애자와 관련된 설문은 많은 동성애자 여러분의 도움을 받아서 1,160명을 대상으로 설문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연구과제에서는 최종보고서를 작성하기 전에 관련 전문가들을 모셔 놓고 자문회의를 합니다. 연구결과를 다양한 관점에서 이해하고 최종 결론에서 유의해야 할 점을 관련 전문가로부터 지적 받게 됩니다. 저도 이런 과정에 따라 12월 15일(월) 13시 30분부터 15시까지 대학로 “어루러져 좋은 곳”이라는 레스토랑에서 서울대학교 교수 2인,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1인, 국립보건원 방역과 직원 1인, 한국에이즈퇴치연맹 사무총장 및 부장 1인, 안종주 기자 등 7명의 관련 전문가를 모시고 자문회의를 했습니다. 이때 회의 자료는 전체 연구보고서가 아니라 보고서 초안으로 만든 일부였습니다. 안종주 기자를 자문회의에 초청한 것은 안종주 기자는 보건복지 전문기자로 에이즈 및 성관련 문제에 대해서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회의에서 여러 논의가 있었고, 회의 마지막 부분에 안종주 기자께서 언론 보도하는 것을 권했습니다. 그때 저는 분명히 이번 조사결과는 향후 사업을 위한 기초 자료로만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언론 보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말씀드렸습니다. 그렇게 회의는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자문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을 토대로 보고서를 마무리하여 한국에이즈퇴치연맹에 최종 연구보고서를 제출하였습니다.

지난 1월 8일 한겨레 신문에 마치 한국에이즈퇴치연맹과 제가 언론보도 자료를 배부한 것으로 기사가 게재되었으며, 그 내용을 그대로 일부 언론에서 보도했습니다. 분명히 저와 한국에이즈퇴치연맹은 언론에 보도 자료를 배부한 적이 없습니다. 저는 1월 7일 저녁 9시경에 국립보건원의 담당 사무관으로부터 언론보도 내용을 전화로 전해 듣고, 안종주 기자와 전화통화를 했습니다. 12월 15일의 회의 자료로 사용한 연구결과를 사용하여 기사화 했으며, 사전에 저와 한국에이즈퇴치연맹에 기사 작성하는 것에 대해서 협의하지 않은 것은 언론보도를 반대할 것 같아서였다고 했습니다. 이야기가 장황하게 길어졌습니다만, 지금까지의 내용이 이번 언론보도와 관련된 과정입니다.

한국에이즈퇴치연맹은 회원 여러분들께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이번 연구과제를 수행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언론보도 내용으로 서로 간에 오해가 발생한 것 같아 오늘(9일) 오후에 iSHAP 김현구 팀장에게 도움을 청하여 제가 이렇게 글을 드리게 된 것입니다. 이점 회원 여러분들의 이해를 구합니다.

저는 이번 연구과제의 책임자로서 본의 아니게 회원 여러분들께 누를 끼쳐드린 것에 대해서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특히, 이번 연구과제에 협조해 주신 회원 여러분들께는 더욱 죄송한 마음입니다. 회의 자료를 회수하지 않은 것은 통상적으로 학술 관련 회의자료 는 회수하지 않기 때문이었으며, 참석하신 분들을 신뢰했기 때문입니다. 여하튼 제가 좀 더 신중하지 못 했던 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더 연구과제에 협조해 주신 회원 여러분들께 감사와 죄송한 마음을 전하며, 편견 없는 세상을 구현하고자 하시는 여러분들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04년 1월 9일
남서울대학교 이주열

<한겨레> 보도 관련 한국에이즈퇴치연맹 해명서

1. 본 연맹은 남서울 대학교 보건행정학과 이주열 교수팀과 공동으로 지난해 10월부터 11월까지 전국의 HIV 감염인 258명과 동성애자 1,16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조사하고 그 내용을 분석한 보고서 작성을 진행 중에 있었습니다. 이 보고서는 준비 단계부터 보도용으로는 절대 사용하지 않고, 보다 나은 HIV 감염인 후원과 동성애자 에이즈 예방 홍보 활성화 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용”으로만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본 연맹의 연구 조사에 대해 어떠한 보도 자료도 배포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보도 자료를 배포할 예정이 전혀 없음을 밝힙니다.

