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11. 18. 11:09
불수도북 종주기...
2004. 11. 18. 11:09 in 記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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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산악인이 아닌 일반 산악인 사이에서 '불수도북'은 한번쯤 도전해 보고 싶은 매력적인 코스다. '불수도북'이란 서울의 동쪽과 북쪽을 아우르며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불암산(508m), 수락산(637.7m), 도봉산(739m), 북한산(836m)을 하루 안에 오르내리는 강도 높은 산행 코스다. 빠르면 15시간에서 길게는 22시간까지 여러가지 조건에 따라 시간 차가 많이 나는 이 코스를 우습게 봤다가는 큰 코 다친다. 면면이 쉽지 않은 코스지만 하루를 꼬박 걸어야 하기 때문에 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하는 등 기본적인 체력이 뒷받침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많은 산악인들이 도전했지만 과반수 이상이 실패하고 중간에 내려오는 코스로 알려져 있다. 일반 산악인 사이에서는 '불수도북' 종주에 성공했다고 하면 어느 정도 '산꾼'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2·30대도 어렵다는 이 코스를 나이 값도 안하는(?) 4·50대들이 겁도 없이 도전한 길을 쫓아 본다. 지난 11월 13일 저녁 어스름이 짙어갈 무렵인 오후 6시경 태릉 45번 버스 종점에서 불수도북에 도전하는 고등학교 동문 선후배 8명이 모였다. 이들은 중경고등학교 동문들로 구성된 중경산악회 소속으로 1회부터 11회까지 모였으니 나이 분포로는 42세에서부터 52세까지 모인 셈이다.
엄청난 체력 소모가 요구되기 때문에 고열량의 행동식과 물을 준비하되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날 처음으로 불수도북에 도전한 한 동문은 몸무게 100kg에 배낭만 40kg은 족히 되도록 싸들고 왔다. 가뜩이나 산행 도전이 두려웠는데 면박까지 받으니 얼굴에는 두려움이 짙게 깔린다. 그러나 어쩌랴 길은 가야 하는데. 싸온 것을 버리진 못하고 불암산을 향해 출발했다. 주위는 완전히 어둠이 휘감고 있다. 헤드랜턴 불빛만이 산길에서 일렬로 춤을 추면서 이동한다. 불암산 매표소를 지나자 이날 오전부터 북한산과 도봉산을 종주하고 내려 온 여봉구, 김재영 동문이 기다리다 합류했다. 이로써 모두 10명이 불암산 정상을 향해 가쁜 숨을 몰아 쉬며 길을 재촉했다.
불수도북은 성공 이후에 시간을 따지면서 등급을 따로 매긴다. 대략 20시간을 기점으로 안쪽으로 들어오면 제법 산을 탄다는 소리를 듣고 그 이후면 좀 더 체력을 보완해야 한다는 소리를 듣는다. 그래서인지 일행은 사진 몇 장을 찍고는 서둘러 하산한 다음 수락산으로 향했다. 앞서 북한·도봉산을 오르고 중간에 합류했던 두 동문과 체력이 약한 한 동문, 이렇게 세 동문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더 이상은 어렵겠다며 포기했다. 덕릉고개에 도착한 것은 밤 8시50분. 과거 길이 나지 않았으면 불암산과 능선으로 이어져 있을 길을 이제는 횡단보도를 건너야 한다. 의지를 다시 다지고 심호흡을 길게 한번씩 한다. 그리고 정각 9시에 수락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수락산은 기괴한 모양의 암석들로 유명하다. 그러나 밤이라서 주변 경관은 포기해야 하고 오직 앞사람의 발뒤꿈치를 따라 조심스럽게 산을 즈려밟고 올라야 한다. 덕릉고개 능선을 따라 오르다 보면 흥국사라는 절을 만날 수 있다. 흥국사는 조선 선조가 1568년 중종의 아홉번째 아들 덕흥대원군의 명복을 빌기 위해 편액을 내린 절로 유명하다. 흥국사의 옆구리를 끼고 돌아 수종암을 거쳐 540봉우리에 올라 거친 숨을 내려 쉬자니 멀리 서울 북부의 야경이 찬란히 빛난다.
밤 11시10분 정상에 올랐다. 수락산을 정복하는 데는 2시간10분이 걸렸다. 야식 생각에 일행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하산을 서둘렀다. 509봉우리를 거쳐 동막골로 하산길을 잡았다. 그래서 도착한 곳은 회룡역 근처 '고스락 감자탕' 집이다. 이때 시간은 새벽 1시25분. 하산 길에 날짜가 바뀐 것이다.
그러나 우려했던 대로 몸무게 100kg의 동문은 배낭의 무게에 못 이겨 결국 2개 산 종주에 만족하고 다음 산행을 포기해야만 했다. 또한 가장 막내인 40대 초반의 팔팔함을(?) 자랑하던 동문 역시 체력 고갈을 이유로 아쉽게도 주저앉았다. 1회 동문은 다행이 아직 체력이 남아 있다며 산행대장을 앞세워 도봉산으로 향했다. 불수도북에는 나이가 숫자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나 아직 불수도북은 끝나지 않았다. 산은 오르는 것보다 내려오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 올랐기 때문에 내려와야 모든 것이 종료되는 것이다. 잠깐의 감격을 여운으로 남겨둔 채 일행은 구기동 매표소에서 불수도북 산행의 종지부를 찍었다. 이때 시간은 오후 2시 25분. 총 20시간 25분 동안 4개 산, 약 45km 거리를 종주한 것이다. 이날 완주한 최진수, 박종혁, 이정화, 박준갑 동문은 서로 포옹하며 해냈다는 기쁨에 눈물을 글썽거렸다.
불수도북이 단지 도전의 의미가 아닌 서로 의지하고 격려하는 인생의 축소판이란 사실을 이들은 가슴에 새기고 하산했을 것이다. 불암, 수락, 도봉, 북한은 그렇게 인간에게 간단없이 베풀기만 하면서 어제나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었다. | ||||||||||||||||||||||||||||||||||||||||||||||||||||||
2004/11/17 오전 2:39 ⓒ 2004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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