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호의맛있는동네산책'에 해당되는 글 2건
- 2025.02.01 [맛있는 동네 산책] 새길 찾아 사직에서 연희까지 [연희동 맛집] 6
- 2024.11.05 [유성호의 미각 여행] 낙조 명소 강화 장화리 가는 길 식후경 맛집 3
‘맛있는 동네 산책’ 새길 찾는 여정 출발~!
40년 업력 연희맛로 좌장 ‘연희동칼국수’
꽁보리와 갖은 나물의 조화 ‘연희보리밥’
사직동서 연희동까지 풍성한 역사이야기
신정과 설날, 양력과 음력 두 번의 새해 시작을 모두 공휴일로 정한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음력 설날은 중국(홍콩)을 비롯해 대만, 마카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에서 춘절이라고 한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이믈렉, 베트남 뗏, 몽골 차강사르 등으로 부른다. 주로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문화권에서 음력설을 쇤다. 동남아시아는 중국 화교문화 영향에 따른 것이다. 일본은 메이지유신 이후 양력 1월 1일만 공휴일로 하고 신정만 쇠고 있다.
설날의 어원은 한국어의 고유어에서 비롯됐다. 의미와 기원에 대해서는 다양한 학설이 있다. 가장 유력한 것은 설은 새롭다는 뜻의 고대 한국어 ‘설다’에서 유래했다는 것이다. 이는 새해가 시작되는 날을 의미하는 ‘새날’이 변형돼 설날이 됐다는 것이다. 한자어 歲(세)와 관련 있다는 설도 있다. 조심하다, 떼어내다, 삼가다 등의 뜻을 가진 고대 한국어 ‘설다’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어원은 정확히 밝혀져 있지 않지만 대체로 ‘설다’에서 유래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이는 새해를 맞이해 새로운 시작을 기원하고, 조심스럽고 경건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동시에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필자의 칼럼 ‘맛있는 동네 산책’은 을사년에도 새로운 여정으로 새길을 찾아 나선다. 아울러 여정의 끝에 만나는 인심 좋고 맛있는 식당을 소개하기 위해 다시금 신발 끈을 조여 본다.
첫 여정은 조선시대 한양의 중심이자 현대에도 서울 한복판이란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종각에서 시작했다. 보신각 앞을 약속 장소로 정해 만나면 동서남북 어느 쪽으로도 걷는 방향을 잡기가 쉽다. 목적지를 정해 놓지 않고 만난 이날도 어디로 갈까 하다가 서북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최종 목적지는 연희동 쪽을 염두하고 발길 닿는 대로 걸었다.
가장 먼저 서울역사박물관을 들러 ‘태평계태평’이란 기획전시를 관람했다. 도슨트 해설 없는 박물관 관람을 밋밋하고 기억에 오래 남지 않는다. 박물관은 학습하고 배우는 곳이기 때문에 선생과 같은 도슨트의 해설을 듣는 것이 좋다. 다행히 다음 달 9일 도슨트 해설을 예약한 상태라 이날은 슬쩍 눈요기만 하고 나왔다.
태평계태평은 역사적 중흥기로 평가되는 18세기 서울의 도시 풍경을 주제로 한 전시다. 정조(1776∼1800)가 태평성대를 꿈꾸며 한양의 도시 풍경을 글과 그림으로 담아낸 ‘성시전도’(城市全圖) 등 18세기 한양 풍경을 살펴볼 수 있는 유물 200건 310점을 보여준다.
사직2구역 재개발 전 마지막 모습 볼 수 있어
서울역박을 나와 옛 경기감영과 서대문정거장 터 있던 서대문사거리 쪽으로 가려다가 경희궁 뒷길이 궁금해져 발길을 돌렸다. 언제든 가고 싶은 곳으로 방향을 잡을 수 있는 것이 개별 도보 답사의 묘미다. 경희궁 뒤편은 사직2동으로 개발이 어렵고 낙후된 곳이라 지금은 폐허로 남아있다.