2. 한겨레 신문의 안종주 기자는 위 연구 사업의 자문위원으로 참여했으며 기자가 아닌 자문위원 자격으로 보고서의 초안을 입수할 수 있었습니다. 자문위원들에게 보고서 초안을 건네 줄때도 보도용이 아니라는 분명한 의사 표현을 했고 기사화 하지 말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안종주 기자는 이를 무시하고 본 연맹과 아무런 협의 없이 한겨레 신문에 기사화 했습니다.

3. 본 연맹은 한겨레 신문사를 상대로 문제 기사를 인터넷 판에서 삭제할 것을 요구한 상태이며 추후 한겨레 신문사와 안종주 기자를 상대로 법적조치를 취할 예정입니다.

4. 본 연맹의 불찰로 본의 아니게 내부 연구 보고서가 언론에 유출되어 본 연맹을 믿고 설문에 응해주신 많은 분들을 포함한 수많은 동성애자와 HIV 감염인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앞으로 다시는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일 것을 약속드립니다.

5. 본 연맹은 이 문제를 거울삼아 HIV 감염인 후원과 동성애자 사회의 건강을 위해 거듭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004. 1. 8.
사단법인 한국에이즈퇴치연맹 사무총장
권관우

2004/02/02 오후 2:03
ⓒ 2004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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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의 스승 서정주 죽이기

"속죄하지 않은 친일은 용서되지 않는다"
조정래 식 친일청산에는 타협이 존재하지 않는다
유성호 (shyoo)
<태백산맥>, <아리랑> 등으로 민족주의 경향이 짙은 작가로 알려진 조정래. 그에게 과연 친일은 어떤 의미이고 어떻게 규정되어 지는가. 이 물음이 어느 날부터 입안에서 모래알 씹히듯 까칠거리더니만 오늘에야 소화된 기쁨으로 몇 자 적는다.

그는 요즘 민족문제연구소 간행 고문으로 <친일인명사전> 편찬사업에 합류하고 있다고 한다. 갑신년 정월 끝자락에 그가 한 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근황을 밝히고 있다.

▲ "친일파사전 만들어 다신 민족배반 못하게 판결문 삼을 겁니다."
ⓒ2004 유성호

"요즘 크게 세 가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참여연대 참여사회연구소 이사, 아름다운재단 100인 발기인, 친일파 사전을 만드는 민족문제연구소 간행 고문인데요, 특히 친일파사전 편찬과 관련해서는 이번에 국회에서 예산을 줄이는 바람에 국민모금을 통해 일주일만에 5억원을 모았어요."

"총 30억원을 조달하기 위해 나머지 25억원 국민발기인을 모집해 모을 예정입니다. 편찬은 실무자들이 일을 거의 마쳤지만 (친일파사전을)책으로 만드는 기금을 모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여러 번 그랬듯이 이번에도 기자는 미당 서정주에 대해 묻는다. 서정주 등 친일파 문인들에 대한 생각은 어떠냐고. 조정래는 주저 없이 비판받아 마땅하다는 말로 타협을 거부한다. 타협의 함의(含意)는 그와 미당과의 관계 때문에 떠오르는 단어다.

"용서는 잘못한 자가 속죄할 때 이뤄지는 것이죠. 속죄를 하지 않았다면 그 사람은 역사의 비판대 위에 서야 합니다. 역사의 교훈이 왜 필요하겠습니까. 선배들이 잘못한 모든 것이 나를 비추는 거울이 돼야지요."

이러한 그의 입장은 오래 전부터 단호했던 터다. 지난 2001년 3월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그는 미당과 황순원의 죽음에 대한 소회(所懷) 묻는 말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서정주(미당)는 내 스승이자, 내 아내를 등단시킨 사람이고, 우리 결혼식 주례도 섰다. 하지만 작가적 삶에서 서정주와 황순원은 대조되는 인물이다. 미당이 친일시를 쓸 때, 순원은 붓을 꺾었고, 미당이 전두환을 칭송할 때, 순원은 전두환이 폐간시킨 잡지의 복간을 위해 싸웠다. 미당은 이광수처럼 수십 년에 걸쳐 비판받아 마땅하다. 미당이 내 아버지라도 그건 어쩔 수가 없다. 인간의 3대 발명품은 종교, 정치, 문학(언어)이다. 그 중 문학은 인간을 위해 옳은 일만 하라고 발명한 것이지, 불의와 타협하라고 발명한 게 아니다."

