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4. 1. 16:04

회전문 안전사고 속수무책

회전문 이용할 때 "아이 조심하세요"
사고다발 불구 안전법규 미비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유성호(shyoo)기자
요즘 일본 언론의 관심사는 지난 26일 도쿄 록본기힐즈빌딩내 모리타워의 회전문에 끼어 숨진 한 소년의 죽음에 가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신문인 <아사히 신문>의 경우 특집란을 마련해 사건 경위 및 대책을 상세히 보도하고 있을 정도다.

<아사히 신문>은 31일 전날 고이즈미 총리가 사고 현장에 들러 조의를 표한 데 이어 검찰이 회전문 제조회사와 빌딩 관리회사 등 7개 업체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지난 4월 문을 연 모리타워에서 이번 사망사고까지 무려 32건의 사고가 발생했다며 이번 사고가 사실상 예견된 것이라고 말했다.

신문 보도에 따르면 빌딩 관리회사는 모든 사고를 내부 처리로 종결하고 대부분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 등 재발 방지에 소홀히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고를 계기로 우리 나라도 어린이들의 회전문 사고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필요가 있다. 서울시소방방재본부가 지난 2000년에 발표한 어린이 안전사고 현황에 따르면 전체 941건의 사고 중 무려 203건이 회전문 사고로 나타났다. 2001년에는 문틈과 회전문에 낀 사고가 188건이나 수집됐다.

이에 앞서 지난 98년 한국소비자보호원(이하 소보원)은 자동 회전문 7개와 수동 회전문 33개의 안전실태를 조사한 뒤 관련 법규와 안전수칙 부착 미비 등을 지적한 바 있다. 소보원은 당시 회전문의 설치 기준을 마련하고 역회전 방지, 문짝겹침 방지, 회전속도 조절 등 각종 안전장치에 대한 기준 마련을 촉구했다.

그러나 6년이 지난 현재까지 회전문의 안전에 대한 관련 법규는 제대로 고쳐지지 않고 있다.

건설교통부령인 '건축물의피난·방화구조등의기준에관한규칙'을 보면 건축물의 출입구에 설치하는 회전문은 계단이나 에스컬레이터로부터 2미터이상의 거리를 둘 것, 고무와 고무펠트의 조합체 등을 사용하여 사람이나 물건 등이 끼지 아니하도록 할 것, 출입에 지장이 없도록 일정한 방향으로 회전하는 구조로 할 것 등으로 규정해 98년 소보원이 요구한 미국소방협회(NFPA) 규정에 준하는 설치·관리규정에 여전히 턱없이 모자란 상황이다. 미 소방협회 규정은 회전문의 분당 회전속도 규제, 일정한 힘이 가해질 경우 책처럼 접혀지는 구조 구비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소보원 생활안전팀 백승실 팀장은 "98년도 실태 조사와 함께 제도개선을 건의한 후 건교부의 회전문 설치기준이 마련됐지만 안전사고를 예방하기에는 매우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올해만 해도 소보원에 이미 3건의 회전문 사고가 접수되어 있다.

건설교통부 건축과 박호창씨는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공간에는 회전문이 적합하지 않고 특히 노인과 어린이 이용에는 불편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것은) 규제 강화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에 연구용역 등을 통해 제도를 보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국무조정실 안전관리개선기획단 한 관계자는 "안전사고는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쓸 수는 없다"며 "현재는 안전사고 교육강화 등을 통해 사고를 미연에 예방하는 차원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이번 사고를 계기로 국토교통성과 경제산업성 등 정부부처와 건축설비전문가, 회전문 제조업체, 빌딩관리회사 등 전문가 검토회를 4월에 설치해 3개월 후에 안전관리지침을 만들 계획으로 알려졌다.

'사후약방문'으로 애꿎은 어린 생명을 담보로 잡지 말고 우리 나라도 관련 법규를 재정비하는 한편 회전문 안전관리에 대한 실태조사와 안전수칙 홍보 등을 조속히 진행해야 한다. 또 어린이의 부주의로 일어나는 사고도 많기 때문에 보호자의 세심한 주의도 뒤따라야 한다.
안전관리 강화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이용자(보호자)의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고 생각합니다.

2004/03/31 오전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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