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2. 3.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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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을 일흔 번까지 용서한 순애보
[서평] 신을 감동시킨 로맨스 <구원의 사랑>
텍스트만보기 유성호(shyoo) 기자
ⓒ 김영사
프랜신 리버즈의 <구원의 사랑>(원제 : Redeeming love)을 집어 들고는 '중량감'에 한동안 호흡을 가다듬어야 했다. 일반 소설책 두 권 분량은 족히 되는 676쪽의 묵직한 단행본이 주는 무게에다가 기독교 로맨스 소설이란 점이 은근히 중량감을 더했다.

이 책은 성경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남자의 지고지순한 순애보를 주제로 다루고 있다. 성경 <호세아서>를 저술한 호세아 선지자에 대한 이야기가 배경이 된다기에 성경책을 열어봤다. 호세아서 1장2절에는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여호와께서 비로소 호세아로 말씀하시니라 여호와께서 호세아에게 이르시되 노는 가서 음란한 아내를 취하여 음란한 자식들을 낳으라 이 나라가 여호와를 떠나 크게 행음할 이니라

호세아 선지자는 북왕국이스라엘의 왕 여로보함 2세 때 선지자의 소명을 받아 이후 여섯 명의 왕을 거치면서 앗수르에 의해 멸망할 때까지 약 40여년간 예언 활동을 펼친 인물. 그는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여 음란한 여인 고멜을 아내로 취한다.

고멜은 하나님의 계획된 섭리로 호세아의 아내가 되어 세 자녀(이스르엘, 로루하마, 로암미)를 낳지만 둘째와 셋째는 사생아다. 그녀는 남편 호세아를 버리고 정부와 더불어 먼 타향으로 도망치지만 결국 정부에게 버림받고 '타인에게 연애를 받아 음부 된' 창녀가 된다. 호세아는 그런 그녀를 변치 않는 사랑으로 '은 열다섯 개와 보리 한 호멜 반'으로 몸값을 지불하고 데려온다.

이 책은 호세아서 1장부터 3장까지 기록된 호세아와 고멜의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얻어 써내려간 작가의 기독교적 상상력에 탄탄한 글쓰기가 뒷받침된 역작이다. 실제로 등장하는 남자주인공의 이름도 호세아다. 미가엘 호세아. 그리고 여성은 사라에서 이름을 바꾼 엔젤.

성경 <호세아서> 고멜이야기 모티브로 쓴 순수 사랑이야기

이야기는 1835년 뉴잉글랜드 지방에서 시작된다. 어린 사라의 가정에 대한 묘사가 첫 장을 장식하면서 순애보를 찾는 기나긴 여정이 시작된다. 아버지에게 축복받지 못한 사라의 탄생과 이를 두고 싸우는 그녀의 부모. 처음부터 사라의 삶이 순탄치 못할 것을 예고하는 듯하다.

7살에 하녀로부터 하나님의 진리가 어느 정도는 옳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게 된 사라. 그녀는 8살에 홀로 엄마의 죽음을 지켜야 했고 죽은 엄마가 쥐고 있던 묵주를 던지며 하나님 따위가 무슨 소용이냐며 울부짖는다. 그리고 결국 떠다니는 신세가 된다. 타인에 의해 엔젤로 이름이 바뀐 채.

1850년 캘리포니아 주광맥이 위치한 패어러다이스 매춘굴. 엔젤이 베푸는 4온스짜리 호의를 얻기 위해 제비를 뽑는 군상들. 열여덟 살이 된 엔젤에게는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현재 엔젤에게 가장 영향력 있는 감정은 증오보다 영혼을 메마르게 하는 권태였다.

변하지 않는 현실에 대한 열여덟의 권태. 자신만의 쾌락만 추구하는 남자들에 대한 증오. 왜 태어났는지에 대한 회한. 그녀를 무기력하게 만드는 요인들이었다. 그래서 내린 가장 손쉬운 결론은 자살. 그러나 용기부족으로 번번이 실패한다. 그녀에게 있어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시간이다.