대부분 집들이 이사를 했고 몇몇 집들은 여전히 가파르고 좁은 골목을 이웃 삼아 남아있다. 2010년 조합 설립과 함께 롯데건설과 손잡고 재개발을 추진하려고 했지만 서울시가 2017년 조합 측의 변경인가 신청을 반려하고 동시에 정비구역 지정을 직권해제 하면서 수포로 돌아갔다.
이에 조합 측이 정비구역 해제 및 조합설립 취소 무효소송을 제기해 대법원 판결까지 모두 승소하면서 재개발 사업에 물꼬가 트였다. 그러나 서울시는 2017년 조합 측이 서울시에 매각한 캠밸 선교사주택(현 이회영기념관)을 우수건축자산으로 지정해 재개발사업에 제동을 거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2022년 삼성물산이 입찰을 통해 시공사로 확정돼 개발을 눈앞에 두고 있다. 서울 사대문 안(종로구, 중구 일대)에는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에서 분양한 ‘래미안’ 브랜드의 아파트가 없다. 사직2구역 사대문 안에 들어서는 최초의 래미안 아파트다.
캠벨 선교사 집에 들어선 우당기념관
사직동 길을 걷다 보니 이곳 재개발의 최대 이슈였던 캠벨선교사 주택이 나왔다. 지금은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기념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회영기념관은 서촌 웃대 신교동에 있다가 2021년 남산예장자락으로 이전했다. 신교동 이회영기념관에는 우당교육문화회관이 남아 있다. 이곳은 지난해 9월 남산예장자락에서 옮겨 온 것이다. 재개발이 확정된 상황에서 다시 이전해야 하는 상황이다. 고국을 떠나 만주를 떠돌았던 부평초 같은 우당의 삶과 겹친다.
이회영 기념관 입구에는 이회영 선생의 동상이 서 있다. 중구 명동11길 20(명동1가) 옛 우당의 집터에도 같은 모양의 우당 흉상이 서 있다. 기념관은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외관이 벽돌이 아닌 석재로 지어졌다.
이곳은 미국 남감리회 파송을 받은 조세핀 캠벨(1853∼1920) 선교사가 살았던 집이다. 1897년 우리나라에 온 그는 배화여대 전신인 배화학당을 세워 근대 여성 교육에 매진했다. 우당은 상동교회 교인이었는데 미국 북감리회 소속 메리 스크랜튼 선교사가 세웠다. 그의 기념관이 이곳에 옮김으로써 미 남북 감리교의 정신이 한 곳에 깃든 셈이 됐다.
우당기념관 바로 옆이 한양도성길이다. 이 길을 따라 인왕산 쪽으로 올라가면 행촌동 딜쿠샤를 만날 수 있다. 그동안 수차례 방문했지만 늦은 시간이라 내부 구경을 할 수 없었다. 다행히 이날은 일찌감치 방문해서 내부를 꼼꼼하게 둘러보면서 테일러 가문의 한국생활과 활약상을 접할 수 있었다. 정갈하게 복원되고 꾸며진 실내를 둘러보노라면 일제 강점기 테일러 가족의 한국 사랑이 따스하게 스미는 느낌이다.