이후 그는 같은 기조로 2002년 발간된 <실천문학> 여름호에 `용서는 반성의 선물'이란 제목의 글에서 미당의 친일문학을 비판했다. 이 글에서 그는 자신에게는 학교 스승이자 부인 김초혜 시인을 등단시킨 은사이며 두 사람 결혼식의 주례였던 미당과의 남다른 인연을 설명한 뒤, 생전에 그로부터 공개적인 사죄의 말을 받아내려 했다가 실패한 일화를 소개했다.

미당은 5공화국 때 전두환을 '단군이래 5000년 만에 만나는 미소'라 칭송했다. 이런 미당에게 제자인 그는 친일 행위와 함께 반성을 권했고 미당은 불같이 화를 냈다고 한다. 그는 글 말미를 "미당은 결국 죽을 때까지 진심에서 우러난 사과를 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이 매듭지었어야 할 역사의 짐을 후세에게 떠넘기고 말았다"고 결론 맺는다.

이러한 그의 친일을 바라보는 시각을 보노라면 속죄도 친일을 굴레를 벗어나기엔 역부족인 듯 하다. 그는 '친일'이라는 유전자는 역사 속에서 변하지 않고 고스란히 유전되고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일제 시대에 친일파 아닌 사람이 어디 있느냐는 항변도 있을 법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서 그는 논리적 비약을 질책한다.

"그런 논리는 바로 친일파들의 자기 변명입니다. 일제 시대 한국에 들어 온 일본인이 80만명인데 이들에게 빌붙은 친일파가 160만 명이에요. 바로 이들 때문에 36년이라는 식민지 지배가 있었던 겁니다. 이들 외에는 친일파가 없어요."

▲ 민족주의 작가 조정래. 그에게는 친일 행각을 한 스승 미당도 속죄의 다그침을 당해야 했다.
ⓒ2004 유성호

그는 친일인명사전 편찬과 관련해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원래 2006년 발간할 계획이었지만 광복 6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2005년으로 앞당겨 발간해 민족사에 영원히 남을 판결문 구실을 하게 할 것입니다."

이쯤에서 원인 모를 나의 체기(滯氣)는 어느덧 사라졌다. <태백산맥>을 넘어 출렁거리는 <아리랑>을 지나 장대한 <한강>에 다다른 그의 대하소설 속에 녹아 있는 '친일파의 흔적'에 대한 작가의 명쾌한 결말을 기대했던 것이 그동안 체기의 원인이었던 모양이다.

그는 <친일인명사전> 발간에 대해 이렇게 잘라 말했다.

"하나의 정권이 곧 나라는 아니다.어느 정권이든 그 수명은 시한부이며,그 나름의 한계를 지니게 마련이다. 오로지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며,영원한 것은 민족밖에 없다. 그러므로 민족 성원인 우리는 영원한 민족사를 위해서 우리 스스로 불씨가 되고 원동력이 될 수밖에 없다. <친일인명사전> 발간은 <반민특위>의 재건이며, <민족법정의 개정>이다. 우리 민족의 올바른 역사를 위하여, 우리 민족의 참된 삶을 위하여 그 일에 동참하는 것은 오늘을 사는 우리의 성스러운 의무이고 권한이다."

친일은 용서도 타협도 될 수 없다는 그의 손끝에서 재단되는 <친일인명사전>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2004/01/30 오후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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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4. 1. 10:35

청년실업 문제...해법은 없나?

언제까지 빵을 훔치게 둘 것인가?
청년실업 40만 시대, 정부는 히든 카드 언제 뽑나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유성호(shyoo)기자
80만 고양시 인구만큼 일자리 없어 전전긍긍

청년실업자가 다시 40만명을 넘어 섰다. 노무현 정부의 최우선 선결과제로 대두된 청년실업 문제는 정부의 실속 없는 대책 등 공무원들의 책상머리에서 공회전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실업률이 3.6%를 기록해 전월대비 0.2% 상승했다.

