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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10.21 찬바람 솔솔 불면 생각나는 만둣국 맛집 7
강화나들길 7코스 ‘낙조 보러 가는 길’ 팀방
4대 100년 고집스러운 된장맛 ‘편가네된장’
새우양식장 운영 새우구이 전문 ‘장곶횟집’
강화도 나들길을 걷고 싶었다. 더불어 서해 바다 낙조(落照)도 보고 싶었다. 지난해 강화나들길 점검 차 갔던 7코스 ‘낙조 보러 가는 길’을 택했다. 서울 당산역에서 화도면까지 버스로 2시간 넘게 달려갔다. 결코 가깝지 않은 거리지만 시간을 투자하기 아깝지 않은 곳이다.
강화대교를 건너 닿는 강화읍에 비해 초지대교를 건너는 화도면은 대중교통으로 접근성이 떨어진다. 반면 강화읍 쪽 보다 한갓지다는 나름의 매력이 있다. 그중 한 곳이 화도면 장화리이고 낙조가 명물이다. 강화나들길 7코스는 강화도의 남쪽 해안중 서쪽 면을 끼고 있다. 가장 서쪽이라 낙조 조망에 최적화된 곳이다.
장화리 낙조마을은 서남쪽 해안을 끼고 발달한 마을로 7코스의 중심이다. 장화리는 길게 뻗어서 발달한 마을이란 의미에서 장곶으로 불리다 행정구역 개편에 따라 현재 이름으로 정해졌다. 마을은 신안 주 씨와 김해 김 씨 집성촌이다. 일제 강점기 이 마을 주윤호 선생은 백범 김구를 숨겨주고 독립자금까지 대준 사건이 회자되는 역사를 품은 마을이다.
장화리는 출사지로 유명한 일몰 명소
장화리 낙조가 유명한 이유는 서해안 특유의 넓은 갯벌이 펼쳐진 곳이기 때문이다. 해가 지면서 하늘과 바다, 갯벌이 붉게 물들면서 펼쳐지는 풍경이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다. 특히 물이 가득 찬 만조 시기에는 석양이 바다에 반사되면서 만들어내는 금빛 윤슬이 웅장하다. 그래서 전문 사진작가들 사이에서 출사 명소로도 유명하다.
장화리는 특히 물이 빠지면 갯벌로 나가 다양한 해양 생물들이 살았던 흔적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인천시교육청학생교육원 해양환경체험학습장이 들어서 있을 정도로 갯벌과 해양 생태환경이 좋은 곳이다. 때문에 낙조와 함께 갯벌에서 활동하는 새나 해양 생물들의 모습도 감상할 수 있다.
장화리 낙조마을은 낙조를 감상하기 좋은 전망대와 산책로, 주차장 등이 잘 마련돼 있다. 강화군에서는 낙조 감상용 벤치와 포토존도 만들어 놨다. 강화나들길 관리 차원이다. 그런데 이번 방문에서 나들길 이정표와 방향을 알리는 리본 등에 대한 관리가 부실한 것을 발견했다. 지난해 나들길 현황 조사가 반영되지 않은 것 같아 씁쓸했다.
아무튼 장화리 낙조는 사계절 내내 감상할 수 있지만 가을·겨울이 특히 낭만적이다. 대기가 맑아지는 계절이라 더욱 선명하고 아름다운 일몰을 볼 수 있다. 갯벌이 발달한 전남 신안군 증도와 충남 서산 간월도 낙조가 가을과 겨울 사이 낙조가 아름다운 곳으로 손꼽힌다.
다시 찾은 장화리에서 맞이한 낙조는 아름다움과 장엄함을 두루 볼 수 있어서 감동적이었다. 50원짜리 동전만 하던 태양이 수평선에 가까워지자 갑자기 500원짜리 크기로 변하면서 색도 더욱 짙은 선홍색으로 타들어갔다. 마지막을 더 보여주고자 하는 몸짓인양 이글거리며 수평선 너머로 빨려 들어가는 태양을 마지막으로 하늘은 코발트블루와 선홍이 혼재하면서 점점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콩·보리·밀·고추·소금이 만든 전통 맛
가을치곤 꽤나 따가운 햇살을 안고 화도버스터미널에서 점심식사 예정지 ‘편가네된장’까지 걸었다. 화도버스터미널 부근에 있는 칼국수, 백반 전문점 ‘나들식당’과 우동, 돈가스 전문점 ‘미가우동2호점’은 지난해 들렀던 곳이고 칼럼에도 소개했다. 그래서 이번엔 터미널서 북쪽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만날 수 있는 편가네된장을 찾았다.
