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12. 8. 15:58
한라산 성판악-관음사 코스...
2006. 12. 8. 15:58 in 記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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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3일 새벽 6시에 숙소에서 아침을 챙겨먹고 7시에 성판악으로 향했다. 4박 5일 여정에서 온전한 하루가 보장된 마지막 날이다. 다음날이면, 첫날에 그랬듯이 뱃길과 육로를 통해 서울로 15시간가량 가야 한다. 아쉬움을 채우기 위해 마지막 여정으로 한라산을 택했다. 성판악에 도착해 김밥과 물을 챙기고 18km의 원거리 산행을 대비해 화장실에 들러 몸을 가볍게 했다. 사전에 정보를 알아보지 못한 관계로 이번 산행도 앞서처럼 성판악 왕복산행으로 생각했다. 1998년과 2004년에 했던 두 차례 산행이 그러했다. 1998년도 겨울에는 한라산에 70cm가량 눈이 내렸다. 다행히 성판악 길이 개척돼서 아름다운 설경을 만끽할 수 있었다. 다만 예정했던 관음사 길은 열리지 않아 되돌아와야 했던 아쉬운 기억이 있다.
처음으로 관음사 길로 하산… 진경산수와 조우 2004년에는 아이들과 함께 성판악에서 올랐는데,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 및 그것에서 비롯된 운무, 추위 등으로 진달래 밭에 가기도 전에 산행을 포기했던 기억이 새롭다. 그러나 이번엔 혼자 몸으로 단출하게 오르니 아이들 때문에 중간에 포기할 걱정은 없었다. 내심 관음사로 하산하는 기대를 은근히 품고 산에 올랐다. 성판악에서 매점이 있는 진달래 밭까지 가려면 비교적 완만한 경사면을 7.3km 가량 가야 한다. 화산암을 다져서 길을 냈고 정상까지 오로지 외길이다. 육지 산에서 흔히 보는 나무가 아니라 이국적 향취를 물씬 풍기는 아름드리나무들이 산길 옆에 호위하듯 서 있다. 나무들은 8월 땡볕을 완벽하게 막아주면서 등산객을 반겼다. 진달래 밭에 오후 1시까지 도착해야 정상에 오를 수 있다. 그 시간을 넘기면 하산 시간과 일몰, 잠재된 위험 등을 고려해 입산을 통제하고 있다. 오전 8시께부터 오르기 시작한 나는 평소 산행을 즐겼던 터라 어렵지 않게 오전 10시 반께 진달래 밭에 도착했다. 산행 중 가장 눈에 띈 것은 경유로 움직이는 모노레일이 설치된 점. 마침 성판악에서 출발한 모노레일과 나란히 산행하는 추억을 남겼지만, 시끄러운 엔진소리와 뿜어져 나오는 매캐한 연료냄새는 지우고 싶다. 산장과 매점의 물품을 옮기는 것 같아보이는 모노레일엔 사람도 세 명이나 타고 있었다. 진달래 밭 매점을 지나면 숲이 사라지고 하늘이 보인다. 키 큰 나무들을 보기 어렵고 산길도 넓어져 그늘을 기대하기 어렵다. 땀으로 범벅돼 눅진하고 후끈 달아오른 체온을 식혔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마음속으로 간절하게 소나기를 기대했는데, 마음이 하늘에 닿았는지 정상까지 가는 길을 시원하게 적신다.
한라산 정상은 마땅히 비를 피할 곳이 없는 개활지다. 아래로는 화산 분화구인 백록담이 있고 물은 많지도 적지도 않게 차 있다. 낮았던 하늘은 어느새 훌쩍 높아져, 흰색 구름의 실루엣 사이로 푸른 속살을 드러냈다. 백록담에 비친 비취빛 하늘은 '스스로 그러한' 자연(自然)이었다. 간단히 끼니를 때우고 관리인에게 물어보니 관음사로 하산할 수 있단다. 가슴이 설??? 세 번째 도전 만에 관음사 길을 밟아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별히 그 길에 집착할 이유는 없었다. 다만 왕복 산행의 지루함을 피하고자 했을 뿐이다.
다음엔 관음사 길로 오르는 꿈을 꾼다 관음사로 하산 길을 잡고 출발하자 하늘이 다시 낮아진다. 구름이 몰리고 사위가 운무로 자욱하다. 그러고는 다시 소나기를 뿌리는데 세찬 정도가 좀 전 것을 능가했다. 한라산은 폭 2m 가량의 산길 이외엔 한 발도 옆으로 나갈 수 없도록 금줄이 쳐져 있다. 설사 그것을 뛰어 넘더라도 소나기를 피할 곳은 마땅찮다. 옷 젖는 것에 대해 대충 포기하고 터벅이다 보니 바위 밑 작은 동굴에 등산객이 올망졸망 모여 있다. 더 이상 비집을 틈이 없을 것 같던 그곳에 일행 6명이 들어설 수 있었다. 만원지하철에 구겨 타듯 동굴로 몸을 피하자마자 비가 멎었다. 관음사 길은 성판악 길의 반대편 길로, 분화구의 뒤편을 볼 수 있다. 엄청나게 퍼부었던 소나기 때문에 속옷까지 후줄근하게 젖었기에, 이번엔 옷을 말릴 수 있도록 볕과 바람을 원했다. 물론 소원은 성취됐다.
관음사 길은 비교적 경사가 심하고 산길이 험해 화산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졌음을 알 수 있었다. 해발 1000m 고지쯤에 내려오자 용암이 꿈틀거리며 요동치면서 지나간 자리가 계곡으로 만들어져 아래로 선명하게 나 있다. 움푹 파인 화산암 사이에 고인 물속에는 신기하게도 올챙이와 개구리가 그득했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득한 동굴 속에는 올챙이 대신 용(龍)이 살지는 않을까. 아득한 심연이 보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관음사 길에서 만난 새로운 경험들은 삼수의 기쁨이었다. 한라산은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그동안 길을 열어 주지 않았나 보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중에 일행을 태울 버스가 왔다. 다음엔 관음사부터 정상을 올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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