사직터널 위쪽 길을 통해 독립문으로 향했고 동행에게 중간에 대성집을 지난다고 했더니 한 끼 하자고 했다. 그러나 브레이크타임에 걸려 아쉬움을 남기고 지나쳤다. 원래 대성집은 경희궁자이아파트가 들어선 곳 이면도로 한옥집에 있었다. 마당에 들어서면 무쇠 가마솥 여럿이 나란히 걸려 있고 그 안에는 펄펄 끓는 해장국과 푹푹 삶기는 도가니가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독립문과 영은문 주초를 둘러보고 금화터널을 통과했다. 금화터널은 금화산 밑을 지나면서 붙은 이름이다. 금화산은 안산에서 남동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이다. 금화산 이름은 지금도 산 자락에 있는 봉원사의 고려시대 이름인 금화사에서 유래됐다. 연세대 동문회관이 있는 동문(東門)을 통해 교내로 들어가 정문으로 나왔다. 선교사, 윤동주 등 동문 등 수많은 역사를 품은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교정을 한 바퀴 도는 캠퍼스 투어 프로그램을 신청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연세대를 빠져나와 연희동으로 향했다. 연희동에는 연희굴다리부터 북쪽으로 난 도로명이 ‘연희맛로’다. 연희동은 부자동네로 오래전부터 동네주민들이나 직장인, 인근 대학 교수들을 고객으로 한 고급 중식당, 한정식집이 많았다.
특히 사러가쇼핑 주변에 외식 상권이 잘 형성돼 있다. 사러가쇼핑 앞을 지나가는 길 이름이 연희맛로다. 연희동칼국수, 영월, 연희동태찜, 연희녹두삼계탕 등 맛있는 노포가 즐비하다. 이연복의 목란, 라이라이, 이화원 등 마들급 이상 중식당이 몰려 있다. 인근 한성학교에서 배출된 화교들이 일대에 중식당을 차리면서 중식 맛집촌을 형성했다.
농후한 사골육수와 얼갈이 백김치 맛집
연희맛로 식당 중 1년 전 찾았던 ‘연희동칼국수’를 소개한다. 주차장이 널찍하고 매장이 단독 건물로 크다. 이 동네 주택이 대부분 큰 필지에 지어졌다. 마당 넓은 반 지하 2층 양옥을 개조해 1986년 식당으로 꾸몄다. 연희동칼국수는 연희맛로의 좌장 격인 곳이다. 메뉴는 칼국수와 수육 단 두 종류. 칼국수는 보통과 대자(곱빼기)로 나뉜다.
처음 나왔을 때 면기는 작아 보이지만 양은 결코 적지 않았다. 양이 적다 싶으면 공깃밥을 추가하면 된다. 작은 그릇의 500원짜리 공깃밥은 좋은 아이디어다. 쫄깃한 얼갈이 백김치가 이 식당의 또 하나의 시그니처다. 백김치 먹으러 온다는 손님이 꽤나 있을 정도다.
친절한 직원들 덕에 눈치 안 보고 김치를 몇 번이고 채워먹었다. 면은 명동교자 같이 매끈하고 부드러웠다. 육수는 사골 단독은 아닌 듯 끈적였는데 아마도 육수를 진하게 내는 비법이 있는 듯하다. 둘이 갔기에 수육에 한잔 못한 아쉬움이 남았다. 입장할 때 다른 테이블을 슬쩍 보니 양지수육이다. 사골에 양지로 육수를 낸다는 소리다.
비빔밥 채소 무한리필 인심 좋은 한식당
이번 답사에서는 연희동칼국수와 마찬가지로 연희맛로에 위치한 ‘연희보리밥’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깔끔한 노출 콘크리트 빌딩 2층에 위치해 있어서 노포를 선호하는 필자의 눈에는 잘 들어오지 않는 곳이다. 그러나 이날은 동행도 있고 중식에 구미가 당기지 않아서 재빨리 빅 데이터를 돌려 선택한 곳이다.
외관보다 훨씬 내부가 깔끔한 식당이다. 자리에 앉아서 테이블 키오스크로 주문하고 주전부리 보리강정을 맛보면서 음식을 기다렸다. 비빔밥을 좋아해서 ‘2인분 된장청국장&보리밥한상’이란 메뉴를 주문했다.
비주얼이 압도적으로 무시무시한(?) 거무튀튀한 꽁보리밥이 대접에 담겨 나왔다. 기물은 개량 놋그릇을 사용하는데 커다란 접시에 8가지 형형색색 나물이 담겼다. 무, 애호박, 고사리, 느타리버섯, 콩나물, 우거지, 궁채 등과 함께 한가운데는 계란부침이 동그랗게 담겼다.