편가네된장은 4대째 100여 년의 전통을 지키면서 된장을 만들어 온 집안인 편가명가에서 하는 식당이다. 1대 전수자인 된장 명인 이정선 할머니로부터 편가명가 대표이사 편도영 씨까지 4대째 고집스럽게 옛 전통방식을 고수하면서 된장을 만들고 있다.
된장은 100% 국산 콩을 가마솥에 6시간가량 푹 삶아 적당한 온도에 진이 나도록 하루 동안 띄운다. 보리를 곱게 갈아 반죽해 개떡을 만들어 왕겨 불에 5시간 동안 구운 보리메주와 밀을 곱게 갈아 떡을 찐 밀떡, 풋고추를 갈고 천일염 소금을 넣어 5가지 재료를 혼합해 만든다. 이렇게 만든 된장은 짜지 않고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는 차별화된 웰빙 된장으로 탄생시키는 것이 편가네 제법 노하우다.
편가명가 편가네된장 모토는 ‘건강’이다. 우리나라에서 기가 가장 세다는 마니산 아래 자리 잡아 맑은 공기, 수질 검사기관에서 인정받은 지하 암반수, 서해안 바닷가에서 불어오는 해풍, 100% 국내산 콩, 어머니의 정성 등을 모아 건강한 된장과 식단을 제공하고 있다.
식당 측에서는 간장게장, 양념게장 등을 앞세우지만 된장 맛집인 곳이기에 강된장비빔밥에 차돌박이통보리된장찌개를 주문했다. 오후 늦은 시간이었지만 매장을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고 주문은 20~30분 밀렸다고 한다. 기다리는 동안 강화탁주의 강화생막걸리 ‘이화’를 한 병 주문해 목을 축였다. 강화 명물 새우튀김도 주문했다. 시월 하순 뙤약볕에 말라 있던 입안이 생기를 찾았다.
높은 천장의 현대식 한옥으로 꾸민 식당은 쾌적하고 전망과 채광이 좋았다. 실내서 맞은 햇살은 싱그러웠다. 이런저런 감상에 젖어 한잔 두 잔 막걸리를 마시고 있는데 드디어 기다리던 식사가 나왔다. 강된장, 차돌된장이 놓인 식탁은 풍성하고 예뻤다. 강화 식탁의 대표주자인 순무김치를 위시해 독특한 식감과 맛을 선사한 애호박무침, 고추된장무침은 곁들임 반찬 역할을 톡톡히 했다.
오색 나물과 김 가루 등 비빔재료에 밥 한 공기를 털어 넣고 강된장 한 뚝배기를 부어 써억써억 비볐다. 짤 것 같지만 강된장 맛이 순하고 달다. 달단 의미는 감칠맛이 제대로 난다는 것이다. 차돌된장 역시 된장 본연의 맛에 차돌박이의 기름진 맛이 적당히 섞여 우리가 모두 아는 그 맛에 충실했다.
다만 미역국은 이 정도 규모의 식당에서 제공하는 맛으로는 한참 부족하다고 느꼈다. 미역국은 끓이기와 맛 내기가 어렵지 않은 메뉴라 요리 내공을 살짝 의심하게 된다. 다른 테이블을 보니 많은 식객들이 간장게장을 쪽쪽 빨아먹는 모습이 눈에 띈다. 간장게장, 비빔게장 역시 된장서 나온 간장과 고추장으로 만든 것이니 그 맛을 짐작할 수 있다. 짜지 않은 감칠맛, 편가네된장의 장점이다.
가을새우 이달 초까지 제철
편가네된장서 식사를 하고 후포항(선수포구)를 거쳐 장화리로 향했다. 새우구이 전문점 ‘장곶횟집’에서 구운 새우를 포장하기 위해 강화나들길 7코스를 벗어나 도로를 걸었다. 강화도 도로는 인도가 없는 곳이 많아 위험하다. 선수포구에서 장곶횟집을 들러 숙소인 장화리까지 가는 길 역시 인도가 거의 조성돼 있지 않아서 차를 피해 걷는데 애를 먹었다.