12월 중 전체 실업자 수는 전월에 비해 3만3000명이 늘어나 82만5000명으로 2003년 중 가장 많은 실업자 수를 기록했다. 이처럼 실업률과 실업자 수가 증가한 것은 방학을 맞은 대학생들의 구직 활동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통계청은 분석했다.

전년 동기를 비교하면 실업률은 3.1%에서 0.5% 상승한 3.6%, 실업자 수는 70만2000명에서 12만3000명이 늘어난 수치다. 1년만에 충북 청원군 인구(12만명)만큼 실업자가 늘어난 셈이다.

우리나라 청년실업 문제는 '비경제활동인구'의 증가에서 극명하게 보여준다. 통계에 따르면 12월 중 비경제활동인구는 11월대비 2.3% 증가했다. 상승을 견인한 것은 바로 청년실업자들의 구직단념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12월 중 구직단념자는 11월에 비해 10.2%나 늘어난 10만8000명에 달했다. 전년 동기에 3만9000명인 점을 감안하면 무려 2.8배 늘어난 것으로 현재 우리 고용시장이 완전히 얼어붙어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구직단념자는 취업의사와 능력은 있으나 노동시장 상황으로 인해 일자리를 포기한 사람으로 지난 1년간 구직 경험이 있는 자를 말한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30·40대 실업률은 하락하거나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반면 15∼29세에 달하는 청년실업은 전체 실업률 보다 2.4배나 높았다.

12월 현재 청년 실업자 수는 42만6000명으로 3월 40만6000명 이후 9개월만에 다시 4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연간 취업자 수는 98년 IMF외환 위기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한 민간경제연구소는 2003년 전체로 볼 때 2002년에 비해 일자리수는 3만개가, 청년층 일자리는 19만개가 감소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문제는 2004년에도 경제성장은 그리 높지 않아 고용 없는 성장이 가시화 될 것으로 보이고 이에 따라 일자리 창출 역시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경제동향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정부의 청년실업 대책…믿거나 말거나?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삼고 공공 부분 8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의지만으로 고용창출 효과가 날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많다. 재정경제부는 지난 28일 노무현 대통령에게 연두업무보고를 통해 지난해 내수경기 부진으로 인한 체감경기 부진과 청년실업 증가 문제 대응이 미흡한 정책이었다고 스스로 평가했다.

이에 대해 재경부는 재정 조기집행 등 적극적 거시정책과 투자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에 올 우선 정책과제로 삼겠다고 보고했다. 문제는 투자 활성화 조치가 기업들에게 먹히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권 출범 이후 끊임없이 지적되어 온 경제 불확실성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고 정치자금 수사가 기업심리를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정부가 공언하고 있는 공공분야 일자리 창출보다는 기업투자를 활성화 시켜 민간 부문 일자리를 늘려가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29일에는 권기홍 노동부장관이 영남대에서 대구·경북지역 16개 대학 취업담당자 등과 청년실업대책간담회를 열고 정부는 올해 14만여명의 청년들에게 일자리와 훈련기회를, 대학 졸업예정자 5만여명에게 연수기회를 주겠다고 밝혔다.

또 청년층 일자리 제공을 위해 '청소년 취업지원실'을 설치하고 '인적자원종합 정보망 구축'등 고용안정 인프라를 확충키로 했다. 문제는 이러한 정부의 정책이 일용직과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대통령의 국정연설부터 재경부 연두보고, 권 장관의 발언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정부 대책을 믿어야 할지 청년들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신용불량이 실업자를 양산한다?

한편, 신용불량자가 지난해 말 기준 370만명을 넘어섰다. 성인 인구 10명당 2명 꼴은 신용불량자라는 뜻이다. 이처럼 신용불량자가 늘어나면서 취업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식으로 따진다면 이들의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다.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과 함께 반드시 함께 염두에 두어야 할 부분은 신용불량자의 재취업 완화와 카드 빚의 분활상환 등의 정책적 배려가 뒤따라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 배가 고픈 나머지 편의점에서 빵을 훔치다 걸린 한 여대생은 우리 사회에서 청년실업자로 사는 것이 얼마나 척박한지를 극명하게 대변하고 있다.