필자는 이를 보리밥 그릇에 보기 좋게 가지런히 빙 둘러 담았다. 따로 나온 열무·얼갈이김치도 올리고 약간의 고추장과 참기름을 두어 바퀴 돌렸다. 그리고는 세상 신나게 섞고 비볐다. 질 좋은 참기름 냄새가 비비는 손길을 재촉했다.
원래는 된장·청국장과 그 속에 들어 있는 두부를 함께 넣고 비비는데 이곳에선 참았다. 기대했던 장맛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름과 달리 된장, 청국장 맛 대신 고추장찌개 맛이 떠올랐다. 전통적인 청국장이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기 때문에 만들어진 애매한 맛이지 싶다.
살짝 아쉽지만 보편적 입맛에 대한 고민의 산물이란 측면에서 충분히 이해가 된다. 꽁당보리밥 비빔밥은 아쉬움을 채우기 충분했다. 게다가 나물 채소가 모자라면 무한리필을 해준다고 하니 비빔밥 마니아들에겐 성지 같은 곳이다. 새해 ‘맛있는 동네 산책’을 비빔밥으로 함포고복했다. 출발이 좋다.
강화나들길 7코스 ‘낙조 보러 가는 길’ 팀방
4대 100년 고집스러운 된장맛 ‘편가네된장’
새우양식장 운영 새우구이 전문 ‘장곶횟집’
강화도 나들길을 걷고 싶었다. 더불어 서해 바다 낙조(落照)도 보고 싶었다. 지난해 강화나들길 점검 차 갔던 7코스 ‘낙조 보러 가는 길’을 택했다. 서울 당산역에서 화도면까지 버스로 2시간 넘게 달려갔다. 결코 가깝지 않은 거리지만 시간을 투자하기 아깝지 않은 곳이다.
강화대교를 건너 닿는 강화읍에 비해 초지대교를 건너는 화도면은 대중교통으로 접근성이 떨어진다. 반면 강화읍 쪽 보다 한갓지다는 나름의 매력이 있다. 그중 한 곳이 화도면 장화리이고 낙조가 명물이다. 강화나들길 7코스는 강화도의 남쪽 해안중 서쪽 면을 끼고 있다. 가장 서쪽이라 낙조 조망에 최적화된 곳이다.
장화리 낙조마을은 서남쪽 해안을 끼고 발달한 마을로 7코스의 중심이다. 장화리는 길게 뻗어서 발달한 마을이란 의미에서 장곶으로 불리다 행정구역 개편에 따라 현재 이름으로 정해졌다. 마을은 신안 주 씨와 김해 김 씨 집성촌이다. 일제 강점기 이 마을 주윤호 선생은 백범 김구를 숨겨주고 독립자금까지 대준 사건이 회자되는 역사를 품은 마을이다.
장화리는 출사지로 유명한 일몰 명소
장화리 낙조가 유명한 이유는 서해안 특유의 넓은 갯벌이 펼쳐진 곳이기 때문이다. 해가 지면서 하늘과 바다, 갯벌이 붉게 물들면서 펼쳐지는 풍경이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다. 특히 물이 가득 찬 만조 시기에는 석양이 바다에 반사되면서 만들어내는 금빛 윤슬이 웅장하다. 그래서 전문 사진작가들 사이에서 출사 명소로도 유명하다.
장화리는 특히 물이 빠지면 갯벌로 나가 다양한 해양 생물들이 살았던 흔적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인천시교육청학생교육원 해양환경체험학습장이 들어서 있을 정도로 갯벌과 해양 생태환경이 좋은 곳이다. 때문에 낙조와 함께 갯벌에서 활동하는 새나 해양 생물들의 모습도 감상할 수 있다.
