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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4·19하면 떠오르는 또 다른 날이 있다면 10·26이다. 4·19는 혁명으로 10·26은 내란음모 사건으로 역사는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찬찬히 들여다보면 역사적인 두 사건은 모두 장기집권과 독재를 무너뜨리고 새 공화국을 출범시켰지만 군사독재의 연장만 가져온 미완의 혁명이며 사건이다. 그러나 역사는 하나의 사건은 헌법 전문에 실어 법통으로 이어가게 했고 또 다른 하나는 평가진행형으로 남겨두고 있다. 18년 독재의 종식과 함께 현대사를 또 한번 소용돌이치게 만든 10·26사건의 중심에는 고 김재규씨가 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고인은 근무지 이동이 잦은 군인들의 자녀교육을 위해 무던히 애를 썼다. 그 결과 지어진 것이 당시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에 있었던 중경고등학교(현재는 서부이촌동 이전). 고인은 학교를 설립하고 이사장이 돼 군 자녀들의 교육을 야전지휘관처럼 진두지휘했다. 이는 특혜라기보다는 군인들의 근무지 이동을 고려할 때 불가피하고 필요한 조치였다. 그렇게 세워진 중경고등학교가 올해 서른일곱번째 새내기를 받는 청년학교로 커가면서 역사를 면면히 이어오고 있다. 10·26 이후 우여곡절도 많았다. 사립에서 공립 전환, 학교 이전 등 학교의 정체성을 뒤흔드는 굵직한 변화들이 뒤따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의 전통인 '내리사랑'은 변함없이 해를 거듭할수록 뜨겁고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올해는 모교에 시교육청과 지자체가 분담해 인근 지역 주민들의 편의시설로도 사용할 수 있는 체육관이 건립된다. 준공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선배들이 나섰다. 체육관에 놓일 의자 700개를 동문들의 십시일반으로 들여 놓아준다는 계획이다. 총동창회 사이트를 통해 모교 재학생들을 위한 '사랑의 의자' 기증행사를 알리자 채 일주일도 되기 전에 이미 1600여만원(의자 610개 상당)의 기부금이 모였다. 총 모금 목표액은 1862만원. 이달 말까지 잡은 계획은 이번 주말이면 끝날 듯 싶다. 물론 총동창회가 일괄적으로 재정 지원할 수도 있지만 '참여'와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동문들의 힘을 빌린 것이다. 이에 동문들은 흔쾌히 동의했고 기별모임, 동아리 모임에서 뭉칫돈을 내놓는가 하면 미주지역, 캐나다 등 해외동문들 역시 쌈짓돈을 모아 십시일반으로 동참하고 있다. 그깟 체육관 의자 몇 개 기증하는 것이 무슨 대수냐 싶겠지만 현대사의 굴곡과 학교의 역사가 무관치 않은 중경고등학교에서만큼은 의미가 남다르다. 군자녀와 일반자녀, 시험과 무시험 추첨세대, 교복세대와 자율화 세대, 남녀공학 등 다양함이 차고 넘치는 가운데 하나의 정체성을 찾아내 이를 올곧이 세우려는 선배들의 노력은 어떤 의미를 넘어 신성하기까지 하다. 이번 체육관에 기증되는 의자는 선배들이 가꾼 아름드리나무의 가지를 잘라 만든 것이 아닐까 싶다. 중경의 선배들이 항상 입에 달고 다니며 후배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 "우린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될 테다. 너희는 그 아름드리나무 밑 너른 그늘에서 편히 쉬거라. 그리고 너희들의 후배들에게 그 자리를 온전히 물려주어라" 피가 모자라면 피를 나눠주고, 어려운 동문에겐 자활의 의지를 북돋아주며, '참여와 나눔'으로써 서로가 서로를 견인해주는 모습을 보면 고인이 되신 설립자도 지하에서나마 흐뭇해 하실 것 같다. | ||||||||||||
2005/04/20 오전 10:37 ⓒ 2005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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