2004/01/29 오후 4:31
ⓒ 2004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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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마티스 약의 부작용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아라바 정' 폐질환 부작용
일본 아벤티스파마, 간질성 폐렴으로 5명 사망 발표
유성호 (shyoo)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로 쓰이는 레프루노미드(leflunomide) 성분이 간질성 폐렴 등 심각한 부작용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아벤티스파마는 27일 후생노동성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9월 12일부터 시판된 레프루노미드 성분의 항류마티스제 '아라바 정'을 사용한 환자 5명이 간질성 폐렴으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아라바 정' 시판 후 26일 현재까지 발행된 전 처방례를 조사한 결과 3412건 중 16건에서 간질성 폐렴이 보고됐다. 보고된 16건 중에서 9건이 간질성 폐렴 내지는 폐선유증(肺線維症)과 합병증 증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아벤티스파마는 '아라바 정'을 처방하지 말라고 의료기관에 요청하고 나섰다. 또 후생노동성과 의료기관, 약국, 의약품도매업체 등에 이같은 내용의 안전성 정보를 제공했다고 덧붙였다.

후생노동성은 "안전성 정보를 수집 후 전문가의 정보를 듣고 사용상 주의사항 개정 등 필요한 대책을 취하겠다"며 아벤티스파마에 더 상세한 부작용 정보를 수집하도록 지시했다.

한편 '아라바 정'은 우리나라에서도 전문의약품으로 한독-아벤티스파마가 지난해 4월부터 10mg, 20mg 2종을 발매하고 있다.

이 약은 18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사용하는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로 관절염의 염증 반응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T임파구의 기능을 조절하고 질환의 진행을 지연시켜 관절의 손상을 방지하는 효과를 나타낸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2004/01/27 오후 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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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4. 1. 10:33

눈먼 사랑은 없는 시대?

더 이상 '눈 먼 사랑'은 없는 시대
美 성인남녀 절반 이상 파트너 얼굴성형 원해
유성호 (shyoo)
'더 이상 눈 먼 사랑은 없다'

얼굴을 뜯어 고쳐서라도 아름다운 여성이나 멋진 남성을 파트너로 삼고 싶은 마음은 동서를 막론하고 같은 모양이다. 문제는 자기 얼굴이 아니라 상대 얼굴이다.

미국안면성형복원학회(American Academy of Facial Plastic and Reconstructive Surgery)에 따르면 성인 남녀 1000명에게 설문한 결과 남녀 모두 절반 이상이 상대방(파트너) 얼굴에 성형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학회는 구랍 2일부터 5일까지 데이트 중이거나 결혼한 738명을 포함한 美 전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상대방이 성형이 필요한지에 대해 물었다.

이 결과 여성 59%와 남성 54%가 각각 적어도 한곳 이상 상대방 얼굴에 성형이 필요하며 특히 머리스타일에 변화를 가장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름, 코, 입, 눈, 귀에 대한 성형이 필요하다는 답이 뒤를 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남자의 경우 여성에게 모욕감을 느낄 정도로 성형을 권유하는 한편 여성은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수술비 지불은 물론 병원에 동행하겠다는 뜻을 가지고 있었다고 학회는 밝혔다.

학회 관계자는 "이번 설문은 사실상 '눈먼 사랑은 없다(Love is not blind)'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2004/01/27 오후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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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4. 1. 10:32

친일파는 살아있다!

MBC PD수첩, <친일파는 살아있다> 27일 방송
27일 오후 11시5분...각계각층에 잔존한 친일 그림자 조명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유성호(shyoo)기자
"친일파는 살아있다."

MBC는 오는 27일 화요일 밤 11시 5분 'PD수첩'을 통해 우리 시대에 그림자처럼 드리운 친일파 문제를 파헤친 '친일파는 살아있다'를 방영한다.

PD수첩은 "우리나라의 친일파는 해방 이후 새로운 이익집단들 속에서 이합집산을 반복하며, 정치와 사회, 경제 전 부문에서 다시 득세하는 불합리가 버젓이 이루어져왔다"며 "현재 우리 사회의 모순과 질곡까지 강제한 친일파의 실태와 엇나간 역사에 대해 살펴본다"며 제작 의도를 밝혔다.