장곶횟집에 도착하니 이곳 역시 강화도서 유명한 맛집인지라 좌석이 꽉 찼다. 게다가 지난 9월부터 이달 초까지가 가을새우 제철이라 더더욱 손님이 많았다. 필자 일행은 원래부터 포장을 계획했기 때문에 주문 후 밖에서 기다렸다.
횟집 옆 옛 방갈로 터 평상에 앉아 기다리는데 태양 각도가 서서히 낮아지면서 빛이 산란하기 시작했다. 바다는 황금빛 윤슬로 일렁거렸고 이들 풍경이 소나무 가지 사이로 한 폭의 그림처럼 연출됐다.
석양의 붉은색은 낮은 각도의 태양 빛이 대기를 길게 통과하면서 짧은 파장의 파란색과 보라색 빛이 산란되고 상대적으로 긴 파장의 붉은색과 주황색 빛이 남아 우리 눈에 보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마음이 급해졌다. 포장한 새우구이를 들고 숙소 앞 해변가에서 와인에 대하구이 합을 맞춰볼 작정이었기 때문이었다. 목적지 해안가에는 제시간에 잘 도착했지만 숙소에 들러 짐을 풀 시간까진 없었다. 어쨌건 계획한 대로 장화리 낙조를 온전히 봤으니 대만족이다.
포장 새우구이는 24미 이상 들어서 새우만으로도 충분히 배를 채웠다. 새우를 생으로 포장해 가면 1만 원이 싸다. 횟집에서는 새우구이, 새우 칼국수, 새우라면, 머리버터구이 등을 맛볼 수 있다. 강화섬 장화리 낙조 보러 가는 길 들른 맛집은 성공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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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여 년 시간이 빚은 만두전문 ‘개성만두궁’
헌법재판소 건너편 골목 안 맛집 ‘깡통만두’
어린 시절 할머니가 만들어 준 맛 ‘봉산옥’
드디어 아침저녁으로 선선함이 느껴지는 소위 말해 가을이 왔다. 한반도를 뜨겁게 달구던 태양이 살짝 기울었다는 의미다. 이제는 가을 진객 단풍의 시간이 오고 있다. 일설에는 올 단풍이 그다지 예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그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가을이 왔다는 것, 계절이 변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좋은 것이다.
어느새 시나브로 고속도로에는 여행과 관광에 나선 차들이 늘어나고 있다. 본격적인 단풍철이 오면 도로는 몸살을 앓고 주차장을 변하겠지만 이 또한 여행의 일부다. 여행은 숙식이 중요하다. 잠자리와 먹을거리가 여행의 질을 좌우한다는 의미다. 특히 먹을거리는 여행 만족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얼마 전 전북 부안해수욕장에서 열린 ‘부안붉은노을축제’를 탐방하고 왔다. 만두처럼 생긴 붉은 해가 단풍처럼 붉은 색을 품고 바닷속으로 퐁당 떨어지는 멋진 장면은 축제의 화룡점정이었다. 지난해에 이어 부안은 세 번째 합쳐서 3박 6일을 방문했지만 음식에 큰 만족을 느끼지 못한 곳이다.
서해 갯벌서 나온 백합을 이용한 백합죽, 꼬막칼국수, 꼬막무침, 각종 회 등을 토속음식이라고 내놓지만 여행자에게 여행지 음식으로써의 감흥을 이끌어 내기에는 2% 부족했다. 물론 개인적 견해지만 부안은 축제도 커지고 늘어나는 상황이라 토속음식 레시피 개발에 좀 더 신경 쓰면 좋겠단 생각이다. 축제 프로그램에 토속음식 경연대회도 넣어보면 어떨까란 주문도 해본다.
