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5. 23. 10:45

망줍기 놀이...

"얘들아, 망줍기 놀이 할래?"
아이들과 함께 한 잊혀져 가는 고전 놀이
유성호(shyoo)기자
대문을 열고 주위를 둘러본다. 사방이 콘크리트로 막힌 도심의 아파트. 대리석 계단을 밟고 시멘트와 모래를 섞어 만든 보도블록을 지나 아스팔트로 된 도로를 가로지르는 횡단보도를 건넌다. 흙으로 된 땅을 밟아 보기가 좀체 힘들다.

도시에서는 가까운 학교나 가야 흙을 밟을 수 있는 것이 요즘 현실이다. 심지어 자투리땅에 만들어진 쌈지공원의 산책길도 보도블록으로 채워져 있다. 흙으로 된 땅은 나름의 푹신함으로 인간의 직립보행을 편하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심에서 흙 땅이 사라지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어릴적 땅에서 뒹굴며 놀았던 각종 놀이도 함께 아스팔트에 덮여 사라져 가는 현실도…….

▲ 작은 아이 돌콩이의 앙감질.
ⓒ2005 유성호
장암이란 곳을 찾았다. 수락산 산자락 끝에 있는 곳이다. 지하철 7호선 북쪽 종착역인 장암역에 내려 횡단보도를 건너자 작은 마을 노인회관이 나타났다. 노인회관 앞마당은 검정색 고운 흙이 제법 단단히 다져져 있다. 가르마를 탄 머릿결처럼 비질도 깨끗이 돼 있다.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는 일행을 기다리기 위해 들른 이곳에서 아이들과 망줍기 놀이를 했다. 30년 전쯤이나 진지하게(?) 했던 망줍기를 하자니 일단 규칙부터 가물거렸다. 우선 직사각형을 그린 후 네모 안을 짧은 쪽으로 세등분으로 나눴다. 세등분으로 나눌 때는 양끝은 작게하고 가운데 부분은 정사각형이 되도록 만들었다.

▲ 큰 아이 물렁이의 앙감질. 재미있다는 표정이다.
ⓒ2005 유성호
그리고는 양끝의 작은 사각형은 다시 이등분하고 가운데는 대각선으로 나눠 사등분을 했다. 작은 사각형의 좌측부터 숫자를 넣었다. 내부에 형성된 모두 여덟 개의 도형은 각각 1밭, 2밭 등으로 불렀다.

망줍기 요령은 출입구에 서서 1밭에 망을 던져 놓고 앙감질(한발로만 뛰는 것)로 뛰어 2밭부터 차례로 8밭까지 밟고는 뒤돌아 선 다음 같은 방법으로 되돌아오면서 2밭에서 망을 집어들고 나오는 것이다. 3, 4번 밭에서는 망이 없을 때는 양발을 한꺼번에 디뎌 앙감질로 지친(?) 다리를 잠시 쉬기도 한다. 망은 주변에 있는 둥글넓적하거나 사각형의 넓적한 돌을 주워서 했다.

▲ 오징어놀이를 그려 놓고 아이들에게 놀이 방법을 설명해 줬다.
ⓒ2005 유성호
망줍기는 같은 방법으로 8밭까지 한다. 망줍기가 모두 끝나면 조금 난이도가 높은 망차기로 넘어간다. 망줍기에서는 손으로 망을 밭으로 던졌지만 이번엔 발로 차 넣어야 한다. 1밭에 차 넣은 망을 8밭까지 몰고 간 다음 돌아오면 된다.

망차기는 8밭까지 하기가 어려워 4밭짜리 방을 만들어 하는 게 기본이며 4밭째에서는 앙감질 발을 내려 잠시 쉬기도 한다. 망줍기는 앙감질을 이용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균형감각과 다리 근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듯하다.

이날은 망줍기 이외에 오징어놀이란 것을 아이들에게 알려줬다. 인원이 많아야 할 수 있는 오징어놀이를 그림을 그리고 공격과 수비의 역할 등 놀이 방법을 들려줬더니 아이들이 사뭇 진지하다. 그러고 보니 7, 80년대까지 성행했던 각종 야외놀이들이 거의 종적을 감췄다.

땅거미가 내려야 끝을 보는 다방구, 술래잡기 등 인원이 많이 필요한 놀이부터 구슬치기, 딱지치기, 구슬치기, 제기차기, 자치기 등 비교적 적은 인원으로도 할 수 있는 '치기' 놀이들이 거리에서 사라진지 오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환경적 요인으로 땅이 사라지면서 자연 도태되었고 또 하나 가장 큰 요인은 아이들의 시간을 앗아간 어른들에게 있을 것이다. 방과 후면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뛰놀고 싶은 아이들을 거두어 학원으로 내모는 우리네 어른들이 스스로 추억을 말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놀이방법은 지역적으로 조금씩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자께서는 이 점 양지해 주시기 바랍니다.

2005/05/22 오후 10:58
ⓒ 2005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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