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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바는 자기 나이보다 네 배가 넘는 몸무게 때문에 고민이다. 실질적인 고민은 몸무게보다 겉으로 보이는 뚱뚱함이다. 뚱뚱함은 에바를 어두운 구석으로 내몬다. 그리고 홀로 버거운 몸무게가 짓누르는 세계와 비곗살 같은 담을 쌓는다. 첫째로 태어난 에바는 남동생이 태어나자 사랑을 빼앗기면서 처음 절망을 경험한다. 사랑을 빼앗긴 에바는 남동생보다 아빠가 더 원망스럽다. 하루아침에 매몰차게 사랑을 빼앗아 간데 대한 일종의 배신감이다. 그 빈자리를 엄마는 고단백, 고칼로리 간식으로 채운다. 사랑이 빠져나간 빈자리를 허기로 느낀 에바는 끊임없이 먹었다. 어느 날, 뚱뚱해진 자신을 사람들이 피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면서 에바는 또 한번 허기를 느낀다. 밤이면 냉장고를 뒤져 버터를 듬뿍 바른 토스트와 연어, 초콜릿을 배가 차도록 먹고 잠들기 일쑤. 초콜릿은 쓰고 떨떠름한 맛이지만 이미 에바는 거대한 하나의 입 일뿐, 맛을 따질 겨를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길가에서 우연한 부닥침으로 인해 미헬이라는 남자친구를 만난다. 미헬은 가난한 직업학교 학생이지만 에바를 진심으로 대해주고 그녀에게 세상을 보는 눈을 뜨게 해준다. 미헬은 에바에게 난생처음 디스코텍이란 곳에서 세상을 향한 몸짓 언어를 풀게 했고 그녀는 아주 서서히 자신을 찾아간다. 미헬로 인해 자신감을 얻은 에바에게 학교 친구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그녀를 중심으로 모여든다. 이제 에바는 세상의 중심에 서게 된다. 에바에게 초콜릿은 더 이상 씁쓸하지 않다. 에바는 더 이상 거대한 입이 아니다. 에바는 이제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게 됐고 그동안 스스로 움츠렸던 것이 혼자만의 세계에서 허우적거린 것을 깨달았다. <씁쓸한 초콜릿>은 흔히 말하는 성장 소설이다. 감수성이 예민한 열다섯 살 여학생이 뚱뚱한 외모에 스스로 위축되어 지루하고 재미없는 삶을 살다가 현실을 인식하게 되는 과정을 담백하게 담고 있다. 원작자 미리암 프레슬리는 제2의 루이제 린저로 평가받고 있는 독일의 대표적인 청소년 문학작가다. 이 책은 1980년 올덴브루크 청소년도서상을 수상한 그녀의 대표작이다. 프레슬리는 격하지 않고 차분하게 한 여자 아이의 일상을 쫓으면서 ‘성장’과 ‘성징’을 잘 짜여진 병풍처럼 펼치고 있다(옮긴이의 감각도 큰 몫을 했다). 몸무게로 인한 비관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풀어내는 그녀의 시선은 가부장적인 제도를 관통하면서 자칫 비뚤어 질 법도 한 에바를 어엿한 숙녀로 성장시키는데 성공한다.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인식한 에바의 입을 빌려 프레슬리는 말한다. ‘뚱뚱한 가슴과 뚱뚱한 배, 뚱뚱한 다리를 가진 뚱뚱한 소녀가 보였다, 하지만 정말로 그 소녀는 못생겨 보이지 않았다. 약간 눈에 띄긴 하지만, 그렇긴 하지만 못생기진 않았다. 에바는 뚱뚱했다. 하지만 세상에는 뚱뚱하면서도 아름다운 사람도 틀림없이 존재할 것이었다. 대체 아름답다는 건 무엇일까? 패션잡지 사진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생긴 여자들만이 아름다운 것일까?’ 책의 마지막에 나오는 에바의 가벼운 웃음이 유쾌하다. 자신이 여름날 같아 보인다는 에바. 여름엔 옷을 가볍게 입는다. 그녀는 그만큼 가벼워 진 것이다. 무엇으로부터인지는 에바만이 알 것이지만. ‘옛 거장들의 그림 속에 나오는 통통하고 풍만하고, 살찐 여인들을 생각하자 에바는 웃음이 나왔다. 에바는 웃었다. 거울 속의 소녀를 바라보며 웃었다. 그리고 그때 그 일이 일어났다.’ “내가 여름날 같아 보여. 내가 여름날 같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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