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12. 6. 23:10

세상을 파고든 유혹의 기술 브랜드...

"국가도 브랜드, 유혹의 전선에 나서라"
[서평] 40년 노하우가 집약된 <세상을 파고든 유혹의 기술 브랜드>
텍스트만보기 유성호(shyoo) 기자
1999년 6월 벨기에에서 콜라를 마신 아이들이 집단 복통과 구토로 100여 명이 입원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콜라는 전 세계적으로 브랜드 가치가 가장 높은 코카콜라. 사고는 안트베르펜 공장에서 병을 밀봉할 때 '불량' 이산화탄소를 사용하는 바람에 콜라가 오염돼서 벌어졌다. 벨기에 정부는 제품 리콜과 판매금지 조치를 단행했지만 국민들은 한동안 콜라 공포증에 시달려야 했다.

ⓒ 세미콜론
사고가 발생하자 코카콜라는 부랴부랴 자사 제품은 안전하다고 사태를 무마시키기에 급급했다. 회사 고위관계자는 벨기에 보건당국자를 만나 제품에 이상이 없다는 설득을 하던 차에 또 사고가 발생했다. 비슷한 사고가 이웃 프랑스까지 번지자 끝내 코카콜라는 엄청난 물량을 자진회수하고 백기를 들었다. 113년의 명성이 하루아침에 바닥으로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사고 7년이 지난 지금, 코카콜라 브랜드는 건재하다. 이는 코카콜라가 그동안 공격적인 브랜드로 내성을 키웠기 때문이다. 위기관리와 기업 커뮤니케이션이 모자란 부분을 브랜드로 극복한 것이다. 브랜드 가치 하락을 브랜드로 극복하는 모순 속에서 브랜드 파워의 중요성이 새삼 느껴지는 대목이다.

코카콜라의 초기 대응 미숙은 브랜드에 서비스 개념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추세는 제조업 브랜드 속에 서비스가 녹아있음을 알 수 있다. 일례로 제약업은 영업사원으로 하여금 병원이나 약국 일선에서 약의 올바른 효능효과는 물론 의약계 현실을 전달함으로써 의사와 약사는 제품 판단의 기준을 갖는다. 이런 측면에서 제약업은 제조업이지만 동시에 서비스업 측면을 갖는다.

그동안 브랜드는 소비재를 앞세워 성장한 이유로 서비스 개념 도입에 인색했다. 그러나 월리 올린스(Wally Olins)는 브랜드 속에 서비스를 담아 호흡하라고 지적한다. 그는 40년간 기업이미지통합 작업과 브랜드 관리의 노하우를 담은 이 책을 통해 이제는 제품 브랜드에서 서비스 브랜드 시대를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몇 가지 핵심 규칙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조직을 브랜드 위주로 재편, 조직원간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깨닫고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는 조직원과 브랜드가 한 몸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브랜드의 소중함과 고객 존중이라는 일관성과 지속성을 유지하는 것이 지켜져야 할 과제라는 것이다.

브랜드 위주로 조직개편... 조직원과 브랜드는 '한 몸'

이 책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국가 브랜드 정립의 중요성을 역설한 대목이다. 88서울올림픽을 통해 국가 브랜드를 세계시장에 내놓고 2002월드컵에서 브랜드 가치를 키운 우리나라의 경우 올해 열렸던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브랜드 가치를 확인했다. 국가야말로 거대한 브랜드 정체성을 먹고 사는 생물체와 같다. 따라서 국가도 생존을 위해서는 유혹의 전선에 나서야 한다는 논리가 행간 사이에 배어 있다.

저자는 국가 브랜딩 작업의 대표적인 주자로 프랑스를 손꼽는다. 다섯 공화정과 두 제정, 그리고 네 왕정을 거친 프랑스는 건축, 궁전, 국기, 권력형태, 법제, 교육 등 체제가 변화될 때마다 시스템을 새롭게 브랜딩함으로써 국가의 정체성을 확립해 나갔다. 이같은 프랑스의 국가 브랜딩 작업은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는 효과를 낳기도 했다.

월리 올린스(Wally Olins)

런던 태생으로 CI(Corporate Identity)와 브랜딩의 권위 있는 전문가이다. 매킨지, 르노, 폴크스바겐 같은 세계 유수의 기업에게 CI 및 브랜드와 커뮤니케이션에 관해 컨설팅해 왔다.

1967년부터 1997년까지 디자이너이자 건축가인 마이클 월프와 세계적인 브랜드 컨설턴트 월프 올린스를 설립하여 활동하다가, 지금은 섀프런 브랜드 컨설턴트 대표로 있다. 그의 대표적인 저서 <기업 아이덴티티>(Corporate Identity, Thames & Hudson, 1989)는 여러 언어로 번역, 출간됐다.

옥스퍼드 경영대학원 펠로(특별 연구원)이자 코펜하겐 경영대학과 랭커스터 대학의 초빙 교수로 재직 중인 올린스는 특히 비영리 조직 브랜딩과 지역 및 국가 브랜딩에 관심을 갖고 있다.
저자는 "브랜드는 정체성"이라고 단언한다. 국가, 기업, 제품을 나타내는 브랜드야말로 그것의 모체를 가장 잘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한 국가, 기업, 제품은 세계 시장에서 당연히 도태될 수밖에 없다. 세계화의 조류에서 도태된다는 것은 소멸과 다르지 않다. 이 책은 이런 측면에서 생존을 위한 현대 비즈니스의 성공은 기능적 기술, 재정적 기술, 판매 기술(저자는 이를 '유혹'이라고 표현한다) 세 요소로 결정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세 요소의 적절한 조화가 국가, 기업, 제품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넓은 의미에서 브랜드가 침투하지 않는 분야가 없으며 정부도 하나의 브랜드로 관리에 따라 국가의 성패까지 좌우한다는 것이 저자의 지론이다. 저자는 브랜드가 나아갈 길에 대해 인상적인 한마디를 남긴다.

"다소 심기가 불편할지는 모르나 이젠 브랜드를 자선사업과 예술, 대학, 스포츠, 문화영역 안으로 들여보내야 한다. 이것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다. 브랜드를 효율적이고 영향력 있는 존재로 키우기 위해서 꼭 필요한 과정이다."

책이 주는 정보는 저자가 관련 전문가로 몸담았던 40년이란 세월만큼 두텁고 방대하다. 그러나 엄청난 지식과 정보를 한정된 지면에 펼치다 보니 다소 우겨넣은 듯 한 느낌이다. 두텁지만 깊이를 재기가 어렵다. 브랜드의 정의를 늘였다 줄였다 쥐락펴락하는 저자의 전문성을 따라잡기 힘든 탓일 게다.
글쓴이 : 월리 올린스
옮긴이 : 박미영(전문번역가)
펴낸곳 : 세미콜론
펴낸날 : 2006. 3. 3
쪽 수 : 262쪽
책 값 : 13,500원
2006-04-06 19:50
ⓒ 2006 OhmyNews

'記事' 카테고리의 다른 글

뇌성마비 배우 서민정...  (0) 2006.12.06
부모자격 시험문제...  (0) 2006.12.06
거제도...  (0) 2006.12.06
낮술...  (0) 2006.12.06
녹색의 상상력...  (0) 2006.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