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4. 1. 15:56

달에서 만리장성이 보일까?

달에서 만리장성 안 보인다
중국 교육성, '달에서 만리장성 보인다'는 내용 삭제 지시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유성호(shyoo)기자
달에서 만리장성이 보일까. 그동안 많은 의문을 들게 했던 질문이다. 최근까지도 인터넷 지식검색 사이트에서는 다소간의 논란이 있을 정도로 만리장성 관측 여부는 재미난 관심사다.

국내 한 중국 여행사이트에는 아직도 "달에서 육안으로 보이는 지구유일의 인조 건축물이라는 만리장성. 만리장성은 진의 강력한 통일제국체제가 낳은 상징적 산물이다"라고 소개돼 있을 정도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만리장성은 달에서 육안으로 절대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만리장성이 그만큼 길기 때문일 것이다. 또 우주나 달에 가서 직접 확인한 사람이 적다는 것도 포함될 것이다. 한가지 더 덧붙이자면 중국인의 허풍이 어우러져 그동안 '믿거나 말거나'식으로 퍼져 나간 것으로 보인다.

당사자인 중국조차 지난해 10월 최초로 유인 우주선을 타고 우주를 비행한 양리웨이가 "결코 만리장성은 보이지 않았다"고 말하기 전까지 20여년전 미국 우주비행사들이 무심코 던진 "달로 향하는 우주선에서 지구를 봤을 때 식별할 수 있는 인공 건조물은 만리장성과 네덜란드의 제방"이라는 말을 굳게 믿고 있었다.

양리웨이의 말 한마디는 중국 교육의 기초를 흔드는 사건이었다. 중국은 그동안 초등학교 국어교과서에 '우주로부터 육안으로 만리장성이 보인다'고 싣고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지난해 양리웨이 발언 파문 이후 곧바로 중국 관련 학자들은 교과서 내용 수정을 요구해 왔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최근에야 교과서 내용 수정에 착수했다.

중국 <경화시보>는 교육부가 초등학교의 국어 교과서에 '우주로부터 육안으로 만리장성이 보인다'라는 기술을 정정하도록 해당 출판사에 지시했다고 12일 보도했다.

사실 폭 6∼8m의 만리장성이 육안으로 보이는 것은 지상으로부터 36km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에 반해 지구와 달 사이 거리는 38만4400km다. 따라서 이 거리에서 최고의 시력을 가진 사람이 식별할 수 있으려면 폭이 적어도 700m이상 돼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2004/03/13 오전 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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