각설하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생각나는 음식 중 대표적인 것이 국물요리다. 그중에서도 필자는 만둣국이 떠오른다. 묵은 김장 김치로 추석 때 만들어 놓은 만두를 본격적으로 끓여 먹기 시작할 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은 김장도 안 해 먹고 하니 김치가 없어서 만두 빚기는 언감생심이다. 게다가 맛있는 공장표 만두가 수도 없이 쏟아지는 세상이라 고생스럽게 만두를 빚지 않는 것도 한 이유다.
만두 중국유래설과 자생설 양립
만두는 중국 송나라 때 엮은 사물기원(事物記原)에 따르면 “제갈량이 남만 왕 맹획을 정벌하고 돌아올 때 파도가 거셌다. 남만 풍속에 의하면 사람을 죽여 그 머리로 제를 지내면 신이 받아먹고 풍랑을 멎게 한다하나, 그리할 수 없기에 제갈량은 생각 끝에 밀가루로 만두피를 만들고 돼지고기와 양고기로 소를 만들어 사람 머리모양 만두를 만들어 제사를 지내니 풍랑이 멎었다.”고 한다. 그때부터 만두라는 이름을 사용하게 됐다.
우리나라 만두 기원은 고려시대 고려가요인 쌍화점에 상화(霜花)란 이름으로 시구가 실려 있는 증거로 고려시대를 전후해 도입된 중국 유래설과 고대로부터 자생적으로 절기, 세시음식으로 해 먹었다는 자생설이 있다. 상화란 하얀 눈꽃이 핀 것 같다고 해서 묘사한 이름이다.
만두는 조선시대에 다양한 종류로 이용됐다. ‘만두의 조리방법에 대한 문헌적 고찰’(복혜자)에 따르면 1600년대 문헌 ‘현풍곽씨언간주해’의 기록에서는 만두로 혼사와 잔치에 각각 사용했으며 쇄미록‘에서는 오휘문이 임진왜란 시절 피난살이 하다가 순창을 떠날 때 지인 군수 부인이 만두를 싸줘 고맙게 잘 먹었다는 기록으로 전쟁 시 식사대용으로 이용한 듯하다.
또 ‘동국세시기’에는 4월 유두에 화전을 지지고 생선을 넓고 두껍게 잘라 육소를 싼 것을 어만두라 하는데 이것을 초장에 찍어먹는 풍속이 있었다. 고조리서인 ‘음식디미방’과 ‘시의전서’ 등에는 고기와 표고 등을 넣은 절기음식으로 전해진다.
세시만두는 대부분 지역에서 만둣국 형태로 먹었고 떡국과 함께 혼식되는 경우가 많다. 세시만두는 풍작 기원의 상징물이자 매개물로도 활용됐으며 떡국이나 팥죽처럼 첨세병(添歲餠)의 성격도 지니고 있었다. 첨세병이란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떡이라는 뜻으로, 설날에 먹는 떡국을 이르는 말이다.
최근 시원한 바람이 불자 만둣국이 생각났다. 때마침 생일이 끼어 있는 주간이라 첨세병 음식으로도 적격이다. 인사동 미술관 나들이가 약속된 터라 북한식 만두로 유명한 ‘개성만두 궁’을 찾았다.
상호에서 알 수 있듯이 개성 출신 실향민 사장님이 1945년에 영등포 집에서 만두를 빚어 팔기 시작한 후, 지금의 자리인 인사동으로 이전해 1970년부터 손녀까지 3대째 운영하는 역사가 있는 곳이다. 매해 미쉐린가이드 빕구르망(합리적 가격에 훌륭한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에 선정되는 맛집이기도 하다.
개성 만두 특징은 무엇보다 알이 크고 속이 꽉 찬 것이다. 종업원 한 명이 식당 한편 밖에서 보이는 창가에 앉아 종일토록 만두를 빚는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속을 꾹꾹 눌러 싸고 알이 제법 큼지막하다. 만두소는 배추와 숙주나물을 넉넉히 넣었다. 만두전골을 주문했는데 양지 육수와 만두소에서 우러나온 채수가 섞여 담백하고 삼삼한 맛을 낸다.
고기만두와 김치만두 두 가지 다 인기 있다. 개성만두 궁은 한옥이 보존돼 있는 인사동 골목 안에 위치해 한국적 분위기가 물씬 난다. 그래서인지 외국인 손님 비중이 비교적 높다. 만두란 음식이 자극적이지 않고 모둠전, 해물파전, 생감자전, 녹두전 같은 전류가 외국인들 입맛에 맞기 때문이다. 이날도 옆 자리 외국인들은 녹두전정식, 해물파전정식을 주문해 골고루 맛을 보는 슬기로운 메뉴 주문을 시전 했다.