▲ MBC 'PD수첩'은 27일 '친일은 살아있다'를 통해 우리 사회에 남아 있는 친일 잔존세력을 캐낸다.
ⓒ2004 iMBC
PD수첩은 방송을 통해 지난 7일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여야의원 154명이 공동 발의한 '일제강점하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을 두고 논란을 빚는 과정과 관련, 한 시민단체의 제보를 받아 이승만이 친일파를 정부 요직에 대거 등용시킨 사실에 주목하고 친일 진상규명을 가로막는 국회의원이 이들 친일파들의 후손일 수 있다는 의혹을 파헤친다.

▲ 일본 헌병 출신으로 특무부대장까지 지낸 김창룡. 그는 지금 대전국립묘지 제1장군 묘역에 버젓이 안장돼 있다.
ⓒ2004 민족문제연구소
주요내용으로는 안두희씨에 의해 김구 암살의 배후로 지목됐던 전 특무부대장 김창룡씨에 대한 것. 그는 일본 관동군 헌병보조원출신으로 독립운동가들을 색출하는 일에 앞장섰던 전형적인 친일파.

그런 그의 묘가 독립운동가들과 함께 대전국립묘지 제1장군 묘역에 안장되어있는 것을 확인한다. 이는 이미 <민족문제연구소>가 지난해 8월 이장을 주장하면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사안이다.

취재진은 경기도의 한 야산에 있던 그의 묘가 김영삼 정부에서 김대중 정부로 정권이 이양되던 98년 2월, 어수선한 시기를 타서 누군가의 조직적인 계획에 의해 이장된 점을 주목하고 그 배후를 추적한다.

이와 함께 최근에도 송사(訟事)가 끊이질 않고 있는 친일파 후손들의 땅찾기에 카메라 앵글을 들이댄다. 최근 인천 시민들에게 반환될 예정인 부평의 한 미군기지를 둘러싸고 이완용에 버금가는 친일파 송병준의 후손이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 대상인 3000평(시가 60억)은 전체 13만 평 대지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전체 땅에 대한 소유권을 위한 '눈 가리고 아웅'하는 소송이란 점을 고발한다.

PD수첩은 이밖에 김활란, 홍난파, 황신덕 등의 친일행위와 혐의에 대한 판단을 독자에게 묻는다. PD수첩은 "친일행위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는 한 친일문제는 현재형일 수밖에 없다"며 "친일문제의 극복 없이는 우리 사회의 진보란 기대하기 힘들다"고 끝을 맺는다.

2004/01/26 오후 4:35
ⓒ 2004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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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4. 1. 10:31

지폐 사용 어떻게 하십니까?

빳빳한 세뱃돈, 얼마나 오래가나요?
화폐 제조비용 연간 1천억원 고스란히 국민 부담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유성호(shyoo)기자
아이들에게 설날이 기다려지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머니(money)', 좋은 말로 세뱃돈 때문일 것입니다. 시퍼렇게 날이 선 신권을 받아든 표정에서 그것을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지폐의 화폐단위가 그다지 크지 않고 지폐가 풍기는 품위(?) 때문에 세뱃돈에서 주화가 밀려난 지는 오래 전입니다.

▲ 설날이 아이들에게 기다려 지는 이유 중 하나는 세뱃돈 받는 즐거움 때문일 것이다.
독자 여러분들도 이번 설날 적잖게 세뱃돈 지출 또는 수입이 있었을 것입니다. 부지런한 분들은 은행에서 빳빳한 신권을 준비해 조카며 아이들에게 세뱃돈을 주며 덕담을 건넸을 것입니다. 덕담 중에는 "공부 열심히 해라" "부모 말씀 잘 들어라" "새해엔 건강해라" 등이 주종을 이뤘으리라 짐작됩니다. "세뱃돈이 새 돈이니 깨끗이 사용해라"고 하신 분이 있다면 주위의 눈총을 받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돈이 때 아닌 화가 나게 만들 때가 가끔 있습니다. 거스름돈을 주고받다 보면 받는 이로 하여금 아연실색케 하는 돈(주로 지폐)이 있는데, 다름 아닌 메모지로 전락한 돈이 그것입니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5000원을 내고 표를 한 장 산 후 1000원짜리 4장을 거슬러 받았습니다. 그 중 한 장에 눈살이 찌푸려지는 낙서, 아니 낙서라기보다는 계획적으로 돈을 훼손한 흔적을 발견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 스탬프로 얼룩져 심하게 훼손된 천원권 지폐.
ⓒ2004 유성호
고무인(印)을 만들어 스탬프로 지폐의 여백에 종교색이 짙은 문구를 찍어 놨는데, 계획적이라고 단정한 것은 앞면과 뒷면에 각각 다른 문구의 고무인이 찍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갑 속에는 아직 남은 몇 장의 신권들이 신접살림하는 부부처럼 오붓하게 들어 있었습니다. 그들 속으로 이 '오염된' 돈을 함께 넣고 싶지 않아서 다른 주머니에 넣었습니다.