장화리 낙조마을은 낙조를 감상하기 좋은 전망대와 산책로, 주차장 등이 잘 마련돼 있다. 강화군에서는 낙조 감상용 벤치와 포토존도 만들어 놨다. 강화나들길 관리 차원이다. 그런데 이번 방문에서 나들길 이정표와 방향을 알리는 리본 등에 대한 관리가 부실한 것을 발견했다. 지난해 나들길 현황 조사가 반영되지 않은 것 같아 씁쓸했다.
아무튼 장화리 낙조는 사계절 내내 감상할 수 있지만 가을·겨울이 특히 낭만적이다. 대기가 맑아지는 계절이라 더욱 선명하고 아름다운 일몰을 볼 수 있다. 갯벌이 발달한 전남 신안군 증도와 충남 서산 간월도 낙조가 가을과 겨울 사이 낙조가 아름다운 곳으로 손꼽힌다.
다시 찾은 장화리에서 맞이한 낙조는 아름다움과 장엄함을 두루 볼 수 있어서 감동적이었다. 50원짜리 동전만 하던 태양이 수평선에 가까워지자 갑자기 500원짜리 크기로 변하면서 색도 더욱 짙은 선홍색으로 타들어갔다. 마지막을 더 보여주고자 하는 몸짓인양 이글거리며 수평선 너머로 빨려 들어가는 태양을 마지막으로 하늘은 코발트블루와 선홍이 혼재하면서 점점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콩·보리·밀·고추·소금이 만든 전통 맛
가을치곤 꽤나 따가운 햇살을 안고 화도버스터미널에서 점심식사 예정지 ‘편가네된장’까지 걸었다. 화도버스터미널 부근에 있는 칼국수, 백반 전문점 ‘나들식당’과 우동, 돈가스 전문점 ‘미가우동2호점’은 지난해 들렀던 곳이고 칼럼에도 소개했다. 그래서 이번엔 터미널서 북쪽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만날 수 있는 편가네된장을 찾았다.
편가네된장은 4대째 100여 년의 전통을 지키면서 된장을 만들어 온 집안인 편가명가에서 하는 식당이다. 1대 전수자인 된장 명인 이정선 할머니로부터 편가명가 대표이사 편도영 씨까지 4대째 고집스럽게 옛 전통방식을 고수하면서 된장을 만들고 있다.
된장은 100% 국산 콩을 가마솥에 6시간가량 푹 삶아 적당한 온도에 진이 나도록 하루 동안 띄운다. 보리를 곱게 갈아 반죽해 개떡을 만들어 왕겨 불에 5시간 동안 구운 보리메주와 밀을 곱게 갈아 떡을 찐 밀떡, 풋고추를 갈고 천일염 소금을 넣어 5가지 재료를 혼합해 만든다. 이렇게 만든 된장은 짜지 않고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는 차별화된 웰빙 된장으로 탄생시키는 것이 편가네 제법 노하우다.
편가명가 편가네된장 모토는 ‘건강’이다. 우리나라에서 기가 가장 세다는 마니산 아래 자리 잡아 맑은 공기, 수질 검사기관에서 인정받은 지하 암반수, 서해안 바닷가에서 불어오는 해풍, 100% 국내산 콩, 어머니의 정성 등을 모아 건강한 된장과 식단을 제공하고 있다.
식당 측에서는 간장게장, 양념게장 등을 앞세우지만 된장 맛집인 곳이기에 강된장비빔밥에 차돌박이통보리된장찌개를 주문했다. 오후 늦은 시간이었지만 매장을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고 주문은 20~30분 밀렸다고 한다. 기다리는 동안 강화탁주의 강화생막걸리 ‘이화’를 한 병 주문해 목을 축였다. 강화 명물 새우튀김도 주문했다. 시월 하순 뙤약볕에 말라 있던 입안이 생기를 찾았다.
