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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동네산책
2007. 1. 27.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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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이들은 붓 끝으로 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화가들이다. 그것도 대가의 반열에 오른 이들이다. 이들은 조선시대 화가들로서 우리에게 너무도 친숙하다. 그래서인지 더 자세히 알려고 하는 의지를 약하게 만드는 이름들이기도 하다. <조선의 화가>는 선비, 정승, 부자에 이어 '조선을 움직인 위대한 인물들' 연작 네 번째 소재로 시대를 풍미한 화가를 소개한 책이다. 두 명의 편저자는 책을 '보물과도 다름없는 선조들의 신비로운 작품세계'를 소개하고 있다. 편저자의 소개처럼 화가들의 그림은 실제로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것들이 수두룩하다. 겸재 정선의 <금강전도>(국보216호) <인왕제색도>(국보217호), 단원 김홍도의 <군선도병>(국보 139호) <단원풍속도첩>(보물 527호) <단원화첩>(보물 782호), 혜원 신윤복의 <혜원전신첩>(국보 135호) 등이 있다. 또 공재 윤두서의 <윤두서상>(국보 240호),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국보 180호) 등 일일이 나열이 힘들 정도다. 때문에 '보물과도 다름없는'이란 표현은 예술 혼까지 담은 것으로 읽혀진다. 조선의 아름다움을 그린 진경산수의 창시자. 정선의 소개말이다. 김홍도는 왕의 사랑을 받은 풍속화가로 소개되고 있다. 신윤복은 여인의 아름다움을 섬세한 필치로 담아냈고 사임당은 보석 같은 조선의 여류화가로 표현했다. 다소 생소한 최북은 붓으로 먹고 산 시대의 저항아, 김득신은 해학적이고 개성 있는 풍속화의 선두 화가라고 소개했다. <몽유도원도> 때문에 안견은 환상적인 꿈의 세계를 화폭에 담았다고 예찬했다. 글씨를 그림으로 승화시킨 김정희, 새로운 시대 예술을 고민했던 윤두서는 선비 화가로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복을 빌고 화를 막아주는 서민들의 그림, 민화를 따로 소개하고 있다. 책에 소개되고 있는 화가들은 대체로 조선 후기에 활동한 이들이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등 민족적 고통을 거치면서 예술분야가 발전했는데, 특히 회화 분야에서 괄목했다고 편저자들은 분석했다.
말술을 즐겼고 자신에게 해를 입히면 반드시 모진 앙갚음으로 되돌려 주는 등 강퍅한 마을 가진 그은 말년에 남의 집 살이를 하다가 눈 오는 날 만취해 성곽 구석에 쓰러져 얼어 죽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생전에 '최산수'라고 불릴 정도로 산수화에 능했다. 약 120여점의 산수화를 남겼는데 <풍설야귀인> <여름날의 낚시> 등이 대표작이다. 손가락을 이용해 그린 그림을 지두작(指頭作)이라고 하는데, 그렇게 그린 <게와 갈대>는 날카롭고 강한 최북의 성격을 잘 표현하고 있다. 아주 오래전 국가검정 미술교과서의 표지로 쓰였던 것으로 기억되는 김득신의 <파적도>. 한가로운 봄날 앞마당의 평화를 고양이가 깨트린 순간을 담은 그림이다. 다른 이름으로 <야묘도추>라고도 한다. 그림은 '순간'을 생생하게 묘사한 것으로 높이 평가되고 있다. 봄볕이 따뜻하게 등솔기를 덥히고 마당의 병아리들은 평화롭게 모이를 쪼고 있는데 난데없이 도둑고양이 한 마리가 적막을 깬다. 병아리 한 마리를 덥석 물고 달아나는 것이다.
나머지 병아리들은 혼비백산하고 어미닭은 모성본능을 앞세우지만 속도감이 없고 고양이와 거리감이 있어 보인다. 어느 누구의 사정권에서도 벗어난 고양이는 여유 있게 뒤돌아보면서 상황을 은근히 즐기는 듯하다. 실제로 그림을 자세히 보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주인을 쳐다보는 고양이가 능청스럽기까지 하다. 찰나의 시간을 화폭에 완벽하게 잡아 둔 그림으로 평가된다. 게다가 조선 후기 풍속화의 특징인 해학을 듬뿍 담고서. 편저자들은 그림 전공을 하지 않은 작가들이다. 지금까지 나온 4권의 <조선을 움직인~> 시리즈를 모두 편저했다. 흩어져 있는 글을 주제에 맞춰 한 곳에 모아 엮는 것도 좋은 출판기획 아이디어다. 창작의 고통은 덜하겠지만 신선한 아이디어에 점수를 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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