비단 이뿐 아니라 전화번호가 적힌 지폐를 흔히 발견할 수 있습니다. 과거 종이가 귀하던 시절이라면 모를까, 요즘은 주머니에 수첩 한 권, 메모지 몇 장쯤은 모두 넣고 다닐테고 또한 휴대 전화의 보급으로 급하게 메모할 일도 그리 많지 않은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낙서로 얼룩진 지폐를 보면 왠지 서글퍼집니다.

곳곳에 종이가 지천인 요즘에도 지폐에 전화번호 낙서를 하는 죄의식 없는 행동이 만연하고 그것도 모자라 포교 활동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반도덕적인 행위까지 일어나고 있으니 말입니다. 화폐를 찍어 내는 것은 모두 국민의 세금에서 재원이 지출됩니다.

▲ 화폐의 일생.
ⓒ2004 한국은행
한국은행에 따르면 새로운 화폐를 찍어 내는 비용만 연간 1000억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또 지난해 지폐 폐기 금액만도 470억원에 달했답니다. 우리나라 지폐 수명이 선진국에 비해 짧은 이유에는 돈을 험하게 다루는 좋지 못한 습관이 한몫 하는 듯합니다.

또 OECD 국가 중 가장 적은 수(3종)의 지폐를 사용하다 보니 손을 많이 타서 수명이 짧은 이유도 포함될 것입니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이 7종, 미국, 캐나다 등이 6종입니다. 가까운 일본도 4종이 유통되고 있습니다.

또 최고액권인 1만원짜리가 OECD 국가 최고액권 평균의 18분의 1 수준이라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저액권이다 보니 지나치게 '돌고 돌아' 쉽게 낡아버리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저액권 유통 구조를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진 수표의 수명은 고작 일주일, 발행(용지) 비용은 장당 24원입니다. 제조원가는 1만원권의 70원에 비해 싸지만 발행 비용 대비 수명과 5년간 마이크로필름에 담아 보관하는 비용 등 제반 비용을 계산하면 장당 수천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 고액권 발행이 지폐 수명연장의 대안은 아니지만 고려할 만하다. 그림은 한 네티즌이 가상으로 만들어 본 10만원짜리 지폐. 광개토대왕과 독도가 도안돼 있다.
그렇다고 고액권 발행이 지폐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대안이 될 수는 없습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 '지폐가 3종'이라도 깨끗하게 돈을 사용하는 것만이 국민의 세금으로 만든 돈을 오래 사용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화폐를 찢거나 훼손하는 것은 법적으로 처벌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찢거나 태워버리는 무욕(無慾)의 현대인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낙서 역시 죄를 물을 수 없는 맹점이 있어선지 부지불식간 죄의식 없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지폐를 깨끗하게 사용하는 것은 죄를 묻고 따지기 이전에 양식의 문제임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때입니다. 그곳에는 우리네 슬기로운 조상들이 우리를 지켜 보고 계십니다.
특정 종교를 비난하고자 하는 것은 절대 아니오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2004/01/26 오전 2:10
ⓒ 2004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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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4. 1. 10:30

도봉산의 겨울...그리고 눈

도봉산 막걸리에 하얀 눈이 녹아들고
[사진]온 산이 한 폭 동양화 같은 도봉산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유성호(shyoo)기자
▲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시키는 도봉산 설경.
ⓒ2004 유성호
눈이 내립니다. 도봉산 초입의 매표소를 지날 때부터 내린 눈은 산행 내내 얼굴을 간지럽힙니다. 이놈의 눈이 시도 때도 없이 안경에 내려앉더니 어느새 물방울이 되어 시야를 어지럽힙니다. 모처럼 만에 기분 좋은 설중(雪中) 산행을 시기하는 것일까요. 산행 내내 내린 눈으로 산은 은백색으로 뒤덮였습니다. 마치 동양화 한 폭을 그려 놓듯이…

▲ 눈 쌓인 산은 담백한 수묵화 같다.
ⓒ2004 유성호
북한산국립공원 도봉 매표소를 지나 도봉산으로 올랐습니다. 눈발이 점점 강해지고 있습니다. 모자 위를 사각거리며 스치는 눈 소리가 듣기 좋습니다. 바위 위에도, 퇴색한 떡갈나무 위에도 눈은 평등하게 쌓입니다.