책은 그리고 끝없는 내리막길로 치닫는 그녀의 10년을 아주 빠른 속도로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한 남자와의 운명적인 만남 이후 부분은 심리상태 등을 세밀하게 그리고 있다. 미리 밝히자면 미가엘 호세아와의 결혼 생활은 '곁에 있었다 떨어졌다' 무려 68년이었다.

정직한 농부 미가엘은 어느 날 거리에서 엔젤을 만나 한눈에 그녀와 결혼하게 될 것이란 걸 알았다. 예언의 은사가 있었던 것 같다. 선지자 호세아처럼. 스물여섯의 청년 미가엘은 그 후 엔젤을 찾아 매춘굴을 찾았다.

직접적인 첫 만남에 대해 엔젤은 미가엘을 보고선 모든 신경세포가 날뛰는 묘한 거북함을 느꼈다고 표현했다. 미가엘은 그녀에게 섹스 때문에 온 것이 아니라고 고백한다. 단지 이야기를 하고 싶을 뿐이라며. 그리고 결혼을 이야기 한다.

"주여,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 지금 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여자에게 제 마음을 전하려면 100만년은 필요할 겁니다. 정녕 이 여자가 당신께서 제게 정해주신 그 여인이 맞단 말입니까?"

매일 밤 미가엘은 엔젤을 찾는다. 그럴 때마다 엔젤은 격렬히 흔들렸다. 그러나 현실과 그녀의 권태는 그녀를 쉽게 놓아주지 않는다. 미가엘 역시 요지부동의 그녀를 보면서 끊임없이 되묻는다. 어째서 매춘부와 결혼하라는 것이냐며. 그때마다 주님은 같은 답으로 응답했다.

"그 여자야말로 너를 위해 내가 택한 자니라. 사랑하는 자여, 내 뜻을 행하라. 내가 너를 웅덩이와 수렁에서 끌어 올리고 네 발을 반석위에 세우고 그 걸음을 견고케 해주었도다. 엔젤을 구하러 돌아가라"

일곱 번을 일흔 번까지 용서하라 - 마태복음

책 속에는 미가엘과 하나님의 끊임없는 대화가 나온다. 묻고 의뢰하고 응답받는. 결국 말씀은 이루어지고 만신창이가 된 몸이지만 엔젤은 미가엘과 함께 살게 된다. 미가엘의 동생 바울의 등장과 다시 매춘을 시작하는 엔젤, 그리고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는 과정에서 나누는 대화.

신과 인간, 인간과 인간의 대화 속에 위로를 주는 세심한 묘사. 책을 번역한 김지현씨가 날밤을 꼬박 세우고 책을 읽은 이유를 알 것 같다. 책은 시선의 외유를 허락하지 않았다. 추리 소설보다 강한 흡인력을 갖고 있다.

자신을 배신한 창녀를 끌어안은 채 쇠약하고 낙심한 채 길을 잃고 헤매는 이름 없는 아이라고 위안하는 미가엘. 그리고 차츰 변화하던 어느 날 하나님을 영접하는 엔젤. 어두운 음부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생각할 즈음, 그 옛날 포주가 사탄처럼 나타나는데…. 일곱 번을 일흔 번까지 용서하라는 말씀을 몸소 행한 실천서.

소설의 내용은 다소 통속적이지만 거침 없이 시간을 헤쳐가는 문체와 흐름은 독자로 하여금 책의 두께를 무감하게 만든다. 이쯤이면 원작자를 미국 제일의 감성작가라고 치켜세운 이유에 수긍이 간다. 옮긴이는 책을 달걀노른자가 들어간 뜨거운 코코아 한잔 이라고 표현했던가. 거들자면 '정말 고소한 노른자였더라'고 한 마디 하고 싶다. 아가페적 사랑이 무엇인지 찾는 이들에게 '완전' 권하고 싶은 책이다.
<구원의 사랑>

글쓴이 : 프랜신 리버즈(Francine Rivers)
옮긴이 : 김지현(숙명여대대학원 영어교육과졸, 번역가)
펴낸곳 : 김영사
쪽수 : 676쪽
책값 : 1만2000원
2007-02-03 14:32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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