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12. 20. 21:07

앤디 워홀 손안에 넣기...

앤디 워홀을 읽으면 미술경매가 보인다
[서평] 리처드 폴스키 <앤디 워홀 손안에 넣기>
텍스트만보기 유성호(shyoo) 기자
ⓒ 마음산책
올해 우리나라 문화계의 변화 중 두드러진 분야가 있다면 미술계일 것이다. 경매시장이 대중화되면서 최고가를 경신하는 등 관련 업계가 뜨거워지고 있다.

12월에 열린 한 경매에서 김수근의 <노상>은 10억4000만원으로 낙찰돼 근∙현대 미술작품으로는 가장 비싸게 거래됐다.

국내 미술계의 이 같은 현상은 세계적인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올 세계 미술계 경매에서는 역대 최고가를 경신한 작가만 50명이 나왔다고 한다.

특히 지난 11월 8일 열린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그림 몇 장으로 하루 동안 5억 달러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고 하니 매력적인 시장이 아닐 수 없다.

미술 경매에 관심 있는 독자에게 리처드 폴스키의 <앤디 워홀 손안에 넣기>를 추천한다. 이 책은 현직 미술품 딜러가 앤디 워홀(1928~1987)이라는 미술가의 작품을 사고 파는 여정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경매시장의 메커니즘을 담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미술계에서 장사하는 이야기"라고 털어 놓는다. 어찌 보면 실전 지침서인 셈이다.

워홀은 미국 팝아트의 대부로서 그의 주요 작품은 수 천만 달러에 거래되는 등 경매 시장을 이끄는 유명 작가로 여전히 명성이 높다. 저자는 경험에 의해 앤디 워홀이 투자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고 12년간 그의 작품을 쫓는다.

쫓는다는 의미에는 '작품=돈'이란 공식이 담겨 있다. 그것이 딜러를 하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이런 여정에서 미술계 이면을 고스란히 드러내면서 작품가격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이 책의 재미다. 또 거래과정에서 드러나는 작가, 컬렉터, 딜러, 갤러리, 경매회사의 인적 관계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읽을거리다.

▲ 앤디 워홀의 <오렌지 마릴린>
ⓒ 앤디워홀박물관
올 11월 15일 열린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워홀의 <오렌지 마릴린>(1962년작)이 1600만달러에 낙찰됐다. 이 작품을 처음 소유했던 사람은 레온 크러샤로 1964년 레오 카스텔리 갤러리에서 1800달러에 샀다.

1960년대 초반임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금액이다. 당시 크러샤는 한 잡지 인터뷰에서 "이 그림은 IBM 주식과 같은 겁니다. 지금이 살 때라구요!"라고 외쳤다고 한다.

독자들은 그런 크러샤를 제 정신으로 보지 않았다. 이유는 1950년대 태동한 팝 아트가 존속할 것이라고 믿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결론적으로 크러샤의 말이 옳았지만 그는 불행하게도 자신의 예상이 적중하는 것을 못보고 타계했다.

그가 세상을 떠난 1967년 <오렌지 마릴린>은 독일인 컬렉터인 칼 스트로허에게 약 2만5000달러에 팔렸다. 중간에 주인이 몇 차례 바뀌면서 결과적으로 40여년 만에 경이적인 가격의 미술품이 됐다.

서양에서는 미술품이 주식이나 수익증권과 같이 재테크의 수단이 된 지 오래다. 주식이나 부동산 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미술시장이 호황을 맞는다. 올 우리나라 미술계의 성황도 부동산 정책과 따로 무관하다고 보기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책 속에는 어떻게 미술품을 구입하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는다. 그러나 전체를 읽고 나면 거품을 구별할 수 있는 '희미함'은 얻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미술 시장 전반을 관통하면서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한편, 다른 책과 달리 옮긴이의 성실함이 눈에 띈다. 워홀의 주요 작품이 전시돼 있는 갤러리를 직접 찍은 사진으로 보여준 꼼꼼한 정성은 평면적인 책을 화려하게 시각화시켰다는 면에서 높이 살만하다. 또 미술사학을 전공한 옮긴이의 전문성 또한 쉬운 우리말로 번역할 수 있었던 장점으로 꼽힌다.
<앤디 워홀 손안에 넣기>

글쓴이 : 리처드 폴스키(Richard Polsky)
옮긴이 : 박상미(뉴욕시립대 미술사학과 졸, 맨해튼에서 활동)
펴낸곳 : 마음산책
펴낸날 : 2006. 7. 5
쪽 수 : 443쪽
책 값 : 1만7000원
2006-12-20 17:58
ⓒ 2006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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