만두전골 1인분 가격이 싸진 않지만 맛으로 충분히 커버를 한다. 마지막 국물 한 숟갈까지 긁어먹고 나오니 종업원이 감탄을 한다. 반찬까지 하나도 남김없이 ‘클리어’ 한 것을 보고는 “우리는 이렇게 드시면 참 좋다”고 인사를 건넨다. 맛있는 식사와 기분 좋은 마무리였다. 식사 전후 식당 건너편 한옥인 경인미술관을 가볍게 둘러보면 완벽한 맛있는 동네산책이 완성된다.
칼만두·비빔칼국수·만두전골 추천
서울 종로구 재동에 있는 헌법재판소. 정면 건너편에는 골목 안에 몇 개의 맛집이 숨어 있다. 현대사옥과 작은 사무실, 게스트하우스 등이 있어 내외국인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다. 과거에는 직장인 상대 밥집, 술집이었던 것이 최근에는 베이글·식빵·소금빵 전문점 등 젊은 층이 좋아하는 베이커리 카페가 늘어나고 있다. 식당 역시 무겁지 않은 파인 다이닝 밥집이 들어서고 있다.
이 골목에 있는 ‘깡통만두’는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한 그릇 만둣국에 몸을 데우는 식객들로 북적거린다. 한겨울에도 추위를 마다하지 않고 줄을 서는 곳이다. 깡통만두는 상호대로 만두전문점이다. 만두 본연의 맛을 접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 곳이다.
대표 메뉴인 칼만두는 한꺼번에 두 가지 음식을 맛볼 수 있어 인기가 좋다. 칼만두는 칼국수와 속이 꽉 찬 어린아이 주먹만 한 만두가 들어 있는 국물요리다. 만두소를 구성하는 식재료 조합이 좋고 물기를 완전히 잘 짜내서 식감이 폭신하다. 여름엔 기본 만두, 새우만두 두 종을 제공하고 겨울엔 김치만두가 추가된다.
특색 있는 메뉴로는 육전이 올라간 비빔칼국수를 추천한다. 비빔칼국수는 영등포구 문래동 영일분식이 투박하고 맛있는데 비해 이곳은 육전 고명을 얹어 격을 높였다. 육전은 고명 역할에 충실할 뿐 육쌈냉면의 고기처럼 맛이나 식감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다만 시각적 효과와 밀가루만의 허기를 채워주는 보완재 역할은 톡톡히 한다. 깡통만두 역시 저녁에는 만두전골이 주력 메뉴다.
황해도식 매콤한 고기 고명이 특징
예술의 전당에서 서초역 쪽으로 내려오다 보면 만날 수 있는 ‘봉산옥’ 역시 미쉐린가이드 빕구르망 만두전문점이다. 황해도 사리원 출신 시어머니를 통해 배운 황해도식 만둣국을 며느리가 선보이고 있다. '고향의 맛 혹은 어린 시절 할머니가 만들어주셨던 만둣국 맛'이라는 평을 뜯는다.
황해도 지역에서 널리 맛을 따르는데 육수에 가득 담긴 만두 위로 매콤한 양념이 어우러진 고기 고명이 올라가는 것이 특징이다. 고기 고명은 이촌역 부근에 있는 개성식 손만두 전문점 ‘갯마을’ 만둣국과 비슷하다.
만두는 떡국과 더불어 간단하게 주식으로 먹을 수 있는 밥 대체식이다. 과거에는 남쪽보다 북쪽 지방에서 즐겨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남쪽에서는 만두보다 떡국을 즐겨했다. 옛말에 ‘속 먹는 만두요 껍질 먹는 송편’이란 말이 있다. 만두는 피가 얇아야 만두소 맛을 음미할 수 있고 송편은 두꺼운 피를 떡 삼아 먹는다는 의미다. 생일 주간 첨세병으로 만둣국 한 그릇 먹었으니 나이도 늘고 뱃살도 늘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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