▲ 아름드리 소나무에도 눈은 어김없이 쌓입니다.
ⓒ2004 유성호
천년 동안을 굵어져 온 아름드리 소나무에 쌓이는 눈의 무게가 버거워 보입니다. 솔잎을 잔뜩 달고 있는 솔가지가 점점 아래로 처집니다. 마치 푸른 얼굴에 하얀 머리를 한 노인 같습니다. 그 나무 노인이 산꾼들에게 눈 오는 산길을 조심하라고 일러주는 듯합니다.

▲ 산을 오릅니다. 눈발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2004 유성호
시간이 지날수록 눈발이 거세지면서 제법 눈이 쌓입니다. 전날 내린 눈이 채 녹기 전에 새로운 눈이 온 산을 뒤덮어 설원으로 만듭니다. 서울에서 이런 풍광을 경험한다는 것은 축복입니다. 산행 내내 운수 좋은 날이라고 되뇌입니다.

▲ 눈은 앉을 자리만 있으면 어김없이 쌓인다.
ⓒ2004 유성호
경치에 도취해 산길을 걷다 보니 식사 시간을 제법 넘겼습니다. 눈이 많이 온 터라 밥 먹을 만한 터를 잡기도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푹신한 눈 위에 자리를 깔고 내리는 눈을 맞으며 음식을 먹었습니다. 산에서 먹는 과메기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물론 약간의 막걸리를 곁들였습니다.

▲ 산은 오를 때보다 내려갈 때 조심해야 한다.
ⓒ2004 유성호
제법 많이 걸었습니다. 이제는 산을 내려가야 할 때입니다. 오르는 것보다 내려가는 것이 힘들고 안전사고의 위험도 높습니다. 특히 오늘 같은 날에는 미끄럼을 조심해야 합니다. 일행 중 한 사람이 넘어져 이마가 찢어졌습니다. 결국 '약간의 막걸리'가 일을 낸 것입니다. 다행히 입구에 와 있던 119구급대의 차를 타고 인근 병원으로 후송되서 여섯 바늘을 꿰맸습니다.

▲ 다정한 부녀의 나들이. 언 손을 꼭 잡은 모습이 정겹다.
ⓒ2004 유성호
산에서 거의 다 내려 왔습니다. 멀리 언 손을 꼭잡고 내려오는 부녀(父女)의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산 아래 매표소 어귀에는 <북한산찬가>라는 시비(詩碑)가 서 있습니다.

▲ 소설가 이병주의 <북한산 찬가>.
ⓒ2004 유성호
북한산 찬가

나는 북한산과의 만남을 계기로
인생이전(人生以前)과 인생이후(人生以後)로 나눈다.

내가 겪은 모든 굴욕은
내 스스로 사서 당한 굴욕이란 것을 알았다.

나의 좌절, 나의 실패는 오로지 그 원인이
나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알았다.

친구의 배신은 내가 먼저 배신했기 때문의 결과이고
애인의 변심은 내가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의 결과라는 것을 안 것도
북한산상에서이다


▲ 멀리 도봉이 운무에 가리운 채 잘가라고 손짓한다.
ⓒ2004 유성호
산 어귀를 빠져나왔습니다. 주위의 사람들이 뭔가를 쳐다보고 탄성을 지르고 있습니다. 그들의 눈길을 좇자 운무에 살포시 가려진 도봉산이 서 있습니다. 절경입니다. 자연은 한없이 주는 듯했습니다. 날카로운 아이젠에 밟혀 아프기도 하겠지만 산은 안녕히 가라며 손을 흔들고 있습니다.

2004/01/19 오후 5:09
ⓒ 2004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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