높은 천장의 현대식 한옥으로 꾸민 식당은 쾌적하고 전망과 채광이 좋았다. 실내서 맞은 햇살은 싱그러웠다. 이런저런 감상에 젖어 한잔 두 잔 막걸리를 마시고 있는데 드디어 기다리던 식사가 나왔다. 강된장, 차돌된장이 놓인 식탁은 풍성하고 예뻤다. 강화 식탁의 대표주자인 순무김치를 위시해 독특한 식감과 맛을 선사한 애호박무침, 고추된장무침은 곁들임 반찬 역할을 톡톡히 했다.
오색 나물과 김 가루 등 비빔재료에 밥 한 공기를 털어 넣고 강된장 한 뚝배기를 부어 써억써억 비볐다. 짤 것 같지만 강된장 맛이 순하고 달다. 달단 의미는 감칠맛이 제대로 난다는 것이다. 차돌된장 역시 된장 본연의 맛에 차돌박이의 기름진 맛이 적당히 섞여 우리가 모두 아는 그 맛에 충실했다.
다만 미역국은 이 정도 규모의 식당에서 제공하는 맛으로는 한참 부족하다고 느꼈다. 미역국은 끓이기와 맛 내기가 어렵지 않은 메뉴라 요리 내공을 살짝 의심하게 된다. 다른 테이블을 보니 많은 식객들이 간장게장을 쪽쪽 빨아먹는 모습이 눈에 띈다. 간장게장, 비빔게장 역시 된장서 나온 간장과 고추장으로 만든 것이니 그 맛을 짐작할 수 있다. 짜지 않은 감칠맛, 편가네된장의 장점이다.
가을새우 이달 초까지 제철
편가네된장서 식사를 하고 후포항(선수포구)를 거쳐 장화리로 향했다. 새우구이 전문점 ‘장곶횟집’에서 구운 새우를 포장하기 위해 강화나들길 7코스를 벗어나 도로를 걸었다. 강화도 도로는 인도가 없는 곳이 많아 위험하다. 선수포구에서 장곶횟집을 들러 숙소인 장화리까지 가는 길 역시 인도가 거의 조성돼 있지 않아서 차를 피해 걷는데 애를 먹었다.
장곶횟집에 도착하니 이곳 역시 강화도서 유명한 맛집인지라 좌석이 꽉 찼다. 게다가 지난 9월부터 이달 초까지가 가을새우 제철이라 더더욱 손님이 많았다. 필자 일행은 원래부터 포장을 계획했기 때문에 주문 후 밖에서 기다렸다.
횟집 옆 옛 방갈로 터 평상에 앉아 기다리는데 태양 각도가 서서히 낮아지면서 빛이 산란하기 시작했다. 바다는 황금빛 윤슬로 일렁거렸고 이들 풍경이 소나무 가지 사이로 한 폭의 그림처럼 연출됐다.
석양의 붉은색은 낮은 각도의 태양 빛이 대기를 길게 통과하면서 짧은 파장의 파란색과 보라색 빛이 산란되고 상대적으로 긴 파장의 붉은색과 주황색 빛이 남아 우리 눈에 보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마음이 급해졌다. 포장한 새우구이를 들고 숙소 앞 해변가에서 와인에 대하구이 합을 맞춰볼 작정이었기 때문이었다. 목적지 해안가에는 제시간에 잘 도착했지만 숙소에 들러 짐을 풀 시간까진 없었다. 어쨌건 계획한 대로 장화리 낙조를 온전히 봤으니 대만족이다.
포장 새우구이는 24미 이상 들어서 새우만으로도 충분히 배를 채웠다. 새우를 생으로 포장해 가면 1만 원이 싸다. 횟집에서는 새우구이, 새우 칼국수, 새우라면, 머리버터구이 등을 맛볼 수 있다. 강화섬 장화리 낙조 보러 가는 길 들른 맛집은 성공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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